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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는 지금 다양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Mega-trend는 이미 지나가고 세상은 Microtrends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렸다면 이제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가 희생하면 안되는 시기가 되었다. 각자의 생각과 이익에 맞추어 갈갈이 쪼개어지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메가 트렌드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이 시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메가 트렌드라면 "이 시대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모습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전통적인 가족이 붕괴한다. 예전에 가족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없는 딩크족을 비롯하여 결혼하고도 여전히 따로사는 LAT족, 동성으로 이루어진 가족 등 무수히 많은 가족의 혀애가 등장한다. 취미도 달라지고, 애국심이라는 것도 퇴색하여 버렸다. 대량 생산의 대명사인 포드 주의는 이미 쇠퇴하여 버렸고 그 뒤를 도요타 주의가 있다. DIY족이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의학계에도 DIY족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많은 생각들이 철저하게 부정되고 소수의 취향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혼란한 세대가 되었다. 어찌보면 혼란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자유의 확산이라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이 이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75가지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생소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분명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인데 저자는 이것들이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수로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을 어떻게 공략하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마이크로 트렌드만 해도 머리가 복잡한데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은 마이크로 트렌드를 넘어 나노 트렌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노 트렌드만으로도 충분히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음을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조직을 예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을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는 공감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본다. 세계는 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과연 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가? 여전히 색깔론에 머물러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수없이 많은 생각과 정책들이 그 이유와 결과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좌우라는 색깔론에 입각하여 판단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셰계는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지만 세계화를 외치는 우리는, 특히 정치권은 색깔론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안주해 버리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경색된 사회에서 어찌 창의력이 나오고 경쟁력이 나온단 말인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마이크로 트렌드를 원하는 국민들을 반공이라는 메가 트렌드로 억지로 붙잡아 놓고 있는 형국이 아니던가? 애국, 국방, 반공, 한민족, 경제라는 과거 독재 정권의 메가 트렌드가 여전히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는 대한 민국이 세계화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것도 우리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나아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한다. 그러나 저자의 관심이 정치와 경제에만 가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경영서적의 한계이겠지만 모든 챕터를 마무리지으면서 여기에서 어떻게 지지자를 이글어 내어 권력을 습득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시장을 형성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당장 눈 앞에 잡히는 권력과 돈이라는 실익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격이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나아가 실용과 경제, 당장 돈이 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