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언니의 해제부터 구구절절 의미심장하다.

p.11 국민은 동질적인 존재 같지만, 실상 사회는 성원권 개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성원권은 군사화된 보호 개념으로 정의된다.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구별과 위계화가 그것이다.
공동체를 지킨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보호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을 구별하는 권력을 갖게 된다. 

그것이 배제, 타자화, 혐오이다. 성차별과 젠더 정치의 핵심은, ‘정상 남성‘인 보호자가 남성 문화가 규정한 남성 이외의 사람들을 타자 the others로,
피보호자로, 비非국민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평화는 외부로부터 ˝지키는 것˝이 된다. 이처럼 평화가 성취의 목표가 되면, 전쟁은 불가피하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일상은통제된다. ˝나라를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국가주의와 안보 이데올로기의 결합이다.





공동체의 평화는 ‘지키는 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호 돌봄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리어든의 주장이다. 국제정치학이만들어내는 국제정치 영역은 젠더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유사한이원적 대립에 근거한다. 전쟁/평화, 국외/국내, 질서/혼란, 현실/이상과 같은 이분법에서, 
어느 한편은 성별화性別化된다. 이를테면 질서가 남성적 가치라면, 
혼란은 예측할 수 없는 여성의 심리와 같은 것으로 취급된다. 

국제정치학이 별도의 학문 분과로제도화된 시기가 여성들이 선거권을 획득함으로써 국내 정치에진출하게 된 이후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 P11

리어든은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평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페미니즘의 주장은 평화를 대상화하거나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존의 전쟁과 평화는 반대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다. 침략과 정복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전쟁은 없다. 모든 전쟁은 정의justice에서 출발한다. 텔레반으로부터 이슬람 여성 같은약자를 보호하고, ‘악의 축인 북한과 같은 깡패 국가로부터‘ 평화를 지킨다는 설득력 있는 명분이 따른다. 

미국의 (우익) 페미니스트들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지한 것은 전혀 놀라운일이 아니다. 2018년 한국의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난민 수용을거부한 명분 역시 한국 여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여성주의‘였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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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30 14: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화가 통제의 도구처럼 쓰이기도 하죠. 겁주기. 구분해서 증오하게 하기. 남녀문제뿐 아니라 지역 인종. 비주류ㅠㅠ 정희진작가님 기획이군요 !!

미미 2021-08-30 14:37   좋아요 6 | URL
네~♡ 아프가니스탄이 지금 그런 모든 상황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고 있죠ㅠㅠ 정희진님 믿고 고른책인데 역시입니다👍

다락방 2021-08-30 14: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꺅 >.< 이 책을 읽으십니까. 미미님 멋집니다!!

미미 2021-08-30 15:05   좋아요 5 | URL
정희진님 해제 들어간 책은 필독서네요~♡ 단발머리님 페이퍼보고 챙겼어요😆

바람돌이 2021-08-30 15: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당연한 논지가 기존의 남성 중심적 안보패러다임앞에 가면 아무 힘이 없어져버리는게 너무 슬퍼요. 이론이 현실앞에서 너무 무기력해지는 순간들이죠.ㅠㅠ

미미 2021-08-30 15:07   좋아요 5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너무나 잘 정리되어 한 문장 한 문장이 쏙쏙 박힙니다ㅠㅇㅠ

새파랑 2021-08-30 15: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화는 만들어가는 것~!! 정희진님 책을 한권 읽었다고 그래도 이해가 되는데요? 😅 완전 어려운 책~! 이분법적인 생각이 언제나 문제가 되는거 같아요 🤔

미미 2021-08-30 15:27   좋아요 5 | URL
맞아요~♡ 새파랑님도 전에 읽으신적 있죠👍 정희진님 글은 명쾌하게 분석,정리되어 더욱 타격감이 있는것 같아요! 지금 실컷 두들겨 맞으며 웃고 있습니다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8-30 1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우리가 읽지 말고 권력자들이 읽어야할것 같은데~~어쩐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느낌이 드는건 넘 비관적인건가요? ㅠㅠ

미미 2021-08-30 15:40   좋아요 5 | URL
그렇게 생각하시는게 어쩜 당연해요~♡ 저도 그랬구요 그런데 저는 ‘읽는 이‘=‘가장 수용 가는한 이‘라고 믿기에 여기서부터 퍼트리는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페넬로페님이 <세계는 왜 싸우는가>같은 책을 읽고 리뷰 남겨주시는것도 세계평화에 일조한다고 봐요. 거창한 일보단 작은 표지하나가 쌓여서 언젠가 적절한 힘을 받으면 무시할 수 없는 도미노가 되는 것처럼요😍

페넬로페 2021-08-30 16:03   좋아요 5 | URL
미미님, 말씀에 백퍼 공감합니다^^ 작은 것부터 차곡차곡 채워나가야 할 것 같아요^^

미미 2021-08-30 16:12   좋아요 5 | URL
네 정희진님도 그런 이야기를 꽤 들었나봐요 저도 처음 두권까지는 너무 힘들었는데 점점 익숙해진건지 수월해져서 이젠 이해안가는 부분도 훨 줄었어요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30 22:27   좋아요 3 | URL
이 대화 너무 멋있어요...ㅠㅠ 어흑~ 멋진 사람들....😍😍

미미 2021-08-30 22:52   좋아요 3 | URL
멋지게 봐주는 툐툐님이 젤 멋짐요~🙆‍♀️🙆‍♀️🙆‍♀️

페넬로페 2021-08-30 23:01   좋아요 3 | URL
툐툐님,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서재분들은 모두 다 멋진것 같아요♡♡♡♡♡

syo 2021-08-31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읽어도 될 이들은 읽고 읽어야 할 놈들은 안 읽으면서 착한 사람은 점차 착해지고 나쁜 놈들은 답없이 나빠진다! ㅎㅎㅎㅎㅎ

미미 2021-08-31 00:20   좋아요 1 | URL
우리는 대신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써 내야죠ㅋㅋ 계속 읽고 더 써서 주변부터 퍼트리고 더더 전염시키고 모두 감염되고 전복되는 날까지!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저는 이 말이 좋네요. 미미님 이런 어려운 책 꾸준히 읽어주는 덕에 플친들도 평화의 길에 나란히~~~^^

미미 2021-08-31 00:30   좋아요 1 | URL
책에 대해 나눌 수 있는 것만도 기쁜 일인데 공감해주시니 더 읽게되고 계속 나누고 싶어져요~^^♡
 


p.429 지금 현재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로 돌아가 수세대 동안 무덤 속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와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전해 주는 걸 듣는 건 즐거울 거예요. 이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은 이제 더 이상 무덤이 아니라 정원이나 들판으로 변해 있을 거예요. (p.113) <샬럿 브론테-셜리>


저녁시간에 우리 집에서 부모님의 가게로 가려면 멀고 돌아가야 하지만 사람이 많고 밝은 길과 훨씬 빠르지만 인적이 드물고 캄캄한 두 가지 길이 있었다. 많이 고민하지 않던 시절이라 자주 빠른길로 뛰어 지나갔었다. 하지만 그 중간에 있던 가장 어둡고 캄캄한 동굴같은 공간을 지날때면 숨을 멈추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그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고 난 뒤에도 한 참 나는 꿈속에서 그 길을 통과했다. 꿈에서도 멀리 밝은 길을 선택하는 일은 드물었다. 아마도 뭔가 꺼림찍한 고민거리가 있거나 할때 꿈에 그곳을 찾는 것 같았다. 


<소설의 정치사>는 영국 소설을 중심으로 18세기 말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19세기에 이르기까지

품행지침서의 영향력을 거쳐 소설의 영향이 젠더 정치 질서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논증하고 있다. 

사뮤엘 리차드슨의<파멜라>를 시작으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제인 오스틴의 <에마> 그리고 셀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이르기까지 소설에서 만들어내는 언어가 현실 속 성의 교환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p.236 리처드슨은 이런 방식으로 여성의 몸을 다시 씀으로써 정치적 관계들이 자연스럽고 올바르다고 이해되는 기반을 전복했다. 그가 이런 작업을 하고자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리처드슨이 쓴 유혹의 이야기가 훨씬 더 거대한 문화적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귀족중심의 문화에서 중산층이 부상하는 사회변화와 맞물리며 이런 소설들의 젠더 정치성은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산업혁명과 그로인한 구조적인 문제가 부상하게 되었고 그에 기반한 전염병의 창궐과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이론들이 성의 가치 체계를 뒤흔들었던 것이다. 낸시 암스트롱은 품행지침서가 남녀간의 성 역할 담론을 이끌어 상식화 했던 것처럼 소설이 남녀 관계. 특히 이들간의 사회적 관행의 전 영역에서 선행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p.332 문제의 해당 소설들에 접근하면서 나는 이런 인과관념을 완전히 뒤집고 싶다. 나는 소설이야말로 사회적 관습이 그것에 선행하면서 그것을 필수적으로 만들었던 성의 형태를 체계적으로 억압한다는 우리의 근대적 믿음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고 싶다. 


낸시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를 읽고 나서 당시 어두운 길을 지나가던 기분이 떠올랐다. 서술방식이 너무 어려워서 앞이 캄캄했다. 번역탓도 하고 다분히 철학적인 분석탓도 해봤지만 딱히 해결책은 아니었다. 빨리 읽어서 벗어나야했는데 잘 되지 않아 힘든 시간이 길어졌다. 다음부턴 이런 어려운 책일 수록 속도를 내는 것이 고통을 줄일거라는 결론이 나온다.(이것도 몇번 내렸던 결론 같지만..) 역시 돌아갈 다른 길이 없으면 그게 답이다. 다행히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은 꽤나 수집했다. 여기에 일단 만족한다. 




c.f 샬럿 브론테의 '셜리'문장 느낌이 좋은데 번역된 책이 아직 국내에 없어 아쉽다. 


p.395 브론테 자매는 사회관계의 질서를 바로 세우면서 개인을 특별한 지식의 영역으로 재구성한다. 그런데 이 지식의 영역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이거나 계보학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인의 운명이나 ‘발전‘을 추동하는 것은 여성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 버사 메이슨(Bertha Mason)의 발견이 로체스터의 무뚝뚝한 성격을 설명해 주는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캐서린 1세의 발견이 히스클리프의 잔혹한 성격을 상당 부분 설명해 줄 때, 여성 주체성의 가능성과 그것이 지닌 특권적 힘은 무한히 커지는 것 같다. 
여성에게 이런 추동력을 넘겨주는과정에서 소설이 일정한 역사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은 중요하다. 워더링 하이츠와『제인 에어의 마지막 대목에서 일어나는 사회관계의 재배치를 이해하려면 더 이상 역사로 간주되지 않는 역사, 다른 질서의 역사가 필요하다. 이 다른 역사는 여성이 말하는이야기이다. 그것은 성의 역사이다.


p.306 오스틴은 말이란 자아에서 직접 연원하기 때문에 글이 말을 모방해야 한다고 제시하지만, 소설 자체는 완전히 다른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욕망을 언어에 선행하는 자이에 위치시키기 위해, 오스틴은 아직 말로 표현되지 않은 자아의 내면 영역을 보여 주어야 한다. 욕망은말로 표현되기 이전에 존재하려면 개인의 내면에 각인되어 있어야 한다. 즉, 욕망은 글로 씌어져야 한다.


이 책에 나온 책들 중 몇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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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30 0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오른쪽에 있는 네권은 읽어봤어요! ㅋ 미미님이 이 책을 어려워 하실 정도면 완전 최고수준의 책인듯 🙄 고생하셨어요~!!

미미 2021-08-30 00:40   좋아요 5 | URL
감사해요~♡ 너무 졸립고 서둘러 읽느라 간단한 독후감으로 썼어요ㅋㅋ나중에 밑줄친 부분만 읽어보면 좀 나을것도 같아요. 내일부턴 쉬운 다른 책! 유후ㅋㅋ

mini74 2021-08-30 00: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밤길에서의 경험과 독서가 연결되다니 ! 어려운 책일수록 집중해서 속도를 내는 것이란 미미님 말이 확 와닿습니다 ~ 저는 발췌글만 봐도 몇 번을 꼭꼭 씹어야 알 것 같은 ㅠㅠ 장하세요 미미님 *^^* 👍

미미 2021-08-30 00:43   좋아요 5 | URL
네~♡ㅋㅋ저 어려운 문장을 반복해서 읽다가 그만ㅠㅇㅠ 이런 책은 오히려 후딱 읽어야 전체 맥락이라도 좀 건질수 있더라구요. 넘 오래걸려 아쉽고 속땅합니다.

페넬로페 2021-08-30 0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어려운 책 읽어 내시느라 넘 수고 많으셨어요^^이 책에 소개된 책을 어떻게 서술했을지 넘 궁금하네요. 항상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항해하는 미미님, 멋져요👍👍🥰🤩📚📚

미미 2021-08-30 00:44   좋아요 6 | URL
감사해요~♡ 응원을 받으니 다시 잠이 깨는ㅋㅋ끝내고 보니 리뷰는 허술하지만 밑줄 많이 담아서 든든해용😍

초딩 2021-08-30 01: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초딩들이 여가부는 왜 있어야해요? 남자를 위한 부도 있어야해요 막 이래요 —; 남자초딩들이 ㅎ
아 전 그 초딩은 아닙니다 :-)

미미 2021-08-30 01:20   좋아요 7 | URL
정희진님이었나 그에 대한 답을 주었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역사적으로 우월집단을 연구할 필요성은 없었다고 들었던것 같아요. 안그래도 요즘 보수진영에서도 그걸 빌미삼아 안티페미니즘이 부상하고 있어 분명하게 찾아보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락방 2021-08-30 08: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미미님. 저 역시도 이거 질질 끌었더니 더 힘들었던것 같아요. 다음달 부터는 월초에 시작해서 바싹 읽고 후딱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말일 가까워오니까 다 읽지 못한 상태에서 압박감이 상당하더라고요. 아무쪼록 다음달 도서는 부디 더 쉽기를, 잘 읽히기를 바라봅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미미 2021-08-30 10:29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다락방님!
그래도 다락방님 덕분에 또 한권 읽어냈어요. 중간중간 페이퍼 올려주셔서 자극이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단발머리 2021-08-30 0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읽었지만서도 (에헴!) 미미님이 이렇게 잘 정리해주시니 제가 밑줄 그은 부분이랑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앞으로도 좋은 페이퍼 기대합니다.
그리고 샬롯 브론테의 <셜리>가 번역 안 된 거는 좀 아쉽기는 한데요, 대신 책에서 잠깐 언급된 <빌레뜨>가 있습니다. 작년에 창비에서 2권짜리로 나왔어요. 표지도 아주 초록초록 핑크핑크 예쁘답니다^^

미미 2021-08-30 10:33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이번 리뷰는 상당히 부끄러워요 ㅜㅜ
<빌레뜨>를 대신 읽어봐야겠군요! 영화도 있더라구요?으흐 표지도 예쁘다니 신납니다!😆

수이 2021-08-30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혀 부끄러운 리뷰가 아닌걸요. 완독하실 줄 알았지만 역시 완독하신 미미님 대단합니다. 읽을 책이 많으니 저는 신났어요. 어쩐지 신난 이는 저 하나뿐인듯 하여 다소 민망한 8월의 읽기였습니다. ㅋㅋ

미미 2021-08-30 11:27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비타님~♡ 제 글은 늘 허점투성이고 남의 떡보다 남의 글이 항상 좋아보입니다.ㅋㅋㅋ저도 이제야 다시 신나요!8월은 모두가 신나길요~😉

공쟝쟝 2021-08-30 1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범생 미미님 이번에도 안전한 완독 축하드립니다! (불안전한 미독자.. 올림)

미미 2021-08-30 13:27   좋아요 4 | URL
아악ㅋㅋㅋㅋㅋ학교때는 범생 전혀 아니었는데 북플에서 못듣던 칭찬 득템~♡ 감사해요 쟝님😍

붕붕툐툐 2021-08-30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스마트하고 성실하기까지 하신 미미님~최고최고~😍

미미 2021-08-30 23:11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툐툐님~♡ 진짜 스마트해지도록 계속 쭉 읽을께요 툐툐님 최고최고👍🥰
 


언론중재법이 요즘 뜨거운 감자다. 개인적으로 올것이 왔다고 보고 있다. 언론사들이 알아서 잘 했으면 일이 이렇게 까지 진행되긴 어려웠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알아서 잘 하기엔 자본의 영향력에 잠식당하는 측면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단적인 예로 중간광고를 들 수 있다. 뉴스,드라마나 각종 예능,영화 중간중간 광고가 떡하니 자리잡았다. 시청자 입장에서 맥이 끊기는 건 기본인데 언론사 입장에서는 밥그릇이 커진다는 의미니 생존이 달렸다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언론사 생존의 역학관계에 많은 것들이 얽혀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테지. 밥그릇 크기에 너무 연연하다 보면 질적인 측면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건 역시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나보다. 


 


p.11 한 민족을 죽이듯 언론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자유를 줌으로써. -오노레 드 발자크(기자 생리학 중)



        


파리의 허름한 하숙소에 한 남자가 경멸을 담은 표정을 뿜어내고 있다. 그가 노려보는 것은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는 그의 룸메이트 바퀴벌레. 가난한 시골 농부의 자식인 조르주 뒤루아는 군에서 퇴교한 후 성공한 삶을 살아보겠다고 막연히 파리로 상경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겨우 버텨내는 그에게는 당장 살아내는 일 조차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다 군대에서 함께했던 포레스티에를 만나 상황이 급변한다. <라 비 프랑세즈>신문사 기자가 되고 타고난 외모를 적절히 활용해 귀족 여성들의 도움까지 받아 승승장구하게 되는 것이다. 


p.50 노르망디 사람으로 타고난 기질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병영 생활 속에서 길들여졌고,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약탈,불법적인 이득, 수상한 속임수 등을 겪으면서 느슨해졌다. 또한 군대에서 통용되는 공명심,무공,애국심,그리고 하사관들 사이에 떠도는 거창한 이야기,직업에서 오는 허영심 같은 것들이 더욱 그의 마음을 부추겼다. 그렇게 해서 결국 뒤루아의 마음속은 바닥이 세 겹으로 되어 있는 상자처럼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앉아 버렸다. 그중에서도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강했다. 


잘생긴 친구(벨 아미)라는 별칭까지 얻은 그에게 여인들은 누구나 호감을 느낀다. 하루 빨리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그에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수룩하던 처음과 달리 그는 어떻게 하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어떤 기사를 쓰면 대중의 이목을 잡을지 점점 간파한다. 때때로 마주하는 거울은 그의 성장하는 허영심을 여실히 비춰준다. "Vanity, definitely my favorite sin"("허영,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죄악이지." ㅡ영화 데블스 에드버킷) 특히 그의 신문사에서 사회면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뉴스에 은밀히 소문을 함께 담아내서 여론을 이끌고 정부의 공익사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즉 잘만하면 큰 돈이 되는 사업이 이 신문사의 주 목적이었고 마침 뒤루아의 욕망과 잘 맞아 떨어졌다. 


          



p.141 사회면을 지휘하고 취재기자들의 전투를 끌어가려면 늘 깨어 있어야 하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며,쉽게 믿지 않고 앞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또 교활하고 민첩하고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온갖 술수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정확한 후각으로 한눈에 거짓 소식을 간파해 내야 한다. 또 할 말과 숨길 말을 판단하고, 어떤 것이 독자에게 영향을 미칠지 알아내고,그렇게 얻은 소식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던 중 벨 아미는 노 시인의 삶의 허무를 담은 조언을 듣고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거기다 뜻하지 않은 결투로 죽음 직전까지 경험한 것. 이부분에서 특히 결투에 관한 묘사가 나를 사로잡았다. 위대한 시인 푸시킨의 삶을 영원한 속임수로 만들어버린 결투를 상징하듯 '시베리아처럼 추운 날' 벨아미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벨아미는 삶을 되돌아보긴 커녕 불나방처럼 오히려 성공에, 돈벌이에 더욱더 집착한다. 


              


허영심은 만족을 모른다. 허영심은 타인의 그것과 내것을 계속 비교하며 남보다 더 갖고자 하고 더 욕망하고 갈구한다. 그러다 보면 파리도 꼬이고 그러다 보니 구더기도 살찐다. 인생은 과연 뭣이 중헌지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벨아미의 타락한 거울을 보고 웃다보면 우리 삶의 방향이 맞는지 가늠하게 된다.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물질적이고 외적인 가치에 매몰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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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8-25 13: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진중한 페이퍼를 읽고나니 패틴슨이 연기하는 벨 아미가 보고 싶어졌어요. 책으로 읽었을 때 엄마도 딸도 후리는 엄청난 미남으로 나왔잖아요. 영화에서 그의 미모가 빛을 발할지.. 트와일라잇 시리즈 1편에서 가장 빛나지 않았나 싶거든요. 그의 직업이 기자였다는 것은 홀랑 까먹었네요. ㅠㅠ

미미 2021-08-25 14:03   좋아요 6 | URL
책을 조금 읽다가 너무 궁금해서 영화부터 봤는데 어느정도 ‘맛‘은 보여줬다 생각해요. 큰 기대 안하시면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그런 뒤에 책을 다 읽고나니 영화에 다 담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더라구요(늘 그렇지만) 패틴슨의 연기는 트와일라잇보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찌질한 역인데도)그래도 트와일라잇 다시 보고싶네요~♡힛ㅋ

새파랑 2021-08-25 13: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저도 이책 읽고 있어서 실눈으로 리뷰봐야겠어요 😑 밑에 사진은 푸쉬킨의 결투에서도 본거 같은 그림~!!

미미 2021-08-25 14:10   좋아요 4 | URL
몇 번 빵빵 터졌습니다. 그걸 리뷰에 담을 수 없어서 아쉽고요.ㅎㅎ😭 이 못씀에 늘 한계를 느낍니다. 그래서 재밌는 글이 더 좋아지는 듯~♡

새파랑 2021-08-25 14:55   좋아요 4 | URL
미미님은 공인된 독서기계 리뷰기계임😆

미미 2021-08-25 15:04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은 북플 독서기계 공인인증처임요😆👍

붕붕툐툐 2021-08-25 19:26   좋아요 2 | URL
기계들의 전쟁이닷!😁

미미 2021-08-25 19:29   좋아요 1 | URL
ㅋㅋㅋ귀여우신 툐툐님~💕

scott 2021-08-25 23:2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기계 맞음
( )_( )
(=‘ :‘) ~~~~🤖
(,(‘)(‘)

페넬로페 2021-08-25 15: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벨 아미의 뜻이 이런 의미이네요~~
얼마전 푸시킨의 단편 읽었을때도 그렇고 결투에 대한 것에 관심이 가네요^^
영화도 만들어졌나보네요**
언론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고구마 100개 먹은 느낌이예요^^

Falstaff 2021-08-25 16:02   좋아요 5 | URL
푸시킨의 결투 씬은 <예프게니 오녜긴>에서 두 절친 오녜긴과 렌스키의 새벽 눈밭에서 총싸움 아니었습니까?
찰딱서니 없는 올가가 약혼자 렌스키가 두 눈 동그랗게 뜬 채 보고 있는 앞에서 오녜긴 품에 폭 안겨 왈츠를 추는 바람에 눈이 뒤집혀서리.... ㅋㅋㅋㅋ
마지막 씬 때문에 특별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하여튼 벨아미는 나쁜 놈이예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8-25 16:11   좋아요 5 | URL
아직 예프게니 오녜긴은 못 읽었고 단편인 ‘마지막 한발‘에 결투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었어요. 예프게니 오녜긴도 어서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Falstaff 2021-08-25 16:29   좋아요 5 | URL
맞아요, 맞아요. <마지막 한 발>도 있었군요. 제목을 들으니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푸슈킨 없었으면 러시아 소설이 훨씬 덜 ‘폼‘났을 거 같아요.

미미 2021-08-25 16:29   좋아요 5 | URL
여기서 결투를 하게 되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어요~♡ 다소 황당한 측면을 잘 살려내서 목숨이 걸린 상황인데도 코믹했어요ㅋㅋ페넬로페님도 이 작품 꼭 읽어보세요 강추입니다😍

미미 2021-08-25 16:32   좋아요 5 | URL
위에 결투 그림은 일리야 레핀의 작품‘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1899‘맞습니다
스콧님 덕분에 알게된 그림~♡

페크pek0501 2021-08-25 15: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은 알겠는데 못 읽은 책이네요. 이렇게 배워 갑니다. ^^

미미 2021-08-25 16:33   좋아요 3 | URL
아 정말정말 재밌습니다. 기회되심 페크님도 꼭 읽어보세요~♡ 별이 8개정도?ㅎㅎ😳

막시무스 2021-08-25 17: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얼굴보니 허영심가져도 될 것 같긴 한데요! 영화부터 한번 보고싶어지네요!ㅎ

미미 2021-08-25 17:58   좋아요 5 | URL
오 막시무스님! 소설이 더 재밌지만 영화도 가볍게 보실만해요~♡
아주 바람둥이 벨아미입니당😆

coolcat329 2021-08-25 1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뒀는데 얼른 읽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재밌나요??? 로버트 패틴슨은 알게 모르게 여러 영화에 나오는거같아요 .

미미 2021-08-25 18:03   좋아요 3 | URL
기대를 좀 했는데도 그 이상이었어요~♡ 날카롭게 기자들의 생리를 꼬집는데 이게 벨아미의 막장극과 아주 잘 어우러지거든요. 읽다 덮어둔 발자크의 <기자생리학>을 다시 펼쳤어요😉

scott 2021-08-25 23:34   좋아요 2 | URL
쿨켓님 믿고 읽으세요
미미님 은근 고전 문학 1인자 이쉼
( ´●◡●`*)

미미 2021-08-25 23:4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스콧님이 1인자,북플 다이아몬드,북플 초인~♡(๑>ᴗ<๑)♡

mini74 2021-08-25 18: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말이 너무 와닿네요. 자유와 방종 사이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들이 ㅠㅠ
남자주인공 너무 잘생겼어요 ㅎㅎ
별 8개라니! 벨아미 장바구니로 ㅎㅎ

미미 2021-08-25 18:20   좋아요 4 | URL
패틴슨 예뿌죠~♡ㅋㅋㅋㅋ언론은 대중을 방패로 삼는만큼 큰 힘과 책임이 따르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직업인듯 해요. 너무 재밌는 작품입니당~🤭

붕붕툐툐 2021-08-25 1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허영의 쌍두마차라고 해서, 허영이 사람이름이라고 순간 생각했어요~(허재같은?;;;;)
미미님이 8개 극찬 하시니 완전 필독서네요~ 게다가 제가 웃긴 걸 워낙 좋아하잖아요!ㅎㅎㅎㅎ

미미 2021-08-25 19:34   좋아요 4 | URL
제 기억에 (덮으면 망각시작)적어도 3군데 이상 터지는 곳이 있어요~♡ㅎㅎ제목 은근 신경쓰여요!😆
허영씨~ 맥락상 나쁘지 않은 이름인듯ㅎㅎ👍

scott 2021-08-25 23:34   좋아요 2 | URL
툐툐님, 이런 아재 개그 좋음요

*•.❥*.꒰๓´͈ ˘ `͈๓꒱.*

초딩 2021-08-28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미미 2021-08-28 14:08   좋아요 1 | URL
오오 감사해요 초딩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야 -표도르 도스또예프스키


p.11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그런 밤이었다.


여기 모테솔로인 젊은 몽상가가 있다. 그는 가난하고 혼자였지만 특유의 몽상가적 기질덕에 외롭지만 외롭지 않게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었다. 때마다 자주 마주치는 주민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기도 하고 특정 길 모퉁이에 나름의 의미를 더하고, 마음을 끄는 건물들에 의식과 성향을 부여하는 경지다. 


p.13  나는 또한 건물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내가 걸어갈 때 건물들은 나보다 앞질러 거리로 뛰어오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창문을 통해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건강은 어떠세요? 저는 덕분에 건강하답니다. 5월에는 한 층을 더 올려 줄 거랍니다>혹은 <건강은 어떠세요? 내일은 집 수리가 있답니다> 혹은 <저는 하마터면 불에 홀랑 탈 뻔했어요. 그래서어찌나 놀랐던지요> 등등..중략..그는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깜찍한 석조건물로, 어찌나 붙임성 있게 내게 눈을 주고,어찌나 오만하게 주변의 꼴사나운 건물들을 내려다보는지, 그의앞을 지나갈 때면 내 가슴은 사뭇 기쁨에 들뜨곤 했다.


그런 그에게 불길한 우수가 아침부터 찾아온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홀로 거리를 걷던 몽상가는 슬픔에 젖어 있는 한 여성과 만나게 된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녀는 사랑에 빠져 한 남자를 오래도록 기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만에 그와 약속한 날이 되었지만 상대는 이 도시에 돌아왔음에도 만나기로 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편지를 보내지도 않았던 것이다. 몽상가와 슬픈 여인은 서로의 감춰두었던 이런 속내와 아픔을 나누며 공감한다. 그리고 모테솔로였던 몽상가는 그 와중에 이 여인. 나스쩬까를 사랑하게 된다. 


p.99 나스쩬까,버림받은 것에, (당신이)사랑을 거절당한 것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나는 내 가슴이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넘치고 있음을 느꼈고, 그 사랑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애절한 짝사랑만을 담고 있지 않다. 몇몇 대목에서 느닷없이 꽁트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p.61 여기서 나스쩬까는 잠시 말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웃음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그녀는 즉시 웃음을 거두었다. "부탁이에요, 할머니를 조롱하듯 웃지 마세요. 제가 웃는 건 그냥 우스워서.....사실 할머니가 그런 상태이고 보니 뾰족한 수가 없었지요. 게다가 저는 조금쯤은 할머니를 사랑하거든요."


아니 너가 웃기에 나도 웃은건데 너는 웃어도 되고 나는 웃지 말라니. 너는 우스워서고 나는 조롱이라니? 이런 황당할 데가...슬픈 여인은 자신을 속박하던 할머니에 관해 이야기하다 몽상가와 공감의 정도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듯 보인다. 희극적인 복선으로 또는 짧막한 꽁트로도 느껴졌다. 여기서 끝난게 아니다. 우여곡절 기다림 끝에 사랑하는 남자가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는 조금전까지 온전히 자신만을 지지해주고 함께 슬퍼해주고 사랑해주던 몽상가를 내팽개친다.


p.109 하느님, 그 비명 소리란! 그녀는 얼마나 떨었던가! 내손을 뿌리치고 그를 향해 총알처럼 달려가던 모습이란.......! 나는 죽은 사람처럼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총알! 사랑은 그렇게 온기로 가득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냉기로 가득한 것이다.어디선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사랑은 이성이 마비된 현상일 뿐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 그런 꿈 같은, 몽상같은 것이기에 때로 누군가의 눈에는 바보같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이에겐 더없이 아름다워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 되기도 하겠지.  


p.83 <아, 나스젠까, 나스젠까! >나는 생각했다. <너의 이 말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걸 내게 말해 주는지 아는가! 《어떤때》는 그러한 사랑이 가슴을 얼어붙게 하고 영혼을 무겁게짓누르는 법. 너의 손은 차갑고 내 손은 불같이 뜨겁다. 나스젠까, 너는 정말 눈이 멀었구나! 아! 행복한 인간이란 때로 참을 수 없이 지긋지긋하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화를낼 수 없지……!>


도스또예프스키의 슬프고도 웃긴 이 '백야'는 어쩌면 평생 빛을 잃지 않을 젊은날의 눈부신, 하지만 덧없는 꿈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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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5 15: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엄청난 스피드로 읽으셨군요. 도선생님 특유의 유머와 서정성이 너무 좋더라구요. 그리고 제목이 ˝백야˝라니 완전 멋있는 ^^ 미미님 곧 Noon 세트 다 읽으실듯 😆

책이랑 노래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미미 2021-08-15 15:50   좋아요 5 | URL
역시 제목을 참 잘 지었죠~♡ㅎㅎ 저런 타이밍 적절한 유머 때마다 허를 찔리는 기분이었어요😆

붕붕툐툐 2021-08-15 15: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백야 다 읽으셨네용~👍
모태 솔로에서부터 벌써 슬픔~ㅋㅋ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ㅎㅎ

미미 2021-08-15 15:52   좋아요 5 | URL
맞아요~ㅎㅎㅎ완전 약자~♡ 짝사랑은 남이할때 웃기고 내가 할땐 슬픈듯해요😉

페넬로페 2021-08-15 17: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께선 백야를 젤 처음 선택하셨네요.
젊은 모태솔로의 슬픔이란 제목으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솔로는 정말 몽상가가 되기 쉬울듯 해요.
도스토옙스키의 유머가 기대되네요^^

미미 2021-08-15 17:52   좋아요 5 | URL
앗 😳제목 철자를 잘못썼네요~♡ㅋㅋㅋ베르테르 생각하다 그랬나봐요! ‘건물과 대화하는 몽상가‘ 기발하고 재밌었어요ㅋ

레삭매냐 2021-08-15 19: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장하기에는 왠지 많이
읽은 책들이 있어서리 -

그래도 다른 분들이 올리는
리뷰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미미 2021-08-15 19:28   좋아요 5 | URL
ㅋㅋㅋ저도 레삭매냐님 만큼은 아닐텐데 읽은 책이 몇권 있어서 고민하다 결국 샀어요~♡

특히 기대되는 작품이 몇 개 있습니당 훗😁

mini74 2021-08-15 19: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태솔로 몽상가에 건물에 인사, 내로남불 여인과의 만남 ㅠㅠ 백야 뒤에 극야 오나요 ㅠㅠ

미미 2021-08-15 19:5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그럼에도 제 느낌엔 전반적으로 희극적이었고 예쁜 묘사의 폭격이었어요~♡

서니데이 2021-08-15 2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도 열린책들의 그 세트네요. 백야니까 밤이겠지 했는데, 찾아보니까 낮 세트였어요.
미미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미미 2021-08-15 20:52   좋아요 3 | URL
정말 그러네요?!😆 백야라도 밤을 뜻하는건데 말이죠ㅋㅋㅋㅋ
밀린 일들 끝내서 뿌듯한 저녁입니다! 서니데이님도 남은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8-16 15: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 백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거죠. 저는 그것밖에 모르는. ㅋ 벽과 대화하는 몽상가라니. 제 딸이 허공과 대화를 나누는데. 흠. 딸에게 백야를 들이밀어야겠어요 ㅋ

미미 2021-08-16 16:2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따님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초반 몽상적인 표현들이 많아 뭐지? 했는데 나스쩬까가 등장하며 몰입도가 높아지더라구요! 재밌었어요ㅋ🤗

2021-08-16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6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6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6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그맨 장동민 데뷔 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꽁트마다 그가 여러 직업으로 등장해 이런저런 직업적 만담을 상대와 주고 받는 개그를 했었다. 한번은 장동민이 택시 기사로 분했는데 그가 말하길 "나는 남이 내 차에 타는게 그렇게 싫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 상담사가 사람 만나는걸 싫어하고 은행가가 계산에 진저리내고 운동선수가 땀흘리는걸 꺼리는 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개그였다.


안토니오 타부키는 이탈리아 출신인데 포르투칼을 사랑했다. 그리고 포르투칼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게 심취했다.타부키의 '레퀴엠'은 페소아를 향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 부두에서 리스본의 죽은 시인 '페소아'를 만나기까지 23명의 인물들을 먼저 만나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부조리한 환각이고 꿈이며 과거이자 미래다. 또한 페르소나이고 의식,무의식이다. 마치 장동민처럼 친절하지만 길을 모르는 택시기사가 나오고, 집시와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구걸하는 마약중독자에게 돈을 뜯기고,죽은 친구와 바텐더, 묘지관리인 등을 만난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단테의 여정처럼. 그리고 페소아와 마주한다.


p.112 나와 함께한 것이 편하지 않았나요?, 그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대단히 중요했어요, 하지만 불안하게 했지요, 말하자면 언제나 날 가만두지 않았다는얘깁니다. 그랬겠지요, 그가 말했다, 나와 관계된 건 다 그렇더군요. 하지만 말예요, 문학이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불안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의식을평온하게 하는 문학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는 이미 꽤나 불안정합니다, 당신의 불안정이 내 불안정에 더해서 고뇌로 이어진 것입니다. 평화로운 행진보다는 고뇌가 좋습니다, 그가 확신을 표명했다,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면 단연 고뇌지요. (페소아와 나의 대화)


  페소아가 그랬던 것처럼 타부키는 여러 정체성을 그려낸다. 그들과 마주하고 대화하며 따옴표를 쓰지 않는다. 누가 너 이고 누가 나 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과거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분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결국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나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경계가 모호해진다. 우리는 의식속에 살아가지만 우리 내부를 이루는 것은 경험과 무의식의 파편들이다. 


p.21 당신은 영혼을 믿습니까? 영혼은 적어도 이 순간, 우리가 앉아서 말하고 있는 이 공원에서,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납니다,내가 말했다. 말하자면 이 모든 걸 내게 불러일으킨 건 내 영혼이었습니다, 그게 정확히 내 영혼인지 확실하진 않아요, 어쩌면 내 무의식인지도 모르죠. 날 여기로 데려온 게 나의 무의식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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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0 21: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미미 2021-08-10 21:07   좋아요 4 | URL
아이참ㅎㅎ🌸( ⁎ ᵕᴗᵕ ⁎ )🌸

scott 2021-08-11 00:07   좋아요 2 | URL
[영혼을 믿지 않지만!]
미미님의 타부키 리뷰에서 언급 하신 무의식의 세계는
믿습니다!!
(・ิω・ิ )
( ・ิω・)ノิ

새파랑 2021-08-10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등✌

미미 2021-08-10 21:07   좋아요 4 | URL
2등까지🌸(⑅´•⌔•`)🌸이모티콘 답례ㅎㅎ

새파랑 2021-08-10 21:09   좋아요 5 | URL
2등✌ 와 112쪽 문장 완전 좋네요. 문학은 나를 불안하게 내 불안정에 더해서 고뇌뢰 이어지게 한다니~!

뭔가 철학적인 여정인거 같아요. 저도 평화보다는 고뇌에 한표 😆

미미 2021-08-10 21:12   좋아요 4 | URL
그쵸?! 저는 아직 전체를 이해하는 건 기대안하고 이런 문장 수집하는데 만족해요! 꽤 있어요. 나중에 함 빌려서 읽어보세요. 아주 얇아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10 2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 가르치는 게 그렇게 싫더라구요 누가 누굴 가르쳐 하고… 저도 저 개그 좋네요 ㅎㅎㅎㅎ

미미 2021-08-10 21:17   좋아요 5 | URL
선생님이시면 큰일인데요ㅋㅋㅋㅋㅋ사진 찍는거 싫어하는 배우도 있어요ㅋ

scott 2021-08-11 00:14   좋아요 4 | URL
이 개그 저도 좋습니다 .•♥

초란공 2021-08-10 2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직업군인이 되어 월급도 받고 집걱정 없이 관사에서 살고 싶다는 어떤 아이가 말하더군요. ˝하지만 군대가기 싫어요!˝ ㅋ 페소아적 딜레마라 해야할까요 ㅋㅋ

미미 2021-08-10 22:02   좋아요 5 | URL
페소아적 딜레마 딱인데요?!ㅋㅋㅋㅋ예전에 ‘달인‘도 그런 식으로 매회초마다 명명했던걸로 기억해요ㅋㅋ

페넬로페 2021-08-10 21: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누군가가 제가 책을 읽는걸 한심하게 보는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ㅎㅎ
이 책 넘 흥미로운데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전에 여러 여정을 거치는 것!
누군가 그렇게 절 만나러 오면 좋겠어요^^

미미 2021-08-10 22:06   좋아요 5 | URL
ㅋㅋㅋ생각할수록 갖가지 사례가 떠올라요! 페소아의 ‘불안의 책‘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작품을 통해 다시 살려내고 애도하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붕붕툐툐 2021-08-10 21: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늘 미미님 개그 뭔지 확실히 알아버리고~(미미님을 웃기기 위한 공략을 세워본다~😍)

미미 2021-08-10 22:08   좋아요 4 | URL
툐툐님은 저를 웃기기 쉬울거예요! 이미 툐툐님한테 마음이 열려 있으니까요~😆😍

붕붕툐툐 2021-08-10 23:03   좋아요 3 | URL
아니, 미미님 말본새 왤케 예쁘신겁니까? 닮고 싶다앙~ 헤헤헷~😘

scott 2021-08-11 00:15   좋아요 3 | URL
두분은 제가 웃겨 드릴께요 ㅎㅎ
♪ ∧,_∧
   (´・ω・`) ))
 (( ( つ ヽ、 ♪
   〉 とノ )))
  (__ノ^(_)

mini74 2021-08-10 2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은 불안하게 해야하는 것. 평화로움보단 고뇌.페소아를 참 잘 나타내는 말 같아요 ㅎㅎ 저희 동네에선 요즘 아이들과 이런 유머가 유행입니다. 옛날엔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네였는데 요즘 우리동네에선 ~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하고 있네. 빌게이츠 해피포인트 적립하는 소리하고 앉아 있네. 뭐 ㅎㅎㅎㅎㅎ

문장들이 다 좋아요. 페소아책 읽으며 좋은 구절 긋다보니 한 권 거의 다 였던 생각이 납니다. 나보다 색연필이 먼저 알아본 좋은 문장들. 여전히 어려워요 ㅎㅎ

미미 2021-08-10 22:11   좋아요 5 | URL
페소아 읽으셨군요! 저도 여기저기 밑줄 긋고 좋아했는데 읽다만...🙄그래도 문동꺼랑 배수아님 번역 둘다 가지고 있어요~♡

미니님 동네 사람들에겐 개그DNA가 만땅인것 같은데요? 제 스타일! 거기로 이사가고파요ㅋㅋㅋㅋ

scott 2021-08-11 00:18   좋아요 5 | URL
오! 빌 게이츠 카드 긁는 소리까지는 들어 봤는뎅 ㅋㅋㅋ

페소아 번역은 배수아님은 독일어로 중역

김한민님은 직접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2년동안 거주 하면서
페소아만 평생 연구하는 번역자 제니스와 함께 살면서 번역하셨습니다 ^^

미미 2021-08-11 00:25   좋아요 4 | URL
스콧님 말씀에 놀라서 찾아보니 다행히 김한민 번역가님의 페소아 시 번역집이 저에게 있네요~♡(역시 읽다가 멈췄는데 좋은 시가 많았어요👍)

mini74 2021-08-11 10:30   좋아요 3 | URL
아르떼에서 김한민작가님이 페소아에 대해 쓴 책도 좋아요. 김한민작가님 환경운동가이기도 하고 조카를 위해 형하고 환경그림책 만들어서 히트도 치시고. ㅎㅎ

미미 2021-08-11 11:50   좋아요 3 | URL
헉~♡♡ 마침 페소아의 책을 몇권 사려고 했는데
알려주셔서 아르떼 것도 넣었어요!! 김한민 작가님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8-11 0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소아가 여러 이명을 가졌던걸 소설로 만든듯하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에 대해 저렇게 책을 쓸 수 있다는거 성공한 덕후 맞네요. ^^

미미 2021-08-11 07:00   좋아요 3 | URL
네! 소설에서라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나봐요~♡ 😊

페크pek0501 2021-08-11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동민으로 시작해서 페소아로 끝나는 글.
저 9등입니다. 댓글 쓰는 차례로요. ^^**

미미 2021-08-11 13:27   좋아요 1 | URL
맥락이 좀 떨어지는건 더위탓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ㅋㅋㅋㅋ😳

서니데이 2021-08-11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말을 들어도,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으로
우리가 서로 다른 내면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미님, 오늘도 더운 밤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미미 2021-08-11 23:13   좋아요 2 | URL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함께 할때 더 재밌고 다양한 일들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서니데이님도 시원한밤 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