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 당시 내 나이는 7살이었다. 당시 나는 유치원에 다녔던 나이었던지라, 9.11테러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아마 2003년이었던 것 같다. 당시 텔레비전에서 미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과 대규모의 탱크부대가 사막에서 진격하는 장면을 나는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었기에 나는 이라크라는 나라 이름만 알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하나도 몰랐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사진)
내가 보다 미국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하워드 진(Howard Zinn)이 쓴 책들을 읽게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 하워드 진이 쓴 책들에는 미국이 어떻게 해서 제국주의 국가인지를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하고 있었고, 나는 진 선생이 쓴 글에 감명 받았다. 3년 전 군복무를 마치고나서 나는 1달 동안 미국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뉴욕에서 대략 1주일동안 있었던 나는 9.11기념관 근처를 들렸었다. 당시 내가 이곳을 방문하며 느낀 감정은 “미국은 과거사에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베트남을 폭격하는 미국으 B-52 폭격기)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라덴과 그 알카에다 세력들이 9.11테러를 일으켰다. 이 테러로 최소 3,0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는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사망했던 미국인 숫자보다 더 많은 수치였다. 냉전 이후 세계 최강의 국가라 자부하던 미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2년 뒤인 2003년에는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렇게 해서 중동분쟁의 화약이 터져버린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대략 2011년에서 2012년에 종결됐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올해 8월 31일에 종결됐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막대한 군사력과 자금을 쏟아 부었고, 그 나라를 초토화시켰다. 이라크 전쟁에서만 65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최소 15만 이상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전쟁 당시 마을에 투하된 네이팜 폭탄)
사실 미국은 9.11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었는데, 아프가니스탄 전쟁 초기인 2001년 12월 말까지 미군의 공습 및 군사작전으로 죽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최소 2만 명을 넘겼었다. 개전 초기 몇 주 동안 죽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의 숫자는 9.11 테러로 희생된 민간인 숫자를 훨씬 상회했다. 앞서 설명한 이라크 전쟁 또한 마찬가지였고, 이라크 전쟁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온갖 기행적인 고문들을 이라크군 포로에게 행했다. 이 전쟁을 계획했던 인물인 조지 부시와 딕 체니 그리고 도널드 럼스펠트와 콘돌리자 라이스 등은 이러한 전쟁을 일으키고 계획한 침략자들이었다. 심지어 딕 체니의 경우 자신이 CEO로 있던 핼리버튼 회사를 통해 이라크 전쟁에서 석유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자본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일으킨 침략전쟁이었다.
미국이 하는 방식은 과거에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1947년 그리스 내전에 개입하여 소수의 고문단과 네이팜 폭탄을 투하할 때도,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은 미국 자본가 세력이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냉전시기 미국이 개입한 전쟁들은 식민주의와 파시즘의 모순 속에서 ‘자유’라는 장식을 포장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전쟁개입과 내정간섭에서 미국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이유에는 근본적으로 자신들의 자본주의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것이었다. 베트남 전쟁도 그러했다. 말이 좋아 민주주의를 지키러 간다는 명분을 세웠지만, 현실은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이 만들어 놓은 토대에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포장해서 일으킨 전쟁이었고, 그 나라 민중의 80%(대다수 베트남인들은 호치민과 공산당을 지지함.)의 염원을 짓밟아버린 행위였다. 해방 후 한반도에 이승만 정부를 수립한 것도 민중들의 염원(해방 후 한반도 민중 70%가 사회주의를 지지)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이는 제주4.3항쟁을 통해서 입증된다.

(아옌데 사후 수많은 칠레 시민들을 체포하는 피노체트의 군인들)
라틴 아메리카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반복되는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 및 내정간섭은 소위 서방세계에서 쉽게 잊혀지곤 한다. 특히 미국이 만들어 놓은 9.11 이미지 메이킹은 참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다. 마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빌미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인 전쟁범죄를 전부 다 덮어버리려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모습이 생각날 정도다. 실제로 미국은 그러하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자신들에 의해 무수히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생긴 사실은 외면한 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여성인권 및 탈레반 세력의 잔혹성만을 부각시킨다. 이런 것이 바로 미국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라크 전쟁 당시 포로들에게 온갖 고문과 폭행을 일삼는 미군 병사들)
9.11 테러로 희생된 미국인들은 당연히 도덕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인권적인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이 저지른 수많은 과거에 대해선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한국전쟁에서의 폭격 및 세균전, 베트남 전쟁에서의 폭격 및 맹독성 고엽제 살포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폭격과 드론 공습 등에 대해선 반성하는 모습을 국제적으로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미국이 죽인 타국의 생명은 수천만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반성하지 않는다. 아직도 반공주의적 감수성에 빠져 미국의 폭력 행위에는 감각이 없는 이들은 마찬가지로 미국정부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작년 1월 이란과 미국의 대립 구도에서 반전운동이 일어났을 때, 한국에서도 반전운동이 소규모로 진행되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지지하는 아주 아제국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랬던 이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얘기할 때도 앵무새처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하워드 진의 말대로 미국은 정말 과거로부터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9.11 20주년인 오늘 우리가 머릿속에 새겨야할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