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왔다.   

예전에 그의 소설을 몇권 읽어 준적이 있다. 이를테면, <개미>나 <뇌>, 또는 <나무>,<타나타노트> 같은.(그래도 제법 읽었네)   

 

 

 

 

하지만 난 오래 전, <나무>를 읽은 후 그의 소설을 더 이상 읽지 않고 있다. 교양 과학 소설쯤으로 읽혀지고 있는 듯한데, 그는 우리나라에 제법 인기가 많은 작가다. 

몇년 전,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을 받기 1년 전, 나는 그의 <혁명>출간 기념 강연회에 간적이 있었다. 그때 새롭게 안 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아시아인인지, 한국 비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쩌다 그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히 유감이긴 하다. 한국이 그토록 좋아하는 작간데 말이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난 어쨌든 읽지 않는다. 뭐, 싫으면 그 사람을 싫어해야지 작품까지 싫어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책에서는 이렇게 적용이 되는 구나. 법에선, 그 사람의 죄를 싫어해야지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라고 한다면, 최근 안중근의 일대기를 연재하고, 책으로 출간한 이문열도 똑같이 적용해 줘야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이문열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그의 작품에 대해선 뭐라고 불평하기 힘들다. 나 역시도 그의 이번 작품은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솔직히 이문열이기 때문이라기 보단, 안중근이란 인물을 알고 싶단 욕구가 더 크다. 그런데 그게 다른 작가가 썼다면 또 어땠을까? 분명한 건, 난 이문열이 썼다고 해서 읽기를 망설이거나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 오히려 이문열이기 때문에 읽고 싶은 마음이 더 들기도 한 건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말이다. 

말이 조금 빗나가긴 했지만, 베르나르에 관해서 얼마 전 새롭게 안 사실은 그는 매일 새벽에 읽어나 하루 4시간 반씩 글을 쓴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몸에 밴 것으로 30년 이상 해 온 거란다. 습관이 무섭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글을 내는 것이겠지. 그의 작품이 어떤 평가를 얻건, 난 이런 사람 보면 존경을 보낸다.    

교양 과학 소설이라면, 이책은 어떨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작가 마크 해던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책에 대한 여러 수식어가 많지만, 옥스포드 타임즈의 드라마에 빠진 어른들과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책 앞으로 불러 앉혔다!란 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페미니즘 소설가로 알려진 이경자씨가 <빨래터>란 소설을 냈다고 한다. 이건 작가가 이제까지 추구해 온 페미니즘과는 달리 얼마 전, 위작 논란이 있었던 '빨래터'를 그린 박수근 화백과 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를테면, 아버지와 아들이란 애증의 관계를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썼을지 궁금하긴 하다.  

 

 

 

 

내가 지난 주 발견한 엄청난 가격의 소설이다.  무려 정가가 36,500원이다. 10% 디씨해도 3만4천원 대. 두께는 600쪽이 조금 안되는데. 왤케 비싼 것일까? 

그나마 이건 1권에 대당하는 것이고, 아직 2권이 나오지 않았다. 말에 의하면, 20세기의 유럽문화의 대표적 미완성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조이스나 프루스트가 생각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조이스나 프루스트만큼 읽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냥 눈도장만 찍는 수 밖에.(게다가 이책은 일시 품절이고, 4월에 다시 나올 거란다.) 

 

 

 

 책 소개를 보면, 타이타닉호 침몰 직전 최후의 성찬, 도망치면서도 갈비를 포기하지 못한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마지막 식사 등 역사 속 위대한 천재들의 음식문화 세계사를 담고 있다고 한다.  

365일 미식가 일기를 통해 풍성한 요리 레시피뿐 아니라 삶의 지혜, 문학적 쾌락, 역사의 순간에 감춰진 음식 일화 등 요리에 울고 웃었던 천재들의 성공과 재앙까지 엿볼 수 있다고 하니 급땡긴다.  

그에 비해 책표지는 그다지 땡기지는 않는 편. 

 

 

 이책은 몇년 전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이다. 사실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이책에 관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빨리, 빨리가 인간을 어떻게 만들어 놨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지난 주, 나는 예스24를 통해 책 한권을 주문 했었다. 그짝 동네도 알라딘과 똑같이 당일 배송 시스템을 자랑하고, 나 같은 경우 하루 늦은 배송을 시켰는데 무슨...개뿔! 이틀만에 도착했다. 결국 알라딘과 별반 다를바 없는 배송 시스템을 자랑한다고나 할까? 도찐개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이것에 대해 열받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처음 알라딘을 이용했을 때 이틀은 기본이었고 3,4일만에도 받았던 것으로 안다. 그 시절엔 또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느긋하게 기다렸었다. 그런데 당일배송하고 나서는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에 도착이 안되면 화가 나고, 비난하고 싶은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회사나 고객 둘 다에게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닌 듯 하다. 적어도 고객인 나로선 이것 때문에 혈압 올릴 필요 없지 않은가? 

나중에 마케팅 연구하는 사람들 <당일배송 시스템이 고객의 정서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뭐 이런 논문 하나 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건 정말 고객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를테면, 고객이 원하는 건 (전에도 말했지만) 속도전이 아니다. <마춤형 고객 서비스>였지. 아무 때 건 고객이 원하는 날 배송하는 것. 그것이 당일이건, 다음 날이건, 일주일 후건 간에 말이다. 시간까지 마쳐주면 금상첨화겠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몇년 전, 알라딘 내에선 '생일 이벤트'라는 것을 했었다. 즉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자기가 읽고 싶은 책 몇권을 올리고 생일을 빙자하여, "이책 사주세요!" 떼 쓰는 것이다. 그러면 친한 알라디너가 책을 사주고, 또 그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이벤트를 하면 서로 사 주는 것이다. 뭐 나름 재미 있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 이벤트 대열에 끼어 책 받는 즐거움을 톡톡히 누렸는데, 덕분에 쌓이는 건 알라딘 책상자였다. 그것을 보면서 이것을 한꺼번에 취합해 한날 받아 볼 수는 없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게 없어져 아쉽긴 한데, 대신 <오늘 딱 하루만 반값>이라는 것도 그렇다. 물론 나는 해당사항이 없긴 하지만, 예를들어, 내가 원하는 책을 월요일에 반값으로 살 수 있는데, 화요일에도 사야한다. 같은 배송 연짱 이틀 시키는 거 좀 미안하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배송되는 날 내가 받을 없는 상황일 수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내게 맞는 마춤형 서비스라면 좋을 텐데, 누가 시키지도 않고 '당일 배송' 스스로 자랑하고 지키지도 못하면서 대신 고객들 혈압 올리는 거 확실히 고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더 이상 이놈의 배송 문제 가지고 왈가왈부 안하기로 했다. 그냥 천천히 살아 볼란다.    

추기: 나는 며칠 전, 중고샵에서 책을 두 권 샀다. 이건 알라딘 배송이 아니고, 회원간 직거래로 샀다. 예정대로라면 토요일 도착 예정인데, 오늘 도착했다. 생각 보다 빠른 배송이다. 차라리 느긋하게 기다리니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몇번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알라딘 중고샵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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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3-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크 해던의 『BOOM!』이 벌써 번역되어 나왔네요! 5월에나 출간 예정이라더니... 아, 그건 페이퍼북이었나?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마크 해던 진짜 재밌어요! 특히 『한밤의 개 사건』은 정말 강추!! ^.^;

stella.K 2010-03-25 10:12   좋아요 0 | URL
흠흠. 알겠슴다. 저도 기억하겠슴다.
그런데 Tomek님은 이하나를 정말 좋아하시는가 봅니다.흐흐
 

최근 문학동네 문학전집 2차본이 나오면서 이 책도 나왔나 보다. 

나는 <낮선 여인의 편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고, <체스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 범우사판으로 읽은 적이 있다.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그후 츠바이크를 기억하며, 몇권의 책을 더 샀던 적이 있다. 

 아다시피 츠바이크는 소설가 보다는 전기 작가로 유명하다. 저 <광기와 우연의 역사> 같은 경우 나름 흥미롭게 읽었고, 발자크 평전도 읽었다고는 하는데 난 도무지 지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제의 세계> 같은 경우 책이 두껍기도 하거니와 조금 난해한 느낌이어서 읽다가 포기했다. 이렇게 나에게 츠바이크는 전기 작가 보단 소설가로 더 기억에 남는다. 

<체스 이야기>는 너무 매혹적이어서 저렇게 새로 나왔을 때 한권쯤 소장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번역이 우리가 잘 아는 김연수 작가인줄 알았는데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동명이인이다.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을 <지상에서 영성으로>라고 읽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영화 제목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상에서 영원으로'지 아마.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지성에서 영혼으로>다. 우리의 지성 이어령교수의 참회록이라고 하는데 공부만 했을 분인 어르신이 무슨 참회할 것이 많으실까? 궁금해진다.  

몇년된 일이긴 하지만, 이런 대학자가 신앙에 입문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이분이 신앙을 가지셨다니 예전에 소설가 김승옥이 기독교인이 된 것이 세간의 화재가 된 것이 기억이 난다. 소설가가 신앙을 가지면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설도 있던데 난 이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내 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렇다할 소설을 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분은 지금 뭘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난 이어령 교수의 초기 저작들 특히 <흙속에 저 바람속에>와 그의 소설을 좋아했는데 그 이후의 책들은 거의 못 읽고 있다. 다른 책에 치여서이기도 하겠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그의 책 읽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글쎄, 너무 잘게 잘게 쪼개고 바수는 뜻한 그의 세밀한 설명에 질렸다고나 할까? 그래도 저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왠지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판본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 아닐까 한다. 다른 판본을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저렇게 표지를 달리해서 나오니 확끌린다.  

 

 '아메리카의 발자크', '라틴아메리카의 조이스'라 불리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책이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가족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 이 세상엔 어떤 사람이 더 많을까? 이책 왠지 모르게 끌린다.  

 

지난 겨울 엄청 춥고, 지금은 3월인데도 봄 같지 않은 것을 보면 지구 온난화란 말도 거짓말 같다.  

하긴, 옛날엔 3월도 추웠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오히려 겨울 추위 보다 봄 추위가 뼛속까지 시리다고 말하곤 하셨다. 내 기억으론 어느 해4월에 눈발이 날렸던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의 날씨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하도 지구 온난화에 길들여지다 보니 뭔가 속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더니 어떤 기상학자는 미니 빙하기가 도래한 줄도 모른다며 앞으로 향후 몇년 간은 이렇게 추울 거라고 했다. 쳇,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인가? 

우리가 화가 나는 건 뭐 그런 거 아닌가? 속은 느낌. 이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그러면서 기상학자들 잘난 척 하기는. ㅉㅉ. 그런 말이다. 하지만 기상학자들도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다 맞추랴? 다 예측이고. 확률로 말하는 것뿐. 그것도 알고보면 틀리라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계절답지 않게 너무 추운 것도 문제고, 너무 더운 것도 문제고. 그래도 놀라운 건 생명력이라는 것이다. 추워서 다 얼어죽고 전멸됐을 것 같은 벌레, 곤충들이 봄이 되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기어 나오는 것을 보면 새삼 놀랍다. 요 조그만 것들이 어떻게 겨울을 이기고 나왔을까?  

아무튼 저 책은 사실 나온지는 꽤 됐다. 그래도 요즘 같이 변덕이 심한 날엔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도대체 기후 가지고 어떤 농간들을 벌이기에...        

 

 우리의 친애하는 우디 앨런 옹(이젠 옹이라고 불러줘야 하는 것 아닌가?)의 책이 나왔다.  

우리에겐 영화 배유겸 감독으로 더 유명한 우디 앨런 옹이 이젠 책까지 내셨다. 새삼스러울 것까지는 없지만, 그리고 이 사람이라면 책을 내도 상관없지만, 난 영화 배우들이 책까지 내는 건 좀 과욕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은 이우일이 그림을 맡았다. 우디 앨런과 뭐 나름 어울리는 조합같긴 하지만 어떻게 이우일의 그림까지 삽입시킬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무튼 우디 앨런은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의 작품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는 않다. 뭔가 꼬이고, 좀 치사하고 더러운 면들이 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자기 할 말은 다한다. 그의 책도 영화와 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게도 된다.  

참, 잊을 뻔했다. 어제 아는 이의 카페에 놀러 갔다가 소개 받은 책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어떤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의 정확한 병명은 <과잉기억증후군>. 

나도 어느 때 옛 기억이 마구 떠오를 때가 있다. 물론 좋은 기억도 있지만 안 좋은 것도 뒤섞여 떠오른다. 그럴 때면 망각도 축복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책 소개를 보면,  엄청난 기억력의 놀라움만 담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책 속에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능력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경계심과 상처가 많은 유년기를 지낸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그런 아픔을 딛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연인을 만나고 사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등 한 명의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결을 가진 삶과 그 애환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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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8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8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8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8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3-1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과학 책을 보고, 빙하기가 어떤 과정으로 오게 되는지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스테님.^^;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기는 신생대-4기-충적세에 속합니다.
그 동안 4번의 빙하기와 3번의 간빙기가 왔었고, 지금은 5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구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인간들의 문명이 가속도를 붙이는 건 사실이지요.
지금만큼 인위적으로 열과 오염이 많이 일어나게 만든 생물이 없었으니까요.

그나저나, 스테님, 이렇게 좋은 책들을 자꾸 올려주시면, 저 힘든데 말입니다.(웃음)

stella.K 2010-03-18 15:09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제가 지구과학 책이랑은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래도 엘신님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제가 도움이 많이 되는군요.^^

저도 일일이 다 읽을 수는 없으니 이렇게라도 올려서 위로받는 거죠.
그나저나 저에게도 애칭이 생겼군요. 스테. 좋습니다.ㅎㅎ
 

작가에 대한 명성이야 이미 자자해서 진짝에 한번쯤 찔러 볼 생각은 있었다.  

그리고 크게 한번 숨을 쉬고 지지난주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물론 중간에 다른 책 좀 읽느라 덮어논 것도 있다만, 역시 난 아직(?) SF물은 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미국 문학은 대체로 나와는 안 맞는 편이어서 선택을 잘 안하는 편인데, 괜히 삽질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야 하는 건데...... ㅠ 

 

 

책표지가 좋아서 나올 때부터 찜해놨던 거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바탕색은 옅은 노랑색이다.  

뭐 좀 의외이긴 했지만 나쁘지 않다. 

앞에 머리말 정도 읽었는데 되게 흥미로울 것 같다. 

기대된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는 이게 아니다. 

산지 좀 오래됐다.  

표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글씨가 듬성듬성해서였을까? 암튼 난 오래도록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아주 조금씩 읽고 있다. 그도그럴 것이 원래 글씨가 듬성듬성 밝힌 책일수록 빨리 못 읽는 경향이 있는데, 이책 역시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죠셉 제이콥스라는 번역가는 이런 말을 했단다. 하루에 10개씩만 읽으라고. 그 이상을 읽으면 안 된다고. 하루 종일 10개의 격언들을 마음에 새긴 다음 새로운 10개의 격언을 읽으라고. 

뭐 마음에 새기고, 안 새기고는 자기 마음이겠지만, 아무튼 난 하루에 10개를 읽으라는 이 사람 말에 동의한다.  

오늘 읽은 것 중에 기억할만한 구절 하나를 소개한다면, <너 자신을 알라>다.

...... ......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따른다는 것이다.
다른 일들은 그 재능을 뒷받침해 줌으로써
그대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해 줄 것이다.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타고난 재능을 아무렇게나 다루기 때문에 빛을내지 못한다.
그대만이라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발전시켜라.
그러면 성공의 월계관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어쨌든 이 사람의 글은 그야말로 냉철하면서도 매혹적이며, 뱀같고, 비둘기 같다. 

추기: 어제부터 안 온다고 징징댔던 택배가 조금 아까 이글을 쓰는 동안에 배달이 됐다. 대단한 알라딘. 뭐라 할말이 없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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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3-1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구절에 100% 공감합니다.
자신이 잘 할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일인지 아닌지 그것을 더 신경쓰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경우도 많고요. 그리고 용기와 소신, 자신감도 필요할 것 같아요.
읽으시다가 좋은 구절이 있으면 또 소개해주세요 ^^

stella.K 2010-03-12 10:41   좋아요 0 | URL
저도 저 구절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저 구절을 아직도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직도 이루어야할 꿈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정말 인용해서 올릴 구절은 많은데 나름 바빠 못 올리고 있네요.
틈나는대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 대 여자 

 

 

 사실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남자에 대해서 다뤘다면 <다른 남자> 보단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아닐까? <다른 남자>는 중단편 모음집이라고 한다.  

부자, 부부, 친구 등 우리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빛과 그림자를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관계와 소통의 문제로 접근했다고 하니 흥미롭다. 하긴 사랑을 감성적으로 다루는 거 이제 좀 진부하지 않나? 물론 그래도 잘 다룬 작품이 있으면 여전히 보기야 하겠지만. 

<어떤 여자>는 공신력있는  대산세계문학총서의 91번째 책이다. 이미 한 차례 출판된바 있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역시 뚝배기보다 장맛이라지만 구판 보단 이번에 새로 옷을 확 바꿔입고 나온 책이 훨씬 자극적이고 끌린다. 특히 여 여자의 입술. 젊었을 때 나도 저런 립스틱 바른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바르라고 하면 못 바른다. 왜 그럴까? 나 좋으면 하는 건데. 누구 눈치 볼꺼 있나? 왜 사람들은 빨간 립스틱을 바르면 쥐 잡아 먹었냐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묻고 싶다. 쥐 잡아 먹어본적 있냐고? 암튼 내가 저런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 건 그냥이다. 별로 바를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런데 저책 읽고 싶긴하다. 일본 작가의 책이다.범상치 않아 보인다. 특히 아리시마 다케오라는 작가는 여자 작가인 줄 알았는데 남자란다. 그러고 보니, 두 남자가 하나는 남자를, 또 다른 작가는 여자를 썼다는 것이 묘한 조응을 이룬다.    

여기서 잠깐, 최근 옷을 새롭게 갈아 입은 책중 가장 눈에 띄는 책이 있다면 김영하 콜렉션이 될 것이다. 특별히 '콜렉션'이란 이름을 붙여주니 작가의 품위가 달라 보인다. 

 

 

 

 

괜히 안 사보던 책도 사 보고 싶고. 갠적으론 나선형 계단을 좋아하는 편이라 저 두번째 책이 끌리긴 한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표지가 대체로 음산해 보이긴 하지만 묘한 끌림이 있다.         

우는 여자 대 슬퍼하는 사람  

 

 아직도 저책만 보면 '미친 여자'란 이미지가 더 강하다. 왜 하필 하고많은 제목 중 저 이름을 택했을까? 그래도 김화영 교수가 번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책은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애도하는 사람>은 이책처럼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도 없을 것이다. 하나같이 묵직한 여운을 말하던데 그것에 이끌려 나도 결국 사 보기로 했다. 마침 중고샵에 나온 것이 있어 낼름!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대 디스토피아의 통렬한 비판

  
 이 두권의 책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프랑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신데렐라>는 왠지 끌리지는 않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벤트를 한다지만 그래도 조금 주저하게 만든다. 아직 이렇다할 리뷰가 올라오지도 않았고.  

끌리기는 오히려 <덕 시티>다. 사람의 얼굴대신 세마리 오리를 그려넣은 발상도 재미있고, 풍자 소설이라고 하니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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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0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문학 트랜드는 일기 아니면 편지가 아닌가 싶다. 

작년 말, 우연히 서핑을 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타이프 라이터를 (거짓말 조금 보태서)미치도록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표지가 참 근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한대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조놈의 타자기가 우리나라에서 예전엔 비서들이 많이 썼지만, 미국 같은 나라에선 작가들의 전유물이었을 것이다. 왠지 지적 산물 같아 보이지 않는가? 물론 요즘 미끈하게 잘 빠진 노트북에 비하면 한참 뒤쳐지긴 하지만 아날로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물건처럼 탐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설명에 의하면, 작가가 길 위에서 만난 이방인들과 유랑의 기록 쓴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일기체로 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작년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고 지난 2000년에 나왔다고 절판이 됐고, 이번에 다시 나왔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이석원의보통의 존재 가 나와 한동안 눈길을 글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프랑스 중위의 여자>로 잘 알려진 존 파울즈의 일기집이 나왔는데 어떨지 몹시 궁금해진다.  

사실 일기란 상당히 개인적인 글로써 보는 사람의 관음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나는 중학교를 들어가던 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충 허리쯤 올라오는 일기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사실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또한 나는 한때 무엇인가를 쌓아 놓는다는 것이 싫어,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그게 없어진 것 같은데 예전의 B드라이브 디스켓에 일기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 그 디스켓은 가지고 있지만 예전에 썼던 B드라이브가 있는 컴퓨터가 없어진지 오래라 저장된 일기를 아마도 영원히 볼 수 없게 된 것도 같다. 하긴, 일기를 썼다고 해서 훗날 다시 보게 되는 경우는 없다.  

오래 전, 정말 일기를 꺼내 본 적이 있었다. 그래봐야 20대적에 10대 일기를 꺼내 본 것인데, 몇장 읽다 덥고 말았다. 어쩌면 그렇게 글씨를 못 썼던지. 그리고 왜 그리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때 내가 왜 일기를 쓰고 있을까에 회의적이기도 했다. 사실 글이란 게 정신적 정화 작용도 해 글을 쓰면 흩어졌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곤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워보고 점검도 하고. 하지만 난 요즘 일기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 게으른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따로 일기를 쓴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에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아니다. 일기는 독백을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독백과 방백이 적당히 혼재되어 있다. 즉 독백을 하는 것 같다가도 방백을 하고, 방백을 하는 듯 하면서 독백을 한다. 하지만 진짜 속 얘기는 블로그에다 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적어도 난 그렇다. 그렇다면 일기를 계속 써야할 것도 같은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문제는 게으름이고, 무엇인가 일기쓰는 행위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이대로 앞으로 일기를 계속 쓸 수 없다면 자서전을 쓰게 될 것 같다. 마침 자서전 쓰는 법에 관한 책도 나와 있으니.  

        

그래도, 지금 내가 누군가의 일기를 읽고 싶다면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아닐까 싶다. 알려진대로 실비아 플라스는 한때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즈의 아내였으며, 그녀의 마지막 죽음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다. 가스 오븐에 자신의 머리를 넣고 자살을 했다니 말이다.  

처음 이책이 나왔을 때 읽을 자신이 없었다. 왠지 자살한 사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저변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책은 판도라의 상자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난 아직도 이 상자를 열어보지는 못했고, 언제 열어 볼지도 사실 모르겠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영원한 일기는 안네 프랭크의 일기는 아닐까 한다. 한마디로 이책을 읽지 않았으면 일기를 읽었다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책을 두번 이상 거듭해 읽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중학교 때 이책을 읽었다. 그때의 감동과 안도감이란...! 나도 드디어 읽었다!는 것이긴 한데 그때 이후로 나는 이책을 재독할 마음은 지금까지 들지 않는다. 물론 다른 책들도 내가 재독하는 경우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책은 한번쯤 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책이 있다. 하지만 이책은 항상 그 대상에서 빠져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안 읽었다면, <죽기 전에는 꼭 한번은 읽어줘야 할 책 목록>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야 하는 책이 이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라고 떠들면서, 왜 박지원의 <열하일기>나 <난중일기><백범일지>같은 건 왜 읽어 볼 생각은 안하는지 모르겠다. 

 

 

 그 밖에, 

  이런 책들도 읽어주면 좋을 것도 같다. 부제로, 목적이 이끄는 일기쯤이 되려나?  

 

사실 일기란 비공개를 원칙으로 사적인 것일 것 같지만 꼭 그러치만도 않는 것 같다. 솔직히 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그 첫날(그날이 몇년 몇월 몇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난 분명히 한번쯤은 생각했을 것이다. '훗날 내 후손이 이 일기를 읽어 준다면...' 그래서 허리까지 찬 일기장들을 아직도 태워버릴 용기를 갖지 못한지도 모르겠다.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이 대체로 작고 얇기도 하지만 그렇게 치고는 상당히 잘 만든 책은 아닐까 싶다. 반정도 읽었는데 다 읽고나도 별 네개 이상 주는데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난 왜, 이걸 읽고 있는데 자꾸 옛 생각이 나는 걸까?   

나는 말 보다 글의 힘을 더 믿는 사람이다. 사춘기 시절, 엄마와 아버지는 싸움이 잦았다. 지금 같으면 그걸 몇배 이해했을 것이다. 성이 다른 사람끼리 사는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한번에 맞기를 바랄까? 그런데 보는 나는 참 많이 괴로웠다. 아버지와 엄마가 행복하지 못한 게 마치 내 책임 같아서 나는 장문의 편지를 아버지께 보내 드린 적이 있었다. 처음엔 약발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식이 이렇게 컸구나 기득도 하고, 다 큰 자식한테 그런 편지를 받으니 무안도 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넓은 마음으로 자식의 마음을 받아 드리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점점 약발을 잃었다. 자꾸 자식으로부터 당신의 잘못을 지적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셨을 것이다. 난 그후 아버지한테 편지 같은 것은 쓰지 않았다. 역시 부부의 문제는 둘이 풀어야 하는 것이다.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 

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내 짝을 정말로 좋아했다. 물론 한때 싸우고 화를 낸적도 있지만, 그 아인 정말 똑똑하기도 하고, 글씨도 잘 썼으며, 예쁘기도 했고, 상냥하기도 했다. 고맘 때 친구끼리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는데 나 역시 그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을 한동안 즐겼다. 그 친구는 꼭 편지 말미에 -너의 둘도 없는 친구, OO-라는 말로 맺음을 하곤 했는데, 난 한참 동안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잉? 이게 무슨 말이지?' 물론 오늘날로 치자면 자신을 나타내는 문장 같은 것인데 이해를 못했다기 보단 뜬금없어 보어도 보엿고, 건방져도 보였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얘도 나를 둘도 없는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나에겐 이 친구 밖엔 친구가 없는 것일까? 편지를 받을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그 친구와의 편지 교환은 제법 오래 갔던 것도 같다. 중학교 입학 초 정도까지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서로 다른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다. 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교복을 입은 그 친구의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중간에 내릴 수는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편지를 썼다. 뭐 이를테면, '그때 너를 우연히 봤는데 버스를 내릴 수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주저리 주저리......'썼겠지. 그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쉬우면 한 번이라도 약속을 정해서 만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편지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그런지 우린 서로 언제고 한 번 보자고 해 놓고 계속 보지 못했다.  

그런데 한 번은 이 친구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내가 꼭 편지를 보낼 때나 답장을 보내지 먼저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편지를 안했다. 그랬더니 정말 편지가 없었다. 나는 아쉽지만 그 친구에 대한 우정을 거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언제까지나 답장을 쓰는 번거로움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자발적이지 않으면 의무감으로 뭔가를 하는 건 나 또한 원치 않으니. 그래서 우리는 결국 멀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내 마음엔 언제나 오래도록 편지를 주고 받을 상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것은 지금도 앙금처럼 남아 있다.    

오래도록 동생 테오와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반 고흐. 나도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다.(판형은 이게 아니다) 그때 읽으면서 둘의 형제애를 얼마나 부러워 했던지. 그런 것으로 봐서 어쩌면 인간 심리 저 밑바닥엔 편지를 언제든지 주고 받을 수 있는 소울 메이트를 진정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친구 이후 한동안 그런 친구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 보다 네살 위인 언니가 재수 끝에 대학엘 들어가고, 교회 대학부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론 서너명 됐던 것으로 아는데, 희안하게도 언니는 내 친구를 몰라도, 난 언니 친구들이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남자친구를 모를까? 당시 나는 여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자라곤 아버지와 오빠, 동생이 다였고, 설혹 또래 남자 아이를 안다고 해도 오빠뻘 남자를 아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남자의 향기'란 이런 거구나. 그 오빠들만 보면 설레는 뭔가가 있었다.  

그중 C오빠가 있었다. 공부도 잘해 당시 우리 언니로선 바라볼 수도 없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외모는 좀 왜소하긴 해도 성격이 좋아 내 바로 위의 오빠와 나를 금방 사로 잡았다. 그 사로잡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편지였다.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 오빠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주는 것이아닌가? 그것도 그냥 언니를 통해 주는 것도 아니고 우표 붙인 편지를. 나도 편지질을 해 보긴 하지만 이게 어디 보통 정성인가? 그렇지 않아도 조금만 틈이 있으면 편지를 주고 받는 상대가 있게 되길 바랐던 나는 그때부터 그 오빠와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어떻게 길게 쓰지 않았는데도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편지를 쓸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것도 잠깐. 편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 오빠가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그냥 아는 오빠 이상의 인상을 친구의 동생에게 준 것은 아닐까, 주춤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자신이 그렇게 편지를 했던 것도 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단다. 그러면 그렇지. 그럴수도 있겠다는 의혹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의도를 알고는 나 역시도 그렇게 목적이 있는 친절이라면 사양하겠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 오빠의 편지는 기다리지 않았고, 그 오빠 역시 더 이상 집에 놀러오지 않게 되었다. 그런 것으로 봐서 언니하고도 멀어지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난 그때 그 오빠와 주고 받았던 편지와 다른 사람들과도 주고 받았던 편지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는데 어쩌면,(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다음 이사 때)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  

오래 전, 내가 주일학교 교사를 했을 때 내가 맡은 아이들과 공개 일기장을 쓰기로 했다. 그것은 지금처럼 인터넷 사이트가 발달되고 카페와 블로그가 만들어지기 한참 전의 일이다. 그 시절 카페가 있었더라면 우린 거의 실시간으로 여러 생각들과 정보들을 공유했을 것이다. 거의 열몇 명에 가까웠으니 두권을 돌린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한 주씩 가지고 있는다고 해도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 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일기며, 편지인 동시에, 낙서장 같은 것이었다. 팀 활동을 하면서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써 보자는 거였는데 별 내용은 없어도 나름 그것을 읽는 기쁨은 꽤 컸다.  

그래도 역시 편지는 동성끼리 주고 받는 것 보다 이성끼리 주고 받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가끔 결혼을 전제로한 남녀가 연애기간 동안 편지를 몇백 통을 받았다고 하면 어찌나 부럽던지. 그것을 변함없이 결혼 후에도 할 수만 있다면 부부문제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편지도 성실해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말 보다 글이 더 힘이 있어 보이는데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많이 가슴에 묻고 사는 것일까? 

앞서 말한 <정조의 비밀편지>의 보면, 어찰을 쓰지 않은 임금은 없었지만 정조만큼 어찰을 잘 활용한 사람도 없어 보인다. 편지 하나만 잘 써도 로맨티스트, 멋있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텐데 편지를 보낼 사람도 마음도 갖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할까?  

                      

최근 이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 절판이었다가 새로 재출간 되었다. 이 책 역시 편지글로 쓰여졌다는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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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2-2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는 이 글도 마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기분으로 읽혀지는데요.

stella.K 2010-02-21 20:01   좋아요 0 | URL
오호! 빨리도 읽으셨네요. 그렇습니까? 흐흐.

Forgettable. 2010-02-2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alla님, 안녕하세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일기글이나 편지글 읽는걸 즐기는데 이 페이퍼 참 좋으네요.
전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를 몇달 째 읽고 있는데요, 이게 지겨워서가 아니라 자꾸 책장이 넘어가는게 너무 아까워서 자꾸 책을 덮게 되더라구요^^

stella.K 2010-02-21 21:58   좋아요 0 | URL
포게터블님, 반가워요.
사실 저 파울즈의 책과 <정조의 비밀편지> 때문에 쓰기 시작한 글인데
짧지 않은 글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2010-02-21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2-22 11:02   좋아요 0 | URL
<정조의 비밀편지>강연회가 토욜에 있군요.
가고 싶기는 한데 지금으로선 약속해 드릴 수는 없고,
나중에 가게 되면 살짝 연락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야클 2010-02-2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또는 일부러)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이 꼭 있을것 같아서 저는 일기를 안씁니다만. ^^

stella.K 2010-02-22 11:03   좋아요 0 | URL
그럴 줄 알았습니다.ㅎㅎㅎ

2010-02-22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2-23 00:1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실비아 플라스 영화 권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언젠가 리뷰도 썼구요.
전 영화가 훨씬 좋았어요. 기네스 펠트로가 실비아에요.^^

2010-02-22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2-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날 우연히 시골 책장에서 고딩때 짤막하게 썼던 일기장을 발견하고 과거를 찾은 듯한 느낌에 설레였던 적이 있습니다. 일기를 쓴다는 것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묘한 감정이 들더라구요^*^

stella.K 2010-02-23 16: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일기란 게 참 묘한데가 있어요. 뭐라 설명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