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분이 좋다. 내가 사는 곳은 송파구 잠실동...위력적인 강남 4구 중 하나이다. 나경원을 안찍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투표소로 잠시 갖고 나들이를 했다. 5시 쯤 동생이 문자가 왔다. 선거했냐고. 조금 후달리니 친구들에게 투표를 독려해달라는 문자다. 동생은 희망 제작소 사직 후 희망 캠프에서 선거 운동 중이다. 간 밤에는 D도스 공격으로 고생을 했나보다. 컴, 아이패드, 블랙베리를 옆에 놓고 하는 선거운동원이다. 물론 친구들은 거의 다 투표를 했으니 내가 해 줄 것은 없고. 5시 40분 39.9%! 가슴을 졸인다. 내색은 하지 못하고 퇴근 후 넥타이 부대에 희망을 걸었다. 역시 희망은 통했나 보다. 동생이 트윗에 이런 글을 올렸다. "선거 진행을 보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상당히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지금까지 하나님 은혜로 공부 했고, 살아왔으니 이제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사회 복지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형과 누나의 갈굼을 견뎌내더니 희망 제작소에 들어갔다. 한동안 박원순 변호사 비서 겸 희망 제작소 연구원을 하더니 팔자에도 없는 선거 운동을 하게 되었다. 나경원이 정말 싫었고,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한돌이 채 안된 딸 아이를 붙잡고 "아빠가 미안해"를 되뇌였는데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야 딸에게, 그리고 그 후에 태어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본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 시장 선거가 끝이 나면서 몇가지 생각을 해본다. 향후 내가 바라보는 정치 양상이나 보수층의 반응이다.

  첫째 며칠 내로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박원순 당선자의 선거 운동을 문제 삼을 것 같다. 으레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 위반으로 자기측 후보가 아닌 사람을 공격해왔던 행태로 보아 분명히 조중동은 불법 선거 운동이 있었다고 나발을 불어 댈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전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가고 조금씩 언론에 흘려서 보수층의 마음을 움직이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패턴으로 보면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백조 나경원은 다음 선거에서 다시 중구에서 출마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나경원을 버리는 패로 사용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불법 선거 운동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할 곳은 박원순 펀드가 되지 않을까? 김총수가 예언한 대로 종북단체 혹은 좌편향 단체의 자금이 박원순 펀드로 흘러 들어갔다고 할 것이다. 아마 이게 최후의 카드일텐데 이것은 선거 후를 위해 아껴둔 것 같다. 

  둘째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 다음 선거의 판도가 보인다. 차기 대권 주자로 나는 문재인을 꼽는다. 어떤 사람들은 안철수를 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철수의 참신함이 조금씩 사라질 것이고, 그것과 맞물려 박근혜 측의 견제가 들어가면 신인 안철수가 버티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안철수와 문재인의 7~8%의 지지율은 아마도 비슷한 수준 혹은 5%미만으로 줄어들 것 같다. 내가 안철수보다 문재인이라고 보는 이유는 MB의 대항 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친 노무현 세력의 결집 때문이다. 친 노무현 세력의 결집만으로는 세가 딸리고 이번처럼 여기에 범 야권의 연대가 있겠지만 주요한 세력은 친노무현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두관 안희정 유시민을 아우르는 노무현계의 세력을 결집하기에는 안철수의 파워가 약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안철수가 나설 가능성도 보지만 지금까지의 상식으로 생각컨대 문재인이 나서고 안철수가 지지를 표명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박원순의 당성도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의외이긴 하기에 그 역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나꼼수와 트위터가 측면 지원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노빠 김총수가 문빠가 되기로 작정을 했으니 한나라당이 다시 한번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조심스럽지 않겠는가? 

  셋째 한나라당의 내분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면 강남 4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열세다. 관악구vs서초구(대략 2배의 지지율 차이), 금천구vs강남구(대략 17% 차이)의 대결 구도로 이번 선거가 마무리 되었고, 홍반장의 앞마당 동대문구에서도 한나라당이 밀렸으니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이 매우 불안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대단하신 가카의 성은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계속 열세에 접어들지 않을까? 결국 한나라당은 MB를 공격하는 박근혜계와 친이계의 세력 다툼이 더 강해지지 않겠나. 물론 둘이 손에 손 잡고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도끼 머리에 뿔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한나라당은 대략 박근혜를 중심으로 친이계가 견제하는 구도로 재편되지 않을까? 

  넷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행보를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중심으로 야권의 연대가 현실화 되면 손학규는 불복하고 분당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손학규는 제 2의 이인제가 될 것이고, 행여라도 그가 결과에 승복하고 민주당에 잔류한다면, 그리고 민주당의 중심 의원으로 입지를 굳힌다면 차차기 대선에서 그가 대선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만약 그가 분당한다면 김영삼vs김대중의 전철을 밟아 한나라당에 대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한나라당이라면 손학규를 먼저 공략할 것이다. 

  다섯째 야권에게 남겨진 숙제가 많다. 서울시장 후보를 당선 시켰다는 현실에 만족해서 그들이 지금까지처럼 미련한 행동들을 계속한다면 이번 선거의 영향은 총선이나 대선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줄 수 없을 것이다. 20대와 30대의 몰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짚어야 한다. 일단은 철저하게 민생 중심 현안을 점검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정책을 평쳐야 한다. 앞의 네 가지를 무시하더라도 다섯번째만 제대로 한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20대와 30대의 지지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국참당의 초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섯째 가카는 괴롭다. 국민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覺하는 것도 괴로울 것이고, 퇴임이 채 2년이 남지 않은 가카도 괴로울 것이다. 퇴임 후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와 안정적인 노후 대책에 답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 오세훈이 노후 대책으로 재부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일곱째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절대적으로 추정이다. 혼자 휘갈겨 본다. 젠장! 이렇게 자기 검열을 해야 하다니...  

  어찌 되었든 오늘은 매우 즐겁게 잠이 들 것 같다. 아니다. 어쩌면 너무 기분이 좋아 잠을 못 잘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잠이 안와서 이렇게 장문의 소설을 끄적이고 있으니 말이다. 총선과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대략 위의 여섯가지가 될테니 조금만 더 노력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만큼은 안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혹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음의 책을 같이 읽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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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27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못드는 사람 여기도 있어요~~~~~~ 공감의 추천 꾹!!^^

saint236 2011-10-27 06:54   좋아요 0 | URL
총선과 대선도 고고입니다. 중구도 무너졌으니 한나라당의 고민이 더 깊을 것 같네요. 아쉬운 것은 전라도 민주당, 경상도 한나라당의 지역구도가 전혀 무너지지 않은 것이죠.

blanca 2011-10-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동감합니다. 저는 자꾸 노전대통령이 승리하던 날 그 노란 풍선이 생각나 울컥하더라고요. 솔직히 이제는 당선 자체도 두려움이 엄습해서요. 검찰조사로 만신창이를 만드는 수순이 떠올라서요. 이 글을 야권이 봤으면 좋겠어요. ^^ 잘 읽고 갑니다.

saint236 2011-10-27 10:32   좋아요 0 | URL
정말 당선 자체해도 두려움이 들게 만드는 힘은 참 대단합니다.

BRINY 2011-10-2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saint236님의 첫번째 생각이 바로 들더라구요. 이런 걱정을 미리부터 하게 만드는 상황이 참 불안스럽습니다.

saint236 2011-10-27 10:33   좋아요 0 | URL
앞으로 1주일 길게 잡아도 2주일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stella.K 2011-10-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손학규 당장 한나라당을 저지 하기위해
박원순을 밀어줬다고는 하지만, 모르긴 해도 박원순과 손학규의
2라운드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안철수야 심정적으로 좋지만, 정치 비주류에서 대통령을 낸다는 건
시기상조 내지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저도 재인 아저씨가 좋긴한데 박근혜가 만만찮겠죠?;;

saint236 2011-10-27 18:06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안철수는 서포터로서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할 듯 합니다. 정치에 뜻이 있다면 당장 나오기 보다는 장관으로 입각해서 무엇인가 업적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요즘 나꼼수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혼자 헤드셋을 끼고 나꼼수를 들으며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키득거린다. 주변의 이목도 있고 해서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키득거리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가 없다. 매주 금요일 나꼼수가 업데이트 되기를 바라면서 지난 방송들을 계속 듣고 있다. 일주일동안 짬짬이 절반을 넘게 들은 것 같다. 나꼼수가 열풍을 일으키는 까닭이 무엇일까 혼자 생각해본다.  

  첫째 아마도 솔직 담백함이 아니겠는가? 어르신들의 이야기야 텔레비전을 통하여 필터링된 것만을 듣다가 이야기들을 날 것 그대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치인들에게 이런 유머와 솔직담백함이 있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을 하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 위치가 있으신 분이라 솔직담백하기는 했지만 유머러스한 부분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가끔 유머라고 던진 이야기들이 구설수에 오를 오해의 소지를 가지고 있었음이 사실이니 말이다. 아마도 정규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그런 장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둘째 날카롭다. 언론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서 의심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그렇게 고단수의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주요 언론을 통하여 필터링된 정보만을 들었던 우리들에게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작업은 아직은 고단수의 작업인 것 같다. 

  셋째 정치에 대한 우리의 답답함을 풀어 주기 때문이다. 가카의 자상하신 배려로 그 어느때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층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민감한 것은 가카의 가장 큰 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정치적인 관심들을 충족시켜주면서 그 어느때보다 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것이 나꼼수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겠는가? 

  이런 세 가지 이유로 나꼼수를 열심히 듣던 중 드디어 기다리던 21회를 다운로드 받았다. 아내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올라오는 길에 열심히 나꼼수를 듣고 있는데 안성 톨게이트에 왔을 때쯤 박변이 소개했던 한 에피소드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운전을 하면서 눈물이 핑도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핑 도는 눈물 때문에 잠시 차를 멈추고 수습하고 간다. 그 에피소드는 박원순 펀드를 모집하던 가운데 펀드에 가입했던 한 시민이 보낸 사연이었다.  그 사연을 그대로 소개하면 이렇다. 이 소개를 위해서 다시 나꼼수를 듣는다. 여전히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핑돈다.

   2년전 변호사님의 강의를 통하여 세상을 다시 보았지요. 수험생의 어미로 온갖 시름이 저의 어깨를 누르고 있을 때 저를 깊은 잠에서 깨워 주셨답니다. 덕분에 나는 나누는 삶을 조금씩 실천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답니다. 변호사님의 말씀대로 함께 따라 나서겠습니다. 인도여행 가려고 쥐고 있던 돈, 서울 시민을 위해 투자하겠습니다. 정당 없고 돈없다고 기죽지 마세요. 저 시민이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한 박변!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충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동생에게 "너희 대장은 이번에 어떻게 한다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존 정치인에 대해 불신이 깊던 나였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을 세운다면 아마도 박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생은 별 관심없어 하는 것 같다고, 그냥 지금 하는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로 많이 놀랬다. 시민 운동을 하던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측은했기 때문이다. 처형도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 양반은 안됐으면 좋겠다. 그 판에 들어가서 모진 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려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정당도 없고, 돈도 없다. 조직이라고 있긴 하지만 시민단체 조직과 정권 획득을 목표로 전력투구하는 정당 조직과의 규모나 경험의 차이는 엄청난 것을 알기 때문에 박변을 돕기 위해 희망 제작소를 사직한 동생이 안쓰럽기도 했다. 상처도 많이 받을텐데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 권면만 했지 마땅히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3일날도 직장에서 행사가 있기 때문에 선거인단에 지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펀드를 가입하자니 이미 내가 알았을 때는 펀드 공모가 모두 끝난 후였기 때문이다. 동분서주하는 박변 캠프의 분위기를 동생을 통해서(그렇다고 동생이 캠프에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나 트윗터를 통한 선거 운동을 돕고 있을 뿐이다.) 간접적으로나 건네 듣게 되었다. 돈도 없고, 정당도 없고, 그래서 무소속이 반짝하다가 사라진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이 부분은 박영선 후보의 말실수라고 생각한다) 후보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사생활이, 가족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까발려지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찌, 고민이 많았을지 상상이 된다. 

  그런 박변이 펀드에 가입한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받고 집에 가서 엄청 울었다고 한다. 그런 박변의 아릿한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언제부터 정치가 돈과 빽과 조직의 힘으로 돌아가게 되었는지 마음이 아프다. 돈과 빽과 조직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국민의 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은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다. 펀드를 모집하면서 돈의 부재가 얼마나 아쉬웠겠는가? 캠프를 차리고 경청 투어를 하면서 얼마나 조직의 부재가 아쉬웠겠는가? 무소속이라고 한나라당에 치이고, 민주당에 치이고, 강**(나꼼수에서는 강추행이라고 지칭하는)의 저격을 받으면서 무소속의 설움을 어마나 많이 받았을까? 그런 박변의 아릿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 편지가 아닐까? 

  동생이 캠프에서 일을 하기에 박변을 지지하는 사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에 동생을 통해서 매달 1만원이지만 희망 제작소에 기부하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박변의 시민 운동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군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가 가카의 정권이 시작된 후 받았던 온갖 중상 모략과 걸림돌을 지켜보면서 답답해했던 난 박변의 선택을 지지한다. 비록 그가 통합 서울 시장 후보가 못된다고 해도, 박변을 지지한다. 예전에 노사모에 저금통을 보내던 선배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박변이 가야할 길이 참 멀다. 이제 막 정치계에 입문한 그가 계속 정치인의 길을 가던지, 아니면 모든 것을 접고 다시 시민 운동으로 돌아오든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 정치적인 행보가 아니냐라는 보수 언론들의 까대기와 싸워야 할 것이고, 대선과 총선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그의 이름이 언급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꽤 구체적으로 말이다. 그럴 때마다 진심을 왜곡당하고 힘들고 마음 고생을 많이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박변이 이 사실 하나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비록 개개인으로 보면 아무런 힘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박변의 편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조용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박변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이 사실을 기억하고 첫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의 바램대로 대한민국은 조금은 더 아름답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벌개진 눈으로 박변에게 한마디, 딱 한마디만 한다.

  "박변님! 정당 없고 돈없다고 기죽지 마세요. 저 시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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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를 검색하다가 아주 아주 황당한 기사를 봤다. 한국의 관광 현 주소를 밝힌다는 기획 기사인데 한참 읽다가 빵 터졌다. 머니 투데이 기사는 다음과 같다.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03&newsid=20110812115024717&p=moneytoday 

  한국 갈 곳은 명동 쇼핑 센터 뿐이다.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곳은 명동과 동대문 같은 쇼핑 밀집 지역이다. 그런데 그것이 말이 안통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여행와서 갈 곳이 쇼핑 센터 뿐인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국의 위상이 딱 그 정도라는 것이다. 아시아의 쇼핑센터! 홍통이나 싱가폴과 비슷한 위상이라면 얼추 들어맞지 않을까?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특히 아시아권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기대하는 것이 딱 그 정도라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개도 안 물어갈 소리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짧은 시간(예를 들어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에 쉽게 입국해서 싸게 맛있는 음식 먹고, 싸게 쇼핑을 즐기다가 가려는 이유이다. 설마 일본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이 지리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을 걷기 위해서 들어온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물론 저축은행 국조특위에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나 혹은 국민 성금 운운하는 양반들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둘째 아시아권이 아니라 서구권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명동이나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관광 콘텐츠의 빈약과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가 알려진 계기가 무엇인가? 거액의 돈을 들여서 홍보한 결과가 아니던가? 그 외에 무엇을 더 홍보했는지 모르겠다. UN에 세계문화재로 등재하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것인가? 거기다가 교통 도로 표지판은 어떠한가? 외국인은 고사하고 한국인도 알아보기 힘든 곳도 있지 않은가? 거기에다가 영어나 한문으로 된 표지판이 드문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관광 산업을 육성할 목적이라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닌가? 

  국가가 해야 할 몫을 소홀히 하면서 의사 소통이 안되서 외국인이 한국에 오지 않는다는 말은 책임회피일 뿐이다. 관광 산업을 위해서 한국인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단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댓글 하나 옮겨본다. 

골수 올드 보수파들 진짜 문제다
몇년전에 영어를 공용어로 추진하고자할때
쌍수들고 반대했지..

몇만년이 흘러도 영어는 세계공통어가 될것이다.
세계공통어가 통하지 않는나라.
세계공통어를 하지 못하는나라.
뻔한결과 아닌가?

필리핀? 전체적인 소득수준은 우리보다 낮을지 모르지만
관광수입은 우리나라 몇배로 높다.
이게바로 부가가치가 높은 국가 인프라다.
  

  도대체 이게 무슨 회괴망측한 발상인지.. 외국어를 공부하라. 모르는 루저들이 쓸데 없는 발상한다는 식의 지나친 친절 주의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영어만 하고, 일본어만 해야 하는가? 중국어도 하고, 말레이시아어도 하고, 따갈로그어도 하고, 아프리카 말도 해야 하지 않은가? 그게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길이지 않은가? 왜 굳이 영어와 일본어만 해야 하는가? 웃기지도 않는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 프랑스를 다녀온 지인이 그런 말을 했다. 영어 다 알아 듣는데 영어로 물어보면 일부러 답 안한다고. 프랑스어로 뜨문뜨문 물어보면 그제서야 친절하게 답해 준다고.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배워서 오면 안되는 것인가? 그 나라에 갈 때 간단한 말들, 혹은 간단한 에티켓을 익히고 가는 것이 여행자의 자세가 아닌가?  

  기자가 지적한 것이 영어와 일본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외국인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등등 여러가지 옳은 것들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종종 황당해서 말도 안나오는 부분들도 있다. 외국인들에게 특히 백인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오늘도 5천만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그 날까지 달리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한국말은 설 곳은 잃어가고 있다. 문득 울학교 이티에서 김수로가 했던 대사가 생각이 난다. 

  "이게 고등학교 영어야? 세종대왕이 노하시겠다. 노하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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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041524191&code=910100 

  위의 링크로 들어가면 오세훈 시장이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입장을 적어 놓은 기사를 볼 수 있다.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그가 한 말의 요지는 이렇다.  

  "시장인 자기도 딸 둘 대학 보낼 때 힘들었는데 일반 서민 가정에서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러나 반값 등록금이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대안인가? 대학생도 지성인이니 스스로 생각해보라." 

  웃기는 것은 "돌아오는 길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20대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청춘이니까 아플 때"라는 그의 마지막 코멘트이다. 이건 뭐 고양이가 쥐 생각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세훈 시장의 짧은 이 몇마디가 또 내 가슴에 불을 확 질렀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청춘이니까 아플때이다. 참 오만한 말이다. 아파야만 청춘이냐?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청춘들을 계속 아픈 상황에 놓아두어야 하는 것인가? 요즘 20대들의 삶이 어떤지 그는 과연 알고나 있을까? 지성을 갈고 닦는 대학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곧 써먹어야하는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하는 곳이 대학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알까? 국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꼬부랑 글씨에 목을 메는 청춘들의 아픔을 그는 알까? 88만원 세대라고 자조하는 그들의 아픔을 오시장은 알까? 88만원 세대에도 못들어가는 백수와 백조들의 아픔을 그는 알까? 등록금 마련하기 위하여 제약회사 마루타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들의 아픔을 오시장은 알까? 등록금이라는 부채에 허덕이다 못해 결국 목숨을 끊어야 하는 청춘들의 아픔을 오시장은 알까? 등록금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는 슬픔을 그는 알까?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지는 아픔을 그는 알까? 왜 그렇게 등록금 깎아달라고 아우성치는지 그는 알까?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눈부시게 아프닌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오만이요, 생각없는 말이다. 등록금이 지금 가장 좋은 대안인가 물었는가? 물론 반값 등록금이 가장 좋은 대안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정치인이 할 일이 무엇인가? 시장이 할 일이 무엇인가? 가장 좋은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대안을 먼저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행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라고 시민들이 그를 시장으로 뽑아준 것이 아닌가? 책상 머리에 앉아서 가장 좋은 대안을 찾는다면, 그것이 자기 할 일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대통령은 고사하고 시장이 될만한 그릇이 아니다. 한강 르네상스와 랜드마크, 반값등록금 어느 것이 가장 시급한 정책인가? 

  대학생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지성인이라 했는가? 그런 지성인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내놓은 대안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생각해보라는 그는 과연 지성인인가? 그리고 솔직하게 요즘 대학이 지성인을 만들어 내는 곳인가? 지성인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서의 대학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지금 대학은 지성인이 아니라 기술공을 만들어 내는 곳이 아니던가? 모대기업의 임원이 황당하게 학교를 향하여 무슨 일갈을 했는가? 요즘 대학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고, 그래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자들을 가르쳐서 사용하는데 에로 사항이 맞다고. 대학생들이 지성을 갈고 닦길 원하는가? 그러고 싶은 대학생들도 뭐해먹고 살 것이냐는 생존의 문제로 밀어 내는 것이 현재 시스템이 아닌가? 그러면서 지성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울리고 어르는 기만적인 행동이 아닌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파서 청춘이 아니다. 청춘이니까 아픈 것들도 힘들지만 털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 아파야만 청춘인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힘들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반값등록금이 대안은 아니다, 민관주도사업이라는 기만적인 말로 더 아프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말한다. 난 청춘들을 덜 아프게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 내가 가진 한 표를 행사할 생각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제목을 이렇게도 써먹을 수 있구나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아마 글러브의 김상남이 이 기사를 봤다면 딱 한마디 날렸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요? 니미 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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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오늘은 특별히 바쁜 일도 없기에 책에 빠져보기 위해서이다. 며칠째 붙잡고 있는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와 도대체 언제 읽고 있던 책인지도 모르게 가물거리는 "사회적 하나님"을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단 컴을 켜는 순간 여기저기 검색에 들어가고 알라딘에 들어와 서재질을 하기 때문에 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함게 일하는 동료가 인터넷 뉴스에 송지선과 임태훈의 썸씽 스페셜에 대한 기사를 읽고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나야 남자는 큰 공을 가지고 놀아야지 작은 공 가지고 놀면 쪼잔해진다는 신념으로 오로지 축구와 볼링, 농구, 배구와 같은 종목을 좋아하지 야구와 골프, 탁구는 사마외도의 길이라고 경원시 하기 때문에 송지선이 누구인지 임태훈이 누구인지 모른다. 다만 케이블을 가끔 보면서 베이스볼 야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기 때문에 거기 나오는 아나운서라는 설명을 듣고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정확한 기사의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도 "송지"까지 쳤더니 "선 임태훈"이 완성으로 검색되더라. 이 얼마나 친절한 인터넷인가....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제일 위에 떠 있는 글을 클릭했더니.... 원... 세상에 어찌 그리 친절한 사람들이 많은지...송지선과 임태훈의 썸씽 스페셜에 대해서 그렇게 조목조목 요약을 해 놓고, 미니 홈피에 올라온 글을 복사해서 붙여 놓고, 전 남친의 트윗까지 가져다 놓았다. 게다가 임태훈 선수가 주변에 송지선 아나운서에 대하여 어떻게 언급했는지(먹다 버린 *)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다 언급해 놓았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여자를 엔조이의 도구로 보는 임선수가 잘못이네, 아니면 쿨하지 못하고 찌질하게 자폭하는 송아나운서가 잘못이네 하면서 이러쿵 저러쿵 그들의 행동까지 평가해 주고 있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은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한 가지 생각을 해본다. 그 많은 사람들이 송 아나운서나 임 선수와 일면식도 없을 것이고, 텔레비전이나 팬으로서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냐는 의미로 말하자면 말이다. 만약 그런 친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상대방이 조언을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 대는 것은 주제넘는 짓이다. 이런 주제넘는 짓으로 기분 나빴던 적이 분명 한두번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방의 성적취향에 대하여 떠들어대는 것은(임삿갓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아무리 친하더라고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남자와 여자가 다 잘못했지만 남자가 더 잘못했다, 아니다 여자가 쿨하지 못하다라는 식으로 자기들끼리 말하고 넘어가는 것을 뭐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태를 부풀려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식으로 글을 쓰는 네티즌과 이 사건을 기사로 다루며 계속 증폭시키는 언론도 분명 문제가 있다. 사건을 자극적으로 다루어 사람의 시선을 끌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야하지만 사건의 논점을 흐리면서까지 상대방의 인격과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상식 수준으로 보더라도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그리고 이러한 글을 보면서 교묘히 숨겨진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한마디 권하고 싶다. 

  "그렇게 궁금하시면 차라리 포르노를 보세요." 

  왠지 아침부터 자신은 안전한 뒤에 숨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쥐락펴락하는 찌질한 키보드 워리어들 때문에 급짜증이 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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