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감옥이라니 말도 안 돼!> 트레비소로부터 몬테비소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알프스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봉우리들, 눈에 덮인 산꼭대기, 그리고 별들,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더구나 이 밤이 내가 감옥에서 지내는첫날밤이라니! 이제 알겠다. 클렐리아 콘티가 이 높은 곳에서 누리는 고독한 생활을 사랑하리라는 것을 이곳에서라면 저 아래 세상에서 우리를 붙들어 매고 있는 비루하고 야박한 일들로부터 수만 리나 떨어져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만약 저 창문 아래 있는 새들이 그녀의 것이라면 그녀를 볼 수 있겠구나..……… 나를 알아보면 그녀는 얼굴을 붉힐까?> - P84

"우리가 코모 호숫가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이렇게 말했었지. ‘언젠가 파르마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러 가고싶습니다. 파브리스 델 동고라는 이름을 기억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이렇게 말했던 일이 기억에 또렷하다. 그때의 일을 그녀는 잊어버렸을까? 그땐 정말 어렸으니까!   - P86

지금 이 순간은 파브리스의 일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때 만약 누군가가 감옥에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했어도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것도 단호히! - P99

이처럼 파브리스는 아주 작은 새장 같은 곳에 갇혀 사방으로옥죄여 지내면서도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하루를한 가지 문제 즉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이 몹시도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하며 대답을 찾아내는 데 바쳤다. 수없이 살펴보고 거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분석을 보태보아도다시 끊임없이 부정되고 마는데, 그러면서 결국 도달한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그녀의 의식적인 몸짓은 모두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무심코 보여주는 눈빛은 나에게 애정을 고백하고 있어.> - P101

진정한 정열로부터 나온 행동이라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금전에 대한 비굴한 관심이나 저속한 생각들로 둘러싸인냉정하고 무미건조한 생활 가운데서라도 언제나 그 결실을 얻게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210

공작부인은 해가 진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큰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파브리스가 없어진 것이다. 마침내 자정 무렵 궁정의 공연장에서부인은 그의 편지를 받았다. 백작이 관할하고 있는 시립감옥에 자수하는 대신 그는 성채 감옥의 예전에 있던 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클렐리아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몹시도 행복해하면서………이것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곳에 있으면 지금까지의 그 어느 때보다도 독살의 위험을 더 크게 짊어져야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공작부인은 절망했다.  - P270

그녀의 귓가로 바짝 다가서서 그는 낮은 소리로 마치 혼잣말처럼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두 구절을 속삭였다. 예전 마조레 호숫가에서, 비단 손수건에 적어 그녀에게 보냈던 그 소네트였다. <세상의 속인들이 나를 두고 불행하다 했을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하였던가! 그러나 지금 너무도 변해버린 내 운명이여!><아니야, 이 사람은 나를 결코 잊지 않았구나> 하고 클렐리아는깨달았다. 기쁨이 가득 밀려왔다. <이처럼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분이 변덕스러울 리는 없는 거야!>

아니에요, 내 마음 변하는 것을 보게 될 날은 없으리니,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아름다운 눈이여.

그러면서 클렐리아는 속으로 페트라르카의 이 두 구절을 읊는 것이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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