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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평점 :
한국전쟁은 우리 역사에 있어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그리고 세계사적으로 영향을 끼친 전쟁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되어 1953년 7월 27일까지 대략 3년간 전개되었던 이 전쟁의 영향은 2021년인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분단 7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분단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움직임은 분명 있었지만, 그 구조는 지금까지도 살아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한반도를 ‘냉전의 마지막 보루’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많은 피해와 영향을 주었다. 현재 북한이 강력한 반미주의 국가가 된 것이나, 한국이 강력한 반공주의 국가가 된 것도 이 한국전쟁이라는 사건을 통해 설명이 가능할 정도다.
한국전쟁이라는 주제는 미소냉전시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전쟁이기도 하다. 비록 스탈린이 이 전쟁에 정규군대를 보내지는 않았으나, 북한의 김일성에게 막대한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미국의 트루먼 행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신속히 군사개입을 했으며, 50만 가까이 되는 병력을 한반도에 파병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은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왔었다. 한국전쟁이 또 다른 의미에서 특수한 전쟁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의 전선의 급반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북한은 남한 땅 90%를 점령했었고, 인천상륙작전 이후 한국과 유엔군은 북한땅 90%를 점령했었다. 서로가 거의 먹힐 뻔했던 상태에서 전세를 역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은 내전의 잔혹한 민간인 학살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나 전쟁 초기 이승만 정부에 의해 자행된 국민보도연맹 학살이나 서울 수복 이후 남한지역에서 벌어진 부역자 학살이나 북한지역에서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은 그 규모나 잔인성에 있어서 상상을 초월했다. 1951년에 발생한 거창양민학살 사건의 전개를 보면 김종원이 지휘하는 한국군에 의해 총 1,400명이 학살당했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여성, 아이, 노인이었다. 미군에 의한 직접적인 민간인 학살도 일어났고, 그것이 바로 노근리 학살이었다. 노근리 학살에서 미군은 최소 300명에서 600명의 민간인을 전투기 기총소사와 기관총과 소총 난사로 학살했다. 전쟁 초기 우익 군경에 의해 일어난 보도연맹 학살로 최소 30만의 민간인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잔혹하게 학살당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이승만은 대학살자 혹은 코리안 킬링필드(Killing Field) 주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은 분명 냉전(Cold War)이라는 시대사적인 배경에서 일어났다. 이 냉전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미국의 핵공격 계획이다. 미소냉전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과정이기도 했는데, 당시 미국은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 핵무기를 투하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특히 이 계획은 유엔군 총 사령관이던 더글라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가 적극 추진하려 했었다. 그러나 소련의 참전과 이에 대한 스탈린의 맞대응이 무서웠던 트루먼은 맥아더를 해임시키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공로를 쌓았단 매슈 리지웨이를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이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 아마도 1949년 소련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수소폭탄을 우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사회에서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기억되는 한국전쟁(Korean War)은 과거 매카시즘적인 반공주의 국가였던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되기 매우 힘든 주제였다. 브루스 커밍스나 박명림, 정병준, 박태균 등 그 외의 여러 학자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단행했고, 여러 연구 성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국전쟁에 대한 시각은 아주 편협한 틀에 박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반공주의라는 영역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과 국가 보안법이라는 일제 치안유지법의 후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55주년에 맞춰 박태균 교수가 집필한 책 <한국전쟁>은 학계의 여러 평가 및 분석을 다루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 이전의 통일 운동이나, 민간인 학살, 미국의 정책, 이승만 암살 시도, 미국의 세균전, 박헌영 숙청, 남북한 정권의 강화 등 여러 가지 주제를 다뤘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다소 힘든 학술서가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탈반공주의화를 위해 여러 부분에서 시도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박태균 교수가 가지고 있는 한국전쟁에 대한 모든 시각을 전부다 동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맥락에선 일치하는 부분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저자 또한 반공주의를 벗어던지려는 여러 노력들을 책에서 보여줬다. 즉 ‘북한은 무조건 나쁜놈’과 같은 과거 반공주의 프레임을 최대한 많이 벗어던지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점이 책을 읽으면서 만족스러웠다. 한국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일독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