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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옌데의 시간
카를로스 레예스.로드리고 엘게타 지음, 정승희 옮김 / 아모르문디 / 2020년 10월
평점 :
20세기 최초로 국민투표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 체제는 칠레였다. 1970년 9월 5일 칠레를 강타한 투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최초로 투표를 통해 사회주의자 대통령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당선된 이는 바로 칠레 사회당 소속의 지도자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였다. 그는 1952년과 1958년 그리고 1964년까지 총 네 번의 대통령 선거 출마 끝에 당선된 인물이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아옌데는 국민들에게 점진적인 사회개혁과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과 같은 사회주의적인 복지를 약속했다.
아옌데의 사회주의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사회주의하고는 좀 달랐다. 우선적으로 그의 정권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고, 의회민주주의를 유지했으며, 우익들의 활동을 아주 체계적으로 분쇄하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좌파내부의 갈등과 비판도 적잖게 있었지만, 한편으론 민중의 대대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의 인민연합은 각종 좌파세력들을 결집함으로써 사회주의 체제를 수호하고자 했고, 칠레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기업들에 대해 국유화를 단행했었다. 따라서 아옌데 정권은 개혁을 얘기하면서도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목표에 있어선 절대로 벗어나지 않았다.
아옌데의 이러한 노력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우선 지배계급으로 있던 우익과 기득권층은 민중의 삶을 악화시키기 위해 가뜩이나 부족한 물자 및 생필품들을 대대적으로 사재기하여 민중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자 했다. 이들은 당연히 라틴아메리카에 제2의 쿠바를 막고자 했던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거기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던 상황이라 남미에 대한 개입을 통해 사회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미국은 CIA를 통해 칠레의 극우세력과 파시즘 세력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함으로써 흑색선전도 일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옌데는 포기하지 않았고, 초기에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아옌데 정부는 토지개혁을 실시했고, 칠레의 핵심자원인 구리를 국유화하여 외국기업의 착취로 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아옌데 정권은 대농장을 몰수하여 정부와 협동조합이 관리하도록 하거나 농민들에게 배분했다. 따라서 아옌데는 대농장을 포함한 4,400개가량의 토지를 몰수하고 보상, 분배 그리고 국유화하였다. 아옌데는 미국의 케네코트와 아나콘다 사의 재산을 몰수하는 절차를 거쳐 이런 기업들을 국유화했다.
따라서 미국은 칠레 문제에 개입하여 사회주의 정권을 타도하고자 했다. 미국이 개입하여 주도한 위장파업과 아옌데 암살 시도 등은 아옌데에 대한 민중의 지지율을 하락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지지율을 상승해갔다. 그것은 아옌데 정권이 민중에게 많은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선택한 것이 바로 군사 쿠데타였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국과 피노체트 세력은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아옌데의 대통령궁을 전투기로 폭격하고 탱크로 포위하여 신속히 군대를 포위했다. 결국 아옌데는 “칠레 만세!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라는 말을 남기고 피델 카스트로가 준 AK-47 소총으로 자결은 선택했다. 이렇게 해서 아옌데의 사회주의는 끝이 났고, 칠레에는 피노체트가 주도하는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섰다.
이 책은 아옌데가 집권한 1,000일을 아주 생생히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존 니치라는 미국인 기자의 눈을 통해 아옌데의 1,000일을 아주 생생히 기록하고 그렸다. 책의 시작은 1973년 9월 11일 피노체트가 보낸 전투기가 아옌데가 있는 대통령궁을 폭격하면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시 1970년 칠레에서 있던 대통령 선거 시점으로 돌아와 얘기가 진행된다. 아옌데가 집권한 1,000일은 제국주의와 부조리에 맞선 민중들의 투쟁의 기억이다. 책을 읽다가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진보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에선 나의 눈물샘을 아주 격렬하게 자극했다.
2020년 10월 26일 칠레에선 새로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피노체트 헌법을 국민의 힘으로 폐지한 것이다. 1973년 군사 쿠데타로 잡았던 피노체트는 17년간 군사독재를 해왔고, 반대파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및 민간인 학살을 게시했다. 그의 집권기간 동안 수만 명이 학살당했다. 빅토르 하라 같이 칠레의 예술가들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문당하고 고통 받았다. 이처럼 칠레의 현대사는 아옌데가 죽고 난 뒤 끊임없이 비극의 비가 내렸다. 2019년에 칠레에서 시작된 집회는 아옌데의 유산을 다시 부활시켰다. 그 결과 칠레 민중은 자신들의 힘으로 피노체트 헌법을 폐지했다. 참으로 기쁘고 감동적인 일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아옌데를 지지하는 측에서 불렀던 노래가 있다. 그 노래가 바로 “우리는 승리하리라!”라는 이름을 가진 <벤세레모스>다. 진보의 꿈을 버리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며 마지막으로 벤세레모스의 가사를 공유하면서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Desde el hondo crisol de la patria
se levanta el clamor popular,
ya se anuncia la nueva alborada
todo Chile comience a cantar.
Recordando al soldado valiente
cuyo ejempla lo hiciera inmortal
enfrentemos primero la muerte,
traicionar a la patria, jamás!
mil cadenas habra que romper.
la miseria sabremos vencer.
mil cadenas habra que romper.
la miseria sabremos vencer.
Campesinos, soldatos y mineros,
la mujer de la patria tambien
Estudiantes, empleados, obreros,
cumpliremos con nuestro deber.
Sembraremos las tierras de gloria,
socialista sera el porvenir,
todos juntos seremos la historia;
a cumplir, a cumplir, a cumplir!
Campesinos, soldatos y mineros,
la mujer de la patria tambien
Estudiantes, empleados, obreros,
cumpliremos con nuestro deber.
Sembraremos las tierras de gloria,
socialista sera el porvenir,
todos juntos seremos la historia;
a cumplir, a cumplir, a cumpl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