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전쟁과 제국의 팽창

 

19세기 미국의 역사는 영토 팽창의 역사이기도 하다. 1803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로부터 사들인 루이지애나를 시작으로 1810년대에는 플로리다 1840년대에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현재 미서부 일대까지 확장했다. 1867년에는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알래스카를 저가에 매입하는데 성공한 미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팽창에 나서게 된다.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 따르면 1798~1895년 사이에 대략 103차례나 미국이 다른 나라의 문제에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 말 스페인의 식민지 쿠바도 그러했다.

(알프레드 머핸. 제국주의적 사상을 담은 저서로 미국 각계에 영향을 미친 군인 겸 역사가다.)

미 동부 해안과 인접하다는 지리적인 이점은 물론 풍부한 노동력과 농업에 적합한 기후조건 등을 갖춘 쿠바는 19세기 초부터 미 제국이 눈독을 들여온 곳이었다. 멕시코를 침략하여 그들의 영토를 강탈했던 미국의 제11대 대통령 포크는 쿠바를 빼앗기 위해 무장게릴라를 침투시키는 등의 공작을 벌이기도 했었다. 1895년 쿠바인들이 스페인의 지배에 반란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쿠바를 통치하고 싶어 했다. 즉 미국은 쿠바를 독립시키고 싶었던 것이 아닌 지배하고 싶어 했다. 1898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 항에서 일어난 폭발로 미국 전함 메인 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메인 호 침몰로 대략 268명이 죽자 미국의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은 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했고, 쿠바에 병력을 파견했다. 미서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898년 미국 전함 메인 호가 쿠바의 아바나 항구에서 격침당했다.)

사실 미서전쟁은 이전에 미국이 치렀던 독립전쟁이나 남북전쟁 그리고 그 이후에 치르게 될 제1차 세계대전이나 제2차 세계대전에 비하면, 전쟁의 규모도 작았고, 전쟁을 치른 기간도 짧았다. 대략 400명 이상의 미군이 전투에서 전사했고, 총 4개월간 전개되었다. 미서전쟁 당시 미군의 총 사망자가 2500명인데 그중에 2000명 이상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스페인군 또한 마찬가지여서 사망자 대부분은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 전쟁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일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미국이라는 국가가 본격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로 확실히 변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테어도어 루스벨트. 영화 박물관의 살아있다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했던 그는 전형적인 미제국주의자였다.)

미서전쟁 당시 미국 국민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게 된 한 인물이 있었다. 그가 바로 영화 박물관의 살아있다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미국의 대통령 테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다. 그는 전형적인 전쟁광으로써 “모든 위대하고 훌륭한 민족은 싸우는 민족이었다. 어떠한 평화로운 승리도 전쟁을 통한 최후의 승리만큼 위대하지 않다”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 제국주의자 다운 인물이었다. 또한 그는 아주 악질적인 인종차별주의자였다. 미서전쟁 당시 엘케니 전투에서 흑인 출신 병사들이 스페인 병사들을 격퇴하고 요새를 점령했는데, 그는 흑인들의 공로를 가로챘고, 산후안 전투에서 같이 싸웠던 흑인 병사들을 등지고, 그 전투의 공로를 오직 자신들(백인) 만의 공로로만 치켜세웠다.

(마닐라 만 전투. 미서전쟁이 일어남과 동시에 미국은 필리핀을 침공했다.)

미서전쟁은 1898년 7월 17일 미군이 산티아고에 있는 총독궁에 성조기를 게양하면서 끝났고, 쿠바를 미국의 보호령으로 만들며, 쿠바에 대한 식민지화에 박차를 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형식적으로 독립시켰다고 주장하지만, 미제국주의의 일방적인 쿠바 식민지화 정책이었을 뿐이었다. 결국 스페인의 통치에서 벗어났던 쿠바는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1959년 카스트로와 체게바라가 쿠바혁명으로 자주적인 국가를 세울 때 까지 미국의 식민통치는 대략 60년간 지속됐다.

(미서전쟁 당시 흑인 병사들. 그들은 전장에서 공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루스벨트와 같은 백인들에게 멸시당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서전쟁이 벌어짐과 동시에 미국은 1898년 필리핀을 침공했고, 식민지화했다. 미국의 필리핀 침공이 끝났을 때, 최소 20만 명이 넘는 필리핀 사람들이 미국에 의해 죽었다. 미서전쟁 이후 미국의 대통령이 된 테어도어 루스벨트는 1905년 가츠라 테프트 밀약을 일본과 체결함으로써, 조선을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차지하도록 허용했다. 이처럼 미국은 19세기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랬듯이 제국주의 국가의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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