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지음, 조승연 그림 / 삼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가장 바람직한 정치인 상은?’이란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부자들의 95%는 젊은 날 검소와 절제와 노력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내각’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펼쳐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이 글에서 “부정부패로 돈을 벌었던 시절이 언제였습니까? 그 시절은 바로 그 옛날 권위주의적 정치시절이었습니다”라며 “부정부패는 우리 사회에서 지금 엄격한 잣대로 응징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 부자들의 95%는 젊은 날 검소와 절제와 노력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멸치볶음과 김치만의 도시락을 집에서 싸갖고 다니며 열심히 일하셨던 분들이 더 많다”고 썼다.
  전 의원은 한 네티즌이 쓴 ‘가장 바람직한 정치인상은?’이란 글에 대해 ‘다 부정부패 수단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것은 공부 잘 하는 사람은 다 고액 과외를 하고 컨닝을 해서 성적을 좋다는 식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고액과외한 학생이라고 다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성적을 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08년 5월 14일자 기사

  장안의 화제를 몰고다니시는 전여옥 의원이다. 지금은 친박연대라는 당에 소속되어 있는데 한나라당에 복당했는지 궁금하다. 네티즌들에게 전오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으시는 등 맹활약하고 계신 분이다.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너무나 쉽게 뽑아 낼 수 있다. 양극화, 부정부패, 독재권력, 열심이라는 신화, 고액과외, 부의 세습, 사회 갈등 등등 이 몇줄의 기사를 통하여 우리는 한국에만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충분히 유추해 낼 수가 있다.

  내가 나온 대학은 예체능대학처럼 진로가 상당히 좁은 학교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같이 공부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안면을 익힌 사람이라면 평생을 살아가면서 거의 다 만나게 되어 있는 곳이 내가 다니는 학교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이렇게들 농담을 하곤한다.

  "혈연, 지연, 학연,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학연이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혈연, 학연, 지연은 일종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인간적이며 사회적인 편익을 제공한다. 일종의 사회적인 윤활유라고 할까? 그러나 한국에서는 혈연, 학연, 지연이 인간관계나 사회를 잘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가 아닌 동력을 제공해 주는 휘발유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혈연, 지연, 학연을 거치면 모든 것이 가능해 져버린다. 만일 나폴레옹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훨씬 더 일찍 알았을 것이다.(물론 내가 그 카르텔 안에 들어가 있지 못하다면 그 일은 내게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지만) 일족을 따지고, 고향을 따지고, 학연을 따진다.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심지어는 유치원에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은 모두다 동원한다. 이렇게 만난 인연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야 할말이 없지만 대체로 이런 억지로 만들어낸 만남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 이것이 한국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병폐이다.

  이런 한국 땅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으려면, 아니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류 대학에 가야한다. 가능하면 일류 고등학교도 가야한다. 의사, 검사, 판사 등 사로 끝나는 직업군을 선택해야 하며, 이렇게 모은 재산을 잘 굴려야 한다. 땅 사고, 집사고, 적당한 때에 팔아 넘겨야 한다. 적절한 카르텔의 도움을 받는다면 몇 십배의 이익을 얻는 것이야 땅짚고 헤엄치기다. 다들 하니 양심의 가책도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돈을 굴려줘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이상한 애국심도 있다. 부정부패를 이야기하면 전여옥 의원처럼 적당하게 말을 돌리면 된다. "이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이 세상이 어느 세상이긴, 무한경쟁, 승자독식,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그렇게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보여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차떼기해서 돈을 모은 한나라당의 전적이 불과 5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으신 것일까?

  대한민국하면 떠 올리는 것 중 빠질 수 없는 한가지 영어다.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것이 왜 그리 영어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많은지. 공부를 하기 위해서도, 영국이나 미국에 나가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한다. 엄마 아빠를 매우기 전에 파더, 마더를 배우는 나라다. 그러니 엄마아빠를 가지고 사행시를 지으라니 "엄마는 마덜, 아빠는 빠덜"이라는 빈곤한 문장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리라. 효과도 없는데 영어를 잘 하기 위한 일념으로 혀 수수을 시키는 엄마나 모든 것 다 팽개치고 자식 조기 유학보내고 빵과 우유로 식사하면서 택시 운전하는 아빠나 영어 못하면 죄인이요 낙오자요 삼류인생 취급 받는 자식이나 안타깝기는 매일반이다.

  친구들이 외국에 유학을 갈 때마다 농담으로 던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나가니 남아 있어야 떠." 본인 나름대로의 불루오션 전략이다. 영어 잘 하기에 맢서서 한국말이나 잘 가르쳤으면 좋겠다. 요즘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글들이 너무 많다. 작문 실력은 물론이고 일기 쓰는 모습, 댓글다는 모습조차 버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인터넷에서 논점도 없고 감정만 가지고 버벅대는 사람을 일컬어 초딩이라 부른다. 초딩만도 못한 글쓰기 실력이라는 뜻이겠지? 받아쓰기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ABC를 가르치는 나라는 아마도 한국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외교관으로 나가면서 딸랑 영어 하나 가지고 나가는 황당한 모습이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까? 조선시대 역관은 최대 6개국어를 구사했다고 하던데 도무지 우리나라 외교관은 모국어는 제대로 하려나?

  인수위 시절에 어린쥐가 유행했다.(그 덕인지 요즘 대통령께서는 쥐로 지칭되고 있다.) 이게 제대로 된 발음이라고. 그러나 영국에서는 그냥 오렌지라고 한다더라. 서양 사람이 듣기에 조금도 차이가 없다고. 세계에서 가장 영어 못하는 민족이 일본인이요, 그 다음이 한국이라더라. 그런데 왜 그리 영어에 목숨을 거는지? 국어와 국사를 영어 몰입 교육 시키겠다는 바보같은 나라. 원어민 교사를 서울권의 모든 초등학교에 배치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그러면서도 청와대 홈페이지조차 제대로 된 영어를 사용하지 못해 외국인들에게 조롱당하는 멍청한 정부. 아마도 이런 코미디는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것일 것이다.

PS.책은 300p 정도이지만 그리 어렵고 부담이 가지 않는 책이다. 다시 한번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십중팔구 한국에는 없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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