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투쟁 - 민주공화국인가, 인민공화국인가?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 17
박명수 지음 / 백년동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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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년 전 박근혜가 국정교과서 책동을 벌이기 전 뉴라이트 출판사인 백년동안에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회복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출판한 시리즈물 책이 있었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다. 필자는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 시리즈들 중에 몇권을 읽어봤다. 순수히 비판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말이다. 그중 가장 처음에 읽은 책은 건국투쟁이라는 책이었고, 읽는 내내 깊은 빡침을 느꼈다. 건국투쟁은 19458.15해방 이후부터 19459월 여운형이 주도한 조선인민공화국 선포까지 약 20일간 여운형, 박헌영 그리고 송진우 세력이 과연 어떠한 세상을 이루고자 했는지를 다룬 책이다.

 

책의 저자인 박명수는 여운형이 주도한 건국준비위원회가 좌우합작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였고 박헌영 세력이 편입됨에 따라 좌경화 되었으며 우파세력은 세력이 거의 없었다고 책에서 지적하며, 송진우가 주도하여 만든 한민당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았고, 대한민국 건국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송진우 계열이 채택한 자유민주주의가 지금현재 북한과 남한의 결정적인 차이를 불러왔다는 얘기다. 즉 북한은 인민민주주의라는 것을 택해서 자유도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국가가 됐고, 남한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해서 세계경재 10위권을 자랑하고 신앙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된 국가가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저자의 독단적인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 저자의 주장이 사실과 무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자는 여운형의 주도한 건국준비위원회가 좌경화된 단체이고 건준의 행적이 과대 포장되었다고 얘기하였다. 물론 박헌영의 조선공산당 재건 계열이 대거 합류하고 송진우 세력이 건준가담을 거부하면서 건준이 좌경화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는 한국현대사 학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서중석 교수도 인정한다. 그러나 여운형이 건국준비위원회가 저자의 주장대로 처음부터 무분별하게 좌경화 되었던 것은 아니다. 건국준비위원회의 전신인 건국동맹은 태평양 전쟁이 한참이던 19448월에 만들어진 건국동맹 시절부터 안재홍, 조만식과 같은 민족주의 계열 인사들이 적극 가담하였고, 임정의 광복군과 일제의 패망을 대비할 계획을 세웠었으며, 좌우익이 연합한 단체였다. 이후 건국동맹은 19458월 일본 천황이 항복방송을 하기 전 총독부와 협의하여 일본항복 이후 국내의 치안을 담당했고, 감옥에 있던 정치범들을 석방하였으며, 잠시 동안이나마 전국적으로 통일된 형태를 갖추었다. 즉 여운형의 건준세력이 이와 같은 일들을 도맡아 했던 것이다. 따라서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가 과장되었고, 공산당 조직에 가까운 단체로 보는 저자의 주장과 시각은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았고, 사실관계마저도 맞지 않는다.

 

둘째 저자는 송진우의 한민당계열이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소위 송진우의 한민당 계열은 대부분이 친일세력이었다. 물론 조병옥 같이 독립운동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친일파들을 내세우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독립운동가라 불리던 조병옥과 장택상은 노덕술과 같은 친일 경찰들을 이용하여 친일청산 꿈을 박살내며, 사회주의 세력을 탄압했다. 거기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1년 후인 1949년에 이르면 한민당 계열 인물 중 많은 사람들이 반민특위의 조사를 받았다. 따라서 한민당계열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독립운동 세력이 될 수 없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한민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게 있는 것이다. 즉 저자가 독립운동가 송진우라는 이름을 빌려 한민당을 임정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듯이 포장한 것은 한민당 세력이 친일파 세력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만든 거짓말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저자는 인민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운운하며 현재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여운형의 건준과 송진우의 한민당에서 찾았다. 위에 상술했듯이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는 좌우익을 망라한 연합단체였지, 사회주의 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몽양 여운형은 사회주의자이기 보단 진보적 민주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에 가까웠다. 위에 상술한 송진우의 한민당 계열은 대부분이 친일세력이다. 물론 여운형이 한때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에서 활동 하면서 레닌,트로츠키를 비롯한 사회주의자들도 만나 조선독립을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1920년대 그가 비록 사회주의에 좋은 점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 적은 있었으나, 마르크스주의를 전적으로 도입하자고 했던 적은 적어도 해방정국시기에는 없었고, 그는 해방 이후에는 통일정부 수립을 이루기 위해서 좌우합작운동을 전개하였다. 따라서 "여운형이 인민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선택한 빨갱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은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친일파들을 앞세워 노동자 농민을 패죽이고 학살한 친이승만세력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신들 입맛에 맞게 여운형 선생과 건국준비위원회에 대해 멋대로 왜곡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여운형을 매도하게 될 것이다. 책 저자인 박명수와 같은 이들은 여운형의 좌우합작운동을 공산화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와 같은 주장은 몽양 여운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하는 소리이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일 뿐이다. 몽양 여운형은 엄밀히 따지자면 공산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진보적 민족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자다. 애초에 좌우합작 운동은 미군정이 필요로 해서 지원한 것이었고 여운형, 김규식 등 중도파가 미군정의 지원을 통해 미소공동위원회를 성공시키고 통일된 형태의 민주주의 임시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앞장선 것이었다. 따라서 좌우합작운동은 적잖은 미군정의 지원 아래 이루어졌고, 미군정이 지지를 철회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또한 미군정이 좌우대표로 내세웠던 인물들마저도 소위 마르크스-레닌주의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고, 몽양 여운형은 소련보다는 미국 쪽하고 보다 협력하는 인물이었다. 좌우합작은 공산화의 길이었다.”는 주장은 좌우합작의 참 뜻을 폄하하고 이승만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극우세력들의 프로파간다다. 물론 좌우합작의 한계를 중국의 국공합작 사례를 들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좌우합작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고군분투한 독립투사들을 빨갱이라 모욕하는 짓은 참으로 유치하고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다.

 

필자는 이 책을 26개월 전 읽었었다. 비록 분량이 짧은 책이기는 했지만, 읽는 내내 혈압이 올라 깊은 빡침을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이기는 했으나, 이들을 비판하기 위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책 내용이 대부분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 않고, 저자 박명수의 독단적인 주장들이 굉장히 많으며, 친일파들을 옹호하려는 저자의 악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책이기에 매우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본다.

 

뉴라이트 친일 세력들은 자신들이 옹호하고 존경하는 이승만이나 박정희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반대되는 세력을 빨갱이 몰이 한다. 3년 전 국정교과서 사태는 뉴라이트 세력의 횡포가 극에 달했던 사례다. 그 결과 민주주의를 역행되었고, 친일친미 독재세력을 건국의 아버지 혹은 부국의 아버지로 미화하는 책들이 시중에 나돌았었다. 당시 뉴라이트 세력들은 틈만 나면 여운형을 빨갱이로 매도하고 왜곡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고 극우세력들의 프로파간다였다.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아직도 뉴라이트 세력은 건재하다. 그리고 지금도 이와같은 극우반공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몽양 여운형을 왜곡하는 건국투쟁과 같은 책들은 집어던지고, 여운형의 통합정신이 주목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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