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뜻 밖의 이야기를 내게 한다. 서울이 아닌 타지에 살고 있는 상황이 너무 싫다고.

언제든 그 생각을 깊게 파고들면 눈물이 터져버릴것 같다고. 평소에 하지 않던 이야기라 놀랐다. 우리는 아무데서나 꺼내 놓을 수 없는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에게 늘 힘이 되어주곤 했는데 그럼에도 할 수 없는, 드러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래. 나도 그런것들이 있지. 글로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 것들. 어디서 부터 설명해야할지 손조차 댈수없는 것들. 괜한 오해를 살까봐. 괜한 이미지를 만들까봐. 담아두고 덮어두고 모른척하는 것들. 



"마리안느, 그 일에 대해 글을 써보도록 해요. 그러지 않았다간 어느 날엔가 당신은 갑자기 존재하지 않게 될테니까."p.59


아이둘을 키우는 친구는 오랜만에 직장에 다니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기분이 이상해졌다고 했다. 직장다니는 친구가 '너는 좋겠다. 남편이 돈 벌어다 줘서. 일하지 않아도 되서. 집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잖아. 걱정없겠다.'라고 말한것. 직장다니는 사람들이 바빠서 여유가 없다고 토로할때마다 늘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나도 일하고 돈벌고 싶으니까. 하지만 사정상 그럴수가 없다. 이런 사실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주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것도 아니면서.



친구는 아이둘을 키우는데도 그런 소릴 듣는데 나는 아이가 없으니 더한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어 그냥 듣고 넘기곤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는 전혀 한가하지 않거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책읽기인데 남들이 생각하듯 내가 한가하고 여유로운 사람이면 종일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돌봄에 집안일에 이것저것에 치이다 보면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어쩔땐 책을 연속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타이머로 확인해본적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바람만큼 충분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것들을 일일이 토로해봤자 상대는 그런 사정들을 궁금해하지도 그러니 날 이해하지도 못한다. 차라리 일을 한다면 대가를 받고 거기에 따르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을텐데, 일하고 있다는 명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명분 그런것들 바깥 경계에 내 삶이 있다. 


밝은 날 여인은 책상에 앉아 타이프라이터를 앞에 놓고 안경을 썼다. 그녀는 번역할 책을 매일매일의 분량으로 나누어 연필로 그날그날의 날짜를 적어 넣었다. 책 말미에 적힌 날짜는 봄이 한창인 어느 날이었다. 여인은 타이핑을 하다가 가끔 멈추고 옆에 놓인 사전을 펴보기도 하고 활자를 바늘로 소제하기도, 자판을 수건으로 닦기도 하면서 번역을 해나갔다. p.65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내가 꺼낼 수 없는 것들을 우두커니 끄집어 내어본다. 나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정도 속도로 울 수 있으면 어디 극단에 들어가 연기도 할 수 있을것같다. 파트타임 배우는 없나.




어떤 주장들, 어떤 생각들은 사람들 가슴속에 우두커니 잠자코 있다. 누구는 용기를 내어 그걸 표현하고 누구는 영영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것들이 바스라져 흔적없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둔다. 용기를 내어 표현하더라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잠자코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마음씨도 있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걸고 넘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 그럴때마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도 그렇게 말할 용기를 잃어간다. 그런면에선 나도 가해자가 되보기도하고 피해자가 되어보기도했다. 그래도 피해자가 되어본 덕에? 어쩌다 욱해서 당한만큼 갚아주려고 가해하고 나면 마음이 좋지 않다. 오래 남는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 생각날때마다 양심이, 신념이 찔린다. 그럴땐 내가 그나마 반성하는 인간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여성들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부터가 무능력의 요건하나를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어디서도 '너가 여성이라는 사실자체로도 이미 무능력이야'라고 대놓고 말하진 않는다. 대놓고 까는건 그나마 덜 상처가 된다. 너무 뚜렷해서 뭐라도 해볼수도 있고(늘 그런건 아니지만)뭐라도 해볼 수 없으면 누구에게라도 속상했다고 털어놓을수 있다. 하지만 은근한 것들, 은근한 무시, 은근한 비난 이런 것들은 더 고통스럽고 더욱 신경쓰이는 법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껴왔다. 여성을 향한 억압과 배제도 그런 형태를 띈다. 어떤 곳에서는 그나마 보란듯이 차별하는 일이 분명 줄어들었다. 남성들은 더욱 그렇게 느끼고 -역차별을 운운할 정도로-여성들은 조금 덜 그렇게 느낀다. 다만  남성들처럼 군대라는 공감대도 없고 사회적으로 타고난 성 자체로 지지받으며 성장하지도 못한다. 사회에서 성공한 엘리트들도 거의가 남성들이고 위인전 리스트만 봐도 여성 중에 본받을만한 위인은 역사적으로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것같은 그런 소외의 분위기는 여성들에게,남성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대 자신을 드러냈구나, 왼손잡이 여인이여!

혹은 내게 어떤 신호를 보내려 했는가?

나 어느 낯선 대륙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

수많은 다른 사람들 가운데서

혼자 있는 그대를 만날 수 있으리

그대도 수천의 타인들 가운데서 나를 보고

우리들 끝내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리라. p.108


하지만 언급되지 않는다고 없는건 아니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건 아니다. 용기내어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주목받는 것들 사이에서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이 없다면 결코 저들도 없을 것이다. 아직도 검열은 있다.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다수가 아닌 또는 다수임에도 약하고 예외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럼에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내야한다. 용기를 내서 쓰고 또 목소리를 내어 나를 살려내야 한다. 



여인은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필과 종이를 가져다가 자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의자 위에 올려놓은 두 발을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뒤쪽 공간과 창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밤이 흘러감에 따라서 변해가는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그렸다. 그렇게 모든 대상들을 하나하나 그렸다. 힘차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떨리고 어설픈 획이었으나 이다금씩 단 한 번의 획으로 해서 힘찬 비상이 생겨났다. 몇 시간 동안이나 그린 다음 종이를 옆으로 비껴 들고 그걸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p.136




작가로 하여금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게 하는 한,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소설가의 의도에 다가가게 하는 한, 어떤 방법도 옳고 모든 방법이 옳다. 이런 방법은 우리가 기꺼이 삶 그 자체라 부를 태세가 되어 있는 것에 다가가게 해준다는 장점을 지닌다. (중략)작가는 자신의 관심이 더 이상'이것'이 아니라 '저것'이라고, 오직 '저것'으로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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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16 17: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공감대 부분에서 생각이 많아지네요. 여자들은 결혼 후 친한 친구라도 이전처럼 매번 나누지 못하는 환경이 되는 게 있어서… 만난다 해도 친구는 아이가 있어 아이 이야기만 하고 저는 없으니 거리감이 생길 때가 많더군요. 성장에 대한 열망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속시원히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인맥은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써내는 용기. 미미님은 잘 하고 계세요~ 아자아자!!!

청아 2022-06-16 17:30   좋아요 9 | URL
저도 그래요!! 제가 읽으면서 공감하는 글들은 깊숙한 이야기들, 열망에 관한 내밀한 고백들인데 정작 저는 늘 피상적인 수준에 머문다는 생각이 가끔들어요. 친구이야기에 뜨끔하더군요. 같은 여성이라도 주어진 여건이란게 디테일에서 이리저리 갈려서...어쩜 또 그게 나름 각자가 가진 힘일 수 있다고보는데 항상 저는 용기부족입니다. ^^ 거리의화가님 응원에 충전되어 또 웃습니다~♡ 아자아자!!!*^^*

거리의화가 2022-06-16 17:35   좋아요 8 | URL
그러고 보니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알라딘 서재에서 지적 호기심 가득한 분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즐거움~ 또 소통하는 즐거움도 생겨서 좋네요~ 여기 알라딘서재 많은 분들이 눌러앉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청아 2022-06-16 17:40   좋아요 9 | URL
그쵸?!! 저도 그래서
1년 넘게 출석하고 있어요. 어디가서도 이런 분들을 이만큼 만날 수 없을테니까요. 좋은 글들, 공감되는 글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기쁨도 결코 적지않죠ㅎㅎ

다락방 2022-06-16 17:52   좋아요 8 | URL
거리의화가 님과 미미 님 모두 이곳에 눌러앉아 주시길 바랍니다. 꼭이요!!

청아 2022-06-16 17:58   좋아요 8 | URL
다락방님도 페미니즘 리더로 쭉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공쟝쟝 2022-06-17 01:58   좋아요 4 | URL
눌러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이 한몸 낑겨 앉아 있겠습니다. 우리는 눌러 앉아서 계속 씁시다!! 글을 씁시다. - 방금 막 결성한 알라딘 글쓰기 운동본부장 (왓 나도 부장?) -

청아 2022-06-17 08:21   좋아요 4 | URL
네 본부장님!!ㅋㅋㅋ이대로 쭉 읽고 쓰고 눌러앉기-알라딘 글쓰기 운동 홍보팀장ㅋ

공쟝쟝 2022-06-17 08:42   좋아요 4 | URL
얽.. 팀장님...!! 방금 운동본부 결성했으니 회식합시다 ㅋㅋㅋㅋ (멤버 두명이면 회식ㅋㅋㅋ)

청아 2022-06-17 08:53   좋아요 4 | URL
팀장 장소 섭외중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6-17 10:41   좋아요 5 | URL
본부장님 팀장님... ㅎㅎ
회식 후기 기다립니다 ㅋㅋ

얄라알라 2022-06-17 13:06   좋아요 3 | URL
이 좋은 댓글을 스크롤 하며 읽어가다가 수하님 ˝회식‘ 그 단어에 사고가 깔대기 속으로 빠지는 듯

회식 좋아요 ㅎㅎㅎ

본부장님 팀장님 추진해보시어요

건수하 2022-06-17 13:21   좋아요 4 | URL
얄라알라님/ 회식은 공쟝쟝님이 먼저 얘기하셨는데.. 제가 후기 기다린다 하니 실제 상황처럼 되었나요 ㅎㅎㅎ

건수하 2022-06-16 17:4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평균의 마음>에서 조지 엘리엇 이야기가 나오면서

여성 작가의 경우는 거친 실패담조차 희귀할 만큼 주류 문학사에서 논외로 취급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고 쓰는 행위는 총검술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남성적인 활동이어서, 고전이 즐거이 ‘여성성’을 이상화해도 이는 실제의 인간 여성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화적 원형적 상징일 뿐이었다.

이런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여러분이 읽고 쓰자고 하신게 더 새롭게 다가왔어요. 책을 읽고 쓰는 행위가 남성적인 활동이라니. 전 그렇게 생각 못했었거든요..

저도 안 썼지만, 제 주변엔 글을 쓰는 남성이 많지 않고, 국문과, 영문과엔 여성이 훨씬 많지 않은가… 그런데 작가는 남성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몇 백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여성이고 왼손잡이 (지금은 양손잡이)이다보니 책에 관심이 갑니다. (뜬금없이) 언젠가부터 제가 기존 질서에 반항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 이유가 성별과 왼손잡이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청아 2022-06-16 18:08   좋아요 7 | URL
<평균의 마음>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책을 읽고 쓰는 행위가 힘을 키워주는건 저도 느끼고 있는데 과거에는 그 자체가 남성적 활동으로 여겨졌었군요. 하긴 학문을 익히는것 자체에서도 여성을
배제했던 역사가 있으니
충분히 그랬을것 같아요.

이 책은 번역이 조금 아쉬우니 수하님 꼭 감안하고 읽어보시길 바래요.

최근에 <왼손잡이 우주>란
책을 샀는데 띠지에 ˝신이 왼손잡이라니!˝라고 써있었어요
저도 더 반항하고
더 많이 읽고 쓰고싶어요*^^*

건수하 2022-06-16 19:38   좋아요 5 | URL
<평균의 마음> 재밌어요. 전반적인 정서에도 공감하실 것 같아요. 다 읽으면 글 쓸게요 :)

범우사 책들이 좀 오래되어 그랬던 기억이에요. 그래도 거기만 있는 책들이 꽤 있더라고요.

신이 왼손잡이라니? 급 또 궁금해지고..

청아 2022-06-16 19:51   좋아요 6 | URL
수하님 읽고 계신 책들이 거의다 제 취향이라 믿고 담아놨어요. 마음만은 하루 한권이상 뚝딱뚝딱인데ㅋㅋ

<왼손잡이 우주>는 어렵진 않을거같은데 공식같은것도 좀 들어있어서
어떨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건 읽어보고 추천드릴께요

그렇죠. 범우사 가격이 착해서 감안하고 읽었어요*^^*

건수하 2022-06-17 10:43   좋아요 4 | URL
저도 미미님 읽으시는 책 많이 담아뒀지요!
마음은 정말 하루 한 권 뚝딱뚝딱인데 22
출장갔던 때가 그리워져요.

오늘은 널부러져있지 말고 퇴근하고 책 읽어야지 ㅎㅎ

청아 2022-06-17 11:15   좋아요 5 | URL
일하는 사람은 늘 아름다운법인데 퇴근하고 짬을 내어 책읽는 사람은 더욱 눈부십니다ㅎㅎ

수하님 화이팅👍👍

2022-06-16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6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6-16 19:5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아이 둘 키우고 ‘공식적으로‘,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서 미미님 말씀 넘 공감됩니다. 미미님과 같은 고민에 외로울 때, 혹은 꿀꿀할 때 ㅋㅋㅋㅋㅋㅋ 제게 힘이 되었던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독서의 즐거움> 한 부분 놓고 갑니다. 쓰는 용기 멋져요, 미미님! 우리 멈추지 말아요!!

자,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5-6쪽)


청아 2022-06-16 19:56   좋아요 8 | URL
와 단발머리님 댓글마저
위로고 감동인 알라디너의 품위를 이렇게 또 보여주시네요.
발췌문 제 마음에도 쏙 듭니다!! *^^*

역시 ‘공식적으로‘ ‘노는‘
미미 멈추지 않고 읽고 쓰겠습니다. 이곳에서 이렇듯 멋진 분들과 함께 뒹군덕분인지 ‘저항‘이란
단어가 이제 달콤하게 느껴집니다!!ㅋㅋㅋㅋ

건수하 2022-06-17 10:43   좋아요 6 | URL
음? <독서의 즐거움> 에 저런 내용이 있었던가요 ㅎㅎ
읽다 말았지만 분명 5-6쪽은 읽었는데... :)

집에가서 다시 펴보렵니다 ㅎㅎ

청아 2022-06-17 11:11   좋아요 6 | URL
보통 책 읽는것 자체를
귀찮아하는데 일독을 넘어 재독 삼독하게 만드는 이 아름다운 공간!!ㅎㅎ

페넬로페 2022-06-16 20:4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직장 다니고, 아이 키우고, 집안일 하는 여성들이 만약 시간이 많아진다면 책을 읽을까요?
아닐 것 같아요.
책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 것이고
그런 사람은
시간이 많든, 시간이 없든
책을 읽습니다~~

청아 2022-06-16 21:03   좋아요 8 | URL
페넬로페님 우문현답입니다!!👍👍
그렇죠. 시간이 남아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아니죠. 오히려 짬을 내 읽을때 한 문장 한 문장에 더 집중하게되고 북마크 끼워 덮으며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고된 일상에 숨 돌릴 틈이 되어주고요.
역시 알라디너라 가능한 금쪽같은 진리입니다*^^*

2022-06-16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6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6-16 21: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경계밖으로 내몰렸다는 느낌, 서로 다른 상황에 벽을 만드는 의식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청아 2022-06-16 22:13   좋아요 6 | URL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어렴풋이 느끼면서 그저 아닌척하려 애쓰고 살았어요. 친구와 이야기하다 뜨악했습니다. 친구와 저도 차이가 있지만 우린 다 나름의 경계밖에 있다. 친구에게 ˝적어도 그냥 인정하자˝고 결론지었어요. 그럼 오히려 가뿐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거기서부터 시작하자고요.*^^*

공쟝쟝 2022-06-17 02: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흑인 페미니즘의 사상을 읽으면서 굉장히 인상적이 었던 부분인데 ‘무능력에 대한 인식‘을 언급하는 부분였어요.
쉽게 자신을 보편자, 동일자로 취하는 남성들은 보부아르 표현대로 기투하고 또 기투하면서 자기를 실현한 댓가로 (이제 막 시작한 개인 사업자인 저는 종종 사업병 걸린 남자들을 볼 때... 아... 진짜 내가 너무 소박하구나 내가 참으로 너무 소박해... 이럴 때가 있거든요. 물론 이 소박한 꿈은 나의 무기이지만 ^^) 크게 잃고 크게 망하거나 소수는 크게 잘되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주식, 코인 이런 투기성 자산 불리는 방법들도요. 음... 아... 대체로 여자들은 안그러더라고요. 그게 너무 묶여있어서 울타리 너머를 상상할 수 없어서 그런걸까?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 데... 어떤 의미에서는 그건 현실 인식이 잖아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소극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자질이라고 느꼈어요. 왜 훌륭한 자질인지에 대해서는 후에 차차 더 써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미님, 우리의 시선은,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주저함으로 인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하나도 써지지 않았어요. 아직 부족해요. 오천년치는 부족해요. 근데 그건 어쩌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는 참 다행이라고 느껴져요. 너무 잘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썼으면 좋겠어요.
아 뭔가... 정리가 안되네요. 딱 생각 났던 정희진 샘 낯선시선 책 가져올게요.
˝(95) 오랫동안 약자였던 집단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이들에게 요구한다. 너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세련되고, 우아하게 말하라고. 네 주장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너의 존재가 무섭다고. 우리는 펜을 쓰는 데 너희는 칼을 쓴다고. .... 표현의 자유가 기존의 언어를 독점한 이들이 더 크게 떠들기 위한 구실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 아니다. 표현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것. 이것이 표현의 자유의 전제다.˝
요는. 저는 쓰지 않았더라면, 절대 제가 무엇을 원하는 지 몰랐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세련되게 아름답게 말하려고 했다면 절대 쓰지 못했을 거고요. 엘렌 식수는 그게 여성의 글쓰기라고 했어요. 돈을 버는 여성이건 돈을 벌지 않는 여성이건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건 아이를 낳지 못하는/않는 여성이건 주변에 있는 여성이건 중심에 있는 여성이건, 쓰지 않으면 모릅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예요. 당연히 이상한 말들과 글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잘 읽히지 않는 이상한 것들을 실컷 쓰시면서 독려하면서 공부하면서 살아갑시다. 삽시다. 그리고 씁시다. ^^ 용기 냅시다. 미미 곁에서 더 용감 무쌍하게 응원하겠습니다. (여기서 또 선동하고 있는 글쓰쟝쟝)

청아 2022-06-17 08:40   좋아요 6 | URL
이런 선동 너무 좋아요! 본부장님!!! 낯선시선 저도 읽었었는데 이런 문장이 있었군요(다시 읽어야할 필요성)역시 정희진!!!
피라미드를 계속 만들어내고 꼭대기 오르기를 반복하는 남성들의 세계를 보면서 여성해방은 저런것이 되어선 안되겠다 느낍니다.
우리가 서로 다름에도 말씀처럼 그 자체가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여성이 각자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말할때 그것이 지지받고 수많은 피라미드의 헛됨을 드러내길 바래요. 저도 한참을 헤매였는데 읽고 쓰면서 비로소 저를 조금이나마 알아가게 되더군요.(아직 더 꺼내고 키우고 알아내야하지만ㅋ)
이곳에는 쟝쟝님도 그렇고 용기있는 분들이 잔뜩있으니 계속 눌러앉아 읽고쓰다보면 저도 그렇게 될꺼라고 믿어요 -(글쓰기 운동 본부장 어깨 주무르고 있는 홍보팀장 미미)

공쟝쟝 2022-06-17 08:50   좋아요 6 | URL
아휴, 팀장님..!! 이제 막 결성한 운동본부의 대표를 모셔와야하는 데, 대표님께 제가 연락 넣어보겠습니다. (네....? 산다락방님?... 뭐라고요? 출근해서 바쁘시다고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이 나한테 글쓰라고 했잖아요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어요. 다락방님이 시작했으니까 자동 대표하세요 ~ㅋㅋㅋ 대표가 하는 일은 요? 작업실에서 아침에 글쓰시는 그거 하시면됩니다. 종종 캐나다뷰 책탑 사진이랑요 ㅋㅋㅋ)

얄라알라 2022-06-17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정도 속도로 울 수 있으면˝
아! 이 표현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습니다...흑흑...

청아 2022-06-17 13:35   좋아요 5 | URL
사람마다 각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임계점같은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자기 마음을 아는것이 중요하단걸 새삼 느꼈습니다. 얄라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2-06-17 14: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공감,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
요즘 나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고, 공부 중인데...집안일, 애들 뒷바라지랑 병행해서 하자니 너무 피곤하고, 시간도 모자라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더군요.
남들이 봤을 땐, 집에서 팔자 좋게 노는 아줌마라고 주변에 일 하는 친구들이 저한테 많이 놀리거든요.
근데 나도 하루종일 바쁘고, 피곤한데...난 너무 비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요즘 그런 고민들을 싸짊어지고 있는 형국인지라~~^^
암튼 나를 올곧게 세워서 잘 지켜나가려면,
많이 읽고, 사고를 확장시켜, 타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해집시다!!^^
강해지려면, 아무래도 뭐든 읽어야 겠죠?^^

청아 2022-06-17 15:02   좋아요 4 | URL
아 나무님 아이들을 키우는것은 이 세상 어떤 일 못지않게 어렵고 중요한 일임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어머니들로 하여금 우울증,자존감하락을 불러오는것이 아닐까싶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지만 저의 어머니는 할머니를 대신해 손아래 형제들을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키워내다시피 하셨거든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동생들이 저희 엄마를 살뜰히 챙기고 사랑한다는것을 제가 늘 느끼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노는 것일까요. 충분한 보상,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일은 당사자로 하여금 공허와 무가치함을 느끼게 하는듯합니다. 하지만 우린 함께 페미니즘 공부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스스로 더욱 빛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믿고있어요. 이렇게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강해지는 것이라고요. 나무님
가족들 챙기고 끝이없는 집안일에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모습 늘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요!! 덕분에 저도 힘을 얻고 있고요. 더더 강해지도록 계속 읽고 공부하고 또 함께 써주세요 나무님 댓글에 또 기운팍팍 나는 미미*^^*

모나리자 2022-06-17 14: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마다 입장이 있는 법인데..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많이 공감합니다. 하루가 얼마나 짧은지..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고 집안 일 한가지 붙잡다 보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걸 우선순위에 두어야죠. 그래야 조금이라도 읽고 쓰지요. 힘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미미님.^^!

청아 2022-06-17 15:07   좋아요 4 | URL
집안일과 돌봄노동이란게 여차하는 순간 시간을 꽤나 잡아먹는것 같아요.
쉽게 지치게 만들고요. 우선순위!! 마음에 콕~ 새기겠습니다~^^♡ ‘좋아하는걸 최우선으로‘ 이 말 자체가 에너지 뿜뿜이네요. 모나리자님 감사해요. 오늘 하루도 빠샤빠샤!!*^^*

독서괭 2022-06-17 17: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멋진 글과 댓글들!!
저는 <왼손잡이 여인>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는데, 인용해주신 타자기 치는 모습도요, 엄마 드렸더니 이게 뭐냐 재미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집에 머물던 여성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이토록 분투하는데, 남편도 아들도 도와주기는 커녕 방해만 하고.. 아 넘 화나고 안타까웠어요.
친구분이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하셨겠지만, 미미님께는 상처가 되었겠네요. 저도 애들 키우며 일하는 사람이지만 이게 내 선택이었고 후회하거나 다른 이를 부러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맞는데, 대신에 얻는 것도 있지요. 저는 비혼자/비출산자는 (다른 돌봄이나 어려움이 없다는 전제 하에) 육아에 투입할 시간을 다른 데 써서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양육자와 비양육자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좀더 고맙게 여기면 좋겠어요.
미미님 앞으로도 눌러앉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청아 2022-06-17 18:24   좋아요 6 | URL
여성들이 남성위주의
역사에의해 공통적으로 배제되어왔음에도
개별적으로놓인 다양한 상황이 서로간에 간극과 묘한 갈등상황을 유발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문학적으로만봐도
이러한 ‘다름‘은 ‘특별함 ‘이
되어 독특한 빛을 구성하는 힘이 될수 있으니까 괭님 말씀처럼 서로를 더 이해하고 지지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그걸 이곳에서 알라디너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으니 산 증인들 이겠죠ㅎㅎ 괭님도 이대로 쭉 같이 읽고 쓰며 눌러앉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mini74 2022-06-17 19: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너는 좋겠다는 말 속엔 진짜 부러움보단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들도 숨어있는거 같아요. 전업과 직장맘 비교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데 은근히 만들어지는 대결구도. 실상은 사회문제인데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이간질하는 느낌 들어요. 그냥. 상사가 친구가 나쁜엄마로 몰아가서 슬펐던 때가 떠올라서 우쒸!! 했네요. ㅎㅎ

청아 2022-06-17 20:09   좋아요 5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저도 우쒸~~!ㅎㅎ 친구는 저에게 말로는 괜찮다고하는데 직장다니는 친구가 통화할때마다 꼭 그런 얘기를하니 황당했을것같아요. 덩달아 제가 더 기분나쁘더라구요.ㅎㅎ그건 그거대로 고충이 있고 이건 이거대로 고충이 있을텐데...그래도 그 일 덕분?인지 자극이 되서 하고싶던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대요. 배워서 일을 할 수 있는거요.속상했던일을 오히려 삶의 자극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coolcat329 2022-06-17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댓글들이 엄청나네요. 든든한 알라딘 이웃들입니다. 👍
저는 미미님의 당당함이 참 좋더라구요. 화이팅!

청아 2022-06-18 09:34   좋아요 3 | URL
댓글만으로도 위로받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이 공간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복이네요.
쿨캣님도 함께 쭉 눌러앉아 주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6-18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많이 덥지 않아서 좋은 토요일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청아 2022-06-19 07:4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오늘도 날이 흐린대신에
많이 덥지는 않을것 같아요.
싱그럽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scott 2022-06-19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친구분은 저얼대 모르실 것 같습니다
미미님 알라딘의 셀럽,
사랑둥이
라는 걸!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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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し‘ 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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