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이 국내에 공론화 된 것은 1990년대였다. 1990년대 이 민간인 학살을 공론화한 인물은 바로 베트남에서 유학하며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했던 구수정 박사를 통해서였다. 구수정 박사에 따르면 대략 9,000명 이상의 베트남 민간인이 학살당했고,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이 주둔했던 꽝남과 꽝응아이 그리고 빈딘성 일대에서 학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서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간의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 한국군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마을에는 주민들이 세운 증오비나 위령비가 있고, 그 피해자들이 적잖게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내에는 우리도 가해자였다는 인식이 생겼고,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 문제는 일본의 침략이나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같은 선상에서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한국군 민간인 학살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고, 국민들 사이에서 반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지만, 인터넷 상에선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부정하는 인식이나 여론이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위키 사이트들 중에서 가장 접속률이 많은 나무위키가 그러하다.

 

나무위키에 있는 '베트남 전쟁/한국군/논란' 문서에 들어가 보면 굉장히 긴 장문의 글이 적혀있다. 이 장편의 문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증거가 없고, 대부분 거짓 증언이나 과장증언에 기반한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이들이 드는 예시 중 하나가 빈안 학살 중 일부인 '고자이 학살'이 그러하다. 이들이 고자이 학살에 대해 하는 이야기중 하나가 현재 고자이 학살 현장 벽화에 그려진 맹호부대 군인의 마크가 맹호부대 마크가 아닌 남베트남군 특수부대인 레인저 부대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고자이 학살이 한국군이 한 학살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출처를 찾아보면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들의 일부 주장에 기반한 것이다. 물론 마크를 자세히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고자이 학살 현장 근처에 살던 주민들이나 피해자 대다수가 한국군이 했다고 주장하기에, 남베트남군이 벌였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이들은 베트남 전쟁 당시 주월한국군 총사령관인 채명신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즉 채명신이 "한국군은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한국군의 기본적인 구율로써 자리잡은 것은 아니었다. 한홍구 교수의 저서 <대한민국사>에 따르면 1966525일 주월한국군사령부가 발간한 전훈집에는 부락은 모든 적활동의 근거지이며, “게릴라의 보급, 인적자원 및 정보수집의 근원은 부락에 놓여 있으며 베트콩 하부구조의 기반은 부락과 주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시 베트콩 포로를 무단으로 처형했던 참전용사 김영만은 "채명신의 주장은 병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거기다 나무위키 측 자료들을 읽어보면 인용된 출처가 명확하지 못하다. 한국어 위키백과에 있는 퐁니퐁넛 학살이나 빈호아 학살 그리고 하미마을 학살 등을 살펴보면, 최소한 부정론자들이 비하하는 한겨레나 그외의 다수 서적들이 인용되어 있는 반면 나무위키 파일은 그런 수고조차 없다. 또한 가끔씩 '빨갱이'와 같이 자극적인 감성적 단어들도 자주 보인다. 이러한 매체의 영향을 받아 유튜브나 네이버 뉴스 등에서는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부정하는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이 퍼오는 자료들 또한 나무위키에 있는 내용들이 대다수다. 쉽게 말해 나무위키에서 만들어진 반공주의적으로 각색된 가짜뉴스들이 재생산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위키피디아에서도 학살 부정론자들의 반달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어 위키피디아에서 토론할때 가져오는 자료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고 나무위키에서 하는 일반적 주장들을 그저 앵무새 처럼 반복하는 수준이다. 출처가 있는 자료를 퍼와봤자, 채명신의 언급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나무위키를 포함한 일부 인터넷 사이트의 내용들은 상당히 출처가 부족한 내용들이고,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주장들을 사실인 것 처럼 포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이 문서상으로는 부족한 건 맞다. 그러나 미국의 미라이 학살도 공론화 되기 전에는 100명 이상의 베트콩 사살로 간주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당시 베트남인들은 한국군에 대해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프랑스군의 용병으로 와서 잔혹한 짓을 했던 아프리카측 병사들을 보는 입장과 비슷했다. 응우옌 비엣 타인의 저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에 나온 내용을 인용하겠다.

 

"미국인들보다 더 위험한 것은 미국인 관할을 순찰하던 한국인들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마을 출신의 한 아이가 그들의 부대로 걸어 들어가 몸에 묶고 있던 베트콩 폭탄을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마을 아이들에게 끔찍하게 보복했다. 그 사건 이후에, 한국인 병사들이 학교로 가서 소년 몇 명을 끌고 나와 우물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본보기로 삼기 위해 그 속에 수류탄을 던져 넣었다. 이런 짓을 하는 한국인들이 마을 사람들 눈에는 프랑스인들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따라다니면서 더 거칠고 비열하게 굴었던 모로코인들처럼 보였다. 2차 대전 때의 일본인들처럼, 한국인에게는 양심이 전혀 없어 보였고, 무자비한 살인기계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나라를 지저분한 거래를 할 수 있는 딱 알맞은 장소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출처: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p.198~199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부정론은 매우 비양심적이여 절대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들의 태도나 주장은 박정희 시대 형성된 반공주의적인 입장과 똑같다. 이러한 태도를 가져선 안된다. 따라서 나무위키를 포함한 일부 인터넷에 있는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며, 비판의 대상이 되야할 문제다. 따라서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부정론은 비판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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