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2차를 맞고(화요일) 아직까지 헤롱기를 못벗어나고 있다.의사가 주사 놓기전 뇌에 이상 생기면 신경과로 가고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내과에 가라고 했을 때부터 나는 두려웠다. 맞는 말인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들렸다. 아니 뇌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과에 가야한다는 생각이란걸 할 수나 있을까? 심장에 이상이 있으면 심장내과에 갈 수나 있을까? 차라리 뇌에, 심장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하루 이틀은 누군가와 되도록 함께 있도록 해봐라 했다면 수긍했을 것 같다. 이런 바보같은 의문들이 팔을 걷고 앉아 있는 동안에 줄줄이 떠올랐고 그로인해 헤롱거리기 시작하는 내게 마지막 어퍼컷을 날리듯 의사는 말했다. ˝탈모도 생길 수 있고 시력에 이상이 올 수도 있어요˝ 아아 겁쟁이인 내가 라식을 감행한뒤 양쪽 시력이 안맞았음에도 빨리 병원에 안 간건 다시 교정받을 경우 눈에 무리가 가서 영영 시력을 잃음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또 그럼에도 결국 조금 늦게 병원에가서 떨어지는 쪽 눈의 재수술을 받은건 그냥 뒀다가 너무 나빠질것 같아서. 그런데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고? 아 안돼. 어쨌거나 도망칠 수도 없었고 이미 1차 때 들은 얘기라 이제와서 놀라기에는 명분이 약해서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24시간 정도를 해열제로 버텼다. 너무 아팠다. 잠이 안올 정도로 아파서 새벽에는 나만의 처방으로 런닝맨을 시청했다. 웃으면 그나마 통증을 덜 느끼는 것 같아서. 효과가 있었다. 새벽에 나의 급격한 웃음 소리는 집 밖으로 얼마간 새어 나갔을 수도 있다. 통증을 동반한 웃음소리는 소름끼치는 그 무엇이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좀 무서웠으려나?
아무튼 오늘은 둘레길을 걷는데 오른쪽 무릎에 살짝 통증이 왔다. 한번도 아픈적 없던 오른쪽 무릎이 백신2차 후에 아프니 백신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시력도 전보다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이래저래 좀 우울했는데 걷고 땀흘리고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직박구리 패거리가 내 앞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다가 두마리가 동그라미를 그리며 묘기를 부렸다. 놀라서 그 자리에 멈춰 잠시 패거리를 향해 멍을 때렸다.
새를 본 날은 기분이 꽤 좋다. 구름이 멋진 날도. 좋은 노래를 들은 날도, 공기가 맑은 날도. 살아가다보면 멜랑콜리에 빠지게 하는 소소한 것들이 넘치지만 멋진 날이 되게 하는 사소한 것들도 넘치는 것 같다.
어제는 스콧님♡ 페이퍼 보고 파니니를 사먹었는데 오늘 저녁은 몸보신할겸 연어덮밥(이것도 스콧님♡ 영향)을 먹어야 겠다.
나무들은 온통 가을 파티가 한창이다.
두 사람 -성시경
지친 하루가 가고 달빛 아래 두 사람 하나의 그림자
눈 감으면 잡힐 듯 아련한 행복이 아직 저기 있는데
상처 입은 마음은 너의 꿈마저 그늘을 드리워도
기억해줘 아프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때로는 이 길이 멀게만 보여도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흘러도
모든일이 추억이 될 때까지 우리 두 사람 서로의 쉴 곳
이 되어주리
너와 함께 걸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을때
기억할게 너 하나만으로 눈이 부시던 그 날의 세상을
여전히 서툴고 또 부족하지만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게
캄캄한 밤 길을 잃고 헤매도 우리 두 사람 서로의 등불이
되어주리
먼 훗날 무지개 저 너머에 우리가 찾던 꿈 거기 없다 해도
그대와 나 함께 보내는 지금 이 시간들이 내겐 그보다 더
소중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