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 Scou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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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현석
주연 : 임창정, 엄지원
 

리뷰의 제목이 좀 거시기 하긴 하다.  5.18을 소재로한 영화를 어떻게 유쾌하게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영화가 있기나 한 걸까? 오래 전,  영화<꽃잎>을 보고 한동안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던지. 그런데 이것을 나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라는 게 나로선 신기하기도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이 영화는 재밌다.     

지금까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영화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엄숙하기까지 하다. 모르긴 해도 세계적으로 역사적 사건을 끊임없이 재생산한 영화가 있다면 나치즘,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아닐까? 그런 영화들 보면 너무 사실주의에 입각한 나머지 엄숙해서 보고 있기가 곤욕스런 영화들이 많다. 그 상상력이 풍부한 스티븐 스필버그도 <쉰들러 리스트>는 또 얼마나 심각하게 만들었던가? 이것이 주는 나름의 이름값은 있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 영화 만드느라 좀 허걱대지 않았을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영화에 엄숙주의를 거두고 페이소스 짙은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나 독일 영화 <나의 아름다운 비밀>같은 영화들이다. 그것들은 무겁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한다. 다시말하면 작품성을 실추시키지 않으며 제값한다는 소리다. 물론 일련의 영화들이 역사를 전면에서 다루지 않고 배경으로만 하고 있으며, 공동체성 보단 개인에 좀 더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꼭 이런 영화에서까지 역사를 전면에서 다루고 공동체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이렇게 다루나 저렇게 다루나 허구는 들어가게 되어 있으며 조금은 밝은 상상력을 가미했다고 해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변질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는 5.18을 전면으로 다루고 있진 않다. 그저 간단히 말하면 80년 5월 18일을 매개로 야구 선수 선동렬의 스카웃과 사랑을 맞바꾼 어느 야구 스카웃터에 관한 이야기다. 야구 선수를(선동렬을) 스카웃 하는 것과 사랑을 맞바꾼 것 사이에 5.18일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영화는 선수 스카우터 호창(임창전 분)이 선동렬을 만나기 위해 광주에 내려오고 그를 입단 시키기 위한 노력은 집요하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것과 맞물려 그곳엔 7년 전 헤어진 시민 운동을 하는 옛 애인 세영이 있다. 선동렬을 만나기까지 그녀와의 마주침은 피할 수 없게 되고, 과거 영문도 모르고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고 받은 호창은 그래서 더 자존심 상하고 아프며 건드리고 싶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씩 건드려지면서 그 의문이 풀어지면서 정점의 날이 바로 5.18이다. 하지만 또 천신만고 끝에 선동렬과의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날과 같은 날 같은 시각이라는 건 아이러니다. 결국 그것은 호창으로 하여금 어떤 결단을 요구하게 만들고 결국 애인을 만나기 위해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 게 된다.   

물론 정말로 그날 호창이 소속된 구단에 선동렬이 입단 체결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야기를 위해 짜맞추어진 허구일 같다. 그런데 호창의 애인 사이에 5.18을 절묘하게 끼워 넣었다는 점이 상당히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임창정의 출중한 연기력에 힘입어 다분히 페이소스적이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웃긴데 더 서글픈 것. 물론 그래서 페이소스라 하는 것이지만.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보면 아들에게 인생을 살만한 것이며 꿈을 결코 잃게 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눈물겹게 유쾌하고 발랄하려고 애를 쓰는가? 죽으러 가는 그 마지막 길에서도 아들 앞에서는 어린 아이의 구령을 흉내내며 당당히 걸어가지 않던가? 호창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사의 현장에서 세영을 구해내고 공중전화 박스에 선동렬을 만나러 금방 가겠다고 해 놓고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그는 전경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그렇다고 세영과의 재결합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바라던 선동렬과의 계약이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호창이 보여준 것이 뭐란 말인가?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간과 찰라를 위해 살 뿐 그 결과는 누구도 보장 못하는 것. 호창이 그렇게도 바라던 선동렬과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마치 계약이 다 이루어진 것처럼. 호창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세영과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졌을 때 다시 사랑이 불 붙을 거라고 누가 의심하랴?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러나 그것이 또 의미가 없다고 허무한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으랴?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국가의 역사는 개인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 5.18 때 호창과 세영에게 이런 일이 있었지만 또 어디에서 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린 일일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파헤치고 알릴 때(그것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역사는 힘있어진다고 생각한다. 

단지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5.18을 전면에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 항쟁 운동의 첫날을 다루고 그 끝은 그것이 끝나고 한참의 세월이 끝난 후를 보여주며 마무리 한다. 그날부터 얼마나 많은 굴곡진 역사가 있었는데. 그것을 응축해서 남아내기엔 이 영화는 벅찼나 보다. 하지만 역사의 엄숙주의를 배제하고 페이소스로 버무려낸 감독의 연출력은 높이 살만하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에 이런 영화를 또 기대해도 될까? 마침 돌아오는 화요일이 5.18 민주항쟁의 날이다. 기념해서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보너스> 영화에서 보면 조폭과 그 두목이 나온다. 그는 세영을 좋아함과 동시에 의리파로 나온다. 조폭을 의리파로 미화시키는 것은 좀 그렇긴 하지만 나중에 이들은 전경과 전투 대치하게 되는데 그 장면이 나름 잘 짜여져 있다. 그 장면이 나름 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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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멋진 리뷰에...영화를 보기전부터 눈물이 찔끔 나오려했어요.
엄숙한 영화가 아니라는데도 저는 왜 코끝이 찡한거냐구요?

stella.K 2010-05-16 15:04   좋아요 0 | URL
ㅎㅎ 마기님은 명랑 쾌활하신 분이신가 봐요.^^
 
언노운 우먼 - The Unknown Woma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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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
주연 : 크세니야 라포포트, 미켈 플라시도

우선, <시네마 천국>을 만들었던 감독이 영화를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테크닉과 기교에 일단 놀라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이 <시네마 천국>을 만든 감독이라고 소프트하고, 그 작품에서처럼 유머나 위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불행한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폭력과 피가 낭자하다.  

그래도 여자를 존재하게 만든 건 자신이 마지막으로 난 아이를(여자는 총  9번의 아기를 낳은 것으로 되어있다) 찾고 그 아이의 보모가 된 것이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모성애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나중엔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슬퍼하는 장면이 보는 나도 짠하게 만든다. 

인상적인 건, 아이를 자기 같이 약하고 짓밟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을 칭칭 감고 쓰러뜨린 후 오뚜기처럼 일어나게 만드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일종의 투사 같은 것이기도 할테지만 그렇게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면 자기 아이를 마냥 온실속의 화초마냥 키울 수 만은 없겠단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감독은 <시네마 천국>에서처럼 자신의 상처를 재료로 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인 건 같다. 하지만 전작은 평면적인 감이 들지만(뭐 누구나 있을 수 있고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여기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물론 복수를 통한 치유라는 점에서 진취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럴 수 있는 중심엔 그런 모성과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뺀다면 거리의 창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창녀라고 해서 사랑도 없고 모성도 없는 것이 아니며. 

암튼 좀 잔인하고 얄짜없고 다소 거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 음악의 거장 앤리오 모리꼬네의 건재함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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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0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이거 급땡겨^^

stella.K 2010-05-10 10:46   좋아요 0 | URL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어요.
마기님 영화 취향을 몰라서 이렇게 밖에는 말씀 드릴 수 밖에 없겠네요.^^

비로그인 2010-05-10 14:20   좋아요 0 | URL
세상에 맞서 강하게 키워내는 그녀의 모성은 어떤건가 직접 보고 싶어서요.
잔인하거나 거친면은 영화를 위한 필수요소였을거라고 이해하고 보면...ㅎㅎ

프레이야 2010-05-0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서 놀랍고도 가슴 아팠던 영화에요.
동구(헝가리였던가요?) 매춘실태도 극악했구요.
마지막 장면, 저 꼬마 아이가 커서 그녀와 만나는 장면
여운이 길더군요.

stella.K 2010-05-10 10:49   좋아요 0 | URL
그 엔딩 장면이 여운이 길었던 건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에 진정한 사랑과 모성애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이죠.
영화는 정말 참혹스럽더군요.
 
트와일라잇 - Twiligh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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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감독 : 캐서린 하드윅
주연 :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이 영화를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뱀파이어는 진화한다.'는 것이다. 뱀파이어가 진화하니 뱀파이어의 이야기도 진화하는 수 밖에. 사실 뱀파이어 영화는 오래 전부터 세대를 거듭해서 만들어져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호러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렇게 흡혈귀를 소재로 한 영화 역시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도 그것이 주는 매력은 감히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는 어땠을까? 그냥 인간의 피나 빨아 먹고 인간과 뱀파이어란 이분법의 선악구조를 띄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나름 지적이고 철학적이기도 해 수작에 속할만 하고, 뱀파이어 영화는 무섭다는 나의 편견도 어느 만큼은 깨 준 영화였다. 

뱀파이어의 세계에서 나이 우논한다는 게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연급 배우들의 평균 나이는 30대 초중반을 상회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비해 본 영화는 영상이나 촬영 기법이 확실히 세련되어 있으면서, 등장인물은 그보다 훨씬 어린 존재로 그리고 있어 흥미롭다.   

영화 중 벨라가 에드워드의 존재를 알고 묻는 질문이 또한 이채롭다. 17세를 몇년째 살고 있느냐고 묻던가? 그렇다면 도대체 뱀파이어 세계에서는 인간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몇년만에 한번씩 나이를 먹는단 말인가? 

또한 이전에 본 영화는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면을 많이 살린데 반해, 이 영화는 가급적 그것을 배제하고 인간의 공간에 한발짝 더 다가선 현실적 공간을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를테면 뱀파이어가 학교도 다니지 않는가? 병원 의사이기도 하고, 정의롭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영화 역시 목이 먼저 뜯기는 쪽은 여자며 그에 따라 그 여자의 목을 무는 사람은 남자라는 것이다. 꼭 그게 아니어도 여자는 남자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남자를 더더욱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뱀파이어가 되지 못해 안달난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진화된 뱀파이어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 공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 이 묘한 고정관념을 유지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이 관념도 여자 보단 남자가 유포한 고정관념은 아닐까? 그보단 여자에겐 한번 좋아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 모든 것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더 앞서는 것은 아닐까? 여자라고 다 나쁜 남자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탈의 욕망이나 나쁜 남자에게 찍혀보고 싶은 욕구가 일시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 것은 남자의 지나친 환상 내지는 여전히 여자를 전복시키고 싶어하는 남성 우위의 욕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여자가 뱀파이어에게 끌린다면 뭐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를 사랑함으로서 금단에 도전하고 픈 욕망. 또한 모성애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피아노 치는 뱀파이어라! 멋지지 않은가? 이전에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런 그가 여자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설정은 애틋함을 더하면서 확실히 <로미오와 줄리엣>을 얼핏 연상하게도 된다. 원래 사람이란 존재가 하지 말라면 더하고, 하라고 그러면 안하는 청개구리 근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에드워드 같은 훈남이 "난 널 사랑하면 안 돼."하며 자꾸만 끌리는 반어법적 프로포즈를 거절하긴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이 뱀파이어는 고독하면서도 자기 세계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여자는 점점 매료당한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찍고, 들이댈 생각하지 말고 이런 영화에서도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세계도 없으면서 무작정 좋다고 들이대면 누가 좋다고 환영의 포옹을 해 줄까? 게다가 에드워드는 벨라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나타나 구해 준다. 이것은 또 여자로 하여금 얼마나 신뢰감을 주는 것인가? 벨라가 '난 너를 믿어"를 끊임없이 반복할 때 에드워드는 "날 믿지 마."라고 끊임없이 되풀이 하던 장면은 나쁜 뱀파이어와의 싸움에서 멋진 반전을 이루어 낸다. 



그런데 확실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다. 벨라와 에드워드의 저 엔딩 부분에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벨라가 어쩌면 그리도 낯간지럽게 느껴지던지. "얘야, 사람은 여러 사람을 만나 봐야 아는 거란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하긴 사랑하고 있을 그 당시는 시간은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랑이 영원할 수 있다고 말해도 그것은 별로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벨라의 목을 물지 않는한 에드워드는 영원히 늙지 않으며, 벨라는 늙어갈 것이다. 과연 에드워드가 이 늙어가는 벨라를 정말 변함없이 사랑해 줄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영원한 사랑 어쩌구 우논하는 쪽은 아쉽게도 에드워드 보단 벨라쪽이었다. 과연 벨라가 늙어서도 당당하게 에드워드의 사랑을 변함없이 받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물론 같이 영원히 사랑하자는 의미에서 벨라는 에드워드에게 기꺼이 목덜미를 내보이지만 에드워드는 인간의 우월성을 얘기하면서 그 목덜미를 물지 않는다. 확실히 에드워드는 사람도 아니면서 고단수다. 영원히 인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존재다. 이런 존재는 확실히 상대로 하여금 목마르게 만든다. 



이왕 이렇게 진화된 뱀파이어를 보여줄 바에야 다음번 뱀파이어는 좀 판세를 뒤집는 거라면 어떨까? 적어도 여자 뱀파이어를 사랑해 그녀에게 목덜미를 들이대는 남자형 같은 거 말이다. 질척해 보일까? 역시 남자가 여자를 구하는 캐릭터가 여자 관객이건 남자 관객이건 둘 다 좋은 거겠지?  

영화를 보면서 또 한번 서양 사람들은 자기네 전설을 잘도 발전시키고 우려 먹는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설의 고향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본 것 같아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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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 - Woman on the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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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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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난 개인적으로 프랑스 영화가 안 맞더라구요.-_-
그래봤자, 살면서 몇 편 밖에 안 되지만...영화 <택시> 시리즈 1,2까지는 괜찮았어요.
<택시> 3은 헐리우드에서 미국판으로 만들어서 재밌게 봤지요.
그런데 다시 프랑스에서 만든 <택시> 4는...도대체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어릴 적에 개와 영혼이 바뀐 남자의 이야기를 봤는데요..로맨스 코메디이지만,
'프랑스어는 새소리같이 이뻐'라는 나의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아주 정신 사나운 대화의
영화였죠.
스테님이 말하는 '프랑스 영화'란? ^^

stella.K 2010-05-02 19:36   좋아요 0 | URL
히히. 맞아요. 그런데 같은 프랑스 영화라도 허리우드 냄새 팍팍 풍기는
영화는 나름 볼만해요. 예를들면 <레옹>같은 거나, 내가 볼 땐 <택시>도
아주 프랑스적이지만은 않을텐데요.
근데 지극히 프랑스적인 영화들이 있지요.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남과여> 같은. 건 정말 지루하죠.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없는 건 아니고, 러시아 영화 보단 재미있지 싶기도 해요. 타르고프스키 같은 영화는...ㅜ
저는 이 영화도 아주 형편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나른해서 그렇지.ㅋ

L.SHIN 2010-05-02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그나마 <택시>를 봤던 겁니다.
아,정말이지, 전 나른한 영화는 싫답니다. 감동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안 그래도 인생이 나른해 죽겠는데, 영화까지 그런다면.ㅡ.,ㅡ

프랑스는 참 재밌는 문화입니다. 소설은 오히려 기똥차게 기발하고 재밌으면서
어째서 영화들은 그렇게 지루하고 철학적이고 느려터졌는지.
물론, 새발의 피 만큼 영화를 봐놓고, 이런 이야기 할 자격은 없지만서도..

아, 방금 전철이 저 멀리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럴 때면 꼭 그리운 기분이 들고 합니다. 뭐랄까, 아날로그의 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갑자기 나는 왜 엉뚱한 소리를..-_-)
스테님도 이유없이 좋아하는 소리가 있나요?

stella.K 2010-05-03 11:08   좋아요 0 | URL
아, 엘신님도 프랑스 문학 좋아하시는구나.
저도 프랑스 문학이 영화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입니다.ㅎ

제가 좋아하는 소리요? 음...뭔가 있을텐데..
비오는 소리?ㅎ 그것도 너무 많이 들으면 좀 그렇긴 하지만 양철지붕에서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 아늑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밖은 저렇게 비가 오는데 내가 있는 안은 뽀송뽀송하구나 하는.
저는 갠적으로 해금이랑 오보에 소리를 좋아한답니다.^^

L.SHIN 2010-05-03 19:31   좋아요 0 | URL
저도 실내에서, 밖의 비 오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좌아악 소나기가 아니라 후두둑 적당량의 비가 다른 사물을 맞고 내는
그 두 번째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요.^^

'오보에'는 뭘까..? 들어본 것도 같고..(긁적)

stella.K 2010-05-04 11:12   좋아요 0 | URL
영화 <미션>의 OST 메인 테마 들으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거여요.ㅋㅋ
 
300 -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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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추노>의 대결신에서의 영상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이 영화에서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 독특한 영상이 과연 연출자 독창적인 이미지일리는 없을 텐데 했었는데 말이다.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신의 뜻을 어기고 300용사를 이끌고 적과 말그대로 피 터지게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게 스파르타의 왕과 그 용사에 관한 이야기다.  

싸움은 잔인하고 야만적이다. 기원전 그 시대의 신은 어땠는지 우린 짐작조차 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에선 비열하고 간사하기까지 한다. 고대의 신들은 하나같이 음란하기도 하지 않은가? 그래서 인물 반반한 처자들은 하나 같이 신의 제물 내지는 신에게 바쳐져야 하는 운명이다. 영화에선 이 부분이 최대한 에로틱 하면서도 역겹게 내온다. 왕이 신탁을 받는 장면에서 말이다. 그런 신이라면 거부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왕 개인의 명예 때문에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왕을 나는 결코 좋게는 바라볼 수가 없다. 물론 왕의 명예가 곧 백성의 명예라는 등식을 성립시킨다고 해도 왕의 굴욕이 곧 백성의 굴욕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까? 굴욕적인 삶을 연명하느니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백성의 삶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도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개똥밭에 굴로도 이승에서의 삶이 저승 보다 낫다고도 하는데.  

하긴, 그 시대는 정치 보단 힘이 더 우선시 되는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중간중간 전장으로 왕을 떠나 보내고 나름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왕비의 모습도 보여지긴 하지만 그것은 양념에 지나지 않고, 결말도 모호하다. 1년 뒤 왕의 유업을 달성코자 전쟁에 살아남은 용사들이 다시 뭉쳐서 전장으로 떠나는 것이 엔딩이지만, 도대체 그 1년 동안 그 나라는 어떻게 살았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이 야만적인 전쟁 영화를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영상이 좋고 야성미 넘치는 근육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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