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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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민중사>의 저자로 유명한 하워드 진(Howard Zinn)이 쓴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Marx in Soho>를 읽었다. 하워드 진이 집필한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1990년대 동구권과 소련의 붕괴를 보고 기뻐 날뛰던 미국과 자칭 자유주의자(라고 읽고 수꼴이라 읽는다.)들의 논리를 철저하게 반박한 책이자, 미국 전역에서 연극으로도 공연된 연극 대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도 여러번 지적하듯이 1991년 걸프전쟁에서의 승리와 더불어 소련의 해체를 지켜본 미국과 미국자본가 그리고 자칭 자유주의자 세력들은 승리감에 도취하여 마치 사회주의가 실패하고 무너진 것인 냥 대서특필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의 사회주의 세력과 국가는 냉전시기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소련이었고, 그런 소련의 해체는 그로 미국과 자본주의의 승리였던 것이다. 소련 해체 이후 오만함에 빠졌던 미국 자본가들의 행태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하워드 진은 그런 논리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그들이 논리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이 책에서 밝히는데, 그 밝히는 방법이 만약 현재 마르크스가 살아 돌아와 미국 뉴욕에 가게 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책에 나온 마르크스에 따르면 냉전시기 미국과 경쟁하며,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총살하고 숙청을 감행하며, 혁명 동지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던 통치자가 다스렸던 소련의 스탈린 체제는 분명 이상적 사회주의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사형제 철폐를 외쳤고, 그가 제시한 공산주의적 목표는 개인의 자유, 동정심 있는 인간존재로서 자신을 계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따라서 스탈린주의적 체제의 종말은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며, 자본주의의 승리도 아니었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소위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미국에 대해 얘기하는데 이 역시 미국의 자본주의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자본주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사회주의로부터 승리했다고 하는 1990년대의 미국은 500명도 안 되는 개인이 2조 달러의 기업자산을 주무르고 있고, 뉴욕에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이 구걸하며, 노스캐롤라이나의 어떤 닭고기 공장에선 공장주가 문을 잠그고 여성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다 수십 명 단위의 노동자들을 죽이고, 열악한 사회복지로 인하여 1년에 4만 명 이상의 미국 아이들이 돌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누구로부터 승리했는지를 묻는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는 승리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마지막에 명언을 남기며 연극을 마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말은 하지 맙시다. 그냥 이 지구의 엄청난 부를 인류를 위해 쓰자고 합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도록 합시다. 식량과 의약품,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나무와 풀, 즐거운 가정, 몇 시간의 노동과 그보다 많은 여가 시간을 줍시다. 그리고 그걸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냐고 묻지 마세요. 인간은 누구나 그럴 자격이 있으나까요. 자 이제 가야 할 시간이군요. 내가 다시 돌아와 여러분의 심기를 건드려서 화가 나는가요? 그러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세요. 어것은 재림이라고, 그리스도는 재림하지 못했지만, 마르크스는 했습니다.”

 

출처: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p.134~35

 

정리하자면, 이 책 혹은 연극은 마르크스가 제시한 이론과 사회상이 실패하지 않았고,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각에서는 소련의 해체만 보고 사회주의가 실패했다고 한다. 사실 소련도 사회주의로 가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거지 맑스가 제시한 세상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필자는 소련의 진보성과 이상을 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소련의 좋은 점은 배우되, 한계를 비판할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튼 하워드 진이 집필한 이 책은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마르크스의 연극을 통해 제시해 줬다. 사회주의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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