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인가 생존인가 -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노암 촘스키 지음, 황의방 외 옮김 / 까치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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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왜곡 그리고 프로파간다로 점철된 미국의 패권주의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었던 우고 차베스(Hugo Chavez)가 유엔연설을 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소개한 책 한권이 있다. 차베스는 유엔연설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패권정책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책 한권을 소개했다. 바로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노엄 촘스키(Noam Chomsky)가 쓴 <패권인가 생존인가(Hegemony or Survival)>이다.

베네수엘라의 진보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21세기에 사회주의를 꿈꾸던 인물이었다. 그는 베네수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전쟁기계는 자신들의 점령지역인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회주의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온갖 제재와 악행을 일삼았다.

혁명가 차베스는 제국주의의 실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이라는 신제국주의 국가가 얼마나 이분법적이고, 여론조작의 달인이며, 파괴본성을 버리지 못했는지 너무 잘 알았다. 그런 차베스가 많이 공감한 책이 바로 촘스키의 저서 <패권인가 생존인가>였다.

책은 2003년 미국이 시작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구했던 패권정책의 추악한 이면을 들춰내며, 이들의 전략이 얼마나 많은 국가들을 빈곤과 파괴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얘기한다.

소련이 해체되던 시점에 발발한 1991년 걸프전쟁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다는 이유를 들어, 다국적군을 편성하여 중동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 이는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한 대규모 군사 작전이었다. 전쟁의 결과는 연합군 300명이 죽을 때, 이라크군 수만 명이 죽는 수준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걸프전쟁 이후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해제하지 않았다. 미국은 유엔을 동원하여 이라크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제재를 가했다. 그 결과 이라크의 아이들 50만 명을 포함하여 125만 명이 아사했다. 의도적으로 죽음을 만들어 놓은 미국은 이것을 가치있는 희생이라고 미화했다. 네오콘인 매를린 울부라이트는 방송에 나와서 ˝이라크 사태는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제재를 통한 살인은 엄밀히 따지면 범죄다. 그러나 미국은 제대로 규탄받은 적이 없다.

미국은 타국 지도자에 대한 악마화에도 뛰어나다. 이집트의 초대 지도자 가말 압델 나세르가 제3세계 진영에 들어가자, 미국은 나세르를 히틀러에 비유했다.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가 제3세계 진영에 있으며 반미노선을 걷자, 마찬가지로 그를 히틀러와 같은 존재로 악마화했다. 미국의 이런 악마화는 카다피, 김정일, 차베스, 모랄레스 등의 지도자들에게도 전가됐다. 이 지도자들이 미국과 다르게 타국을 침공하지 않았지만, 미국에게 이들은 그저 악의 축으로 규정되어야할 대상이었다.

언론 보도들 또한 조작과 편향이 넘친다. 미국은 제국주의적이고 극단적 민족주의인 시오니즘을 추구하는 이스라엘을 자신들의 우방으로써 지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을 대상으로 온갖 폭력과 범죄행위를 저질렀고, 특히 팔레스타인에서는 지금도 인종청소가 자행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제국주의에 맞서 저항할때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급진주의 운동을 테러리즘에 자주 비유했다. 물론 팔레스타인 급진주의 운동이 테러를 안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들이 한 것은 미국에 의해 여론조작되어 과장보도 되었다. 반면에 이스라엘 정규군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폭격하고 탱크로 밀어 거기 있던 장애인이 죽자, 미국은 이를 절대적으로 침묵했으며 보도가 전혀 되지 않았다.

미국의 이러한 조작과 프로파간다는 1857년 영국 제국주의자들이 인도 세포이 항쟁을 진압할 때 사용하던 논리와 일치한다. 인도에서 세포이 항쟁이 일어나자, 영국의 언론들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인도인들이 무고한 영국인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학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영국 지배자들은 이 항쟁을 진압한뒤, 저항에 참가한 인도인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 온갖 잔혹행위들을 저질렀다. 무수히 많은 인도인이 영국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학살당했지만, 영국 지배층은 이를 폭동진압으로 미화했다.

서구 제국주의자들이 하던 여론조작은 현재 미국이 패권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무수히 많은 타국 민간인을 죽였다. 한국전쟁 당시 공중 폭격으로 북한은 초토화 되었고 대략 100만 명이 폭격으로 죽었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비슷한 인명이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됐다. 2003년 일으킨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는 파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2004년 노엄 촘스키가 집필한 이 책은 무수히 많은 한국인들이 외면하는 미국의 추악한 패권정책의 민낯을 밝힌 책이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자연 스러운 번역투와 철자오류들이 다소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읽어볼만한 명저인 것은 분명한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있다. 2022년 미국은 다시한번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대규모 군사 개입을 할까? 앞으로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은 그런 위험한 도박을 자신들의 자본축적과 이윤생산을 위해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제국주의가 종식되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보이는 위선을 이해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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