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몰래 안토니아를 ‘트로이의 목마‘라 불렀다. 덩치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다리가무슨 기둥처럼 보여서만은 아니었다. 그애가 뭔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거의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는 그애와 달리 나는 늘 모든 걸 털어놓았다. 하마터면 밤마다 그애처럼풍만하고 예쁜 가슴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사실마저 털어놓을 뻔했다.
- P9

그럼에도 비아프라의 아이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베트남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매일 저녁 가슴 문제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게 양심에 찔려 학교에서 열리는 비아프라 결식아동 돕기 바자회에 도자기 재떨이를 일곱 개 구워서 내고 안토니아와 함께 베트남전 반대 시위에 참석하는 것으로 가책을 덜고자 했다. 안토니아는 나를 시위대 한가운데 버려둔 채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맨 앞줄에 있는 긴 금발의 여드름투성이스파르타쿠스를 낚기 위해서였다. 안토니아는 그 남자가 너무너무 멋있다고 했다. 
(귀엽다 귀여워!ㅋㅋㅋㅋ) - P12

"어머, 파니, 너 코에 여드름 났구나."
"이거 여드름 아냐. 문에 부딪혀서 그래." 나는 안토니아가 미웠다.

그러나 전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역으로 달려갈 때 안토니아는내 손을 잡았다.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급히 전차에 올라맨 뒷자리에 앉았을 때 우리 뒤에 탄 할머니가 성난 눈길로 노려보며 자리 하나를 비워달라고 했지만 그때도 안토니아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저희 임신중이에요." 안토니아가 할머니에게 말하고 내 손을 꽉 쥐었다. 할머니와 주변 사람들은 잉어처럼 멀뚱히 우리를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안토니아가 다른 누구보다 더 감탄스럽고 마음에 들었다.  - P14

 남자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표범을 담은 컬러 화보 밑에 필기체로이렇게 쓰여 있었다. 불행은 떼를 지어 다닌다.
- P41

레오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레오는 별로놀라지 않는 눈치다. 문을 열어주고 지미 헨드릭스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얹는다. 타이틀은 ‘Are you experienced?‘. 그게 무슨 뜻인지 나는 정확히 모른다. 영어사전에는 ‘experience: 경험하다, 체험하다. (손해를) 당하다‘로 나와 있다.
"어때?" 레오가 묻는다. 나는 미소짓는다. 계산자 얘기는 꺼내지 않고 멀거니 서 있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 P48

"겁낼 거 없어." 위르겐이 말한다. 친구들 말로는, 일을 치르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진다고 한다. 어른이 된 느낌이라나.
나는 망원경을 거꾸로 든 것처럼 멀리 내 아래 있는 위르겐을 본다. 위르겐은 소중한 뭔가를 넣어두려는 핸드백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몸을 어루만진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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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1-07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가 미미 님의 생각인 줄 알고
제가 사랑하기로 하겠습니다, 하고 손을 번쩍 들려고 했어요. ^^

청아 2021-11-07 14:24   좋아요 2 | URL
아앗~♡ 그렇게 생각해주는 분이 계실까 정말 생각했었어요! 페크님 저도 사랑합니다ㅎㅎ~♡♡♡

서니데이 2021-11-07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소개 읽고 왔어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미미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1-11-07 23:44   좋아요 2 | URL
오늘은 책을 많이 못읽었어요ㅠ 서니데이님도 즐겁게 보내셨나요. 편안한밤, 굿밤되세요~^^*♡

scott 2021-11-07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스포가 지뢰밭! 미미님 영화부터 보시고 읽으셨다면 감동✌

청아 2021-11-07 23:50   좋아요 1 | URL
오 그런가요?! 책은 아직인데 스콧님 말씀믿고 오늘 영화부터 보고 자야겠어요~♡^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