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대표가 ‘성상납 문제‘로 윤리위에 회부되었지만 당은 지방선거를 핑계로 한참 시간을 끌더니 뒤늦게(어제) 심의에 들어갔다. 결론을 못냈다는데, 웃긴게 당대표 성상납에 대해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는 당대표의 정무실장에게는 징계절차에 들어갔다고한다. 대표가 잘못을 했으니 실장이 뒷수습을 하려던 걸텐데 대표는 놔두고 실장만 징계라니? 그래도 이건 이미 당대표가 죄가 있다는걸 감안한 대처로 보인다. 2주후 당대표에게 직접 소명듣고 그에게도 가타부타 결론을 낸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할지.


이 와중에 최강욱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앞선 윤리위 징계는 반가운소식이었다. 아직 본인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 징계를 두고 민주당에서 찬반의견이 갈려 최의원을 두둔하는 측이 징계를 환영한다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또 비난하고 있는데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행태는 절대 민주당에 득이될리 없다. 민주당의 성추문 문제는 끝임없이 지속되고있고 당을 위기로 몬 큰 원인중 하나다. 계속되는 부인과 미흡한 대처는 보수당,보수 지지자들으로부터도 더듬어민주당이라는 조롱섞인 타이틀을 얻어냈다. 제대로 인정하고 쇄신하는 모습이 없으니 성추문, 성 관련 사건은 잊을만하면 반복되어 당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 최강욱을 두둔하는 분위기는 또다른 가해자들과 피해자를 만들게 뻔하다.


이것도 못털어내면서 어떻게 진보라고 할 수 있는건가? 어떻게 보수들과 구분되고 어떻게 그들과 싸울 수 있나? 그러니 내로남불 소릴 계속 듣는거 아닌가? 들고있는 무기가 썪고 낡았다면 버리고 새것으로 써야하는데 이미 낡은 무기에 미련을 못버린 이들 때문에 답이 안보인다.


실망이 계속되서 정치얘기는 별로 쓰고싶지 않았는데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다가 아래 대목을 보고 지금 정치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써봤다. 문정부때 민주당에서는 여성장관후보의 사생활문제가 붉어져 사퇴로 이어지는일이 있었다. 여론도 그녀의 도덕성을 질타했다. 누구는 녹화되는 장소에서 발언해도 두둔하고 누구는 카더라로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는 이 현실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그나저나 2주후 당대표가 징계를 받고 당대표에서 물러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절차가 이뤄지면 2030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는데 이걸 두둔하다가 징계에 불복해 이탈하는 2030세대는 대체. 그들이 원하는 정치란 대체 뭘까?






ost는 답이 없었어로.








함무라비법전은 국가권력의 한 측면인 가부장적 가족의 제도화가 시작되었음을 표시한다. 그것은 여성의 지위가 남성 가장의 사회적 지위와재산에 의해 결정되는 계급사회를 반영한다. 

빈곤한 평민의 부인은 그녀의 의지나 행동과 무관하게 남편의 지위변화에 의해 존중받을 만한 여성에서 채무노예나 매춘부로 바뀔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남성도 자신의 성적 행동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지 않는 데 비해, 간통 등결혼한 여성의 성적 행위나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순결을 상실하면 그녀의 지위가 낮춰질 수도 있었다.

ㅡ가부장제의 창조. - P249

푸틴은 여러 면에서 현대 우익 포퓰리스트들의 롤모델이자, 도둑정치계의 진정한 혁신가라 부를 만한 인물이다. 푸틴은 시민사회가 사실은 전혀 시민사회가 아니며, 거리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진짜 국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만이라는 점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포퓰리즘의 논리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전략이다. 일단 "우리가, 우리만이 국민을 진정으로 대표한다"고 주장하고 나면 국민의 진정하고도 유일한 대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짜 국민일 수밖에 없지않겠는가?

-민주주의 공부.얀 베르너 뮐러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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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23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박지현 탓하는 민주당 너무 꼴보기 싫어요. 황희두 도 요즘 박지현 죽이기 하고있고 김진애도 최강욱 편들고. 아주 돌아버린것 같아요. 박지현이 이런 와중에 꿋꿋하다니 존경 존경. 진짜 큰 인물 되실 분이에요. 정봉주였나 박지현은 9급공무원 준비나 하라고.. 미친……. 자기나 똑바로 살것이지 어딜 겨나와서.. 아오 빡쳐요 진짜 ㅠㅠ

청아 2022-06-23 11:21   좋아요 4 | URL
미투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정봉주가 그런 소릴 당당하게하는 민주당의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러니 박지현도 욕먹어가면서도 꾸준히 사과를 하라고 했던거라 봅니다.제대로 털기 위해서죠. 사과는 잘못의‘인정‘이니까요. 그래야 또 다른 가해자들이 뻔뻔한 짓을 못할텐데 이런분위기...아직 왜 졌는지 왜 민심잃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정신못차렸다는 의미겠죠ㅜㅜ

- 2022-07-07 11:12   좋아요 1 | URL
정봉주 옥수수 털어야겠네 ㅋㅋㅋ 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ㅋㅋㅋㅋ

청아 2022-07-07 11:38   좋아요 1 | URL
정봉주 뻔뻔해지면서 어쩐지 관상도 바뀌는 듯한느낌입니다. 쟝쟝님이 남김없이 털어주세요!!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6-23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박지현 홀로 고군분투ㅜㅜ 남은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본인들 쇄신할 생각은 안하고 쇄신하려는 사람은 내치면서 자신들의 허물은 구렁이 담넘어가듯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에효~

청아 2022-06-23 11:45   좋아요 4 | URL
그쵸ㅜㅜ 이준석의 갈라치기식 포퓰리즘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해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결론내고 자기와 같이하지 않으면 적이라는 마인드요. 이들이 이렇게 내부총질하면서 이준석을 비판할 수 있을지. 그와 다르다고 스스로 자신하는지 답답하고 궁금합니다.

바람돌이 2022-06-23 12: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민주당이 무슨 진보일까요. 걔들 하는 짓이나 정책이나 국함이랑 다를게 뭐 그렇게 있다고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지들이 정말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한은 희망은 없다고 봅니다. 박지현씨 같은 사람이 하는 문제제기의 말뜻도 못알아듣고 있는건 아닌가 의심도 들고요

청아 2022-06-23 12:57   좋아요 3 | URL
진보인척 했지만 수구보수와 다를바 없음을 이런 일들로 드러내고있죠. 진정한 진보, 제대로된 보수가 필요합니다. 척하는 가짜들이 이렇게 득세하지 못하도록 말이죠. 박지현에게 막말하는걸 보면 답도 없고 양심도 없어보입니다.

페넬로페 2022-06-23 14: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치인들의 행태가 거기서 거기 같아 뉴스보기가 겁나요. 그러면서 그러면 안되지만 관심이 없어지기도 하고요.
제가 지지하는, 아님 지지했던 정당의 꼴이 더 보기 싫어요.
다른곳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고요.
참 막막하고도 힘든 요즘이예요~~

청아 2022-06-23 14:52   좋아요 4 | URL
네 페넬로페님!! 기본적으로 우리의 독특한 안보상황이 수구집단을 배불리고 가짜진보의 연극을 지속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의 의식은 성숙했는데 정치가 못따라준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저도 뉴스보기가 참 꺼려지는 요즘입니다.

새파랑 2022-06-23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존에 있는 잘못된걸 털어내는게 쉽지만은 않은거 같아요~ 정상적인게 당연해지면 좋겠습니다~!!!

청아 2022-06-23 16:06   좋아요 3 | URL
예~옳고 그름에 관한 문제가 내부총질로, 계파간 갈등으로 왜곡되어진다는게 씁쓸합니다. 아닌건 바로잡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정상화로, 올바른 정치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2022-06-24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4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6-24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기회에 국민들 정치에 학을 떼게 하려는거 아닐까 생각들 정도로 지치네요 ㅠㅠ

청아 2022-06-24 17:41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미니님~♡ 누가 누가 더 국민들 학 떼게 하나 경쟁하는듯 보여요.ㅠㅠ 저런 정치인들은 입을 꿰매주고싶은 심정입니다. (잘 꿰매줄 수 있는데ㅋ)
 



타인에 대한 오해도 나쁘지만 나에 대한 오해는 더 나쁘고 아프다.


어릴 때 집에서 내 별명은 '방안 퉁수'였다. 찾아보면 퉁소(악기)의 방언이라고 한다. 즉 방안에 있는 퉁소니까 히키코모리 같은것. 특히 중학교땐 코앞에 (5분거리. 달리면 1분도 가능.아마?)학교가 있어서 퇴근하고 나면 집콕이 내 생활의 전부다시피했다. 친한 친구를 집에 부르거나 자고가게 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혼자 멍때리길 좋아해서 엄마(나와 달리 마당발)가 늘 나를 그렇게 부르곤 했다. 자꾸 놀림받으니 멍때리는게 나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래서 점점 강박적으로 나를 다그치며 살았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는 못하면서 멍 때리기를 자제하고 쫒기듯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예를들면 한 가지 일을 앞두면 그것만 하는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함께 처리하는 식이다. 직장 다닐때는 그런내가 돌쇠처럼 일을 즐기는 인간으로 보였던것 같다. 멀티 플레이어가 좋은 건줄 알았다. 내가 지치는 줄도 모르고... 나중에서야 빌게이츠를 통해 알았다. 멍 때리는게 뇌 발달에 좋다고. -물론 빌게이츠와 나 사이엔 아득한 간극이 있다는걸 안다.- 그는 일부러 일년에 며칠씩 멍때리는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이른바 '생각주간') 영감과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인걸 우리 엄마도 몰랐겠지만 그걸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과연 몇이나 될까 싶기는 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경우에서 보듯 기술적 인공물은 인간이 쓴 시나리오대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p.15 (하물며 하찮은 인간인 나는 어떻겠나...)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임소연


그렇게 쓸데없이 바쁜척하면서 방황했는데 대충 방황했다. 차라리 제대로 방황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 후회가된다. 난 늘 그런식이었다. 어중간한. 끝장을 보질 못하는. 여기저기 두루 관심은 많은데 조금 시작하다 싫증내고 다시 한눈팔고. 그러다 보니 뭐든 대충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중학교에 다니던 사촌이 갑자기 집을 나가 친구랑 중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걱정도 됐지만 덜컥 겁이났다. 가서 크게 성공하면 어쩌지? 나는 그런 용기가 없었으니까. 물론 그 애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런 무모함이 질투나고 두려웠던것 같다. 그래서 당시 가출청소년을 찾아주는 방송에 제보해 그 애를 찾았다. 한동안 원망을 들으면서. 요즘은 그 애와 통화하면 제발 더 늦기전에 어디로든 떠나라고 한다. 



내 모순을 인정할 때 다른 사람의 모순에 관대해지는 것 같다. 그걸 알게된건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저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다. 그게 수필이던, 시 또는 소설이던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제대로 숨은 뜻을 들으려면 '내 생각'을 멈춰야만 가능하다. 그렇게 책을 통해 '경청'을 하면서 내가 잘못된 '자기애'로 나를 속여왔다는걸 알게되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걸. 나의 모순을 인정하고 한결 편안하다. 나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는 결코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타인에게도 그렇게 된다. 그러나 정신줄 놓고 그저 사는대로 살다보면 나를 제대로 읽기보다 속이기가 훨 편하다. 이제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로 했다. 목표나 목적이 없어도 괜찮아. 하루하루 그저 살아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잖아? 기대치를 낮추고 편안해지자. 실수해도 괜찮아. 누군가 실망시켜도 괜찮아. 하루를 망쳐도 괜찮아. 이제 대충 설렁설렁 살아보고 싶다. 너무 욕심내다가 또 지치지 않게. 다시 실컷 멍도 때리면서.말랑말랑해지자. 


과학기술학이 주는 최고의 가르침은 자연이 천재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순간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만큼 반복되는 실험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노동이 필요하다. 외곬수 천재보다는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과학자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p.16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임소연







*게으른 완벽주의자 탈출법-by 김노을

(완전 내 얘기.넷플릭스와

헤어스타일,의자,커피까지ㅋ)

https://brunch.co.kr/@b259f84b48cf4ce/10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고, 나의 것이지만 나의 것이 아닌 몸에 순응하기도 했다가 저항하기도 했다가, 서로 설득하기도 하고 도구의 힘을 빌려 제압하기도 하는 엉망진창인 일상의 기록이다. p.165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임소연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있으니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히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ㅡ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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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11 08:21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페넬로페님*^^*
더위를 이겨내고 부지런해지고 싶어요!
시카고 타자기 저도 아직이라 보고싶습니다~^^

독서괭 2022-07-11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은 공감을 불러온 이글! 미미님 축하드려요^^

청아 2022-07-11 13:40   좋아요 1 | URL
저는 늘 괭님 글에 공감만땅입니다.ㅎㅎ 감사해요 괭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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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2차 대전에 관해서 가장 알고 싶지 않은 부분은 전범국인 일본의 상황이었다. 35년간 일제치하에서 고통받던 우리민족에대한 감정적 동요가 가장 큰 이유일텐데 물론 전범국,침략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한마음 한뜻은 아니었을테고 펼쳐볼 수 없는 그들 개개인의 심연에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다양한 입장, 나름의 고통이 존재했을것이다. 



'반딧물의 묘'




'바다와 독약'은 그런면에서 일본 지식인의 양심과 혼란 또는 거기에 따른 괴로운 울부짖음으로 느껴졌다. 전쟁이라는 국가적 선택에서 개인의 양심이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만 보더라도 전쟁에 반대하는 일부 러시아국민들은 철저하게 분리,감금되고 통제된다. 전시상황에서 언론은 자국의 입장만을 대변할 것이고 왜곡된 정보만을 소비할 수 있는 시민사회는 다른 의견을 내세우기 쉽지 않다. 더구나 연합국들에 의해 거의 매일같이 공습을 당하던 2차대전 당시 일본시민들은 가족을 잃거나 불구가 되고 또 잿더미 속에서 아득한 흔적으로 사라져갔다.



더이상 공습경보도 경계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납빛으로 낮게깔린 구름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쾅쾅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따금 탁탁 콩이 여물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까스가 불탔느니 야구인 일대가 전소되었느니 하면서 환자나 학생 들이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요즘에는 어디가 불타는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누가 죽든 말든 걱정하지도 않았다. 학생들 대부분이 시내 곳곳의 구호소나 공장으로 보내졌다. p.47



의사 스구로는 2차대전 막바지에 당시 큐슈의 k시에 있는 모 의대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결핵 환자들을 돌보던 그는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병원내에 권력을 두고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빠른 동료의사 토다를 통해 알게된다. 그는 공습으로 가족을 잃고 하나 남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한 무료입원 환자를 살뜰히 챙긴다. 병원에서는 그녀에게 가망이 없다며 이왕 그렇게 된 김에 조교수의 수술케이스로 이용하려한다. 반면 특실에 머물던 젊은 환자는 하시모또 교수의 출세수단으로 수술스케줄이 잡힌다. 출세를 위해 살려야하는 환자와 죽어도 그만인 가난한 말기환자. 그러던 중 당연히 성공할것처럼 보이던 하시모또 교수의 수술이 실패하고 출세길이 막힌 하시모또 교수는 외국인 포로의 생체실험에 나서게 되는데.... 전쟁당시 실제 일본의 모 병원에서 이루어진 생체해부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하며 각자의 죄의식과 혼란을 들여다본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리듬에 맞춰 귓가에 계속 읊조려댔다. ‘나는 아무 짓도 안했어.‘ 스구로는그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지우려 했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니까. 그러나 이러한 암시는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와 마음속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다가 사라졌다. ‘맞아, 너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아주머니가 죽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 짓도 하지않았어. 하지만 너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 거기에 있으면서 아무짓도 하지 않은 거야.‘  - P164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포로를 병원으로 유인해 마취시킨뒤 수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구할 실험이라며 합리화한다. 이 소설은 사람을 살려야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오히려 생명경시의 공포와 명분없는 전쟁을 선명한 피와 해부의 이미지로 그려낸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어떤 식으로든 무뎌진다. 엔도 슈사쿠는 거기에 진정한 공포가 있음을 시사한다. 승자없는 전쟁의 포화속에 잊혀지는 존재들, 이름들. 독이 마음에 퍼지듯 죄의식과 고통에 무뎌지면서 타인에 대한 파괴는 또 다시 가능한 일이 되어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검붉은 피로 탁해진 액체에 담긴 이 암갈색 덩어리.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게 아니라, 자신이 죽인 인간의 신체 일부를 보고도 거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괴로움도 없는 이 섬뜩한 마음이다. - P170







더 읽어볼 엔도 슈사쿠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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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6-20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의 묘는 ‘소하 몇월 몇일 밤, 나는 죽었다‘ 라는 첫 대사가 참 오래도록 남는 애니군요.

청아 2022-06-20 17:47   좋아요 3 | URL
네! 저도 그 첫 대사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말이 너무 슬프고 많은게 담겨있다고 느껴져서 많이 울었습니다.

독서괭 2022-06-20 17: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무거운 작품이네요.. ˝거기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야˝ - 방관자의 죄책감일까요. ㅠㅠ
반딧불의 묘도 전쟁 배경이예요? 엄청 슬프다는 말을 들어서 안 봤어요.

청아 2022-06-20 17:52   좋아요 4 | URL
엔도 슈사쿠의 작품에는 늘 죄책감,죄의식이 담겨있더라구요.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하고 제 삶도 되돌아 볼 수 있었어요. 불편하지만 그런 점에서 좋은 작품입니다ㅠㅠ

반딧불의 묘도 2차대전당시 일본의 모습을 보여줘요 괭님! 어릴때 봤는데 첫 대사 때문에 잊지못할 작품입니다

coolcat329 2022-06-20 1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기 겁나지만 북플님들 평이 넘 좋아서 저도 이 책 샀어요. 미미님도 읽으셨군요. 반딧불의 묘는 ㅠㅠ 넘 슬프죠

청아 2022-06-20 17:55   좋아요 2 | URL
여러 사람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진진하고요 아직까지 엔도 수사쿠 3권 읽었는데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쿨캣님 반딧불의 묘 눈물 많이 나는 작품이죠!

새파랑 2022-06-20 1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나름의 죄책감과 괴로움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 이 책 읽고 나서 리뷰를 못쓰겠더라구요 ㅋ 역시 미미님은 척척딱딱~!! 저는 바보를 먼저 읽어보고 싶습니다~!!

청아 2022-06-20 18:10   좋아요 3 | URL
저도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이런 점들 때문에 엔도 슈사쿠가 더 좋아지네요. <깊은 강>은 맨 마지막으로 아껴두고, 다음에는 <내가 버린 여자>부터 읽어보고 싶어요(바보도 사두었지요ㅋㅋ)새파랑님 100자평 다시읽어도 완벽합니다👍

페넬로페 2022-06-20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나쁜 전쟁에서도 좋은 사람은 있을거예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갈등도 하고요. 막상 저한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저 역시 불의에 맞서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살 것인가?
매번 고민입니다^^

청아 2022-06-20 21:12   좋아요 3 | URL
그렇죠!! 페넬로페님. 전쟁이고 뭐고 당장 앞가림하며 살기에도 바쁘고 고달픈 사람도 있을테구요. 이런 소설들 덕분에 경험해보지 못할 상황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어 소설읽기가 더 값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mini74 2022-06-20 2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인들이 스스로 피해자라 생각하는것이 분노케하죠. 어느 프로였나 일본인들은 2차대전에서 자신들이 미국편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도대체 역사시간에 뭘 배운거지 하는 ㅠㅠ 하루키 등 양심적인 작가들이 고맙네요. 이 책도 읽고싶어요 미미님 *^^*

청아 2022-06-20 21:11   좋아요 3 | URL
아웅!! 역사를 오래도록 왜곡한 결과인가봐요. 김누리교수님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독일은 전범국가로서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는데 비해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면서 좋을대로 해석하니 미래가 어둡다고요. 양심적인 작가들이 그 와중에 반짝반짝 빛나는것 같아요 이책도 강추입니다 미니님*^^*

scott 2022-06-20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딧물의 묘‘
하야옹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애니메이션으로 엮었지만

이 만화를 보면 일본 전쟁 세대들은 가해자 입장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아시아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 역사를 잘 모릅니다
보여지는 것, 감춰진 것 드러내보이는 것이
아주 많이 달라요 (일본 민족 )



청아 2022-06-20 23:35   좋아요 2 | URL
<침묵>이나 <사무라이>에서도
일본인의 그런 성향?을
간접적으로나마 조금 경험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특히 말씀하신대로 겉과 속이 다른면은
아직까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특이한점으로 받아들여진다니 말다했죠.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정체성에서 그러한 성향이 기인하는건지....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인식,역사왜곡!🤔

희선 2022-06-21 0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에도 옛날에 자기 나라가 잘못했다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힘을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알려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아서 다행이다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역사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잘못 알면 안 될 텐데 싶은 생각은 하지만...


희선

청아 2022-06-21 09:02   좋아요 2 | URL
희선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뉴스에서봐도 일본은 정부비판하는 시위도 극소수의 사람들 뿐이고 문화적으로도 다른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래도 그런 환경에서 ‘아니다‘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고
용기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 2022-06-21 0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다와 독약은 이런 내용이군요. 더더욱 관심이 가는데요. 올해 저도ㅠ엔도 슈사쿠를 피해가지 못할듯합니다. ^^

청아 2022-06-21 09:06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엔도 슈사쿠는 평이 좋아서 기대하고 읽었는데도 감동받았어요.(침묵,사무라이) 이 작품도 괜찮았지만 <사무라이>강추입니다*^^*

다락방 2022-06-21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책도 엔도 슈사쿠의 책이군요. 별수없이 사야겠어요. 슈사쿠 는 인간의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글을 쓰는 작가네요. 너무 제 타입 ㅠㅠ

청아 2022-06-21 10:32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제가 연달아 엔도 슈사쿠만 리뷰 올리는것 같아서 다른 소설 먼저 잡았었거든요? 근데 뭔가
허전하더라구요. 앙꼬 빠진 찐빵?같은. 바닥까지 들여다보게끔 독려하는 그 무엇이 엔도의 문학에는 있다고 느껴집니다ㅠㅠ

그레이스 2022-06-22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놓친 페이퍼네요
엔도 슈샤쿠의 이 책도...
일단 담습니다.
서재 엔도 슈샤쿠 바람의 근원지가 미미님이시네요^^

청아 2022-06-22 09:43   좋아요 3 | URL
스콧님 덕분에 <사무라이>사 놓았다가 새파랑님 따라 <침묵>부터 읽고 홀릭!! 자발적으로 홍보대사가 되었습니다ㅎㅎ강추입니다 그레이스님*^^*

scott 2022-07-04 21:59   좋아요 2 | URL
엔도 슈샤쿠 에세이 추천 합니다!

침묵은 신부님 이셨다가 현재
일본 어느 대학 교수님으로 계셨던 분 번역본 강추 합니다

노란색 표지 침묵은 원본 전체 완역 한것이 아닌것 ㅎㅎㅎ


청아 2022-07-04 22:13   좋아요 2 | URL
아앗 <침묵>다른 번역으로 찾아봐야겠네요ㅠㅠ

에세이는 지난번에 말씀해주셔서 대기중입니다*^^*

레삭매냐 2022-06-22 1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주변 피해국들에게 그래서
어쩌라구 식의 무대뽀 정신
이 그들과 거리를 두게 만
드는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
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
는데 시간이 너무 흘러 이
젠 그런 일이 있었나조차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
지요.

6년 전에 만난 책인데 격
이 다 가물가물하네요.

청아 2022-06-22 11:16   좋아요 4 | URL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가 이제 11명 뿐이라는데
사과는 커녕 망언도
잊을만하면 반복이죠.

사과하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일텐데 거기서부터
서로간에 엇박자니 피해자들의 상처가 더 클거란 생각이듭니다. 제대로 후세에 알리지 않는등 역사 왜곡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이고요.

레삭매냐님도 이 작품 읽어보셨군요! 엔도 슈사쿠는 죄다 소장각,재독각이네요*^^*

2022-06-22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2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2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2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여태까지 그런 사실을 별로 개의치 않았던 것이 무척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의 아버지도 전쟁 중에 사람 한두명쯤 죽였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아이를 야단치기도 하는 그 얼굴은 더이상 살인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트럭이 양복점 쇼윈도우를 더럽히듯이 무수한 먼지가 그들의 얼굴에 쌓여 있었다. - P30

‘모두 죽어나가는 세상 아이가 병원에서 죽지 않더라도 매일밤공습으로 죽어가는 거야.‘ 스구로는 토다가 오늘 오후 화난 듯이중얼거린 말을 떠올렸다. 회진이 끝난 뒤 공동입원실에서는 한바탕 헛기침이 울려퍼지고 환자들이 박쥐처럼 침대를 기어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스구로는 만일 인간의 죽음에 냄새가 있다면 그건 분명 이 어두운 방의 악취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 P46

더이상 공습경보도 경계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납빛으로 낮게깔린 구름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쾅쾅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따금 탁탁 콩이 여물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작년까지만 해도나까스가 불탔느니 야구인 일대가 전소되었느니 하면서 환자나 학생 들이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요즘에는 어디가 불타는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누가 죽든 말든 걱정하지도 않았다. 학생들 대부분이 시내 곳곳의 구호소나 공장으로 보내졌다. 연구생인스구로도 이제 곧 단기 현역으로 어디론가 끌려갈 것이다. - P47

사실 조국이 이기든 지든 관심도 없었습니다. 한밤중 눈을 떴을 때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요즘 들어 왠지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둠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그저께 밤보다는 어젯밤이, 어젯밤보다는 오늘밤이 파도의 수런거림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제가전쟁을 느끼는 것은 이때뿐이었습니다. 커다란 북소리 같은 어두운 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높아짐에 따라 일본은 패망하고 우리는어디론가 끌려들어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 P106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 하고 있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몰려오듯 불안과 공포가 엄습했다. 그는 수술실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문밖에 있던 군인들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그들의 모습이나 웃음소리는 도망치고 싶은 스구로의 마음을압도하며 빠져나갈 길을 막는 두터운 장벽으로 다가왔다. - P144

"석가모니께서 어느날・・・・・・ 한 제자를 문병하셨습니다. ・・・・・・ 제자는 자신의 똥오줌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 석가모니께서는 정중하게 문병하신 후, 너는 건강할 때친구를 간병한 적이 있느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이처럼 홀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네가 평생 다른 사람을 간병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 몸의 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지만, 삼대에 걸쳐서도 다 끝나지 않는 마음의 병이 있다." - P150

그는 동료의 눈을 가리키며 수상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눈이 새빨개졌어."
하지만 눈동자가 빨간 사람은 손가락질당한 장교만이 아니었다.
다른 군인들의 눈도 희번덕거리며 보기 흉하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정사를 치른 후 눈에 핏발이 서고 기름기와 땀으로 얼룩진 얼굴이었다. - P163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리듬에맞춰 귓가에 계속 읊조려댔다. ‘나는 아무 짓도 안했어.‘ 스구로는그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지우려 했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니까. 그러나 이러한 암시는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와 마음속에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다가 사라졌다. ‘맞아, 너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아주머니가 죽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 짓도 하지않았어. 하지만 너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 거기에 있으면서 아무짓도 하지 않은 거야.‘  - P164

검붉은 피로 탁해진 액체에 담긴 이 암갈색 덩어리.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게 아니라, 자신이 죽인 인간의 신체 일부를 보고도 거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괴로움도 없는 이 섬뜩한 마음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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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뜻 밖의 이야기를 내게 한다. 서울이 아닌 타지에 살고 있는 상황이 너무 싫다고.

언제든 그 생각을 깊게 파고들면 눈물이 터져버릴것 같다고. 평소에 하지 않던 이야기라 놀랐다. 우리는 아무데서나 꺼내 놓을 수 없는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에게 늘 힘이 되어주곤 했는데 그럼에도 할 수 없는, 드러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래. 나도 그런것들이 있지. 글로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 것들. 어디서 부터 설명해야할지 손조차 댈수없는 것들. 괜한 오해를 살까봐. 괜한 이미지를 만들까봐. 담아두고 덮어두고 모른척하는 것들. 



"마리안느, 그 일에 대해 글을 써보도록 해요. 그러지 않았다간 어느 날엔가 당신은 갑자기 존재하지 않게 될테니까."p.59


아이둘을 키우는 친구는 오랜만에 직장에 다니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기분이 이상해졌다고 했다. 직장다니는 친구가 '너는 좋겠다. 남편이 돈 벌어다 줘서. 일하지 않아도 되서. 집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잖아. 걱정없겠다.'라고 말한것. 직장다니는 사람들이 바빠서 여유가 없다고 토로할때마다 늘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나도 일하고 돈벌고 싶으니까. 하지만 사정상 그럴수가 없다. 이런 사실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주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것도 아니면서.



친구는 아이둘을 키우는데도 그런 소릴 듣는데 나는 아이가 없으니 더한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어 그냥 듣고 넘기곤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는 전혀 한가하지 않거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책읽기인데 남들이 생각하듯 내가 한가하고 여유로운 사람이면 종일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돌봄에 집안일에 이것저것에 치이다 보면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어쩔땐 책을 연속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타이머로 확인해본적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바람만큼 충분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것들을 일일이 토로해봤자 상대는 그런 사정들을 궁금해하지도 그러니 날 이해하지도 못한다. 차라리 일을 한다면 대가를 받고 거기에 따르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을텐데, 일하고 있다는 명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명분 그런것들 바깥 경계에 내 삶이 있다. 


밝은 날 여인은 책상에 앉아 타이프라이터를 앞에 놓고 안경을 썼다. 그녀는 번역할 책을 매일매일의 분량으로 나누어 연필로 그날그날의 날짜를 적어 넣었다. 책 말미에 적힌 날짜는 봄이 한창인 어느 날이었다. 여인은 타이핑을 하다가 가끔 멈추고 옆에 놓인 사전을 펴보기도 하고 활자를 바늘로 소제하기도, 자판을 수건으로 닦기도 하면서 번역을 해나갔다. p.65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내가 꺼낼 수 없는 것들을 우두커니 끄집어 내어본다. 나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정도 속도로 울 수 있으면 어디 극단에 들어가 연기도 할 수 있을것같다. 파트타임 배우는 없나.




어떤 주장들, 어떤 생각들은 사람들 가슴속에 우두커니 잠자코 있다. 누구는 용기를 내어 그걸 표현하고 누구는 영영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것들이 바스라져 흔적없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둔다. 용기를 내어 표현하더라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잠자코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마음씨도 있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걸고 넘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 그럴때마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도 그렇게 말할 용기를 잃어간다. 그런면에선 나도 가해자가 되보기도하고 피해자가 되어보기도했다. 그래도 피해자가 되어본 덕에? 어쩌다 욱해서 당한만큼 갚아주려고 가해하고 나면 마음이 좋지 않다. 오래 남는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 생각날때마다 양심이, 신념이 찔린다. 그럴땐 내가 그나마 반성하는 인간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여성들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부터가 무능력의 요건하나를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어디서도 '너가 여성이라는 사실자체로도 이미 무능력이야'라고 대놓고 말하진 않는다. 대놓고 까는건 그나마 덜 상처가 된다. 너무 뚜렷해서 뭐라도 해볼수도 있고(늘 그런건 아니지만)뭐라도 해볼 수 없으면 누구에게라도 속상했다고 털어놓을수 있다. 하지만 은근한 것들, 은근한 무시, 은근한 비난 이런 것들은 더 고통스럽고 더욱 신경쓰이는 법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껴왔다. 여성을 향한 억압과 배제도 그런 형태를 띈다. 어떤 곳에서는 그나마 보란듯이 차별하는 일이 분명 줄어들었다. 남성들은 더욱 그렇게 느끼고 -역차별을 운운할 정도로-여성들은 조금 덜 그렇게 느낀다. 다만  남성들처럼 군대라는 공감대도 없고 사회적으로 타고난 성 자체로 지지받으며 성장하지도 못한다. 사회에서 성공한 엘리트들도 거의가 남성들이고 위인전 리스트만 봐도 여성 중에 본받을만한 위인은 역사적으로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것같은 그런 소외의 분위기는 여성들에게,남성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대 자신을 드러냈구나, 왼손잡이 여인이여!

혹은 내게 어떤 신호를 보내려 했는가?

나 어느 낯선 대륙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

수많은 다른 사람들 가운데서

혼자 있는 그대를 만날 수 있으리

그대도 수천의 타인들 가운데서 나를 보고

우리들 끝내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리라. p.108


하지만 언급되지 않는다고 없는건 아니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건 아니다. 용기내어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주목받는 것들 사이에서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이 없다면 결코 저들도 없을 것이다. 아직도 검열은 있다.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다수가 아닌 또는 다수임에도 약하고 예외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럼에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내야한다. 용기를 내서 쓰고 또 목소리를 내어 나를 살려내야 한다. 



여인은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필과 종이를 가져다가 자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의자 위에 올려놓은 두 발을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뒤쪽 공간과 창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밤이 흘러감에 따라서 변해가는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그렸다. 그렇게 모든 대상들을 하나하나 그렸다. 힘차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떨리고 어설픈 획이었으나 이다금씩 단 한 번의 획으로 해서 힘찬 비상이 생겨났다. 몇 시간 동안이나 그린 다음 종이를 옆으로 비껴 들고 그걸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p.136




작가로 하여금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게 하는 한,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소설가의 의도에 다가가게 하는 한, 어떤 방법도 옳고 모든 방법이 옳다. 이런 방법은 우리가 기꺼이 삶 그 자체라 부를 태세가 되어 있는 것에 다가가게 해준다는 장점을 지닌다. (중략)작가는 자신의 관심이 더 이상'이것'이 아니라 '저것'이라고, 오직 '저것'으로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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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16 17: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공감대 부분에서 생각이 많아지네요. 여자들은 결혼 후 친한 친구라도 이전처럼 매번 나누지 못하는 환경이 되는 게 있어서… 만난다 해도 친구는 아이가 있어 아이 이야기만 하고 저는 없으니 거리감이 생길 때가 많더군요. 성장에 대한 열망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속시원히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인맥은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써내는 용기. 미미님은 잘 하고 계세요~ 아자아자!!!

청아 2022-06-16 17:30   좋아요 9 | URL
저도 그래요!! 제가 읽으면서 공감하는 글들은 깊숙한 이야기들, 열망에 관한 내밀한 고백들인데 정작 저는 늘 피상적인 수준에 머문다는 생각이 가끔들어요. 친구이야기에 뜨끔하더군요. 같은 여성이라도 주어진 여건이란게 디테일에서 이리저리 갈려서...어쩜 또 그게 나름 각자가 가진 힘일 수 있다고보는데 항상 저는 용기부족입니다. ^^ 거리의화가님 응원에 충전되어 또 웃습니다~♡ 아자아자!!!*^^*

거리의화가 2022-06-16 17:35   좋아요 8 | URL
그러고 보니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알라딘 서재에서 지적 호기심 가득한 분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즐거움~ 또 소통하는 즐거움도 생겨서 좋네요~ 여기 알라딘서재 많은 분들이 눌러앉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청아 2022-06-16 17:40   좋아요 9 | URL
그쵸?!! 저도 그래서
1년 넘게 출석하고 있어요. 어디가서도 이런 분들을 이만큼 만날 수 없을테니까요. 좋은 글들, 공감되는 글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기쁨도 결코 적지않죠ㅎㅎ

다락방 2022-06-16 17:52   좋아요 8 | URL
거리의화가 님과 미미 님 모두 이곳에 눌러앉아 주시길 바랍니다. 꼭이요!!

청아 2022-06-16 17:58   좋아요 8 | URL
다락방님도 페미니즘 리더로 쭉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2022-06-17 01:58   좋아요 4 | URL
눌러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이 한몸 낑겨 앉아 있겠습니다. 우리는 눌러 앉아서 계속 씁시다!! 글을 씁시다. - 방금 막 결성한 알라딘 글쓰기 운동본부장 (왓 나도 부장?) -

청아 2022-06-17 08:21   좋아요 4 | URL
네 본부장님!!ㅋㅋㅋ이대로 쭉 읽고 쓰고 눌러앉기-알라딘 글쓰기 운동 홍보팀장ㅋ

- 2022-06-17 08:42   좋아요 4 | URL
얽.. 팀장님...!! 방금 운동본부 결성했으니 회식합시다 ㅋㅋㅋㅋ (멤버 두명이면 회식ㅋㅋㅋ)

청아 2022-06-17 08:53   좋아요 4 | URL
팀장 장소 섭외중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6-17 10:41   좋아요 5 | URL
본부장님 팀장님... ㅎㅎ
회식 후기 기다립니다 ㅋㅋ

얄라알라 2022-06-17 13:06   좋아요 3 | URL
이 좋은 댓글을 스크롤 하며 읽어가다가 수하님 ˝회식‘ 그 단어에 사고가 깔대기 속으로 빠지는 듯

회식 좋아요 ㅎㅎㅎ

본부장님 팀장님 추진해보시어요

건수하 2022-06-17 13:21   좋아요 4 | URL
얄라알라님/ 회식은 공쟝쟝님이 먼저 얘기하셨는데.. 제가 후기 기다린다 하니 실제 상황처럼 되었나요 ㅎㅎㅎ

건수하 2022-06-16 17:4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평균의 마음>에서 조지 엘리엇 이야기가 나오면서

여성 작가의 경우는 거친 실패담조차 희귀할 만큼 주류 문학사에서 논외로 취급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고 쓰는 행위는 총검술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남성적인 활동이어서, 고전이 즐거이 ‘여성성’을 이상화해도 이는 실제의 인간 여성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화적 원형적 상징일 뿐이었다.

이런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여러분이 읽고 쓰자고 하신게 더 새롭게 다가왔어요. 책을 읽고 쓰는 행위가 남성적인 활동이라니. 전 그렇게 생각 못했었거든요..

저도 안 썼지만, 제 주변엔 글을 쓰는 남성이 많지 않고, 국문과, 영문과엔 여성이 훨씬 많지 않은가… 그런데 작가는 남성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몇 백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여성이고 왼손잡이 (지금은 양손잡이)이다보니 책에 관심이 갑니다. (뜬금없이) 언젠가부터 제가 기존 질서에 반항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 이유가 성별과 왼손잡이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청아 2022-06-16 18:08   좋아요 7 | URL
<평균의 마음>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책을 읽고 쓰는 행위가 힘을 키워주는건 저도 느끼고 있는데 과거에는 그 자체가 남성적 활동으로 여겨졌었군요. 하긴 학문을 익히는것 자체에서도 여성을
배제했던 역사가 있으니
충분히 그랬을것 같아요.

이 책은 번역이 조금 아쉬우니 수하님 꼭 감안하고 읽어보시길 바래요.

최근에 <왼손잡이 우주>란
책을 샀는데 띠지에 ˝신이 왼손잡이라니!˝라고 써있었어요
저도 더 반항하고
더 많이 읽고 쓰고싶어요*^^*

건수하 2022-06-16 19:38   좋아요 5 | URL
<평균의 마음> 재밌어요. 전반적인 정서에도 공감하실 것 같아요. 다 읽으면 글 쓸게요 :)

범우사 책들이 좀 오래되어 그랬던 기억이에요. 그래도 거기만 있는 책들이 꽤 있더라고요.

신이 왼손잡이라니? 급 또 궁금해지고..

청아 2022-06-16 19:51   좋아요 6 | URL
수하님 읽고 계신 책들이 거의다 제 취향이라 믿고 담아놨어요. 마음만은 하루 한권이상 뚝딱뚝딱인데ㅋㅋ

<왼손잡이 우주>는 어렵진 않을거같은데 공식같은것도 좀 들어있어서
어떨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건 읽어보고 추천드릴께요

그렇죠. 범우사 가격이 착해서 감안하고 읽었어요*^^*

건수하 2022-06-17 10:43   좋아요 4 | URL
저도 미미님 읽으시는 책 많이 담아뒀지요!
마음은 정말 하루 한 권 뚝딱뚝딱인데 22
출장갔던 때가 그리워져요.

오늘은 널부러져있지 말고 퇴근하고 책 읽어야지 ㅎㅎ

청아 2022-06-17 11:15   좋아요 5 | URL
일하는 사람은 늘 아름다운법인데 퇴근하고 짬을 내어 책읽는 사람은 더욱 눈부십니다ㅎㅎ

수하님 화이팅👍👍

2022-06-16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6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6-16 19:5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아이 둘 키우고 ‘공식적으로‘,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서 미미님 말씀 넘 공감됩니다. 미미님과 같은 고민에 외로울 때, 혹은 꿀꿀할 때 ㅋㅋㅋㅋㅋㅋ 제게 힘이 되었던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독서의 즐거움> 한 부분 놓고 갑니다. 쓰는 용기 멋져요, 미미님! 우리 멈추지 말아요!!

자,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5-6쪽)


청아 2022-06-16 19:56   좋아요 8 | URL
와 단발머리님 댓글마저
위로고 감동인 알라디너의 품위를 이렇게 또 보여주시네요.
발췌문 제 마음에도 쏙 듭니다!! *^^*

역시 ‘공식적으로‘ ‘노는‘
미미 멈추지 않고 읽고 쓰겠습니다. 이곳에서 이렇듯 멋진 분들과 함께 뒹군덕분인지 ‘저항‘이란
단어가 이제 달콤하게 느껴집니다!!ㅋㅋㅋㅋ

건수하 2022-06-17 10:43   좋아요 6 | URL
음? <독서의 즐거움> 에 저런 내용이 있었던가요 ㅎㅎ
읽다 말았지만 분명 5-6쪽은 읽었는데... :)

집에가서 다시 펴보렵니다 ㅎㅎ

청아 2022-06-17 11:11   좋아요 6 | URL
보통 책 읽는것 자체를
귀찮아하는데 일독을 넘어 재독 삼독하게 만드는 이 아름다운 공간!!ㅎㅎ

페넬로페 2022-06-16 20:4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직장 다니고, 아이 키우고, 집안일 하는 여성들이 만약 시간이 많아진다면 책을 읽을까요?
아닐 것 같아요.
책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 것이고
그런 사람은
시간이 많든, 시간이 없든
책을 읽습니다~~

청아 2022-06-16 21:03   좋아요 8 | URL
페넬로페님 우문현답입니다!!👍👍
그렇죠. 시간이 남아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아니죠. 오히려 짬을 내 읽을때 한 문장 한 문장에 더 집중하게되고 북마크 끼워 덮으며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고된 일상에 숨 돌릴 틈이 되어주고요.
역시 알라디너라 가능한 금쪽같은 진리입니다*^^*

2022-06-16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6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6-16 21: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경계밖으로 내몰렸다는 느낌, 서로 다른 상황에 벽을 만드는 의식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청아 2022-06-16 22:13   좋아요 6 | URL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어렴풋이 느끼면서 그저 아닌척하려 애쓰고 살았어요. 친구와 이야기하다 뜨악했습니다. 친구와 저도 차이가 있지만 우린 다 나름의 경계밖에 있다. 친구에게 ˝적어도 그냥 인정하자˝고 결론지었어요. 그럼 오히려 가뿐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거기서부터 시작하자고요.*^^*

- 2022-06-17 02: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흑인 페미니즘의 사상을 읽으면서 굉장히 인상적이 었던 부분인데 ‘무능력에 대한 인식‘을 언급하는 부분였어요.
쉽게 자신을 보편자, 동일자로 취하는 남성들은 보부아르 표현대로 기투하고 또 기투하면서 자기를 실현한 댓가로 (이제 막 시작한 개인 사업자인 저는 종종 사업병 걸린 남자들을 볼 때... 아... 진짜 내가 너무 소박하구나 내가 참으로 너무 소박해... 이럴 때가 있거든요. 물론 이 소박한 꿈은 나의 무기이지만 ^^) 크게 잃고 크게 망하거나 소수는 크게 잘되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주식, 코인 이런 투기성 자산 불리는 방법들도요. 음... 아... 대체로 여자들은 안그러더라고요. 그게 너무 묶여있어서 울타리 너머를 상상할 수 없어서 그런걸까?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 데... 어떤 의미에서는 그건 현실 인식이 잖아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소극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자질이라고 느꼈어요. 왜 훌륭한 자질인지에 대해서는 후에 차차 더 써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미님, 우리의 시선은,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주저함으로 인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하나도 써지지 않았어요. 아직 부족해요. 오천년치는 부족해요. 근데 그건 어쩌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는 참 다행이라고 느껴져요. 너무 잘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썼으면 좋겠어요.
아 뭔가... 정리가 안되네요. 딱 생각 났던 정희진 샘 낯선시선 책 가져올게요.
˝(95) 오랫동안 약자였던 집단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이들에게 요구한다. 너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세련되고, 우아하게 말하라고. 네 주장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너의 존재가 무섭다고. 우리는 펜을 쓰는 데 너희는 칼을 쓴다고. .... 표현의 자유가 기존의 언어를 독점한 이들이 더 크게 떠들기 위한 구실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 아니다. 표현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것. 이것이 표현의 자유의 전제다.˝
요는. 저는 쓰지 않았더라면, 절대 제가 무엇을 원하는 지 몰랐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세련되게 아름답게 말하려고 했다면 절대 쓰지 못했을 거고요. 엘렌 식수는 그게 여성의 글쓰기라고 했어요. 돈을 버는 여성이건 돈을 벌지 않는 여성이건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건 아이를 낳지 못하는/않는 여성이건 주변에 있는 여성이건 중심에 있는 여성이건, 쓰지 않으면 모릅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예요. 당연히 이상한 말들과 글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잘 읽히지 않는 이상한 것들을 실컷 쓰시면서 독려하면서 공부하면서 살아갑시다. 삽시다. 그리고 씁시다. ^^ 용기 냅시다. 미미 곁에서 더 용감 무쌍하게 응원하겠습니다. (여기서 또 선동하고 있는 글쓰쟝쟝)

청아 2022-06-17 08:40   좋아요 6 | URL
이런 선동 너무 좋아요! 본부장님!!! 낯선시선 저도 읽었었는데 이런 문장이 있었군요(다시 읽어야할 필요성)역시 정희진!!!
피라미드를 계속 만들어내고 꼭대기 오르기를 반복하는 남성들의 세계를 보면서 여성해방은 저런것이 되어선 안되겠다 느낍니다.
우리가 서로 다름에도 말씀처럼 그 자체가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여성이 각자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말할때 그것이 지지받고 수많은 피라미드의 헛됨을 드러내길 바래요. 저도 한참을 헤매였는데 읽고 쓰면서 비로소 저를 조금이나마 알아가게 되더군요.(아직 더 꺼내고 키우고 알아내야하지만ㅋ)
이곳에는 쟝쟝님도 그렇고 용기있는 분들이 잔뜩있으니 계속 눌러앉아 읽고쓰다보면 저도 그렇게 될꺼라고 믿어요 -(글쓰기 운동 본부장 어깨 주무르고 있는 홍보팀장 미미)

- 2022-06-17 08:50   좋아요 6 | URL
아휴, 팀장님..!! 이제 막 결성한 운동본부의 대표를 모셔와야하는 데, 대표님께 제가 연락 넣어보겠습니다. (네....? 산다락방님?... 뭐라고요? 출근해서 바쁘시다고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이 나한테 글쓰라고 했잖아요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어요. 다락방님이 시작했으니까 자동 대표하세요 ~ㅋㅋㅋ 대표가 하는 일은 요? 작업실에서 아침에 글쓰시는 그거 하시면됩니다. 종종 캐나다뷰 책탑 사진이랑요 ㅋㅋㅋ)

얄라알라 2022-06-17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정도 속도로 울 수 있으면˝
아! 이 표현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습니다...흑흑...

청아 2022-06-17 13:35   좋아요 5 | URL
사람마다 각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임계점같은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자기 마음을 아는것이 중요하단걸 새삼 느꼈습니다. 얄라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2-06-17 14: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공감,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
요즘 나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고, 공부 중인데...집안일, 애들 뒷바라지랑 병행해서 하자니 너무 피곤하고, 시간도 모자라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더군요.
남들이 봤을 땐, 집에서 팔자 좋게 노는 아줌마라고 주변에 일 하는 친구들이 저한테 많이 놀리거든요.
근데 나도 하루종일 바쁘고, 피곤한데...난 너무 비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요즘 그런 고민들을 싸짊어지고 있는 형국인지라~~^^
암튼 나를 올곧게 세워서 잘 지켜나가려면,
많이 읽고, 사고를 확장시켜, 타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해집시다!!^^
강해지려면, 아무래도 뭐든 읽어야 겠죠?^^

청아 2022-06-17 15:02   좋아요 4 | URL
아 나무님 아이들을 키우는것은 이 세상 어떤 일 못지않게 어렵고 중요한 일임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어머니들로 하여금 우울증,자존감하락을 불러오는것이 아닐까싶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지만 저의 어머니는 할머니를 대신해 손아래 형제들을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키워내다시피 하셨거든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동생들이 저희 엄마를 살뜰히 챙기고 사랑한다는것을 제가 늘 느끼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노는 것일까요. 충분한 보상,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일은 당사자로 하여금 공허와 무가치함을 느끼게 하는듯합니다. 하지만 우린 함께 페미니즘 공부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스스로 더욱 빛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믿고있어요. 이렇게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강해지는 것이라고요. 나무님
가족들 챙기고 끝이없는 집안일에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모습 늘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요!! 덕분에 저도 힘을 얻고 있고요. 더더 강해지도록 계속 읽고 공부하고 또 함께 써주세요 나무님 댓글에 또 기운팍팍 나는 미미*^^*

모나리자 2022-06-17 14: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마다 입장이 있는 법인데..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많이 공감합니다. 하루가 얼마나 짧은지..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고 집안 일 한가지 붙잡다 보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걸 우선순위에 두어야죠. 그래야 조금이라도 읽고 쓰지요. 힘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미미님.^^!

청아 2022-06-17 15:07   좋아요 4 | URL
집안일과 돌봄노동이란게 여차하는 순간 시간을 꽤나 잡아먹는것 같아요.
쉽게 지치게 만들고요. 우선순위!! 마음에 콕~ 새기겠습니다~^^♡ ‘좋아하는걸 최우선으로‘ 이 말 자체가 에너지 뿜뿜이네요. 모나리자님 감사해요. 오늘 하루도 빠샤빠샤!!*^^*

독서괭 2022-06-17 17: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멋진 글과 댓글들!!
저는 <왼손잡이 여인>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는데, 인용해주신 타자기 치는 모습도요, 엄마 드렸더니 이게 뭐냐 재미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집에 머물던 여성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이토록 분투하는데, 남편도 아들도 도와주기는 커녕 방해만 하고.. 아 넘 화나고 안타까웠어요.
친구분이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하셨겠지만, 미미님께는 상처가 되었겠네요. 저도 애들 키우며 일하는 사람이지만 이게 내 선택이었고 후회하거나 다른 이를 부러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맞는데, 대신에 얻는 것도 있지요. 저는 비혼자/비출산자는 (다른 돌봄이나 어려움이 없다는 전제 하에) 육아에 투입할 시간을 다른 데 써서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양육자와 비양육자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좀더 고맙게 여기면 좋겠어요.
미미님 앞으로도 눌러앉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청아 2022-06-17 18:24   좋아요 6 | URL
여성들이 남성위주의
역사에의해 공통적으로 배제되어왔음에도
개별적으로놓인 다양한 상황이 서로간에 간극과 묘한 갈등상황을 유발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문학적으로만봐도
이러한 ‘다름‘은 ‘특별함 ‘이
되어 독특한 빛을 구성하는 힘이 될수 있으니까 괭님 말씀처럼 서로를 더 이해하고 지지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그걸 이곳에서 알라디너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으니 산 증인들 이겠죠ㅎㅎ 괭님도 이대로 쭉 같이 읽고 쓰며 눌러앉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mini74 2022-06-17 19: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너는 좋겠다는 말 속엔 진짜 부러움보단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들도 숨어있는거 같아요. 전업과 직장맘 비교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데 은근히 만들어지는 대결구도. 실상은 사회문제인데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이간질하는 느낌 들어요. 그냥. 상사가 친구가 나쁜엄마로 몰아가서 슬펐던 때가 떠올라서 우쒸!! 했네요. ㅎㅎ

청아 2022-06-17 20:09   좋아요 5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저도 우쒸~~!ㅎㅎ 친구는 저에게 말로는 괜찮다고하는데 직장다니는 친구가 통화할때마다 꼭 그런 얘기를하니 황당했을것같아요. 덩달아 제가 더 기분나쁘더라구요.ㅎㅎ그건 그거대로 고충이 있고 이건 이거대로 고충이 있을텐데...그래도 그 일 덕분?인지 자극이 되서 하고싶던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대요. 배워서 일을 할 수 있는거요.속상했던일을 오히려 삶의 자극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coolcat329 2022-06-17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댓글들이 엄청나네요. 든든한 알라딘 이웃들입니다. 👍
저는 미미님의 당당함이 참 좋더라구요. 화이팅!

청아 2022-06-18 09:34   좋아요 3 | URL
댓글만으로도 위로받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이 공간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복이네요.
쿨캣님도 함께 쭉 눌러앉아 주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6-18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많이 덥지 않아서 좋은 토요일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청아 2022-06-19 07:4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오늘도 날이 흐린대신에
많이 덥지는 않을것 같아요.
싱그럽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scott 2022-06-19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친구분은 저얼대 모르실 것 같습니다
미미님 알라딘의 셀럽,
사랑둥이
라는 걸!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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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 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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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し‘ 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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