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슬픔 아시아 문학선 1
바오 닌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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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미국의 PBS에서 만든 베트남 전쟁 10부작짜리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그 다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진 다큐였다. 그 다큐에서 인터뷰한 사람 중에 유난히 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베트남의 문학작가 바오닌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전쟁에서는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어요. 그저 파괴만 있을 뿐이죠.”라고 하며 전쟁의 참상에 대해 얘기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자료는 많고, 그 당시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아직 많이 살아있다.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나 작품들도 아주 많다. 물론 미국에서 만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말이다. 사실 난 영화 풀 메탈 자켓이나 ‘74일 생’, ‘플래툰과 같은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도 했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참전했던 미군병사들이 느꼈던 전쟁에서의 공포와 절망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북베트남군이나 베트콩 해방전사들 또 한 가지고 있었지 않을까?”하는 생각 말이다. 미군들에 대한 감정묘사는 각양각생인 작품들이나 책들은 많이 봤지만 북베트남군이나 베트콩 해방전사들의 감정묘사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으로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여러 자료를 통해서 내가 그들에 대해 알았던 것은 용감하게 싸웠다는 사실 정도였다.

 

그 자료가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해방전선 측은 분명 가난했지만 사기 측면에서 미국을 압도했다. 비록 수많은 전투에서 미군에게 밀리더라도 말이다. 이야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자면 바오닌의 소설 전쟁의 슬픔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처럼 전쟁의 본질과 비극을 아주 잘 고발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선 공산주의에 대한 찬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그의 소설에는 전쟁의 참상과 그로 인한 젊은 청춘들의 절망적인 운명만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젊은 여인과의 사랑이 전쟁으로 인하여 결국은 과거의 순수히 사랑을 나누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는 전개를 보여줌으로써 해피엔딩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1969년부터 1975년 까지 베트남 중앙고원쪽 전선과 라오스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 전쟁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사이공 공격 시점까지 군인으로써 싸웠던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비극 같은 전쟁을 6년 동안이나 군인으로써 최전선에서 몸소 체험했던 작가였기에 이런 문학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침략에 맞서 싸우던 그들에게도, 침략에 동원되어 영문도 모르는 적과 싸웠던 미군처럼, 전쟁의 트라우마와 큰 상처를 남겼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나는 베트남 전쟁 자체를 민족해방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쪽이고,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전사들이 정말 불의에 맞서 싸웠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은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사실상 변함이 없다. 이런 개인적인 나의 관점은 뒤로하고, 베트남 문학가 바오닌이 쓴 소설 전쟁의 슬픔은 분명 전쟁의 비극을 잘 조명해낸 위대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마지막 글을 읽으며 이 소설이 베트남 자국 내에서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모욕하는 소설이라고 욕먹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나중에야 베트남 우수문학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기도 했다.

 

 

저자 바오닌은 작가로써 지켜야할 자세를 끝까지 지켰다. 비록 난 그 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 보는 사람이지만, 전쟁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담고, 전쟁의 잔혹성을 고발하고자 하는 그의 작품은 분명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논할 필요가 있다 본다.

 

작가 바오닌이 소설을 통해 내리는 결론은 확실하다. 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전쟁은 그 많은 것을 잃게 하고 파괴한다. 이 얘기를 한반도 상황에 대입하자면 제2차 한국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 저자 바오닌의 전쟁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듯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또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최근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전쟁의 비극을 알고 우리가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베트남 전쟁을 통해 알게 해준 좋은 책이다. 진심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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