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 Scou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김현석
주연 : 임창정, 엄지원
 

리뷰의 제목이 좀 거시기 하긴 하다.  5.18을 소재로한 영화를 어떻게 유쾌하게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영화가 있기나 한 걸까? 오래 전,  영화<꽃잎>을 보고 한동안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던지. 그런데 이것을 나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라는 게 나로선 신기하기도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이 영화는 재밌다.     

지금까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영화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엄숙하기까지 하다. 모르긴 해도 세계적으로 역사적 사건을 끊임없이 재생산한 영화가 있다면 나치즘,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아닐까? 그런 영화들 보면 너무 사실주의에 입각한 나머지 엄숙해서 보고 있기가 곤욕스런 영화들이 많다. 그 상상력이 풍부한 스티븐 스필버그도 <쉰들러 리스트>는 또 얼마나 심각하게 만들었던가? 이것이 주는 나름의 이름값은 있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 영화 만드느라 좀 허걱대지 않았을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영화에 엄숙주의를 거두고 페이소스 짙은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나 독일 영화 <나의 아름다운 비밀>같은 영화들이다. 그것들은 무겁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한다. 다시말하면 작품성을 실추시키지 않으며 제값한다는 소리다. 물론 일련의 영화들이 역사를 전면에서 다루지 않고 배경으로만 하고 있으며, 공동체성 보단 개인에 좀 더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꼭 이런 영화에서까지 역사를 전면에서 다루고 공동체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이렇게 다루나 저렇게 다루나 허구는 들어가게 되어 있으며 조금은 밝은 상상력을 가미했다고 해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변질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는 5.18을 전면으로 다루고 있진 않다. 그저 간단히 말하면 80년 5월 18일을 매개로 야구 선수 선동렬의 스카웃과 사랑을 맞바꾼 어느 야구 스카웃터에 관한 이야기다. 야구 선수를(선동렬을) 스카웃 하는 것과 사랑을 맞바꾼 것 사이에 5.18일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영화는 선수 스카우터 호창(임창전 분)이 선동렬을 만나기 위해 광주에 내려오고 그를 입단 시키기 위한 노력은 집요하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것과 맞물려 그곳엔 7년 전 헤어진 시민 운동을 하는 옛 애인 세영이 있다. 선동렬을 만나기까지 그녀와의 마주침은 피할 수 없게 되고, 과거 영문도 모르고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고 받은 호창은 그래서 더 자존심 상하고 아프며 건드리고 싶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씩 건드려지면서 그 의문이 풀어지면서 정점의 날이 바로 5.18이다. 하지만 또 천신만고 끝에 선동렬과의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날과 같은 날 같은 시각이라는 건 아이러니다. 결국 그것은 호창으로 하여금 어떤 결단을 요구하게 만들고 결국 애인을 만나기 위해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 게 된다.   

물론 정말로 그날 호창이 소속된 구단에 선동렬이 입단 체결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야기를 위해 짜맞추어진 허구일 같다. 그런데 호창의 애인 사이에 5.18을 절묘하게 끼워 넣었다는 점이 상당히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임창정의 출중한 연기력에 힘입어 다분히 페이소스적이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웃긴데 더 서글픈 것. 물론 그래서 페이소스라 하는 것이지만.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보면 아들에게 인생을 살만한 것이며 꿈을 결코 잃게 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눈물겹게 유쾌하고 발랄하려고 애를 쓰는가? 죽으러 가는 그 마지막 길에서도 아들 앞에서는 어린 아이의 구령을 흉내내며 당당히 걸어가지 않던가? 호창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사의 현장에서 세영을 구해내고 공중전화 박스에 선동렬을 만나러 금방 가겠다고 해 놓고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그는 전경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그렇다고 세영과의 재결합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바라던 선동렬과의 계약이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호창이 보여준 것이 뭐란 말인가?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간과 찰라를 위해 살 뿐 그 결과는 누구도 보장 못하는 것. 호창이 그렇게도 바라던 선동렬과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마치 계약이 다 이루어진 것처럼. 호창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세영과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졌을 때 다시 사랑이 불 붙을 거라고 누가 의심하랴?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러나 그것이 또 의미가 없다고 허무한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으랴?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국가의 역사는 개인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 5.18 때 호창과 세영에게 이런 일이 있었지만 또 어디에서 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린 일일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파헤치고 알릴 때(그것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역사는 힘있어진다고 생각한다. 

단지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5.18을 전면에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 항쟁 운동의 첫날을 다루고 그 끝은 그것이 끝나고 한참의 세월이 끝난 후를 보여주며 마무리 한다. 그날부터 얼마나 많은 굴곡진 역사가 있었는데. 그것을 응축해서 남아내기엔 이 영화는 벅찼나 보다. 하지만 역사의 엄숙주의를 배제하고 페이소스로 버무려낸 감독의 연출력은 높이 살만하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에 이런 영화를 또 기대해도 될까? 마침 돌아오는 화요일이 5.18 민주항쟁의 날이다. 기념해서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보너스> 영화에서 보면 조폭과 그 두목이 나온다. 그는 세영을 좋아함과 동시에 의리파로 나온다. 조폭을 의리파로 미화시키는 것은 좀 그렇긴 하지만 나중에 이들은 전경과 전투 대치하게 되는데 그 장면이 나름 잘 짜여져 있다. 그 장면이 나름 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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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멋진 리뷰에...영화를 보기전부터 눈물이 찔끔 나오려했어요.
엄숙한 영화가 아니라는데도 저는 왜 코끝이 찡한거냐구요?

stella.K 2010-05-16 15:04   좋아요 0 | URL
ㅎㅎ 마기님은 명랑 쾌활하신 분이신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