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다큐멘터리 이미지)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만든 중동분쟁 시리즈인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의 마지막화를 봤다. 9.11테러부터 시작했던 다큐가 작년에 종결된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중반부와 막바지를 다루게 되니, 다큐멘터리가 끝나가는 것을 느꼈다.

 

다큐멘터리의 초반부는 4화에서 보여줬던 명분없는 전쟁의 모습을 역설한 뒤,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 암살작전 즉 '넵튠 스피어 작전'을 다룬다. 이 사건은 당시 10대였던 나도 인상깊게 들었던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어느날 뉴스에서 빈라덴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과 성조기를 들며 이를 열렬히 환영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비추어졌던 것이 기억난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2011년 당시 오바마는 철군을 약속했지만,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결국 트럼프 행정부로 이어졌다.

 

쿠바 근처에 있는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여전히 인권 유린 및 국제법 위반이 자행됐다. 2000년대 당시 미국 CIA에 의해 고문받았던 이들 중에는 이후 탈레반의 핵심 지도층이 된 이들도 있었다. 아무리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한다고 하지만,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다.

 

오사마 빈라덴 암살 작전의 목표는 성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파키스탄의 주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일이었다. 넵튠 스피어 작전 이후 파키스탄에서 반미정서가 급증했지만, 다큐멘터리는 이를 의도적으로 얘기치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다큐멘터리의 허점이 존재한다. 2020년 도하합의 이후 미국은 철군의 길을 걸었고, 2021년에 철군을 완료했으며 20년 전 미국이 무너뜨렸던 탈레반이 다시 집권했다. 미국의 힘으로 유지됐던 친미정부가 무너진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탈레반의 폭력성을 부각시킨다. 물론 탈레반의 폭력성과 비인간성 그리고 전근대적인 여성관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선 아프가니스탄 친미 정부의 합리화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아프가니스탄 친미 정부 시절, 여성 인권이 발전했고 민주주의적 기회가 주어졌다는 다큐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미국 점령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같았다.

 

미국 정부 인사의 아프가니스탄 여성에 관점과 대다수 페미니즘 진영의 아프가니스탄 여성에 대한 관점이 "미국 점령 정당성 부여"라는 점에서 소름끼치게 닮은 사실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했다. 나는 과거 리비아때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이들이 서방의 흑색선전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카다피 선생을 모함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도 있지만, 마지막화도 제법 볼만했다. 여전히 친미주의적 관점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잘 만든 다큐멘터리임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되도록 추천하는 쪽이며, 중동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번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마지막화까지 리뷰했으니 조만간 다큐멘터리에 대한 총평도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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