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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창비에서 주관하는 이벤트에 참여헤서 받은 가제본을 읽은 바탕으로 기록된 리뷰 입니다. 가제본의 특성상 기록하는 페이지가 일치 하지 않을 수 있어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
어릴적 공부에 눈을 띄게된건 고교시절 국사 수업 때문이였다. 고리타분했던 암기위주의 수업에서 스토리 위주의 이야기로 바꿔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국사 시간이 기다려졌고, 처음 만점이라는 성적을 받아본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다. 그때 역사는 '암기'가 아닌 '이해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내 생각과 가장 잘 맞는 분이 계시는데 바로 '유홍준' 교수님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저서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대할때면 언제나 즐겁게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역사는 문화유산과 기억할때 구체적 이미지를 갖는다"는 표현처럼, 역사속에 숨은 문화유산을 찾아 내력에 관한 재밌는 설명을 듣고 있자면 따라 나서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고 찾아나서고픈 기분에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101/pimg_7578481451094083.jpg)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있지만 마땅한 안내서가 없는게 안타까워 답사기를 구상하셨다는 유홍준교수님의 이번 교토 명소 편을 살펴보면 정말 알뜰한 안내서가 따로없다. 답사의 노선, 일본의 엄격한 문화재 관리로 인해 필시 체크해야하는 상황등 세세히 설명해주시기 때문이다.
1. 일본학 입문서인 이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시리즈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교토의 명소 4는 13세기 가마쿠라 시대 후기 부터 에도 시대 말기인 19세기까지에 이른다. 그러니까 가마쿠라 (1185~1333),무로마치(1334~1573), 전국시대(1573~1603), 에도시대(1603~ 1867) 까지 해당되는 셈이다. 그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4권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본만의 정원양식, 역사속에 피어난 건축의 탄생과, 선종사찰, 다도에서 꽃 피어나는 와비사비 까지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어 있고. 놓치면 아까울 교토의 현재 모습이 담겼다.
일본은 천황과 쇼군이 존재하는데 천황은 말 그대로 왕족을 뜻하고 쇼군은 무신의 권력중 최고를 뜻한다. 일본에서는 이 쇼군이 천황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 천황의 힘이 나약하여 왕가의 귀족으로 태어나 스님이 되는 사례가 많고 그때마다 생겨난 사찰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찰의 이야기를 시작할때면 시대의 이야기를 거치지 않을수 없다. 3대 쇼군 중 하나인 요시미쓰가 춘옥선사에게 사찰하나를 지어 참선수행의 뜻을 밝혀 세운 상국사나 요시미쓰가 아들에게 권력을 내어주고 지은 북산전, 요시미쓰가 죽고 그의 아들 요시모치가 몽창국사에게 권청하여 개산하게된 녹원사(지금의 금각사) 등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역사, 건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는것이다.
일본의 사찰을 거닐다보면 다양한 모습을 지닌 정원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조경 용어인 정원(庭園)은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동산의 뜰이란 뜻의 정원보다는 놀고 휴식하는 장소의 원림(園林)이라 해야 맞기 때문이다. 그 옛날 조선 선비들이 둘러 앉아 술상을 받아놓고 시를 짓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 구별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일본은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인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정원(庭園)양식을 이루고 있는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자연공간안에 인공적 건물이 배치되고 나무가 심어지고 화단이 만들어져 사람이 들어가는 형식을 띄고 있어 원림(園林)이 되는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의 원림이며 우리가 흔하게 가까이서 볼수 있는곳이 우리네 '마당'이다.
그래서 답사기에 실린 여러 일본 사찰들의 이야기엔 인공미를 가미한 정원들이 자주 소개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용안사 석정인데. 선종사찰인 이곳은 물이 없는 마른 산수 정원을 띄고 있다. 낮은 흙담으로 둘러싸고,자잘한 백사를 가득 깔아놓은 다음 15개의 돌을 파란 이끼위에 얹어 놓았는데 그 공간속엔 공(空), 불변(不變), 지(止), 관(觀), 명상(冥想)으로 읽어낼 수 있는 추상미술 내지, 설치미술로 일컬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긴 툇마루에 앉아 침묵의 석정을 바라보는 답사객들의 사진을 보니 그 고요한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이처럼 표현되어지는 미술임을 알게 되었다. 이젠 누구네 집의 마당 이라도 쉬이 그냥 지나칠 수 없이 마냥 들여다보게 될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찰과 정원 이야기를 지나다보면 다도에 관한 이야기도 만나게된다. 일본의 차의 대표 서적 오카쿠라 덴신의 <차의 책>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본다도의 정신적 가치인 '와비사비'라는 개념을 알게된다. '와비사비'는 쓸쓸하다, 부족하다 는 개념으로 소개되는데 사전으로 찾아보니 '평범한 사물을 감상할때 아무리 불완전하고 초라할지라도, 거기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일본의 미의식'이라 한다. 그래서 일본의 다도를 모르면 일본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일본 고유문화인 다도를 통해 일본문화, 정신, 미학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다조(茶祖)라 칭송되는 센노 리큐의 삶과 그의 다도 문화의 정착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다회의 최고 책임자인 다두로 임명했다가 훗날 그로인해 할복을 해야했던 기구한 사연들을 만날수 있게된다. 뿐만아니라 그간 생소했던 다기에 관심이 가지고, 차 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는데 특히 고려 다완의 기품을 알고 센로 리큐가 즐겨 사용했던 고려 다완들이 무려 250점이나 되었다고 하니 고려 다완을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된다.
제 5부 남은 이야기 편에 보면 살아있는 교토의 거리와 답사단을 이끌고 거닐었던 길을 상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일본의 "시니세 문화"에 관해 전해주시는데, 오래된 점포를 말하는 시니세는 가업을 잇고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상점들의 전통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루 아침에도 상가의 모습이 변해가는 길목들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또한 유홍준교수님이 자주 찾아가신다는 고서점 헤이안도의 이야기를 읽을땐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에게 옳은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시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백제 도자기를 처음본 후 그 형태에 반해 구입했다가 우리 문화재의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국의 미술품을 모아 미술관을 세웠다는 고려 미술관 설립자 정조문님의 이야기 또한 가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쓸쓸했을 이국땅에서 우리 문화의 숨결을 찾아 간직하고픈 그 마음을 지키고, 문화재를 보존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나라에서 도와줘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든다. 그 미술관 마져 일본의 품에 안긴다면 정말 후세에 길이길이 남는 치욕의 역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본 사찰의 배경이 되는 시대성과 인물들, 일본이 가지고 있는 '와비사비'문화 속에 피어난 마른산수 정원, 지천회유식 정원의 양식 혹은 다도를 통해 '선'을 추구했던 전통방식등을 통해 멀고 어렵게 생각되었던 일본 문화와 역사를 쉽고 재밌게 배울수 있었기에 이 책이 "일본학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학자로써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한 사람으로써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해법들은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할 가치가 있기에 일본학 입문서로써의 책의 가치는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된다.
" 일본은 과거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을 무시한다"
" 과거사의 잘못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그로 인한 피해의 청산이 이루어진 다음에 신뢰를 바탕으로 친선관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건축과 미술의 정신적,사회적 가치는 이렇게 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조형의 가치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부차적이거나 주변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통념이 불식되지 않는 한 우리가 바라는 문화 융성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 내가 진짜 고민스러운 것은 100년 뒤 지정될 국보나 보물이 이 시대에 생산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 나는 건인사가 길바닥에 나앉은 절이 된 폐불회석의 광폭함을 일본인들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인식하고 있는가 의심했는데, 마찬가지로 조선왕조가 숭유억불의 폐불 정책으로 대장경을 비롯한 많은 불교 문화재를 외교적 답례품으로 일본에 주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하여 똑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시각은 공정해야 하고, 잣대는 똑같아야한다"
2.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숭유억불의 폐불정책으로 우리나라는 불상, 불화, 대장경, 고려 범종등 수많은 보물들을 외국사절단에 실어 보냄으로써 우리가 간직해야할 문화유산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내력을 살펴보다 보면 우리의 기구한 사연들이 들춰지는 웃지못할 일들이 있는것 같다. 특히 지은원 사찰에서 국내에서 볼 수 없는 고려 불화<관무량수경변상도><미륵하생경변상도><미륵하생경변상도><오백나한도>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건인사가 팔만대장경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들의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마음이 무척 쓰라림을 느낀다. 무엇보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 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 안타까움은 이 시대에서 끝나지 않을것 같다. 그들의 내력속에 숨어든 우리들의 사연이 통하여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 문화 유산을 지금이라도 돌려줌으로써 역사가 제자리를 찾아 가는 과정이 피어나길 손꼽아 기대해본다.
더욱 아쉬운점은 이런 명작들은 찾아간다고 해서 쉬이 만날 수 없으며, 그들의 보존 방식에 따라 영영 보지 못하는 보물들도 있다고 하니, 답사를 위해서는 필히 체크해보고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3. 마무리하며.
처음 이벤트에 당첨되었을때 걱정이 들었었다. 나의 문화유산 시리즈중 일본편을 읽지 못했는데 이 권을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기우(杞憂)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필요한건 단지 연필, 포스트잇 그리고 지우개 였으니 말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101/pimg_7578481451094144.jpg)
연필로 그어가며 모르는 부분은 되풀이해서 보고, 시대배경을 적어놓고 대조하고 포스트잇으로 중요한 문구를 표시해놓으면서 읽으니 정말 재밌게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홍준 교수님이 어릴적 살아야했던 일본 가옥과 어머님에 관한 사연, 미술학을 공부하기 까지의 과정들을 통해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시대를 타고났건, 어느 장소에 놓였건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룰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