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연설 - 고대 아테네 10대 연설가를 통해 보는 서구의 뿌리
김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인문학=돈 안 되는 학문”

  “그거 해서 밥 벌어먹고 살겠냐?”

  인문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가장 깊이 하게 되는 고민이요,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스티브 잡스 때문에 인문학이 재조명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순수한 인문학자로 남는 것은 가난하게 살겠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는 선언이다. 순수한 인문학자로 남기 위해서는 집안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던지, 혹은 교사나 교수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가지고 있었던 교사라는 직업마저 포기해 버린다. 그것도 더 좋은 직업을 위해서 학위를 따겠다는 그런 현실적인 생각이 아니라 그냥 공부하는 것이 좋아서라고 한다. 참 현실감각 제로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위대한 연설”이라는 제목으로 고대 아테네의 10대 연설가를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이 또한 현실감각 제로인 선택이다. 

  그래도 연설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면 오바마의 연설이라든지, 혹은 카이사르, 링컨,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같은 이들의 연설을 묶는 것이 훨씬 책을 팔아 먹기에는 좋을 것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도 아니고 이름도 생소한 안티폰, 뤼시아스, 안도키데스, 이소크라테스, 이사이오스, 뤼쿠르고스, 데모스테네스, 아이스키네스, 휘페레이데스, 데이나르코스의 연설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니 책을 팔기는 지난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사고 방식이 이미 서구화된 우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각 연설가들의 삶과 생각에 대해서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10명의 연설가를 다루기에는 책의 분량이 부족했기에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대 그리스의 연설가는 정치인이다. 고대 그리스의 10대 연설가라는 말은 곧 그들은 고대 그리스도의 10대 정치인 혹은 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다. 가령 이사이오스는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발휘하지 않았지만 데모스테네스의 연설 선생이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10대 연설가들은 자신들의 연설 기술을 가지고 대중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특정한 결단을 하도록 요구한다. 바로 여기에서 연설과 정치가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 책과 우리가 처한 현실이 만난다. 

  오늘 우리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서 서로를 공격하기에 바쁘다. FTA는 끝장 토론까지 갔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으니 강경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야당에서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조만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 예견된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은 국 K-1이라 국민들이 조롱까지 하겠는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난 그 이유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회를 찾아가 했던 말에서 찾는다.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말은 이렇다. 

  나도 자존심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요구하면 응하게 돼 있는 FTA 합의문 조항이 있는데, 왜 미국에 허락해 달라고 하느냐. 주권국가로서 맞지 않다. 대통령이 그렇게 약속한다. 왜 오바마 (대통령) 말을 믿나. 대한민국 대통령 말을 믿어야지. 나도 1년 3개월 지나면 대통령 그만둔다. 그런데 이렇게 합의하려고 하는 이유가 바깥세상에 나가 보니 세계가 지금 먹고살려고 혈안이 돼 싸우고 있다. 내가 나라를 망치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동아일보 기사 인용 http://news.donga.com/3/all/20111116/41908778/1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존심 운운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왜 자신을 안 믿는냐 제발 믿어달라고 한다. 국회의원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 이 말은 농담 따먹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불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의 말이 틀려서인가? 내용이 어떻든 간에 대통령의 말을 믿어달라는 그의 호소는 절대로 잘못된 호소가 아니다. 다만 그의 호소 이전에 그 호소가 담고 있는 진실성에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국민 담화와 언론을 통하여 보여왔던 대통령의 행위들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못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뤼쿠르고스에 대해서 이 책이 기록하고 있는 부분을 충분히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그의 연설의 힘, 수사적 설득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어쩌면 그의 말이라면 “작은 것도 큰 것으로, 큰 것도 작은 것으로” 믿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아테네 시민들의 신뢰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신뢰감은 12년간, 아니 남아 있는 기록의 바깥에서 짐작할 수 있는 더 긴 시간 동안 공인으로서 그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보여주었던 품성과 실천이 빚어낸 것이겠다.
  국가의 기강을 위협하고도 국가의 신뢰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엄청나게 큰 잘못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도 슬쩍 넘어갈 수 있는 현재의 분위기에서, 초연하게 사심을 버리고 종교적인 경건성과 도덕적인 정직성, 윤리적 정의와 공평무사의 정신으로 오로지 아테네의 재건과 아테네 시민의 참살이만을 위해 노력했던 정치 연설가 뤼쿠르고스의 모습이 희망처럼 떠오른다. 지금 우리 곁에는 그가 갖고 있는 것과 같은 능력과 품성을 가지고 용감하게 정의를 실천할 사람은 정녕 없는 것인가? 그런 사람이 몹시도 아쉽고 그리운 시절이다.(p224~225) 

  우리는 흔히 고대 아테네 연설가들의 특징을 말장난으로 이해했다. 삶이 받쳐주든, 그 사람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교묘한 말기술을 통하여 대중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을 연설가들, 혹은 소피스트들이라고 오해했다. 동양의 귀곡자와 소피스트들을 같은 부류로 취급하여 교묘한 말장난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이해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언변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삶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말에 힘이 실리지가 않는다. 뤼쿠르고스가 민회 앞에서 나를 제발 믿어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그리스 아테네 시민들은 이미 그를 믿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왜? 그의 품성과 실천이 그의 말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자존심이 있다 믿어달라 하는데도 왜 믿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한다. 뤼쿠르고스의 경우와 반대대기 때문이 아닌가? 이것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말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며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公約을 空約으로 바꾸시는 분들을, 언행일치가 안되는 분들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기억한다.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C급 정치인은 권력으로 지지를 이끌어내고, B급 정치인은 말로 지지를 이끌어내지만 A급 정치인은 삶으로 지지를 이끌어 낸다. 

  ps.표지에 이소크라테스의 이름 중에서 "I"가 빠져서 소크라테스가 되어 버렸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 귀곡자 교양강의(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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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FTA 날치기 가결 소식듣고,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니 딱 막혀옵니다.

제발 신뢰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간절하게요.

saint236 2011-11-23 01:05   좋아요 0 | URL
믿어달라는 것이 결국은 이것이네요. 삶이 뒷받침 되지 않는데 누가 믿어 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젠장입니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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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꼼수의 인기에 힘입어서 나꼼수 4인방의 책들이 꽤 선전하고 있다. 닥정, 조말은 그야말로 대박이며, 달봉(달려라 정봉주, 닥정과 구분하기 위하여 이렇게 표기한다.)은 나오기도 전에 예약 주문이 쇄도한다. 저자의 신간 "보수를 팝니다"도 꽤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다 가카덕이다.(^^) 저자 개개인들의 내공이 물론 뒷받침되고 있지만 가카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끼친 영향이 지대함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꼼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셜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고, 네트워크가 저떻고 하는 학적인 이야기들은 학자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라디오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한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틀어 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 편집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일들을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라디오에 소개된 사연들을 읽으면서 안타까워 했고, 혹 내 사연이 소개되지나 않을까 싶어서 라디오 앞을 떠나지 않았던 설레임도 있을 것이다. 정성스럽게 엽서를 꾸며서 보내고, 그렇게 꾸며진 엽서가 책으로 묶여져 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라디오 세대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가 대표적인 예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라디오는 텔레비전으로, 비디오로, 그리고 DVD와 영화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한참을 벼르고 별러서 극장을 찾아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를 보던 시절이 지나가고, 지금은 멀티플렉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끌다 못해서 3D라는 신기한 기법까지 도입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성인물도 3D로 제작이 된다고 한다. 곳곳에 시각을 자극하는 것들이 넘쳐나고 있는 시각 과잉 시대에 기묘하게도 라디오가 재발견되고 있다. 시각을 자극하는 영화에서도 라디오가 주된 소재로 등장할 정도이다.(라디오 스타, 보트 댓 락키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보이는 라디오라고 해서 프로그램 진행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지만(가령 컬투쇼) 그것은 편법이다. 그리고 그 편법 자체도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컬투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보이는 라디오가 없어도 컬투쇼가 인기 절정으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시각 자극 과잉의 시대에 라디오가 재발견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적인 부분들, 검열이라는 부분들은 논외로 하자. 순수하게 라디오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시각과 청각의 차이는 무엇일까? 태도의 차이이다. 시각은 원하지 않아도 보여질 수가 있다. 그렇지만 라디오는 기꺼이 들으려는 자세가 없다면 들을 수가 없다. 물론 라디오도 들려질 수도 있다. 듣기 싫은데 주변에서 들려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소음이 된다. 라디오가 다른 매체에 비하여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면 기꺼이 들으려는 태도이다. 시각적인 자극이 없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만약 관심있어 하는 부분들을 아주 재미있게 긁어 준다면 얼마나 집중하게 될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게다가 라디오는 제작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도 있다. 팟캐스트, 컴퓨터 인터넷 망을 통한 라디오라면 제작 비용은 훨씬 더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 과잉의 시대에 라디오라는 매체는 멸종되지 않고 오히려 화려하게 비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는 이러한 사실을 말하면서 누구나 라디오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심지어는 나는 꼼수다 로고송 악보도 공개한다. 이미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한 "나는 껌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다.  

  저자가 이렇게 자신의 노하우를 제공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송되기 시작할 때 언론을 통제하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때문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이 정부 들어 단 한번도 언론을 통제한 적이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참 많은 통제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눈 밖에 나면 진행자가 하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인기가 있는 진행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과거처럼 검열단을 두어서 검열하지는 않지만 더 교묘하게 자체검열을 하게 만든다.  

  주지하다 시피 언로가 막히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지 않는 사회는 경직된 사회로, 전체주의 사회로 흐를 위험을 안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될 수 있는 언로가 열려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소통될 수 있는 다양한 언로, 저자는 라디오에서 그 희망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나는 꼼수다 뒷담화"에 대한 뒷담화! 11500원이라는 책값은 솔직히 비싸다. 나꼼수 운영 비용에 사용하겠다는 저자의 말에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읽기에도 쉽고, 내용도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팟캐스트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심심풀이로 시작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라디오스타, 보트 댓 락키드라는 영화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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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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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 이산! 

  요 근래에 들어 재평가가 시작되면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사람이 되었다. 이와는 상관없이 아버지 사도세자와 할아버지 영조의 비극적인 스캔들은 정조를 책과 드라마, 영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비운의 주인공으로 재발견되게 만들었다. 드라마 이산도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이서진과 한지민이라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뭇해지는 선남선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조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는 정조라는 인물을 친근하게 만드는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율에 좌우되는 드라마라는 특성상 역사를 상당부분 왜곡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비단 이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역사 드라마가 일정부분, 때론 상당 부분 역사를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왜곡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역사적인 배경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드라마와 관련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물론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하여 판매부수를 늘리려는 얄팍한 상술이 없지는 않다.) 이 때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칫 잘못해서 역사적인 부분에서 드라마와 오십보 백보인 책을 선택하게 되면 안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저자가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꼭 그런 책으로 평가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저자가 영조실록과 정조실록을 꼼꼼하게 여러번 읽었다는 저자가 듣기에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역사서라기보다는 팩션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역사서가 일정부분 저자의 상상력을 가미하면서 과거의 역사를 복원하고 해석해서 읽어야하기 때문에 팩션의 느낌이 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사서가 팩션이 아니라 역사서로, 단순한 추정이나 소설이 아니라 합리적인 추론으로 여겨지기 위해서는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실록은 물론이고, 당시 사람들이 기록한 여러 서적들을 동시에 읽고 분석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덕일씨의 책이 상당히 파격적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서적이 역사책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저자는 영조실록과 정조실록을 꼼꼼이 여러분 읽었는지는 몰라도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이 상당히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철저하게 실록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지배층에게 유리하게 실록이 편집될 수도 있음을 감안한다면 실록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실록에만 의존한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의도하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부분들을 잘못 해석하여 책의 신뢰도가 많이 반감되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정조에 의한 홍국영의 퇴출에 대하여 아름다운 토사구팽이라는 말로 이렇게 적고 있다.  

  권력은 언제나 사냥개를 원하지 않는다. '시대가 다르면 하는 일도 달라야 한다.' 홍국영은 똑똑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둔했다. 그가 영리해서 그나마 군주와 헤어질 때를 너무 멋지게 헤어진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7년 동안 홍국영이 있어 집권이 가능했지만 이젠 헤어질 마당에서는 두 사람 모두 아름다운 이별을 연출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이별이 그저 토사구팽이라 치부하기에는 장면이 너무도 문학적이다. 그건 정조의 마음 그 깊은 곳에 부드러움 때문이다. 공자의 "논어"를 정밀하게 읽다보면 공자처럼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든다. 정조는 공자를 좋아했고 그의 말을 실천하려 노력했다.(p 118~119) 

  과연 홍국영과 정조의 헤어짐이 이렇게 아름다운 헤어짐일까? 홍국영은 정조를 위하여 기꺼이 물러나 줬던 것일까? 드라마라면 모르겠지만 역사적인 사실은 절대 아니다. 다음의 브리태니커 사전에는 홍국영에 대하여 이렇게 등록되어 있다.  

  정조의 신임을 바탕으로 최초의 세도정권(勢道政權)을 이루었으나 기반이 약해 곧 실각했다. 본관은 풍산(豊山). 자는 덕로(德老). 아버지는 판돈녕부사 낙춘(樂春)이다.
  1771년(영조 47) 정시문과에 급제, 승문원부정자를 거쳐 세자시강원설서가 되었다. 이어 세자시강원사서로서 서명선(徐命善)·정민시(鄭民始) 등과 함께 세손(뒤의 정조)을 보호하는 데 힘써 세손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1776년 노론 청명당(淸名黨) 계열의 김종수(金鍾秀) 등과 연계하여 세손의 승명대리(承命代理)를 반대하던 정후겸(鄭厚謙)·홍인한(洪麟漢)·김귀주(金龜柱) 등을 탄핵하여 실각시키고, 홍상간(洪相簡)·윤양로(尹養老) 등을 처형시켰다. 그해 정조가 즉위하자 동부승지로 숙위대장을 겸임했고 곧 도승지에 올라 정책 결정을 통제했으며, 금위대장·훈련대장 등을 거쳐 오영도총숙위(五營都摠宿衛)가 되어 군사권을 장악했다. 정조의 두터운 신임에 힘입어 모든 소계(疏啓)·장첩(狀牒)·차제(差除)를 총람하는 등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백관을 맹종하게 함으로써 최초의 세도정권을 이루었다.
  1778년(정조 2)에는 누이를 원빈(元嬪)으로 삼게 하여 정권을 굳게 다졌다. 그러나 원빈이 1년 만에 죽자 김시묵(金時默)의 딸인 효의왕후(孝懿王后)를 의심하여 핍박함으로써 왕실세력의 미움을 받았으며, 은언군(恩彦君)의 아들 담(湛)을 원빈의 양자로 삼아 완풍군(完豊君)에 봉하고 세자로 책봉시키려다가 여의치 않자 모반죄로 몰아 제거하는 등 세도정권의 유지에 급급했다. 이조참의·대제학·이조참판·대사헌을 역임하다가 1779년 9월 정조의 은퇴 권유로 조정에서 물러나 봉조하(奉朝賀)가 되었다. 1780년 왕후 독살기도에 연루되었다 하여 정민시·서명선·유언호(兪彦鎬)·김종수 등의 탄핵을 받아 가산을 몰수당하고 강릉(江陵)으로 추방되었다. 이후 실의에 잠겨 지내다가 34세로 병사했다. 송시열(宋時烈)의 후손인 송덕상(宋德相), 민우수(閔遇洙)의 문인 김종후(金鍾厚) 등의 지원을 받아 노론 청류(淸流)를 중심으로 정국을 주도했으나, 전횡을 일삼고 나아가 스스로 외척이 되어 독주함으로써 여타 외척세력 및 노론·소론·남인 모두와 대립했다. 특히 정조의 준론탕평책(峻論蕩平策) 구상 추진에 장애가 되면서 제거되었다. 

  홍국영은 정조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이다. 정조가 세자 시절 그의 기지로 위험에서 벗어났던 적이 있어서 왠만한 그의 잘못에도 눈을 감아 주었지만 도가 지나친 그의 행동과 권력욕은 그를 역신으로 만들었고, 정조에 의하여 제거되었다. 정조가 차마 그를 죽일 수 없어서 물러나라는 권유를 했고, 홍국영도 버티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밀려났으며, 그 후에도 권력에 대한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다가 몇년 만에 병사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아름다운 토사구팽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드라마 작가나 할 법한 일이 아닐까? 

  게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정사에 기록된 부분을 이야기하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야사에 기록된 부분을 끌어 당겨 인용하면서 그것이 마치 진실인양 호도한다. 그 야사라는 것도 오늘날은 물론이요 당시에도 해석이 분분한 것도 많고 웃기지도 않는 일이라며 음담패설로 치부하는 것들도 있다. 당시 사람도 믿지 않았던 것을 가져다가 그것이 사실인양 말하는 것도 역사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ex 경종이 후사가 없는 것을 장희빈의 만행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한 가지 더! 제목에 CEO와 경영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갔어야 하나 싶다. 책의 내용은 CEO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경영은 더더욱 상관이 없다. 중간 중간에 정조의 리더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들을 보고 경영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차라리 경영이 아니라 역사책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어쨌거나 저자가 역사적인 사실을 충실히 다루려고 노력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책이 제목도 "정조: 미완의 꿈, 사라진 희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정조를 분노와 콤플렉스라는 단어로 해석한 것은 꽤 참신한 시도이다. 그렇지만 그 참신한 시도를 적절하지 못한 접근 방법과 분류, 제목으로 인하여 묻힌 것이 아쉽다. 별 두개를 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조에 대하여 재미있게 접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기를 권한다. 다만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읽기를 바란다. 

  ps.엘신님께 받은 책이다. 엘신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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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1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정조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경영과 연결시키다니요.. 저는 도저히 어려워서 리뷰조차도 못 읽겠습니다 ㅠㅠㅠ

saint236 2011-11-19 23:33   좋아요 0 | URL
정조와 사도세자! 정말 묘한 구석이 있는 부자입니다. 팔색조처럼 해석하기에 따라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거든요.

2011-11-19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1-19 23:32   좋아요 0 | URL
옙 우체국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부쳤습니다.

yamoo 2011-11-1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자게서가 아니었군요! 자게서인 줄 알았는데...

saint236 2011-11-19 23:32   좋아요 0 | URL
자게서로 분류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자게서보다는 역사서에 더 가까운 것 같네요.

transient-guest 2011-11-22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자극적인 제목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부제까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당위론적인 내용, 결말을 위한 역사 짜집기 인용이 넘칠 것 같습니다.

saint236 2011-11-22 10:23   좋아요 0 | URL
심심풀이로 읽기는 괜찮죠. 정사와 야사를 묘하게 혼합해 놓았달까요?
 

  다른 알라디너들의 서재에 들어가면 TTB링크를 걸어 책을 광고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왠지 있어보이고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끙끙대면서 설정을 해 놓았다. 처음부터 판매해서 수익을 얻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럴 주제도 안되고, 오로지 폼이다. 멋있다는 생각에 시작을 했고 시간이 가면서 내가 읽고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없었다. 그냥 읽은 책들 중에 선정에서 추천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래서 한동안 책들이 전혀 바뀌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오늘 아침 알라딘에 들어왔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무슨 글이 새로 올아왔나, 새로운 책은 무엇이 나왔나 살펴보러 들어왔다가 "헉!" 했다. 이것 때문이다. 

 

  이달 TTB 수익이 13,130원이다. 간혹 TTB 수입을 받기는 했지만 고작해샤 몇 백 몇 십원이었는데... 대단한 액수다. 간밤에 좋은 꿈도 안꾸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떤 영문인지 몰라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리고 혼자서 내린 결론은.... 

  이게 다 각하의 은총이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땡스투가 2320원이다. 땡스투 한건당 130원이니 18건이다. 내가 지금까지 탱스투를 받아 보았지만 이만큼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아마도 TTB 판매 수익 중 닥정이 차지한 비중이 꽤 될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각하 때문에 읽기 시작한 "강남좌파"를 통해서 알사탕 4000개(2만원의 적립금), 철학적 시읽기의 리뷰(제목만 마음에 드는^^ 각하는 괴로움)를 통해 알사탕 4000천개, 거기에다가 잡다한 땡스투를 더한다면 내게 임한 각하의 성은, 각하의 상생 정신이 가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성은은 고스란히 "중용 인간의 맛, 진보의 재탄생, 조국 현상을 말하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를 구입하는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이게 각하의 상생 정신과 하해와 같은 은혜에 보답하는 가장 건설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살다가 우연히 받은 각하의 성은에 감격하여 한 마디 남기지 않을 수 없어서 적어 본다.  

  다음은 각하의 성은을 통해 얻게 된 결과물들이다. 

 

 

 

 

 

 

 

  다음 각하의 은혜를 받게 된다면 이것들을... 각하의 은총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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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5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1-16 15:08   좋아요 0 | URL
TTB는 자기 서재에서 책들을 광고하는 건데요, 그 광고를 보고 구매를 하게 되면 수익의 일정부분을 나누어 주는 제도입니다. 위에 서재에 꽂힌 책처럼 되어 있는 거 말입니다.

2011-11-17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1-17 10:49   좋아요 0 | URL
오호...이게 다 가카의 성은입니다. 그나 저나 대단하시네요.^^

마녀고양이 2011-11-1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진짜 가카의 성은이네요.
우와, 이번 ttb 광고비 부러워요, 축하(?)드리구염!

saint236 2011-11-18 15:0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습니다. 가카의 성은입니다. 그런데 더 기쁜 것은 가카의 성은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네요. 요즘 가카께서 너무 무리하십니다.^^

카스피 2018-11-1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넘 부럽습니당^^
 
철학의 시대 -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제자백가의 귀환 1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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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발입니다. 공원국의 춘추전국 이야기와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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