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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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꼼수의 인기에 힘입어서 나꼼수 4인방의 책들이 꽤 선전하고 있다. 닥정, 조말은 그야말로 대박이며, 달봉(달려라 정봉주, 닥정과 구분하기 위하여 이렇게 표기한다.)은 나오기도 전에 예약 주문이 쇄도한다. 저자의 신간 "보수를 팝니다"도 꽤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다 가카덕이다.(^^) 저자 개개인들의 내공이 물론 뒷받침되고 있지만 가카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끼친 영향이 지대함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꼼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셜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고, 네트워크가 저떻고 하는 학적인 이야기들은 학자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라디오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한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틀어 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 편집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일들을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라디오에 소개된 사연들을 읽으면서 안타까워 했고, 혹 내 사연이 소개되지나 않을까 싶어서 라디오 앞을 떠나지 않았던 설레임도 있을 것이다. 정성스럽게 엽서를 꾸며서 보내고, 그렇게 꾸며진 엽서가 책으로 묶여져 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라디오 세대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가 대표적인 예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라디오는 텔레비전으로, 비디오로, 그리고 DVD와 영화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한참을 벼르고 별러서 극장을 찾아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를 보던 시절이 지나가고, 지금은 멀티플렉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끌다 못해서 3D라는 신기한 기법까지 도입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성인물도 3D로 제작이 된다고 한다. 곳곳에 시각을 자극하는 것들이 넘쳐나고 있는 시각 과잉 시대에 기묘하게도 라디오가 재발견되고 있다. 시각을 자극하는 영화에서도 라디오가 주된 소재로 등장할 정도이다.(라디오 스타, 보트 댓 락키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보이는 라디오라고 해서 프로그램 진행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지만(가령 컬투쇼) 그것은 편법이다. 그리고 그 편법 자체도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컬투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보이는 라디오가 없어도 컬투쇼가 인기 절정으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시각 자극 과잉의 시대에 라디오가 재발견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적인 부분들, 검열이라는 부분들은 논외로 하자. 순수하게 라디오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시각과 청각의 차이는 무엇일까? 태도의 차이이다. 시각은 원하지 않아도 보여질 수가 있다. 그렇지만 라디오는 기꺼이 들으려는 자세가 없다면 들을 수가 없다. 물론 라디오도 들려질 수도 있다. 듣기 싫은데 주변에서 들려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소음이 된다. 라디오가 다른 매체에 비하여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면 기꺼이 들으려는 태도이다. 시각적인 자극이 없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만약 관심있어 하는 부분들을 아주 재미있게 긁어 준다면 얼마나 집중하게 될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게다가 라디오는 제작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도 있다. 팟캐스트, 컴퓨터 인터넷 망을 통한 라디오라면 제작 비용은 훨씬 더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 과잉의 시대에 라디오라는 매체는 멸종되지 않고 오히려 화려하게 비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는 이러한 사실을 말하면서 누구나 라디오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심지어는 나는 꼼수다 로고송 악보도 공개한다. 이미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한 "나는 껌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다.  

  저자가 이렇게 자신의 노하우를 제공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송되기 시작할 때 언론을 통제하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때문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이 정부 들어 단 한번도 언론을 통제한 적이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참 많은 통제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눈 밖에 나면 진행자가 하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인기가 있는 진행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과거처럼 검열단을 두어서 검열하지는 않지만 더 교묘하게 자체검열을 하게 만든다.  

  주지하다 시피 언로가 막히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지 않는 사회는 경직된 사회로, 전체주의 사회로 흐를 위험을 안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될 수 있는 언로가 열려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소통될 수 있는 다양한 언로, 저자는 라디오에서 그 희망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나는 꼼수다 뒷담화"에 대한 뒷담화! 11500원이라는 책값은 솔직히 비싸다. 나꼼수 운영 비용에 사용하겠다는 저자의 말에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읽기에도 쉽고, 내용도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팟캐스트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심심풀이로 시작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라디오스타, 보트 댓 락키드라는 영화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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