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혁명가 김원봉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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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관객 수 1,200만을 돌파했던 영화 암살은 의열단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친일파와 일본 제국주의자를 암살하는 가상의 작전을 다룬 영화다. 영화 암살에는 조승우가 연기한 한 독립운동가가 나오는데, 그가 바로 약산 김원봉이다. 약산 김원봉은 3.1운동이 일어나던 1919년에 의열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상징적인 시설과 인사들 그리고 친일파들을 대상으로 사보타주 및 암살을 통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그가 전개했던 의열투쟁은 1920년대 초중반에 가장 격렬했었다.

 

영화 암살로 김원봉이 재조명 받은 이후 우리 사회는 김원봉에 대한 훈장과 재평가를 중심으로 논쟁이 불거졌다. 특히나 김원봉을 폄하하는 쪽에선 1948년 그가 월북했다는 사실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주요직책을 맡았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협력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즉 그들에게 있어서 김원봉은 독립운동가인 것과는 상관없이 빨갱이라는 인식이 이마빡에 박힌 것이다. 사실 이런 식의 평가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아니다. 일제가 35년 동안 조선을 지배했을 당시, 독립운동 세력은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등의 노선들이 다양하게 있었지만, 이념을 떠나서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독립을 이루겠다는 그들의 궁극적 목표에는 변함이 없었다.

 

즉 독립운동에 있어서의 업적과 공로는 이념이 아니라 행적에서 나온다. 따라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와 서훈을 할 때는 민족주의나 사회주의를 떠나서 한 인물이 독립운동에 기여한 기여도와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김원봉 빨갱이 혹은 전범 논란은 친일과 친미로 물들어진 반공주의자들의 수준 낮고 저열한 주장과 인식일 뿐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탄생 100주년인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약산 김원봉의 업적을 높이 사서 독립유공자 서훈을 추진했었고, 김원봉을 다룬 드라마 이몽을 적극적으로 홍보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드라마의 낮은 역량으로 엉망이 되었고, 현 정부는 수구세력들의 극심한 저항에 시달렸다. 이처럼 독립운동가 김원봉은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발로 인해 지금도 김원봉은 국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8월 만화 <식객><각시탈> 그리고 <!한강>등으로 유명한 만화작가 허영만씨가 새로운 만화책을 출간했다. 그 책이 바로 <독립혁명가 김원봉>이다. 이 책은 약산 김원봉이 3.1운동의 소식을 접한 시점부터 1948년 월북을 하게 되는 시점까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악질 친일경찰이자 이승만이 아끼던 노덕술은 이 책에서 최악의 악역으로 등장하고, 노덕술은 1947년 미군정포고령 위반으로 김원봉을 고문하기까지한다. 노덕술에게 고문받은 그는 노여움을 참지못해 며칠을 계속해서 우는 것도 만화에서 잘 표현됐다.

 

해방 이후 모스크바3상회의를 기점으로 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다가, 악질 친일파 노덕술에게 고문받았던 역사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분노하게 된다. 또한 그가 월북한 이후 2년뒤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는데, 김원봉을 눈엣가시로 여긴 이승만은 좌익소탕이라는 명분하에 국민보도연맹 학살을 진행하면서 수십만의 무고한 민간인과 함께 김원봉의 형제 4명도 같이 학살당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역사다. 허영만 작가의 책 <독립혁명가 김원봉>은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이 걸어온 길을 만화를 통해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김원봉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선 김삼웅 선생의 <김원봉 평전>이나, 이원규 작가의 <민족혁명가 김원봉>을 읽는 것이 좋겠지만, 허영만 작가의 이 책은 만화다 보니 더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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