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꼼수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혼자 헤드셋을 끼고 나꼼수를 들으며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키득거린다. 주변의 이목도 있고 해서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키득거리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가 없다. 매주 금요일 나꼼수가 업데이트 되기를 바라면서 지난 방송들을 계속 듣고 있다. 일주일동안 짬짬이 절반을 넘게 들은 것 같다. 나꼼수가 열풍을 일으키는 까닭이 무엇일까 혼자 생각해본다.  

  첫째 아마도 솔직 담백함이 아니겠는가? 어르신들의 이야기야 텔레비전을 통하여 필터링된 것만을 듣다가 이야기들을 날 것 그대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치인들에게 이런 유머와 솔직담백함이 있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을 하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 위치가 있으신 분이라 솔직담백하기는 했지만 유머러스한 부분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가끔 유머라고 던진 이야기들이 구설수에 오를 오해의 소지를 가지고 있었음이 사실이니 말이다. 아마도 정규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그런 장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둘째 날카롭다. 언론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서 의심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그렇게 고단수의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주요 언론을 통하여 필터링된 정보만을 들었던 우리들에게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작업은 아직은 고단수의 작업인 것 같다. 

  셋째 정치에 대한 우리의 답답함을 풀어 주기 때문이다. 가카의 자상하신 배려로 그 어느때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층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민감한 것은 가카의 가장 큰 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정치적인 관심들을 충족시켜주면서 그 어느때보다 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것이 나꼼수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겠는가? 

  이런 세 가지 이유로 나꼼수를 열심히 듣던 중 드디어 기다리던 21회를 다운로드 받았다. 아내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올라오는 길에 열심히 나꼼수를 듣고 있는데 안성 톨게이트에 왔을 때쯤 박변이 소개했던 한 에피소드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운전을 하면서 눈물이 핑도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핑 도는 눈물 때문에 잠시 차를 멈추고 수습하고 간다. 그 에피소드는 박원순 펀드를 모집하던 가운데 펀드에 가입했던 한 시민이 보낸 사연이었다.  그 사연을 그대로 소개하면 이렇다. 이 소개를 위해서 다시 나꼼수를 듣는다. 여전히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핑돈다.

   2년전 변호사님의 강의를 통하여 세상을 다시 보았지요. 수험생의 어미로 온갖 시름이 저의 어깨를 누르고 있을 때 저를 깊은 잠에서 깨워 주셨답니다. 덕분에 나는 나누는 삶을 조금씩 실천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답니다. 변호사님의 말씀대로 함께 따라 나서겠습니다. 인도여행 가려고 쥐고 있던 돈, 서울 시민을 위해 투자하겠습니다. 정당 없고 돈없다고 기죽지 마세요. 저 시민이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한 박변!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충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동생에게 "너희 대장은 이번에 어떻게 한다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존 정치인에 대해 불신이 깊던 나였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을 세운다면 아마도 박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생은 별 관심없어 하는 것 같다고, 그냥 지금 하는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로 많이 놀랬다. 시민 운동을 하던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측은했기 때문이다. 처형도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 양반은 안됐으면 좋겠다. 그 판에 들어가서 모진 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려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정당도 없고, 돈도 없다. 조직이라고 있긴 하지만 시민단체 조직과 정권 획득을 목표로 전력투구하는 정당 조직과의 규모나 경험의 차이는 엄청난 것을 알기 때문에 박변을 돕기 위해 희망 제작소를 사직한 동생이 안쓰럽기도 했다. 상처도 많이 받을텐데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 권면만 했지 마땅히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3일날도 직장에서 행사가 있기 때문에 선거인단에 지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펀드를 가입하자니 이미 내가 알았을 때는 펀드 공모가 모두 끝난 후였기 때문이다. 동분서주하는 박변 캠프의 분위기를 동생을 통해서(그렇다고 동생이 캠프에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나 트윗터를 통한 선거 운동을 돕고 있을 뿐이다.) 간접적으로나 건네 듣게 되었다. 돈도 없고, 정당도 없고, 그래서 무소속이 반짝하다가 사라진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이 부분은 박영선 후보의 말실수라고 생각한다) 후보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사생활이, 가족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까발려지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찌, 고민이 많았을지 상상이 된다. 

  그런 박변이 펀드에 가입한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받고 집에 가서 엄청 울었다고 한다. 그런 박변의 아릿한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언제부터 정치가 돈과 빽과 조직의 힘으로 돌아가게 되었는지 마음이 아프다. 돈과 빽과 조직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국민의 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은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다. 펀드를 모집하면서 돈의 부재가 얼마나 아쉬웠겠는가? 캠프를 차리고 경청 투어를 하면서 얼마나 조직의 부재가 아쉬웠겠는가? 무소속이라고 한나라당에 치이고, 민주당에 치이고, 강**(나꼼수에서는 강추행이라고 지칭하는)의 저격을 받으면서 무소속의 설움을 어마나 많이 받았을까? 그런 박변의 아릿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 편지가 아닐까? 

  동생이 캠프에서 일을 하기에 박변을 지지하는 사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에 동생을 통해서 매달 1만원이지만 희망 제작소에 기부하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박변의 시민 운동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군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가 가카의 정권이 시작된 후 받았던 온갖 중상 모략과 걸림돌을 지켜보면서 답답해했던 난 박변의 선택을 지지한다. 비록 그가 통합 서울 시장 후보가 못된다고 해도, 박변을 지지한다. 예전에 노사모에 저금통을 보내던 선배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박변이 가야할 길이 참 멀다. 이제 막 정치계에 입문한 그가 계속 정치인의 길을 가던지, 아니면 모든 것을 접고 다시 시민 운동으로 돌아오든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 정치적인 행보가 아니냐라는 보수 언론들의 까대기와 싸워야 할 것이고, 대선과 총선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그의 이름이 언급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꽤 구체적으로 말이다. 그럴 때마다 진심을 왜곡당하고 힘들고 마음 고생을 많이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박변이 이 사실 하나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비록 개개인으로 보면 아무런 힘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박변의 편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조용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박변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이 사실을 기억하고 첫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의 바램대로 대한민국은 조금은 더 아름답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벌개진 눈으로 박변에게 한마디, 딱 한마디만 한다.

  "박변님! 정당 없고 돈없다고 기죽지 마세요. 저 시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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