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빠가 텔레비전을 보고싶어서 떠났다고 딱 잘라 말한다. 우리가 사는 산타아나 푸에블로에는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온다. 그들은 옛 모습 그대로의 진짜 인디언마을을 보고 싶어한다.  - P149

"남자들은 설탕 같아. 건강에 해롭지." 엄마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모에 신경써야 하고 절대 자제력을 잃고 멋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그러지 않으면 남편을 못 얻을 거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다.  - P150

내가 열네 살이 되었을 때는 위스키를 미리 문질러 발라놓은 귓불을 바늘로 뚫어주고 커다란 터키석이 박힌 자신의은 귀고리를 선물해주었다.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아도 은 귀고리가 내 얼굴을 빛내준다는 걸 알았다. 은 장신구는 백인들의 발그레한 피부가 아닌 우리 피부만 빛내준다. 나는 내가 예쁘다는 걸알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산타아나 사람이 아닌 외지 사람, 남자에게.
- P151

나는 사랑의 느낌이 전류처럼 빠르고 자극적이고 짜릿할 거라고 상상했다. 사랑은 믹서처럼 나를 정신없이 휘저어 혼란스럽게 만들고, 텔레비전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진공청소기처럼 나를 빨아들일 거라고.
- P152

클라우스는 BMW를 몰았다. 그에게 어울리는 차였다. 스포티하고 조금 튀어 보이고 힘이 있었다. 파울은 구형 볼보를 몰았고, 딱 그만큼 신중한 사람이었다. 파니가 운전대를 잡은 그의 가늘고 하얀 손에 감탄하는(삼 년 전 다른 운전대에 놓인 클라우스의 억센 손에 감탄했듯이) 사이 파울은 어느 싸구려 호텔 앞에 차를 세웠다.
(남자손ㅋㅋㅋㅋㅋ) - P208

열아홉 살에 부모님 집을 나온 이래 처음으로 파니 핑크는 혼자였다. 그녀는 외로움에 대비해 당장 소형 텔레비전을 사고, 저녁에 리모컨을 들고 침대에 누워 채널을 돌리면서 몇 번이나 큰 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혼자가 됐어."
어느 정도 행복감까지 들었다. 몇 년 동안 도리스 레싱과 진리스, 잉게보르크 바흐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 속 용감한여성들을 찬탄하고 부러워했는데, 이제 자신도 그들 중 하나가된 것 같았다. 밤 열시, 열한시 정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의지는 약해져서 결국 파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자기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 P209

아내는 모든 여자 무용수를 찬찬히 살펴본 다음 남편에게묻는다. 왼쪽에서 두번째 여자는 누구예요?"
"빵집 남자의 애인."
"오른쪽에서 세번째 여자는요?"
"의사의 애인."
"가운데는?"
"학교 선생의 애인."
"그럼 제일 바깥쪽에 있는 여자는요?"
"그…… 그게..…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내 애인이야."
아내는 잠시 말이 없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우리 애인이 제일 예쁘네요."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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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1-08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뻐요.
<파니 핑크> 옛날에 봤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요.ㅠ

미미 2021-11-08 17:05   좋아요 3 | URL
그쵸?!! 저도 표지때문에 픽했어요ㅋㅋㅋㅋ영화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서니데이 2021-11-09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소개 읽으면서 동생의 결혼과 아빠의 애인이란,
어떻게 엄마와 그렇게 이어지나? 했어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재미있을 것 같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미미님, 오늘 날씨가 차갑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미미 2021-11-09 18:46   좋아요 2 | URL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이어지기도 하고 따로이기도한 방식의 단편들이었어요ㅎㅎ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