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감옥이라니 말도 안 돼!> 트레비소로부터 몬테비소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알프스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봉우리들, 눈에 덮인 산꼭대기, 그리고 별들,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더구나 이 밤이 내가 감옥에서 지내는 첫날밤이라니! (중략)<만약 저 창문 아래 있는 새들이 그녀의 것이라면 그녀를 볼 수 있겠구나… 나를 알아보면 그녀는 얼굴을 붉힐까?> - P84


19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뛰어난 외모와 숭고한 마음을 지녔으나 어리석기 그지없는 한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델 동고 가문의 둘째아들 파브리스다. 파브리스가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하고 허영심에 가득한 대책없는 청년인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는 불안한 마음을 수없이 진정시키며 글을 읽어나가야 한다. 그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나폴레옹의 전쟁을 돕기위해 집을 나선다. 그의 고지식한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와 그를 무척 사랑하는 고모는 가지고있던 보석과 돈을 모두 그에게 내어줄만큼 파브리스를 애지중지한다. 당연히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아 가까스로 도착한 워털루전쟁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별의별 일들을 겪는다. 그리고 당시는 유럽의 국경을 이동하는 일이 번거롭기 그지없었는데 신분을 위장했던 것이 그만 오해를 사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사리분별력도 떨어지고 순진하기 이를데없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개인사를 다 털어놓질 않나 쉽게 사람을 믿어 큰 돈을 잃기도하고 뒤를 생각하지 않아 순간적인 감정으로 가진 돈을 마구 내놓기도 한다. 게다가 프랑스어도 잘 하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나폴레옹의 군대에 끼어 들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을 따라가며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운이 좋아 무사히 살아 집에 돌아오지만 그런 기질탓에 싸움에 또 휘말려 살인을 하고만다. 후.........소설을 읽는 독자로서 처음으로 주인공에게 동요되지 않았고 그가 어서 감옥에 갇히기만 빌었다. 도망자로써도 영 시원찮아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국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는데 왠걸. 그곳에서 그는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진다. 많은 귀부인들이 그에게 빠져들고 그 역시 시험삼아 이런저런 연애사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이전까지는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던 그가 감옥을 책임지는 장군의 딸을 마음에 두게 된 것이다. 



마침 그가 갇힌 탑과 마주한 성곽의 한 공간에서 그녀가 새를 키우고 있었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 국경 근처에서 마주친 적이 있어 서로 안면만 있던 사이였다. 두 사람은 이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치 로미오와 쥴리엣처럼 눈빛만으로 서로에게 매료되어 안타까운 사랑을 이어나간다. 발자크 플로베르와 함께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대가인 스탕달은 이탈리아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래서 치비타 베키아라는 곳의 주재 영사로도 지냈다는데 그 시기에 이 소설을 썼다. 실제로 파르네제 가문의 한 청년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담긴 기록을 보고 감명받아 이 소설을 만든 거라고 한다. 스탕달 특유의 세밀한 감정묘사와 유쾌한 장광설, 당시대에 관한 역사적 통찰과 정치적 풍자가 한가득이다. 읽는 내내 쉴틈이 없는데 지루할 틈도 없어 즐겁게 읽었다. 



다양한 인물이 수없이 등장하고 궁궐에서 권력을 향한 무섭고도 유치한 암투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그런 사정들이 파브리스와 클렐리아의 사랑과 어우러져 예측불가능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개인적으로 별 10개를 주고 싶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 작품을 두고 볼테르적인 아이러니와 프랑스적인 재치가 넘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 이상의 소설을 앞으로 또 읽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스탕달의 필력에 흠뻑 취하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지금 이 순간은 파브리스의 일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때 만약 누군가가 감옥에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했어도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것도 단호히! - P99


이처럼 파브리스는 아주 작은 새장 같은 곳에 갇혀 사방으로 옥죄여 지내면서도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하루를 한 가지 문제 즉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이 몹시도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하며 대답을 찾아내는 데 바쳤다. 수없이 살펴보고 거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분석을 보태보아도 다시 끊임없이 부정되고 마는데, 그러면서 결국 도달한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그녀의 의식적인 몸짓은 모두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무심코 보여주는 눈빛은 나에게 애정을 고백하고 있어.> - P101


그녀의 귓가로 바짝 다가서서 그는 낮은 소리로 마치 혼잣말처럼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두 구절을 속삭였다. 예전 마조레 호숫가에서, 비단 손수건에 적어 그녀에게 보냈던 그 소네트였다. <세상의 속인들이 나를 두고 불행하다 했을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하였던가! 그러나 지금 너무도 변해버린 내 운명이여!><아니야, 이 사람은 나를 결코 잊지 않았구나> 하고 클렐리아는깨달았다. 기쁨이 가득 밀려왔다. <이처럼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분이 변덕스러울 리는 없는 거야!>

아니에요, 내 마음 변하는 것을 보게 될 날은 없으리니,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아름다운 눈이여.

그러면서 클렐리아는 속으로 페트라르카의 이 두 구절을 읊는 것이었
- P322






이 노래 가사가 완전 파브리스와 클렐리아의 이야기다.








스탕달 전작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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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10 20: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절로 읽고 싶어지게
만들어 주시네요 :>

같은 이탈리아(?) 출신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에게 반해 그의 끝물
전투인 워털루에 참전했다가 쪽박
난 청년 이야기로군요.

스탕달 특유의 장광설이 도드라지
는 그런 작품이라고 하니 더더욱
땡깁니다.

미미 2022-08-10 21:08   좋아요 4 | URL
레삭매냐님이 읽고 싶어지셨다니 성공입니다^^*

나중에 신부가 되었다고
하는데 스탕달이 쓴 파브리스도 비슷한데 그 과정이 참 재밌습니다.

이번에 스탕달에게 홀딱 반했습니다.ㅎㅎ

바람돌이 2022-08-10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인지 엄청난 민폐캐릭터일거 같은 느낌이..... 아 그러면 저는 잘 못읽어요. 갑갑해서 미쳐버린다는.... 아무래도 소설 읽을 때 캐릭터에 몰입을 잘하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ㅎㅎ 그럼에도 미미님이 스탕달에게 홀딱 반했다니 또 막 궁금해지기도 하고 말입니다. ㅎㅎ

미미 2022-08-10 22:32   좋아요 4 | URL
아웅~저도 그런 편이예요!!ㅎㅎ 그래서 1권은 좀 힘들었는데... 스탕달의 필력이 워낙 좋아서 놓기 싫더라구요. 2권에서는 오히려 그런 기질의 다른 측면 때문에 주인공에게 애정이 듬뿍 갑니다.ㅎㅎ 전반적인 구상이 스탕달의 치밀한 의도였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했어요^^*

페넬로페 2022-08-10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고구마 100개 먹는 소설인가요?
그러면서 꼭 읽고야 말겠어, 라는 의지가 생겨요~~
스탕달의 필력이 기대되는 만큼 찜해 두겠습니다^^

미미 2022-08-10 22:53   좋아요 5 | URL
아~ㅋㅋㅋㅋ네! 고구마가 좀 있긴한데 친절하게도 코믹한 장면들이 종종 담겨있어 견딜만 했어요(>.<)
고구마 100개에도 의지불끈 페넬로페님 역시 클라스가 남다르세요~♡ 전작하고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강추예요!!ㅋㅋㅋ

공쟝쟝 2022-08-10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안한 마음을 수 없이 진정시키며 ㅋㅋㅋㅋㅋㅋ ㅋㅋ 이정도의 악플(?)이 미미님의 페이퍼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 쯤 읽어봐야할...ㅋㅋㅋㅋ

미미 2022-08-11 00:3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쟝쟝님 저를 넘 잘 아시는군요ㅋ 저도 특정상황에는 한성깔하지만 이곳에서는
순둥이로 살고 싶습니다.
요즘 정치이외에 저를 뚜껑열리게 하는건 별로 없습니다(>..<)흐흐

희선 2022-08-11 0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뛰어난 외모와 숭고한 마음을 가졌지만 어리석다니... 아쉬운 부분이네요 아니 모든 걸 다 가지는 것도 안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자란 게 아주 큰 거군요 파브리스 모델이 있었군요


희선

미미 2022-08-11 05:42   좋아요 3 | URL
그렇죠! 저도 이 소설 읽으면서 그 부분을 생각했어요. 주인공의 기질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지만 그런 기질로 인해 쉽게 느끼기 힘든 감정까지도 가 닿을 수 있었던 거라고요.
작가도 그 점을 알리고 싶었던것 같아요. 나중에 꼭 재독하고싶은 소설이었어요^^*

꼬마요정 2022-08-11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미미님 리뷰 너무 재미있습니다^^ 스탕달은 참 특이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적과 흑>이 너무 강렬했는데 <파르마의 수도원>은 나이 들어서 읽어서인지 재미나게 읽었네요. 스탕달은 어떤 사랑을 한 걸까요?

미미 2022-08-11 12:02   좋아요 4 | URL
요정님도 읽으셨군요!!
반갑네요^^* 중간중간 넘 코믹한 부분도 자주 나와서 재밌더라구요. <적과 흑> 강렬하셨다니 빨리 읽고싶어요. 자신의 경험이 작품에 녹아있을테니 적어도 아주 열정적인 사랑을 했을듯 합니다 (>.<)

새파랑 2022-08-11 1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엄청난가 보네요. 전 조금씩 오래 읽다보니 다 까먹어서 시간내서 읽으려고 합니다 ^^ 미미님이 극찬한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합니다~!!

미미 2022-08-11 13:16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시간내서 읽으실때 기억 안나는 앞쪽은 개의치 마시고 그냥 쭉쭉 읽으셔도 될거예요ㅎㅎ 아 ~ 너무 재밌었습니다^^*

2022-08-11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8-11 15: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기대됩니다! 👍

미미 2022-08-11 15:23   좋아요 4 | URL
쿨캣님 이책 재미집니다ㅋㅋㅋㅋ👍👍

Yeagene 2022-08-11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저도 리뷰 넘나 재밌게 읽었어요ㅎㅎ 미미님 리뷰보니 마구마구 재독해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전 스탕달은 <적과 흑>이랑 이 작품만 읽었는데 적과 흑이 쬐끔 더 취향에 맞았습니다♡

미미 2022-08-11 19:02   좋아요 4 | URL
오!! 예진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다음에는 꼭 구입해서 읽으려고요!
다음에 <적과 흑>읽을건데 좋다고들 하시니 넘넘 기대됩니다(>.<)♡

mini74 2022-08-12 15: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구마와 민폐 캐릭터....두렵습니다. ㅎㅎ
하지만 미미님 별 10개라니, 거기다 전 책도 이미 갖고 있는 자!!하하하
미미님 리뷰가 원래도 좋았지만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 ㅎㅎㅎ

미미 2022-08-12 16:05   좋아요 2 | URL
미니님이 늘 예쁘게 봐주시니 그렇게 보이는 걸꺼예요ㅎㅎ 읽는 동안 ‘다른 작가는 작가도 아니다‘뭐 그런 과한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ㅎㅎ(작가님들 죄송합니다!)

scott 2022-08-22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스탕달 전작 읽기 돌입!
과연 츠바이크 옹의 애정을 넘어 설 수 있었을까! ㅎㅎ

전 중딩 때 스탕달 읽고 최애 작가에 올려 놨었어요 ^ㅅ^

미미 2022-08-22 12:38   좋아요 1 | URL
스콧님 좋아하셨을것 같아요!! 제가 감탄한 작가들은 이미 스콧님의 애정을 듬뿍받았던 =>.<=

저도 중딩때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제라도 전작 고고씽👆
 

<이곳이 감옥이라니 말도 안 돼!> 트레비소로부터 몬테비소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알프스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봉우리들, 눈에 덮인 산꼭대기, 그리고 별들,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더구나 이 밤이 내가 감옥에서 지내는첫날밤이라니! 이제 알겠다. 클렐리아 콘티가 이 높은 곳에서 누리는 고독한 생활을 사랑하리라는 것을 이곳에서라면 저 아래 세상에서 우리를 붙들어 매고 있는 비루하고 야박한 일들로부터 수만 리나 떨어져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만약 저 창문 아래 있는 새들이 그녀의 것이라면 그녀를 볼 수 있겠구나..……… 나를 알아보면 그녀는 얼굴을 붉힐까?> - P84

"우리가 코모 호숫가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이렇게 말했었지. ‘언젠가 파르마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러 가고싶습니다. 파브리스 델 동고라는 이름을 기억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이렇게 말했던 일이 기억에 또렷하다. 그때의 일을 그녀는 잊어버렸을까? 그땐 정말 어렸으니까!   - P86

지금 이 순간은 파브리스의 일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때 만약 누군가가 감옥에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했어도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것도 단호히! - P99

이처럼 파브리스는 아주 작은 새장 같은 곳에 갇혀 사방으로옥죄여 지내면서도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하루를한 가지 문제 즉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이 몹시도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하며 대답을 찾아내는 데 바쳤다. 수없이 살펴보고 거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분석을 보태보아도다시 끊임없이 부정되고 마는데, 그러면서 결국 도달한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그녀의 의식적인 몸짓은 모두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무심코 보여주는 눈빛은 나에게 애정을 고백하고 있어.> - P101

진정한 정열로부터 나온 행동이라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금전에 대한 비굴한 관심이나 저속한 생각들로 둘러싸인냉정하고 무미건조한 생활 가운데서라도 언제나 그 결실을 얻게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210

공작부인은 해가 진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큰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파브리스가 없어진 것이다. 마침내 자정 무렵 궁정의 공연장에서부인은 그의 편지를 받았다. 백작이 관할하고 있는 시립감옥에 자수하는 대신 그는 성채 감옥의 예전에 있던 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클렐리아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몹시도 행복해하면서………이것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곳에 있으면 지금까지의 그 어느 때보다도 독살의 위험을 더 크게 짊어져야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공작부인은 절망했다.  - P270

그녀의 귓가로 바짝 다가서서 그는 낮은 소리로 마치 혼잣말처럼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두 구절을 속삭였다. 예전 마조레 호숫가에서, 비단 손수건에 적어 그녀에게 보냈던 그 소네트였다. <세상의 속인들이 나를 두고 불행하다 했을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하였던가! 그러나 지금 너무도 변해버린 내 운명이여!><아니야, 이 사람은 나를 결코 잊지 않았구나> 하고 클렐리아는깨달았다. 기쁨이 가득 밀려왔다. <이처럼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분이 변덕스러울 리는 없는 거야!>

아니에요, 내 마음 변하는 것을 보게 될 날은 없으리니,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아름다운 눈이여.

그러면서 클렐리아는 속으로 페트라르카의 이 두 구절을 읊는 것이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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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무슨 짓을해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안쓰러웠는데 이렇게 한심하고 그래서 그가 감옥 가길 바라고 그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탕달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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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8-08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정말 잘 썼나보네!

미미 2022-08-08 17:06   좋아요 3 | URL
아주 잘씁니다!ㅎㅎ 스탕달 전작하고싶어요^^*

mini74 2022-08-08 17: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이 포기한 그 사람 궁금하네요 ㅎㅎ

미미 2022-08-08 17:07   좋아요 3 | URL
2권 읽고 있는데 감옥에서 정신을 좀 차리고 있어요 미니님ㅎㅎ(>.<)

독서괭 2022-08-08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대체 어떻길래!! 궁금합니다

미미 2022-08-08 17:29   좋아요 3 | URL
하...착하긴한데요 그 어떤 주인공보다 대책없고 무모하고 무책임하고 어리석고 계속 사고만쳐서 가슴치며 읽었습니다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8-08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 이 소설이 많이 언급되고 여기에서 이름도 가져오고요~~
잃.시.찾 완독하고 읽으려고 합니다^^
근데 졸라 소설보다 더 열 받아야하는 건가요? ㅎㅎ

미미 2022-08-08 19:26   좋아요 3 | URL
오호 그런가요?!! <잃.시.찾>다시 읽을때 잘 찾아봐야겠어요*^^*
졸라 소설만큼은 아니예요ㅋㅋㅋ 졸라의 소설에비해 전반적으로 희극적인 면도 있어서 중간중간 웃으며 읽을 수 있습니다😉

오거서 2022-08-08 1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100자평 너무 좋아요, 최곱니다! ^^

미미 2022-08-08 20:36   좋아요 3 | URL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8-08 2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군요~!! 역시 독서기계는 여름이 와도 독서기계 ^^
전 아직 100페이지도 못 읽었습니다 ㅜㅜ 몇일동안 내내 집에와서 북플에 올라온 글들 보고 이 책 읽어야지 했다가 계속 잤다는...

역시 미미님~!!

미미 2022-08-09 07:30   좋아요 4 | URL
퇴근이 계속 늦어지셨나봅니다 ㅜㅜ 저보다 뛰어난 독서기계는 역시 새파랑님이죠*^^*
인물, 사건이 많긴한데 재밌어요!! 주인공 감옥가니 얼마나 기쁘던지요ㅋ

2022-08-09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2-08-09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읽을 땐 엄청 재밌게 읽었는데 오래전에 읽어선지 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미미 2022-08-09 14:45   좋아요 2 | URL
오!! 예진님 읽어보셨군요 ㅎㅎ 2권도 흥미진진하네요.
가물가물하실만해요. 사건도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이렇게나 많이나오다니요!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는데 사고싶어요^^*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2020년)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이있다. 이 책은 그 반대 방향에서 쓰였다. 모든 글쓰기는 대상(영화)에 대해 쓰는 것이 아니다. 대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을 드러내는 행위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여성‘이나 ‘동양‘은 실재하지않는다. 규범일 뿐이다. 여성은 남성이 쓴 것이고, 동양은 서양이 쓴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전자는 가부장제, 후자는 오리엔탈리즘이다. - P10


철학에는 내가 좋아하는 앎의 4단계가 있다. 1.내가 모르는 것을 모르는 단계, 2.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단계, 3.내가 아는 것을 아는 단계, 4.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단계. 재밌는건 '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단계'가 정점이라는 사실이다. 한 철학자는 이것을 '장인'master(통달한 사람)에 비유했다. 장인들이 그들의 기술에 관해 이야기할때 때로 설명을 제대로 못하거나 '그저 하고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경우를 말한다고. 마침 본격적으로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이 4단계를 알게되어 더 기억에 남는다. 내게 독서와 영화감상은 '세상공부'인데

사는 동안 이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고 가정했을때 과연 나는 어느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인생에는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게 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중략) '모른다'는 사실을 숨 쉬듯 아는 상태를 유지하는 긴장에서 글이 나온다. '나는 누구인가',어느 위치에서 말하고 있는가를 일부러 숨기는 경우보다는 자기 관점에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P.25



최근에 와서 부쩍 느낀다. 이 단계들을 거치기 위해서는 '쓰기'가 필수적이라고. 우리는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산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건 역시 자본주의. 생활 필수품은 왜그렇게나 많고 그 안에서 선택의 폭은 또 어찌나 많은지 에너지와 시간을 고루 잡아먹는다. 생존해있기 위해서는 계속 먹어야 하므로 먹거리에 들여야 하는 수고는 말할것도 없다. 그저 생각하는 대로 살수 있으면 좋으련만 생각을 소모시키는 무한한 자본주의 필요들로 이런저런 깨달음과 맥락들은 순간일 뿐이고 쉽게 길을 잃는다. 글 쓰기는 그런 환경 속에서 나의 과정들을 붙잡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쓰자! 나를 알기 위해서,그리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앎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만들어진 과정을 알아야 나를 알 수 있다. 그것은 쓰는행위 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내가 쓴 것(What I Have Written)>(1995년)이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화 제목이 정말 좋다. 제목만으로 여러 가지 글감이 된다. 비윤리, 무지, 권력관계는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에서 출발한다. 글쓰기가 힘들고 두려운 이유는 쓰는 사람이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대상(작품)이 아니다. 글로 쓴 대상을 공부하기 전에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재현이 ‘누군가가 쓴것‘임을 인식하고, 그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를알기 위해 쓴다‘도 중요하지만 ‘나‘는 매 순간 변화하고 움직이는 존재임을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 P12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할 때 오가는 흔한 대화, 이를테면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 "넌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비현실적으로 된 거야" "소설 쓰고 있네" 같은 말은 틀렸다. 영화(재현)가 더 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현실과 재현의 경계는 없다. 현실을 모두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지식은 어디(인식자의 위치)에서 어디 (현실의 일부)를 보는가에 관한이야기이다. ‘진정한 객관성‘은 우리가 말하고 있는 곳, 그 주소(address. ‘말하다‘는 뜻도 있다)를 분명히 함으로써 확보된다. 현실 밖에서 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 P23


언니는 그때도 옳았고 이번에도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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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06 1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글에 이어 미미님까지 이 시리즈 올리시니 더욱 구매욕구가…!! ㅜㅜ

미미 2022-08-06 10:08   좋아요 5 | URL
단발머리님과 제가 괭님을 유혹하기 위해 통했나봐요ㅋㅋㅋㅋ믿고 보는 정희진의 책📚 머리말부터 만족입니다^^*

건수하 2022-08-06 11:28   좋아요 5 | URL
독서괭님 저도 강추합니다 ^^!!

얄라알라 2022-08-06 11: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항상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미미님의 ˝4단계 인용˝과 그 해석을 보니
아하! 싶습니다. 단계의 이음매가 ˝쓰기˝라는 구도행위군요

미미 2022-08-06 11:48   좋아요 8 | URL
네! 얄라님 4단계 구분 흥미롭죠? ^^* 쓰기로 단계를 올라선다는건 이 책을 읽다가 제가 추측한건데 정희진은 자신을 알기위한 쓰기의 과정에서 우리가 매 순간 변화하는 불안한존재임을 반드시 각성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금 머리에 콕콕 새기고 있습니다.ㅎㅎ

페넬로페 2022-08-08 10: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좀 낭만적이기도 하고요.
근데 책 속으로 들어가보면 치열하잖아요.
쓰기가 필요한데.
그것이 꼭 책을 매개로 한 것은 아니라서 다른 플랫폼이 필요한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해 봅니다^^

미미 2022-08-06 16:54   좋아요 6 | URL
내용도 훌륭하지만 저도 표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물론이죠! 꼭 책만이 아니라 살아가며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것이 가능하겠죠? 정희진언니도 페넬로페님과 비슷한 언급을 했습니다ㅎㅎ

거리의화가 2022-08-06 14: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표지도 잘 뽑혔는데 인용해주신 문장에 잠시 소름이 돋았네요^^; 10페이지 문장 정말 공감합니다.
4단계까지 나아가려면 읽고 쓰고 얼마나 해야 그 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저는 한참 먼 것 같고요~ 쓰는 것도 어느 일정 단계를 넘는 순간이 있을텐데 아직 저는 읽는 것도 모자른 것 같고 쓰는 건 더더욱 그렇습니다. 꾸준히 계속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겠죠ㅠㅠ 4권은 넘어가려고 했는데(영화는 제가 관심사가 아니라서) 인용 문장 보니까 또 급고민됩니다ㅜㅜ

미미 2022-08-06 17:05   좋아요 4 | URL
10페이지 좋지요!!ㅎㅎ 깊은 사고를 통해 나온 글이 대부분이라서 계속 이 시리즈를 읽게되더라구요. ^^*
화가님 겸손한 말씀이십니다. 여러모로 저보다는 윗단계이신데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공부하는 분들은 대부분 모르는걸 알아가는 단계아닐까 싶네요. 말씀처럼 꾸준함이 필수적이겠지요. 아. 꼭 영화가 아니어도 직업이나 다른 어떤 경험이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 했어요. 보려고 노력만 한다면요. 경험하는 모든것이 글의 소재가 되니 그런거겠죠? ^^

모나리자 2022-08-06 14: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작가는 우리가 두고두고 읽으며 배워야 할 분이지요.
덥지만 마음만은 시원하게 보내세요. 미미님.^^

미미 2022-08-06 17:08   좋아요 5 | URL
네 모나리자님! 맞습니다. *^^* 읽다보면 다른 시각에서 보기위해 노력하게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것 같아요. 오늘도 무더운 날씨네요. 모나리자님도 마음은 상쾌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ㅎㅎ

alummii 2022-08-06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시리즈 저도 낱권 구매하다가 중간에 포기한건데^^;; 꾸준히 나오고 있군요 작가님 글은 항상 어찌이리 글을 잘 쓰실까.. 감탄하며 읽어요 ..제 수준엔 좀 졸려서 포기 ㅋㅋㅋㅋ

미미 2022-08-06 17:12   좋아요 4 | URL
알럼미님은 어떤 글도 졸려하지 않으실것 같은데요?ㅋㅋㅋㅋ 제가 볼때 어려운 책도 막 클리어 하시는것 봤거든요. *^^* 초반 시리즈는 정말 읽기 어려웠는데 여러 사람의 요청으로 최근 시리즈는 보다 읽기쉽게 쓰시는걸로 알고있어요. 제가 느끼기에도 점점 쉬워지는?ㅋㅋ

mini74 2022-08-06 18: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 언니는 언제나 옳다인가요.세 권 정도 읽은 거 같아요. 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이해한다는 미미님 말씀에 밀줄 쫘악 !*^^*

미미 2022-08-06 22:10   좋아요 5 | URL
미니님~♡저 일이 생겨 이제야 답글을ㅠㅠ
홍상수 영화 제목처럼요! 희진언니는 언제나 옳다ㅎㅎ 미니님 이중에 3권이나 읽으셨군요!!😍

책읽는나무 2022-08-07 06: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인용문 읽고 와...감탄을!!
마지막 문장도 와...👍
책이 이뻐서 계속 연달아 보게 됩니다.
아까 단발님의 서재에서도 이쁘다!! 하고 보다가, 미미님의 서재에선 책 내용도 이쁜데?? 생각하게 됩니다.
이쁜 건 참을 수가 없는데...ㅋㅋㅋ
읽어야 하는데...아!!!!
쉽다고 하시니 최근 것부터 읽어 볼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미미 2022-08-07 07:27   좋아요 5 | URL
단발머리님 읽고 계신 책은 어렵다고 하시니 이책도 제가 섣부르게 판단한걸 수 있어요^^*
(저 아직 초반ㅋㅋㅋ)
그래도 분명 1,2권 보다는 읽기에 수월해요! 이 시리즈 표지 항상 예뻤는데 이번 책들은 더 훌륭하죠ㅋㅋ순서는 상관없으니 나무님 최근 책으로 시작하시는걸 추천드려요*^^*

새파랑 2022-08-07 0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은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습니다~!! 정희진님 책 저렇게 모아놓으니 완전 소장각이네요 ^^ 전 한권밖에 안읽어봤지만 가지고 싶네요 ㅋ

미미 2022-08-07 09:42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새파랑님! *^^* 네 완전 소장각이죠 ㅋㅋ 나중에 하드커버로도 나옴 좋겠어요ㅋ 시리즈중 제법 어려웠던 책을 읽으셨던거 기억합니다👍

청년 2022-08-07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미미님이 쓰신 책 읽었습니다 예전에 신문에 기고하신 글도 관심있게 봤구요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도 봤습니다 앞으로 계속 좋은 글 부탁드려요 ^^

미미 2022-08-07 21:05   좋아요 1 | URL
오 청년님!! 아니예요!ㅎㅎ 맨 윗 문단은 이 책에 나온 글입니다ㅎㅎ(페이지도 표기되어 있고요) 너무나 존경하는 정희진님의 말이예요*^^* 저는 책을 낸 일이 없습니다.

청년 2022-08-07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이 누군지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네요 ^^

미미 2022-08-07 21:06   좋아요 2 | URL
사는동안 이런 수준의 책을 쓰게된다면 더없이 영광일겁니다.ㅎㅎ

그레이스 2022-08-07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들때문에 우리(?)가 외롭지 않죠.
타자로서 살아갈때 그 영역을 지지해주는 훌륭한 글들!

미미 2022-08-07 21:0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읽다보면 힘이나고 의욕이 생깁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써주셨음 좋겠어요.ㅎㅎ

청년 2022-08-07 2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 죄송해요 자세히 안 보고 ㅜㅜ

미미 2022-08-07 21:10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ㅎㅎ 덕분에 기분좋았습니다.(>.<)v

청년 2022-08-07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많이 쓰실 것 같아요

미미 2022-08-07 21:12   좋아요 1 | URL
노력하겠습니다ㅎㅎ

난티나무 2022-08-07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또 사야 하는가… 하아…. 안 사고 버티고 있던 시리즈인데 말이에요.
나를 알기 위해 쓴다,는 말을 통렬(?)하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러니 시리즈를 사?????@@

미미 2022-08-07 23:29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 이 책 정말×10 좋아요!!! 늦출수록 아쉬운 시간이 늘어날 뿐ㅎㅎ 나를 알기 위해서는 역시 써야겠죠?!!*^^*

프레이야 2022-08-07 2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구매욕 부르는 표지 상큼합니다.
참아야 하느니라 ㅠ ㅎㅎ

미미 2022-08-08 07:36   좋아요 1 | URL
표지 잘 나왔죠 ㅎㅎ
여심을 흔드는 그림 !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2020년)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이있다. 이 책은 그 반대 방향에서 쓰였다. 모든 글쓰기는 대상(영화)에 대해 쓰는 것이 아니다. 대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을 드러내는 행위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여성‘이나 ‘동양‘은 실재하지않는다. 규범일 뿐이다. 여성은 남성이 쓴 것이고, 동양은 서양이 쓴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전자는 가부장제, 후자는 오리엔탈리즘이다. - P10

물론 재현 주체가 자신의 틀에 맞추어 대상을 규정하는 것은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지배와 피지배는 정의하는 자와 정의당하는 자 사이에서 일어난다. 서구 근대는 이 현상이자본주의와 함께 전 지구적으로 확장된 시대를 뜻한다. 탈식민주의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는 《유럽을 지방화하기》(2000년)에서 "그간 길고 길었던 나의 귀향의 여정은 결국 헤겔에게로 가는 길이었다"라고 썼다. 이 구절을 읽고 이 꼼짝달싹할 수 없는진실 앞에 할 말을 잃었다. 부정하고 싶은 절망감이 나를 덮쳤지만, 그대로 몸에 각인되었다. ‘우리 것‘, ‘나‘를 인식하고 찾는과정조차 ‘그들의 언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탈식민은귀향이 아니라 다른 사회를 만드는 실천이다. ‘전통‘도 ‘현대‘도기존의 것에 대한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 P11

내가 만들어진 과정을 알아야 나를 알 수 있다. 그것은 쓰는행위 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내가 쓴 것(What I Have Written)>(1995년)이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화 제목이 정말 좋다. 제목만으로 여러 가지 글감이 된다. 비윤리, 무지, 권력관계는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에서 출발한다. 글쓰기가 힘들고 두려운 이유는 쓰는 사람이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대상(작품)이 아니다. 글로 쓴 대상을 공부하기 전에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재현이 ‘누군가가 쓴것‘임을 인식하고, 그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를알기 위해 쓴다‘도 중요하지만 ‘나‘는 매 순간 변화하고 움직이는 존재임을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 P12

모든 관점은 부분적 시각(partial perspective)일 뿐이다. 이에 더해 ‘왔다갔다(流)‘하는 불안정한(precarious) 상태가 인간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앎이고 쾌락임을 받아들일 때 외로움도 덜하고 인생의 의미가 조금이라도 더 커진다. 이것이 지식의 본질인 맥락성, 상황이다. 언어가 아무 데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맥락 안에서만 의미가 있고 소통 가능하다. "거대 담론 말고 일상성"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 P12

영화의 ‘보이는 밑그림들‘은 관객들의 개인적 사건이 된다.
개별적인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대체불가능한 나만의 버전일 수밖에 없다(야오이 장르처럼 이미 퀴어 예술가들은 이러한 작업을 해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래서 맥락적이다. 어느 장면도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어느 한 장면이아니라 그 장면 전후의 서사와 나의 이야기가 조우할 때 가장인상적인 장면이 탄생한다. - P14

물론 이 책이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는 독자의 가치관과 ‘좋은 글‘에 대한 취향에 달려 있다. 과정이 곧 결과의 일부)다. 과정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수단이 중요한가 목적이 중요한가라는 식의 질문은 의미가 없다. 글쓰기 과정이 공개되는글, 필자의 사고방식을 독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쓰인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 P15

나를 포함해 인간은 욕심이 많고 어리석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는 대개 큰 차이가 있다. 자기 존재의 부분성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아는지를 알기 어렵다. 세상 탓을 하자면, ‘내 생각이 객관적‘이라는 식의 자기방어 없이는 이 시대를 살기 힘들다. 윤리적이려고 노력하는 사람, ‘정신 승리‘에 익숙한 사람, 그 중간에서 고뇌하는 사람……… 여러 유형의 인생이 좁은 우리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시대다. - P17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할 때 오가는 흔한 대화, 이를테면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 "넌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비현실적으로 된 거야" "소설 쓰고 있네" 같은 말은 틀렸다. 영화(재현)가 더 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현실과 재현의 경계는 없다. 현실을 모두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지식은 어디인식자의 위치)에서 어디 (현실의 일부)를 보는가에 관한이야기이다. ‘진정한 객관성‘은 우리가 말하고 있는 곳, 그 주소address. ‘말하다‘는 뜻도 있다)를 분명히 함으로써 확보된다. 현실 밖에서 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 P23

실험의 조건들을 동일한 환경에서 제어할 때, 그 실험은 과학성(객관성)을획득했다고 말한다. 자연과학의 실험에서도 객관성은 이렇게한정돼 있다. 그런데 매 순간 움직이는 인간의 삶과 현실은 어떻겠는가. 인과론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인과결과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상사에 원인은 무수하다. - P23

본디 말하기, 글쓰기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쓰는 것이다. - P24

글은 사람의 결과다 - P26

영화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현실보다 더 현실을 정확하고넓게 드러낸다. 영화의 힘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알 수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모르는 현실을 알 수 있는 강력한 매체중의 하나다. 그래서 영화 감상이나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의중요한 영역이요. 삶의 방도다(물론 영화나 소설 외에도 얼마든지다른 재현물로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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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9 1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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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9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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