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29 지금 현재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로 돌아가 수세대 동안 무덤 속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와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전해 주는 걸 듣는 건 즐거울 거예요. 이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은 이제 더 이상 무덤이 아니라 정원이나 들판으로 변해 있을 거예요. (p.113) <샬럿 브론테-셜리>


저녁시간에 우리 집에서 부모님의 가게로 가려면 멀고 돌아가야 하지만 사람이 많고 밝은 길과 훨씬 빠르지만 인적이 드물고 캄캄한 두 가지 길이 있었다. 많이 고민하지 않던 시절이라 자주 빠른길로 뛰어 지나갔었다. 하지만 그 중간에 있던 가장 어둡고 캄캄한 동굴같은 공간을 지날때면 숨을 멈추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그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고 난 뒤에도 한 참 나는 꿈속에서 그 길을 통과했다. 꿈에서도 멀리 밝은 길을 선택하는 일은 드물었다. 아마도 뭔가 꺼림찍한 고민거리가 있거나 할때 꿈에 그곳을 찾는 것 같았다. 


<소설의 정치사>는 영국 소설을 중심으로 18세기 말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19세기에 이르기까지

품행지침서의 영향력을 거쳐 소설의 영향이 젠더 정치 질서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논증하고 있다. 

사뮤엘 리차드슨의<파멜라>를 시작으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제인 오스틴의 <에마> 그리고 셀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이르기까지 소설에서 만들어내는 언어가 현실 속 성의 교환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p.236 리처드슨은 이런 방식으로 여성의 몸을 다시 씀으로써 정치적 관계들이 자연스럽고 올바르다고 이해되는 기반을 전복했다. 그가 이런 작업을 하고자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리처드슨이 쓴 유혹의 이야기가 훨씬 더 거대한 문화적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귀족중심의 문화에서 중산층이 부상하는 사회변화와 맞물리며 이런 소설들의 젠더 정치성은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산업혁명과 그로인한 구조적인 문제가 부상하게 되었고 그에 기반한 전염병의 창궐과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이론들이 성의 가치 체계를 뒤흔들었던 것이다. 낸시 암스트롱은 품행지침서가 남녀간의 성 역할 담론을 이끌어 상식화 했던 것처럼 소설이 남녀 관계. 특히 이들간의 사회적 관행의 전 영역에서 선행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p.332 문제의 해당 소설들에 접근하면서 나는 이런 인과관념을 완전히 뒤집고 싶다. 나는 소설이야말로 사회적 관습이 그것에 선행하면서 그것을 필수적으로 만들었던 성의 형태를 체계적으로 억압한다는 우리의 근대적 믿음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고 싶다. 


낸시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를 읽고 나서 당시 어두운 길을 지나가던 기분이 떠올랐다. 서술방식이 너무 어려워서 앞이 캄캄했다. 번역탓도 하고 다분히 철학적인 분석탓도 해봤지만 딱히 해결책은 아니었다. 빨리 읽어서 벗어나야했는데 잘 되지 않아 힘든 시간이 길어졌다. 다음부턴 이런 어려운 책일 수록 속도를 내는 것이 고통을 줄일거라는 결론이 나온다.(이것도 몇번 내렸던 결론 같지만..) 역시 돌아갈 다른 길이 없으면 그게 답이다. 다행히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은 꽤나 수집했다. 여기에 일단 만족한다. 




c.f 샬럿 브론테의 '셜리'문장 느낌이 좋은데 번역된 책이 아직 국내에 없어 아쉽다. 


p.395 브론테 자매는 사회관계의 질서를 바로 세우면서 개인을 특별한 지식의 영역으로 재구성한다. 그런데 이 지식의 영역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이거나 계보학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인의 운명이나 ‘발전‘을 추동하는 것은 여성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 버사 메이슨(Bertha Mason)의 발견이 로체스터의 무뚝뚝한 성격을 설명해 주는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캐서린 1세의 발견이 히스클리프의 잔혹한 성격을 상당 부분 설명해 줄 때, 여성 주체성의 가능성과 그것이 지닌 특권적 힘은 무한히 커지는 것 같다. 
여성에게 이런 추동력을 넘겨주는과정에서 소설이 일정한 역사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은 중요하다. 워더링 하이츠와『제인 에어의 마지막 대목에서 일어나는 사회관계의 재배치를 이해하려면 더 이상 역사로 간주되지 않는 역사, 다른 질서의 역사가 필요하다. 이 다른 역사는 여성이 말하는이야기이다. 그것은 성의 역사이다.


p.306 오스틴은 말이란 자아에서 직접 연원하기 때문에 글이 말을 모방해야 한다고 제시하지만, 소설 자체는 완전히 다른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욕망을 언어에 선행하는 자이에 위치시키기 위해, 오스틴은 아직 말로 표현되지 않은 자아의 내면 영역을 보여 주어야 한다. 욕망은말로 표현되기 이전에 존재하려면 개인의 내면에 각인되어 있어야 한다. 즉, 욕망은 글로 씌어져야 한다.


이 책에 나온 책들 중 몇 권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8-30 0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오른쪽에 있는 네권은 읽어봤어요! ㅋ 미미님이 이 책을 어려워 하실 정도면 완전 최고수준의 책인듯 🙄 고생하셨어요~!!

청아 2021-08-30 00:40   좋아요 5 | URL
감사해요~♡ 너무 졸립고 서둘러 읽느라 간단한 독후감으로 썼어요ㅋㅋ나중에 밑줄친 부분만 읽어보면 좀 나을것도 같아요. 내일부턴 쉬운 다른 책! 유후ㅋㅋ

mini74 2021-08-30 00: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밤길에서의 경험과 독서가 연결되다니 ! 어려운 책일수록 집중해서 속도를 내는 것이란 미미님 말이 확 와닿습니다 ~ 저는 발췌글만 봐도 몇 번을 꼭꼭 씹어야 알 것 같은 ㅠㅠ 장하세요 미미님 *^^* 👍

청아 2021-08-30 00:43   좋아요 5 | URL
네~♡ㅋㅋ저 어려운 문장을 반복해서 읽다가 그만ㅠㅇㅠ 이런 책은 오히려 후딱 읽어야 전체 맥락이라도 좀 건질수 있더라구요. 넘 오래걸려 아쉽고 속땅합니다.

페넬로페 2021-08-30 0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어려운 책 읽어 내시느라 넘 수고 많으셨어요^^이 책에 소개된 책을 어떻게 서술했을지 넘 궁금하네요. 항상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항해하는 미미님, 멋져요👍👍🥰🤩📚📚

청아 2021-08-30 00:44   좋아요 6 | URL
감사해요~♡ 응원을 받으니 다시 잠이 깨는ㅋㅋ끝내고 보니 리뷰는 허술하지만 밑줄 많이 담아서 든든해용😍

초딩 2021-08-30 01: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초딩들이 여가부는 왜 있어야해요? 남자를 위한 부도 있어야해요 막 이래요 —; 남자초딩들이 ㅎ
아 전 그 초딩은 아닙니다 :-)

청아 2021-08-30 01:20   좋아요 7 | URL
정희진님이었나 그에 대한 답을 주었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역사적으로 우월집단을 연구할 필요성은 없었다고 들었던것 같아요. 안그래도 요즘 보수진영에서도 그걸 빌미삼아 안티페미니즘이 부상하고 있어 분명하게 찾아보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락방 2021-08-30 08: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미미님. 저 역시도 이거 질질 끌었더니 더 힘들었던것 같아요. 다음달 부터는 월초에 시작해서 바싹 읽고 후딱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말일 가까워오니까 다 읽지 못한 상태에서 압박감이 상당하더라고요. 아무쪼록 다음달 도서는 부디 더 쉽기를, 잘 읽히기를 바라봅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청아 2021-08-30 10:29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다락방님!
그래도 다락방님 덕분에 또 한권 읽어냈어요. 중간중간 페이퍼 올려주셔서 자극이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단발머리 2021-08-30 0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읽었지만서도 (에헴!) 미미님이 이렇게 잘 정리해주시니 제가 밑줄 그은 부분이랑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앞으로도 좋은 페이퍼 기대합니다.
그리고 샬롯 브론테의 <셜리>가 번역 안 된 거는 좀 아쉽기는 한데요, 대신 책에서 잠깐 언급된 <빌레뜨>가 있습니다. 작년에 창비에서 2권짜리로 나왔어요. 표지도 아주 초록초록 핑크핑크 예쁘답니다^^

청아 2021-08-30 10:33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이번 리뷰는 상당히 부끄러워요 ㅜㅜ
<빌레뜨>를 대신 읽어봐야겠군요! 영화도 있더라구요?으흐 표지도 예쁘다니 신납니다!😆

수이 2021-08-30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혀 부끄러운 리뷰가 아닌걸요. 완독하실 줄 알았지만 역시 완독하신 미미님 대단합니다. 읽을 책이 많으니 저는 신났어요. 어쩐지 신난 이는 저 하나뿐인듯 하여 다소 민망한 8월의 읽기였습니다. ㅋㅋ

청아 2021-08-30 11:27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비타님~♡ 제 글은 늘 허점투성이고 남의 떡보다 남의 글이 항상 좋아보입니다.ㅋㅋㅋ저도 이제야 다시 신나요!8월은 모두가 신나길요~😉

- 2021-08-30 1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범생 미미님 이번에도 안전한 완독 축하드립니다! (불안전한 미독자.. 올림)

청아 2021-08-30 13:27   좋아요 4 | URL
아악ㅋㅋㅋㅋㅋ학교때는 범생 전혀 아니었는데 북플에서 못듣던 칭찬 득템~♡ 감사해요 쟝님😍

붕붕툐툐 2021-08-30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스마트하고 성실하기까지 하신 미미님~최고최고~😍

청아 2021-08-30 23:11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툐툐님~♡ 진짜 스마트해지도록 계속 쭉 읽을께요 툐툐님 최고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