<고양이 릴레이 페이퍼 >


아마 이 책의 제목에 더 집중 했다면 나는 고양이를 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양이 털갈이에는 브레이크란 없지>



초승달이 뜬 날 구해서 이름이 승달인 고양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두 자매의 이야기에 빠져 한참을 웃으며 읽었던 책이었는데, 고양이 털갈이에 대한 지식이 크게 없어서 웃고 지나쳤던 무지한 나를 탓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흰 털옷을 입은 고양이가 집에 살기 때문에 검정 옷이나 짙은 색 옷을 입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막혀버린 해외여행 멤버 중 한 언니는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난후 앞으로 여행을 같이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고양이털이 자신의 신체에 붙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그날 웃으면서 그럼 앞으로 같이 여행은 가지 말아요, 라고 말하고 왔지만 집에 돌아와 많은 생각을 했다. 내 고양이 털 때문에 나의 인간관계가 이렇게 끊어질 수도 있겠구나. 세상에 믿을 사람이 나 밖에 없는 내 고양이는 잘못이 없으니 탓하지 말자. 그렇게 인간관계가 정리가 되었지만 브레이크 없는 고양이 털갈이는 정리되지 못했다.





2017년 독일로 삼 개월 정도 있다가 왔다. 독일에서의 첫 한 달 동안 마음의 상처를 많이 얻었다. 후배의 집에서 숙식이 생각보다 녹녹치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돈도 있는 여잔데, 왜 타지에서 이렇게 있어야 하나 일요일마다 맥도날드에 아침부터 앉아 커피와 햄버거를 먹으며 울었다. 그리고 배낭에 짐을 꾸려 독일을 한 바퀴 여행을 하고 한 달간의 서러움을 털어버리려 했지만 그 한 달의 마음고생이 쉽게 꺼지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괜찮아지겠지 했던 그 마음의 병이 극대화 되었고, 바닥까지 낮아진 자존감에 나는 죽을 결심도 했었다. 죽고 싶었다.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그때 받은 모욕들이 떠올라 밤마다 울었다. 분하고 억울했다. 이런 모욕을 독일에 놓고 오지 못해서 미칠것 같은 마음으로 삼일을 울었던 적도 있었다. 아무에게도 이런 나의 모습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해 줄 수 없었다. 간혹 내가 좀 힘들다 괴롭다는 얘기는 했지만 매일 밤마다 울고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그때 친한 지인이 잠들지 못한 외로움에 죽어가고 있는 나에게 심각하게 얘기를 했다. 우선 네가 살릴 고양이가 있으니 이 아이가 다른 분에게 입양을 갈때까지만 좀 케어를 해 달라고 했다. 지인의 친한 분이 분양을 받았는데 고양이 알러지가 심해서 결국 키울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죽어가는 나를 살려보겠다며 어린 고양이를 보냈을 것이다. 한 번도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생각은 안했다. 나는 방랑생활을 즐기기 때문에 절대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 혹은 두 달 동안 해외에 나가 있을 생각뿐이었으니까. 임시 보호라는 이름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동안 고양이가 나쁜 환경에서 출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 고양이는 허피스라는 고양이 감기에 걸려있었고 피부병도 있었다. 두 달 정도만 치료를 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 년 동안 허피스가 치료 되지 않아 유명한 병원은 다 다녔다. 일 년이 지나니 허피스가 치료가 되었는데,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낸다는 것이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장기 프로젝트가 있는 나의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입양을 결정했다. 그렇게 내 곁에 온 고양이는 4년째 동거중이다.






이렇게 몰골이 불쌍했던 녀석



좀 자라서 귀여웠지



이런곳에 들어가 있으면 찾지를 못했네. 










매일 숨고 찾는 것은 집사의 몫





노르웨이 숲이라는 참 예쁜 이름의 품종묘. 노르웨이 숲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은 루키. 뭐 그렇게 지어졌다.




3개월쯤 된 고양이는 매일 사고를 쳤다. 참 작은 녀석이 어찌나 손, 발, 다리를 다 물어서 어디서 맞고 다니는 사람처럼 상처투성이였다. 익숙해지니 그것도 나아지면서 루키의 사회성도 길러지고 나도 고양이에게 길들여져서 이제는 서로가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장난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간혹 그 정도가 넘어설 때도 있기는 하지만.

루키를 키우고 처음으로 여행을 가기위해 고양이 전용 호텔링 결정을 하고 첫날 입소 때 관리인에게 말했다. 우리 고양이 순해요. 하악질도 못해요.


그날 사진을 찍어 보낸 관리인이 말해줬다.




“집사님, 루키는 하악질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받아보고 여행지에서 빵터졌다. 아, 자식 성깔있구나. 온순하기만 한줄 알았는데 아녔어






하악질 사진에 돌아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잘 지냈나고 한다. 

애교도 부리고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고 ( 하루에 한 시간씩 놀아주심)






자기 자식 부모만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루키는 내게 하악질 한 번도 안했는데, 할 수 있구나. 몰랐네.

죽어가던 나를 살린 루키는 매일 퇴근하는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주말에도 나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한량 같은 인생으로 종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극진히 모시느라 퇴근 후 손발이 쉬지 않을 때가 많다. 내 인간관계를 정리시켜주고 내 옷장 속 검정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고, 내 지갑이 홀쭉해져도 웃을 수 있는 내 고양이, 루키. 내일도 열심히 사냥 갔다 와서 낚시대를 흔들어줘야겠다.




자주 누워 계시는 분. 








때로는 나를 하루종일 웃게 만드는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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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8-31 00: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제 주위에서 놀숲을 키우는 분은 오후즈음 님이 처음이에요. 흰냥이니까 온순하겠어요ㅎㅎㅎ아닌가...
페이퍼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키우시는 분들은 다 사연을 갖고계시네요, 저는 그런게 없어서 몬가 억울... 읽어보니까 많이 힘드실 때 냥이에게 위로 받으셨군요. 저도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겠어서 지금 너무 찡해요😔 지금은 냥이 건강상태 어떤가요?

오후즈음 2021-08-31 00:36   좋아요 3 | URL
노르웨이 숲은 3~4년까지 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허피스 1년후까지는 많이 안컸거든요. 이후 허피스가 아주 춥거나 환절기때만 조금 증상이 나오고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아직 5년이 안되어서 .....아직도 크고 있답니다. ㅎㅎ 집에 엄마가 오시면 매번 얘는 언제까지 크는 거냐고 물어보세요

hellas 2021-08-31 0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 첫 고양이이름도 루키였어요. 18년간 제 옆에서 저를 키워주고 재작년에 떠났지만 매일 생각해요. 루키라는 이름의 고양이! 필히 행복하길!!!:)

오후즈음 2021-08-31 00:40   좋아요 3 | URL
18년동안이나 행복하게 있다가 갔겠죠. 먼저 떠난 루키의 행복을 이어받은 이곳의 루키가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hnine 2021-08-31 0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을수 있어 좋았습니다. 루키와 함께 행복하세요.

오후즈음 2021-08-31 07:3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루키와 오랫동안 행복하겠습니다~ ^^

2021-08-31 0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8-31 0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고양이 왜이리 귀엽나요ㅜㅜ 완전 예쁘네요😍

오후즈음 2021-08-31 10:38   좋아요 2 | URL
수컷이지만 이쁩니다. ㅜㅜ

잠자냥 2021-08-31 0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학 너무 예쁘네요! ㅎ 전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품종묘 한번 키워보고 싶은 소망이 생길 때가 있어요. 렉돌 같은 애들 ㅎㅎㅎ (우리 애들에겐 비밀입니다!) 간택 당하는 게 아니면 돈으로 고양이를 사올 일은 없을 듯하여 렉돌은 그냥 저의 꿈으로 그치겠지만 일케 예쁜 품종묘들 보면 헤헤헤헤헤 마음이 걍 녹네요.

그나저나 고양이는 집사들이 고양이를 살리려다가 집사가 살아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역시 고양님들 만세!

오후즈음 2021-08-31 10:43   좋아요 4 | URL
아...사실 저도 렉돌이 저의 로망묘였어요. 두번째가 치즈묘였는데 그래선지 치즈묘들에게는 늘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래서 유투브 매탈남님네 치즈 천국집을 엄청 부러워합니다.
그 집도 도시에서 벗어나 낚시하고 그 고기로 회 떠서 마당에 만들어 놓은 포장마차에 술이나 마시며 살고 싶었는데, 치즈묘가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집사의 인생이 바뀌거든요. 고양이란...그런 동물 같아요. 저에게 루키는 저를 살리는 고양이었고 지금도 회사 때려치고 해외로 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것이 루키 먹여 살려야 하는 집사의 삶을 살리고 있습니다.

하.....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도 제가 루키가 눈 앞에 안 보이면 찾아 다녀서 분리불안은 고양이가 아니라 집사들이 겪는다고 하던데 진짜인가봐요.

잠자냥 2021-08-31 10:59   좋아요 2 | URL
아아아, 렉돌 녀석들... ㅠㅠ 오묘하고 귀여운 녀석들... 다시 사진으로라도 보러 가야지;;;

아, 저도 매탈남님 알아요. ㅋㅋㅋ 거기 치즈냥 천국.
제가 유튜브 잘 안 보는데, 매탈남님 건 거의 다 본 거 같아요. 그분이 진짜 처음에 누리 따라가서 누리 자식들 구할 때, 그 먼거리를 미친듯이 걸어가는 거 보고 정말 저분도 고양이한테 홀려네, 홀렸어 했습니다. ㅋㅋㅋ

사람을 완전 홀려서 삶을 바꾸게 만드는 녀석들, 참 대단해요. 고양이란 존재는.

청아 2021-08-3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앗! 마지막 사진 특히 귀엽네요!
냥냥이들 찾는 재미 쏠쏠하실듯ㅋㅋㅋ구경 잘했습니다😊

오후즈음 2021-08-31 10:43   좋아요 3 | URL
제 핸드폰 바탕화면....가끔 화날때마다 보면 웃음이 나요~ ^^

잘잘라 2021-08-31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빙그레 빙그레 하다가 마지막 사진에서 빵!!! 하하하하하하하 오후즈음 님 올려주신 사진 덕분에 저도 하루 종일 웃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후즈음 2021-09-01 22:59   좋아요 0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거든요. ㅋㅋㅋㅋ 슬플때 가끔 보면서 웃어요. 잘잘라님도 즐거움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공쟝쟝 2021-09-01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방사형처럼 퍼져있는 고양이 릴레이 페이퍼를 찾아다니다 오후님 페이퍼는 이제서야 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 오후님과 루키의 이야기는 코끝이 찡하게 만드네요… 건강해진 루키의 자태도 넘 우아하구! 오래오래 좋은 묘연 이어나가시길 🙏

오후즈음 2021-09-01 23:02   좋아요 2 | URL
허피스- 고양이 감기-로 죽을것 같은 루키를 일년동안 병원 치료로 (시간도 그랬지만, 금전적인 것도 상당히 많이 들었던.) 제가 죽을 것같은 시간을 보냈네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 루키에게 참 감사해요. 사실 임보 한달 정도 되었을때 임보를 종료하고 싶었거든요. 힘들더라고요. 어린 고양이....어찌나 물고 힘들게 하는지...그런데 그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서 지금은 그립네요.

공쟝쟝 2021-09-02 08:27   좋아요 1 | URL
저두 페이퍼쓰면거 정말 오랜만에 어린시절 냥이 영상 찾아보는 데😌 녀석 많이 점잖아졌더라구요.. 왤케 어른이 된겨.. 지금도 오늘도 빨리 지나가겠지요? 아 더더 행복하게 함께 할테다!!
 
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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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도 _ 할레드 호세이니





2019년 두 살의 딸과 스물여섯 살의 아버지의 시신이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인 마타모로스 강가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빨간 바지를 입은 꼬마 여자아이는 아버지의 셔츠 속에 들어가 함께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 몸을 만들기 위해 옷 속에 넣고 꼭 끌어안고 있었을 것이다. 국경을 넘기 위한 그들의 사투는 결국 죽음으로 끝이 났다. 그 전에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그리스로 향하던 중 지중해 연안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라는 세 살 배기의 아이의 사진 한 장이 더 먼저 떠오른다. 배가 뒤집히고 물결에 휩쓸려 해변으로 떠 밀려왔을 아이의 모습은 외마디 비명도 없은 서글픈 죽음의 모습이었다.



 

<바다의 기도>는 쿠르디의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작가의 동화다. 연을 쫒는 아이로 유명한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의 동화책은 코르디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쿠르디 이후 4,176명의 난민이 안전한 세상으로 떠나던중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게 되며 고작 삼년 혹은 더 어린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그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고향의 모습들을 들려주고 있다. 아비인 내가 달렸전 골목, 별을 보았던 지붕, 올리브 나무의 향기, 그리고 그 속에서 울리는 작은 바람소리, 아기 염소의 울음소리, 동쪽에서 떠오르는 단감 같은 붉은 해의 모습, 들꽃이 흔들리는 들판, 그 위를 달리는 작은 새들, 시장의 소음과 함께 풍기는 기름 냄새, 화려한 천들이 즐비했던 상점, 검게 그을린 담벼락을 타고 넘는 집집마다 다른 향의 집 밥 냄새들을 아비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아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마치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 모습을 너는 알지 못하니 기억을 하라고. 혹 내가 더 이상 들려주지 못한다면 이 말들을 네 가슴에 품고 있으라고.


 

시위가 급물쌀을 타며 폭격은 더 심해지는 나라 안에서 살고나 떠나야 했던 그들의 고향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들려주고 있다. 건물과 담벼락이 무너지고 지붕까지 뚫리는 고향이지만 때로는 그 지붕에 담요를 깔고 잠을 자며 별을 볼 수 있었던 빛나고 아름다운 모습은 바다를 건너며 앞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사랑하는 나라를 떠나며 아버지는 작은 배 위에서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다. 무사히 저 칠흑같은 바다를 건너 부디 우리 가족 모두 땅에 닿기만을 바라는 그 작은 기도.



 

“아빠는 이 작은 배를 지켜 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넓디넓은 바다 한가운데,

그저 작은 점일 뿐인 우리를.

 

큰 파도로부터 안전하게 해 달라고

미르완, 그건 너를 위한 기도였어.

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니까



바다가 내 기도를 들어주기를

그렇게 기도하고 기도했단다.

인샬라.”


 

쿠르디가 탔던 배는 비록 육지에 닿지 못했지만 바다의 이 기도가 닿아 미르완의 배는 육지에 도착했을지, 기도마저 깊은 바다로 침몰되지 않길.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391명이 무사히 우리나라에 온 기사를 읽으며 바다위에 있었던 몇 년 전의 그들을 떠올렸다. 미르완에게 했던 바다의 기도가 분명 누군가에게는 닿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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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은 자의 집 청소 _김완지음

2. 작별의 의식 _ 시몬 드 보부아르

3.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_ 김범석





 

모두 다른 내용이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이뤄진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틀 동안 다 읽고 나니 생각하는 세포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뇌의 절반이 점점 죽어가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아니 영화의 끝부분의 페이드아웃 느낌이라고 할까.


 

8월 8일은 세계고양이의 날이다. 이 날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루키에게 나의 휴가를 반납했다. 하루 종일 놀아주기, 같이 있기, 간식 세 번이나 주기 등등 그동안 바쁘고 지치고 힘들어서 해주지 못했던 것을 다 해줬다. 그것을 루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아했을 것이라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 혼자 착각 중.

긴 잠을 깨고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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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관계 에세이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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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한 사람은 한 세상이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_ 유영만]



“나는 곧 내가 만나는 사람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바꾸려면 내가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곧 나라는 말이 있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의 모습이 녹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바꾸기 위해선 직업을 바꾸거나 사는 근거지를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내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유투브 강의로도 유명한 유명만 교수의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는 당신을 바꾸고 싶다면 이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귀 막힌 사람, 필요할 때만 구하는 사람, 나뿐인 사람, 365일 과시형, 많은 문중에서 말문 막는 사람, 과거로 향하는 꼰대, 감탄을 잃은 사람, 책을 읽지 않고 책잡히는 사람, 단점만 지적하느라 장점을 볼 시간이 없는 사람, 대접 받고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 총 10가지 유형의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고 제시하고 있다. 10가지의 유형중 의문을 가졌던 감탄을 잃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매 순간을 감탄하면서 살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의문을 가졌는데 저자의 표현 중 감탄을 잃은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한다.


 

[ “ 시인은 자두를 봐도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영식>에 나오는 말입니다. 예술가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시인 역시 당연함을 부정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입니다. 일상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감탄보다 한탄하는 일이 많습니다. 익숙함의 덫에 걸려 다르게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배울 것은 없습니다. 타성에 젖으면 탄성을 잃어버리고 감탄할 일도 없습니다.] P44~45



 

1부는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의 유형과, 2부에서는 피해야 할 사람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1,2부를 총 아우르는 3부는 뭔가 다른 이런 사람 되기 위한 사례들을 알려주고 있다. 3부는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한 나의 노력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관계 속에서 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면 분명 개선되어야하는데 그것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 많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내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유형에는 어쩌면 나도 포함이 되어 있을지 모르니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성찰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책이긴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인 물음표에서 느낌표 속에 저자의 맺음말에 다소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있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말고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놓고서는 사랑은 혁명을 시작하는 신호탄이라고 말하면서 사랑타령으로 끝을 내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동의 느낌표가 축적되면 마침내 두 사람 사이에 혁명이 일어납니다. 혁명은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입니다. 사랑은 아픔과 슬픔을 희망과 용기로 변신시켜주는 촉매제입니다. 사랑의 물음표를 만나는 사람은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사랑의 물음표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침투하면 경계가 무너지고 튼실한 신회가 자라는 관계로 바뀝니다.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P251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많이들은 얘기를 해주시더니 갑자기 이런 엔딩의 말에 당황스럽지만 그 사랑의 전제가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라는 얘기로 대입해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문제의 원인을 상대보다 나에게서 먼저 찾아보라고 하지만 그 원인이 나에게 있을 것이라고 다그치지는 말자. 다만 상대방이 화를 낸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니 화를 내기 전에 그 원인이 혹시 나에게는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면 밖에서 난장판으로 싸우는 일들은 좀 없어지지 않을까.



어찌되었건,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의 그 이런 사람이 내가 되지 않도록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를 자책하는 시간으로 변질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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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 영화보다 재미있는 현실 인권 이야기
김예원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이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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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똑같은 하루, 일상이 되길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_ 김예원-




저자는 태어나면서 의료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왜 자신이 한쪽 눈 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지만 크게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활발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법고시에 합격을 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며 변호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일상을 나누며 장애로 많은 편견과 아픔에 놓여있는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빛나 보인다.

 

비장애인보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면서 살아갔을 그녀가 남들에게 좋은 변호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수많은 경험에서 나왔을 공감이 가장 클 것이다.


 

언젠가 한 변호사가 쓴 책에서 자신을 찾는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오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때 동생의 일로 변호사 5명을 찾아다니며 상담 받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저자는 참, 공감이 많은 변호사다. 그것은 경험을 해 보아야 보이는 세상일 것이다. 한쪽 눈을 잃은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려고 해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와 마음이 같지 않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그녀가 남몰래 감당해야 했을 외로움과 슬픔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13편의 영화 속 장애인들의 인권이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보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들을 알려주고 있다. <7번 방의 선물>, <말아톤>, <마더>, <조제>, <애자>등 혹시 나도 손가락질 하는 무리속의 사람은 한번쯤은 있지 않았나 가슴 철렁이며 읽게 된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의 ‘쿵’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렀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는 조제의 장애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고, 남녀의 연애의 시작과 엔딩의 기록이었다. 츠네오가 조제를 부모님에게 소개 시키는 부분에서 걱정한 것은 오로지 조제가 걷지 못하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집과 조금 학벌과 집안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츠네오가 그녀의 손을 놓은 부분은 그녀의 장애가 큰 이유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지고 나서 조제가 떠올라 바닥에 주저앉아 흘린 츠네오의 눈물은 자신의 비겁함에서 차 올라왔을 것이다. 내가 느낀 조제는 남자와 만나고 헤어진 것이지만, 츠네오는 장애를 가진 여자와 만나고 헤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 지역에서 임대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하니 주변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난리가 났었던 것도 있고, 장애 학교가 세워진다고 하니 주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데모를 하였다. 장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은 잘못한 일도 없는데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다. 그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신들이 한 행동이 정당했다면 왜 다큐영화조차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함께 생각이라는 코너속의 대답에 그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 간단합니다. ‘내가 상대방이라면 어떨까?’를 명심한다면 조금 더 조심하게 됩니다. 장애인이 스스로 삶을 결정 할 수 있다는 것, 장애인이 불쌍해서 좁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 의지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장애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수월해질 수 있답니다.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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