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폭격하고 있는 미공군의 B-29 폭격기)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전개됐던 한국전쟁(Korean War)은 참으로 끔찍하고도 처참한 전쟁이었다남북을 합쳐 수십만의 병사가 사망했고, 3만 6,000명 이상의 미군과 20만 이상의 중국군이 전사했다민간인 사망자는 남한과 북한을 합쳐 최소 150만에 달하며많게는 300만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간 전개되었던 이 전쟁은 남북한 전역을 초토화시켰고민중들의 삶도 피폐하게 만들었다이 전쟁을 파괴적인 전쟁 그리고 대량살상적인 전쟁으로 변모시킨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미군의 무차별 폭격 때문이었다.

 

한국전쟁 초기 미국의 트루먼 행정부는 북한이 침략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즉각적으로 한국전쟁에 개입했다미국의 한국전쟁 개입은 너무나 즉각적이었는데전쟁 초기부터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가 일부지역을 폭격하기에 이르렀다미공군은 유엔군과 한국군이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을 당시연합군에게 막강한 화력을 지원했다이는 인천상륙작전에서도 마찬가지였고한국군과 유엔군이 북진을 하던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또한 미군의 폭격은 1950년 10월 25일에 참전한 중공군에게도 공포를 안겨주었으며이것은 중공군이 주간보다는 야간에 기습공격을 감행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인민군과 중공군이 반격하여 다시 전쟁이 원점으로 돌아온 시점에도 미공군의 폭격은 끊이지 않았다폭격은 1951년 휴전회담이 시작되는 시점에도 지속됐고사실상 휴전협정이 체결되는 시점까지 지속됐다심지어 북한지역 뿐만 아니라 심양이나 단동과 같은 중국 영토에도 미공군의 폭격이 있었다쉽게 말해 전쟁 당시 북한은 미공군의 폭격을 3년 동안이나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북한 지역)

 

폭격은 참으로 끔찍했다이 분야를 깊게 연구한 김태우 교수의 저서 <폭격>에 따르면 당시 미공군은 평양원산흥남함흥청진나진성진 등의 대도시들을 주로 폭격했다그 이유는 적의 병력과 물자가 전선으로 못 가도록 적 후방의 교통중심지와 도로 및 철도 그리고 병력 이동로 및 숙소 등에 폭격 전쟁 수행의지를 꺾기 위함이었다쉽게 말해 전략폭격을 한 것이다물론 이것은 말이 전략폭격이었다. 1950년 7월 6일과 13일에 있었던 원산폭격은 그 피해는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대량 확산된 양상을 보였다. 7월 13일에 있던 폭격으로만 원산에서 1,249명의 민간인이 희생됐고그 가운데 195명은 여성이었고, 125명은 어린이였으며, 122명은 노인이었다미군의 폭격을 초기에 받았던 항구도시 원산은 1953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폭격에 시달렸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을 대량으로 학살했던 미군의 폭격은 북한 북부지역에 있는 신의주에서도 발생했다중공군이 전쟁에 참가한지 2주정도가 되던 1950년 11월 8일 미공군은 신의주를 폭격했었다당시 미군 소속 항공기 100대가 신의주를 집중 폭격했다이 폭격은 신의주를 향한 최초의 공중폭격이었는데당일 폭격으로 총 3017호에 달하는 공공건물들 가운데 2,100호가 파괴됐다또한 1만 1,000호 이상의 일반 주택들 가운데 680호가 파괴되었다. 11월 8일에 있던 폭격으로 최소 5,000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했고그중 4,000명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최근에 출판된 김태우 교수의 <냉전의 마녀들>에는 북한지역을 조사했던 국제여맹의 대화를 담고 있는데그 내용을 인용하겠다.

 

“ “전쟁 전에는 어디에 사셨죠?” 누군가가 물었다.

 

이 부근에 살았어요.” 그녀는 흑갈색의 빈 공터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방 세개의 제대로 된 집이었는데모두 불타버렸어요그 안에 있는 것들까지 모두”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우리는 운이 좋아요.”

 

운이 좋다고요?” 누군가 큰 소리로 물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었다심중을 알 수 없는 깊은 눈에 따스함이 서렸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주 온전하잖아요화재를 피해 달아날 때 비행기들이 기총소사를 했어요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죠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았어요정말 행운이었죠.”

 

이 여성 외에도 많은 신의주 시민들이 소이탄 폭격으로 당시의 저공 기총소사(strafing)에 대해 증언했다조사위원들은 이 기총소사로 인해 신의주 시내 전반이 더욱 철저하게 불타버린 것으로 파악했다.”

 

출처냉전의 마녀들 p.151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에 따르면 미공군은 1950년 6월 29일부터 휴전 발효 1분 전까지 끊임없이 폭격을 했는데이 전쟁 기간에 이북 지역에 투하된 폭탄은 총 47만 6천 톤이라고 한다브루스 커밍스가 쓴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따르면 미공군은 전쟁기간 동안 총 63만 5,000톤의 폭탄을 투하했는데여기에 추가적으로 3만 2,557톤의 네이팜 폭탄도 추가되어 총 66만 5,000톤에 달하는 폭탄을 한국전쟁에서 투하했다태평양 전쟁 당시 미공군의 폭격으로 일본의 60개 도시가 43% 수준으로 파괴되었던 반면 북한의 도시와 마을의 파괴 정도는 40~90%까지로 추산된다고 한다.

(마을 지역에 투하된 네이팜 폭탄)

 

1952년 당시 매슈 리지웨이를 이어 유엔군 사령관이 된 마크 클라크는 그해 6월부터 북한에 대한 맹렬한 폭격을 게시했다이때 북한의 수풍댐이 연속공격을 받아 북한은 전력의 90%를 잃었고, 7월에는 평양공습이 하루에 1,254회에 달했다고 한다당시 북한의 평양 방송은 7,000명이라고 보도했었다미공군의 이 공습은 효과적인 폭격 성과를 만들기 위해 중국 국경도 침범했었으며항공모함 4척과 500대 이상의 항공기가 동원됐다당시 파괴된 수풍댐에는 900톤에 달하는 폭탄이 투하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공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총 100만 명에 달하는 북한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것보다 더 많이 전사자를 추정하는 통계도 있다이런 3년간의 폭격으로 북한의 도시들은 말 그대로 초토화 됐다또한 민간인 사망자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으며미공군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공습에 사용한 폭탄보다 3배나 많은 양의 폭탄을 북한 폭격에 사용했다미공군의 폭격으로 북한의 22개 주요 도시 중에서 18개의 도시는 초소한 50%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미공군의 폭격을 지휘했던 커티스 르메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었다.

 

우리는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도시란 도시는 거의 다 불태워버렸어요.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들을 죽였고 700만 명 이상을 고향에서 내몰아서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비극이 일어나게 된 거죠.

 

출처폭력적인 미국의 세기 p.73~74

(가족을 잃고 애타게 울고 있는 북한 여성)

 

이처럼 북한을 향한 미공군의 폭격은 참으로 무자비하고 잔혹했다그러나 여기서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사실이 있다그것은 바로 이런 미공군의 폭격이 단순히 북한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서울수복 이후 대한민국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1950년 6월 25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의 지역별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공중폭격과 총포격 등 원인별로 조사한 결과공중폭격이 4,250명이 나왔다서울 용산에서만 미군의 폭격으로 1,587명이 사망했고, 7월 16일의 경우 미군의 B-29 폭격기 47대가 225kg짜리 파괴폭탄 1,504발을 철도공장과 차량철로 등에 투하했다고 한다그 외에도 미공군의 폭격은 지리산 빨치산 토벌 과정에서도 빈번히 발생했고당연히 이런 초토화 작전 과정에서 있던 폭격으로 인근 지역 민간인 피해자들도 속출했었다안재성 작가가 쓴 <이현상 평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김태우 교수의 신간 <냉전의 마녀들>)

 

재귀열은 남부군뿐 아니라 한반도 곳곳에서 막대한 인명을 앗아가고 있었다미국산 세균은 북한 지역에도 대대적으로 살포되어 중공군은 물론지료약을 구할 수 없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죽어갔다지리산 일대를 중심으로 전남지역에서도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 한반도를 신무기 시험장으로 삼은 미국은 소형 핵탄두나 다름없는 네이팜탄과 세균무기를 마음껏 사용하고 있었다.

 

출처이현상 평전 p.386

 

이처럼 한국전쟁 당시 미공군의 폭격은 남한과 북한을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고 할 수 있으며전쟁에서 무수히 많은 민간인 피해와 살상을 야기했다따라서 한국전쟁에서 미공군의 무차별 폭격이라는 주제는 절대로 제외할 수 없으며한국전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할 주제이다.

 

참고문헌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김성보 기광서웅진지식하우스, 2004

 

이현상 평전안재성실천문학사, 2007

 

폭격김태우창비, 2013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와다 하루끼(), 남기정(), 창비, 2014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브루스 커밍스(), 조행복(), 현실문화, 2017


『폭력적인 미국의 세기』, 존 다우어(저), 정소영(역), 창비, 2018

 

냉전의 마녀들김태우창비, 202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김동원 안광획 이정훈(공저), 4.27시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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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8-25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본 KBS다큐영상에서도 인천상륙작전 직전에 일본에서 제조한 네이팜탄으로 월미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영상을 봤습니다. 브루스 커밍스의 책은 읽지 못했지만 이런 내용이 있다니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