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세계사 - 네안데르탈인에서 신자유주의까지
닐 포크너 지음, 이윤정 옮김 / 엑스오북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지난 7월 미국의 양심적인 역사학자이자 지식인인 하워드 진이 쓴 미국민중사를 끝까지 다 읽었었다.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1492년 콜럼버스가 소위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던 땅에 신대륙 발견과 신항로 개척이라는 명분아래 저지른 비인간적인 야만주의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여 2003년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인 이라크 침공과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중동분쟁까지의 내용을 다룬 미국사 서적이다.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의 경우 미국의 역사를 억압받고 차별받던 민중의 입장에 서서 미제국주의를 비판한 명저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사가 주된 내용이었다. 따라서 난 하워드 진이 쓴 미국민중사처럼 민중의 입장에서 쓴 세계사 서적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일게 된 책이 닐 포크너의 좌파세계사.

 

닐 포크너의 좌파세계사는 인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탄생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까지를 다룬 세계사 서적이다. 이와 비슷한 서적으로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 크리스 하먼이 쓴 민중의 세계사라는 책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좌파세계사라는 제목이 더 끌려서 이 책을 서점에서 구매해서 읽었다. 위에서 상술했듯이 닐 포크너의 좌파세계사는 인류의 시초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등장과 더불어 인류의 생물학적 발전을 진보와 혁명적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저자의 시각이 참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저자의 책은 어느 민족과 국가가 우월하다고 인식하며, 타인종과 민족을 멸시하는 일각의 시작을 배척하고, 소위 민족우월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영토우월주의와 민족우월주의 그리고 제국우월주의적인 시각을 일목요연하게 비판하고 배척한다. 이 부분에서 만큼은 정말 많은 공감이 갔다.

 

인간은 역사를 바라볼 때 로마 제국과 같이 전쟁을 많이 하여 제국의 영역을 넓히고 거대한 건축물은 세운 제국에 대해 동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가 있다. 서양의 경우 로마 제국이나 과거 영토 팽창을 많이 했던 국가를 해석할 때 서양주류학자들이 그렇고, 한국의 경우 민족주의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고조선과 고구려에 대해 맹신적인 동경과 눈먼 숭배를 일삼는 환빠가 그렇다. 저자 닐 포크너는 이와 같은 제국주의적 시각을 철저히 배척한다. 그 대신 로마 제국과 같은 고대 제국들이 영토 팽창을 하며 지나치게 재정을 낭비했던 사실과 신비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 무차별 착취했던 관료들의 실태를 보여준다. 즉 이 책을 통해서 제국의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은 부강함과 부유함의 상징이 아닌 지배계층의 피지배계층에게 행한 착취의 상징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는 단순히 책에서 서양사에 대한 내용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비록 저자 자체가 영국인이고, 따라서 영국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동양 문명과 제국에 대한 설명과 아프리카 남미와 같은 그 외의 세계사도 적잖게 다룬다. 저자는 아프리카 문명을 기본적으로 편견의 시각을 가지고 보는 서양 제국주의자들의 관점을 철저히 배척하고, 아프리카 문명이 달성한 경이로운 조각 기술과 예술의 발전의 성과를 보여줬다. 저자는 우리가 깊게 생각지 못했던 고대사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중세사를 보는 저자의 관점 또한 고대사 못지 않게 민중의 입장에서 지배계급의 착취와 정복을 비판했다. 저자는 징기스칸이 만든 몽골제국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비판했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온갖 부정과 부패를 저지른 중세교회의 실태를 비판했으며, “성지를 찾겠다.”는 허황된 환상을 가지고 침략전쟁을 벌였던 십자군과 그 전쟁에 동조한 지배계급의 만행을 비판했다. 저자는 서양 주류학자들이 쉽게 왜곡하는 정복의 역사와 팽창의 역사 그리고 피지배계층에게 행한 지배계급의 착취의 역사를 비판했다. 이와 같은 저자의 시각은 근현대사에서도 잘 비쳐졌다. 마르크스주의자 답게 저자는 마르크스 사상의 탄생과 사회주의 사상의 혁신을 잘 설명했다. 제국주의적 팽창과 1차세계대전 그리고 러시아 혁명에 대한 내용까지는 괜찮았다. 트로츠키에 대해 재조명 한 것도 볼만했다.

 

그러나 저자는 스탈린의 소련과 냉전시기 구공산권 국가를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자본주의로 해석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국가자본주의란 자본가들이 하는 부의 축적과 착취 그리고 경영을 공산당이라는 이름아래 당 관료들이 한다는 이론이다. 이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개인적인 주장을 첨언하자면 구 공산권의 관료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들하고 성질이 달랐다 보고, 무엇보다 소련이나 중국 그리고 구 공산권 국가들은 사회주의의 제1차 목표라 할 수 있는 국유화를 끝냈다. 그리고 생산수단은 개인의 소유하지 않고 국가가 소유했다. 이 책에서 국가 자본주의라 규정한 소련의 경우 특혜를 받은 계급은 존재했지만, 미국과 같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가나 자본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팩트를 생각해 봤을 때 스탈린 체제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소련과 구공산권을 자본주의로 규정하는 저자의 시각에는 오류가 있다 본다.

 

위에 상술한 한계만 뺀다면 크게 불편함을 느꼈던 파트는 없다. 저자는 20세기 역사에서 체게바라의 쿠바혁명과 베트남 민족해방전쟁, 중국의 반제국주의 혁명에 대해 무난하게 잘 다뤘고, 그 외에 관심 받지 못한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투쟁 또한 잘 조명했다. 마지막 파트에선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중동분쟁의 상태를 잠깐이나마 다뤘고,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해 아주 잘 설명했다.

 

닐 포크너의 좌파세계사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사회의 변혁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즉 현장에서 투쟁하며 혁명의식이 고취된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읽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하워드진의 미국민중사’, 크리스 하먼의 민중의 세계사그리고 닐 포크너의 좌파세계사와 같이 5천년의 한국 역사를 아울러 민중의 시각에서 해석하며 제국주의를 분석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고, 이런 사관이 민중에게 많이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죽 역사를 민중의 시각과 반제국주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마르크스주의적 사관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워드 진이나 닐 포크너 그리고 크리스 하먼이 가지고 있는 민중사적 시각과 마르크스주의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다면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제국의 영광, 혹은 시오니즘적인 고토회복 따위나 생각하는 환빠나 유사역사학자들의 관점과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에 동조한 친일파들을 건국의 주역으로 왜곡하고 이승만이나 박정희와 같은 친미제국주의자들을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입하여 친일과 독재 그리고 반공주의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와 수구세력의 관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시각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관은 환빠 사관도 뉴라이트 사관도 동북공정식 식민사관도 아닌 마르크스주의적 사관이자 민중의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한 사관이다. 그 사관이야 말로 제국주의적 사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역사관이다. 미국 놀러가기 전 정말 좋은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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