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 -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프랑수아 데르모 그림,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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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과 10월에 걸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1~3> 를 즐겁게 읽었던 터라 이번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 <여행>이란 책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이 절판되어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다가 품절센터에 의뢰해서 받아볼 수 있어 감사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수십번 이야기해도 부족할 정도로 그에 대한 애착이 좀 있는거 같다. 30년의 기자생활후 은퇴를 맞아 사회인으로써의 역할이 끝났다는 생각이 머물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  그 후 '걷기'를 통해 삶을 되돌아 보고 인생의 계획을 세워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그의 의지와 열정이 멋졌기 때문에 생겨난 애착심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베르나르 올리비에 처럼 내 곁에도 은퇴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분이 계시기에 그 모습이 겹쳤고, 그의 배낭이 유독 아프고 무거워보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포기하지 않고 걸었던 4년이란 시간과 1만 2천 킬로미터의 거리는 내 곁에 계시는 그 분과 함께 걷고 싶었던 길이였기에 비록 다른 나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두 분이지만, 그 분도 베르나르 올리비에 처럼 인생을 재발견하고, 삶을 디자인해가며 희망을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였는지도 모른다. 그 분이 독서를 좋아하신다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들을 선물하면 좋을테지만, 책과 친분이 없는 분이시라, 어떻게 응원하면 좋을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이럴땐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것도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이번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 수첩'은 전작 <나는 걷는다>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의 성원에 못이겨 떠나게된 여행기다. 다시말해 <나는 걷는다>에서 한 장도 실지않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모습은 한 두장 담긴했다) 사진을 아쉬워했던 독자들이 그에게 다시 여행을 다녀올것을 부탁했던 셈이다. 여행 동안 오직 도보를 고집했던 고집불통 올리비에의 팬들답게  고집불통인 독자들의 요구에 못이겨 수채화가  프랑수아 데르모아와 함께 길을 나선것인데, 그 저자에 그 독자인셈이라 그 덕에 이렇게 멋진 수채화판 여행수첩을 볼 수 있어 나야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은 함께 가는 프랑수아 데르모아를 위해 도보 여행이 아닌 자동차 여행을 택했고, 터키부터 중국의 시안까지 각 나라의 여행사에 힘을 빌려 중요 서류를 해결하고( 나는 걷는다에서 각 국경을 지날때마다 서류를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다)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전작에 비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탁월한 안목과 친화력, 여행기에서 볼 수 있었던 순발력등의 부재를 낳았고, 그래서 전작에 비해 그와 친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거 같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적으로 나라에 대한 특성, 기후, 인물들에 관한이야기가 짤막하다 못해 지(紙)면을 스쳐 지나간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구성되어졌다. 그런면에서 무척 아쉬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했던게 아닌거 같다. 역시 이런 나의 애증이 그와 잘 맞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혼자 큭큭 웃어보기도 했다.

 

 

" 허세나 위선을 떨지 않고, 실망감을 희석시키려 하거나, 남에게 터무니없는 것을 믿게 하려고 꾸미지도 않고, 더욱 냉철하게, 이번 여행에서는 실망감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싶다. ....(중략) 내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고,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고, 풀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몽상에 젖는 것이다. 찌르레기의 비행. 어릴때 먹었던 솜사탕처럼 뭉게뭉게 짙게 깔린 산등성이, 자기일을 하느라 바쁘게 내 앞을 지나가는 전갈 - 하물며 전갈마저- 나처럼 풀밭 위를 돌아다니는 방랑자, 이런 모습들이야 말로 내마음에 드는 것이다"p223~224

 

 

내가 알고 있던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모습도 바로 이런 모습이였다. 위선과 거짓없이 사실을 전달해주던 말솜씨와 위험한 순간마다 빛을 발하던 그  순발력들! 그 생동감 넘치던 모습들의 부재로 인해 간이 되지 않은 밍밍한 음식을 먹은것 처럼 아쉬웠다고나 할까? 그렇더라도 상상만으로 그려봤던 그의 글을 사진이라는 경직된 찰라의 영상이 아닌, 화가의 섬세한 솜씨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로 부족함을 위로받을수 있었다.

 

 

 

 

       < 왼쪽부터 타블과 도홀을 연주하는 남자들 그리고 현악기를 타는 우리의 가이드 쇼레>

 

      

                                  < 올록볼록 팬 바위땅을 파서 마을을 이룬 칸도반의 바위집>

 

 

 

 

 

 

< 등대 혹은 사형대. 부하라의 칼란 첨탑>

 

 

<나는 걷는다>에서 만났던 인연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보았지만, 만날 수 없게 되었던 사연(그곳에 더 이상 살지 않거나, 심장병으로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었다)들을 읽으며 정말 인연이란 '하늘에서 내려주는것' 이란 생각과,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책은 도끼다 에서 김화영'시간의 파도로 지은성'의 일부) 라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른뒤 찾아간 여행지였지만, 여전한 인심(두 팔을 들고 환대해주는 사람들)과 또 여전한 불신(외국인, 관광객이란 시선으로 시세보다 높게 값을 부르며 이익을 보려드는 사람들)들은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억압의 상징인 터번을 두른 이란의 여성들은 볼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몇일전 이란 에서 발생했던  기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위해 살인을 해야만했던  레이하네 자바리 (19살)라는 여성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않고 사형집행을 당해야만했던 사연을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들었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지. 법의 테두리가 보호가 아닌 억압이 되어 살아가는 이란 여성들을 안타까워했던 그였기에 그에게 더 가슴아픈 소식이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 하게된 그의 여행기를 덮으며 생각해보았다. 늘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고집불통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이가 무색할 열정이 있는 그이기에 어느날 갑자기 또 다른 여행기가 혹은 그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며 구상했던 상상의 여인 로쟈가 (나는 걷는다3 당시 로쟈라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라는 소설이  세상밖으로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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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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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고갱의 삶을 통해 영감을 얻어 씌여진 이 소설은 150종의 번역본이 나와있을 만큼 사랑받는 고전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리는 것은 제목이지 싶습니다. 달은 현실적으로 만질수도 갖을수 없는 '상상의 세계' 이상적 세계를 표현하고 6펜스는 돈의세계 '물질적인 세계'를 표현하는데 우리가 늘상 현실과 머나먼 이상 속에서 갈등하는 문제들을 서머싯몸은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주인공을 앞세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 에게는 1남 1녀의 자식과 기품이 있고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허황심이 많은 부인과 살아갑니다. 잘나가는 금융업을 하고 있던 그는 다른이들이 보기엔 남부러울것 없이 살아가는 모범적인 사람 입니다. 지성인을 흠모하는 아내가 사교 모임을 열고 그 자리에 남편이 함께 참석하여 빛내주며 자신의 삶이 '완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정으로 함께 놀러갔던 스트릭랜드가 먼저 집으로 돌아간 후  쪽지만을 남겨둔채  사라지게됩니다. 자신의 꿈이였던 화가가 되기위해 가족을 버린채 홀연히 떠나버린것이였습니다. 가정이라는 현실인 버리고 허황된 달을 쫓아 떠나버린 남편 스트릭랜드의 모습을 통해 책임감의 부재에 질타를 날릴수도 있고, 자신의 이상인 화가라는 꿈을 쫓아 날아간 자유로움에 박수를 보낼수도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독자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곁에두고 세월의 흐름을 함께 느끼기에 좋은 소설이며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제가 보는 시각은 꿈을 쫓아 떠나버린 그의 이기적인 마음을 크게  비난합니다

.

 

현재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그가 선택한 꿈이 혼자만의 꿈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꿈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허영심이 많았던 아내에게도 한참 성장중이였던 자식들에게도 표현되지 못했던 꿈은 있습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의 꿈은 개인의 꿈이아닌 '공동의 꿈'으로 이끌어 가족들과 공유하고, 이해와 지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때에 진정 자신의 이상이 실현 될 수 있다 믿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 강한 반감에 대해 찰스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처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합니다.

 

그려야 한다지 않소"

.

.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69

 

죽을것 같았던 열망이 자신의 현실을 무책임함으로 만들었지만,그림이라는 꿈을 통해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비단 무책임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림을 향한 열정만큼 자신의 잣대로 주위사람을 파멸시켜버리는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트릭랜드의 광기어린 그림을 본 후  그림에 매료되어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게되는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알아보는 유일한 친구이자, 후원자입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그림만 그리는 스트로브는 자신이 현실에서 놓치 못하는 것들을 과감히 놓아버리고 살아가는 스트릭랜드가 그의 달, 이상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면과 대조적으로 스트릭랜드에게 헌신적 도움은 벗어던지지 못한 현실의 안락한 세계인것이며 6펜스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겁쟁이인 것이므로  배타적인 대상이 되어 스트로브의의 아내를 빼앗아버리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내가 돌아오길 애원하던 스트로브 앞에 그녀는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오게됩니다. 이때의 스트릭랜드는 지독히도 냉혈적인 모습으로  '죽음'에 무감각하며 자신의 관심이 아닌 대상에겐 잔인하고 지독한 모습들은 섬뜩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이후 스트릭랜드는  외딴섬에 들어가 자신을 전혀 구속하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며 더할나위없는 천재적인 그림을 그리며 죽어가게되는데요 훗날 그를 회상하는 이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한 순간 나는 언뜻 본것이 있었다.

육체와 결부된 존재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무엇인가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는, 고뇌하는 영혼이 그것이다.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 혼을 언뜻 보았던 것이다" p207

 

결국 달을 쫓아 간다는 것은 고뇌하는 영혼이며, 표현할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 혼 인것입니다. 그러니까 작가는 결국 '이상'이란 다른 이들에게 이해를 바랄수 있는 동의를 구할 수 있는것이 아님을 표현하고 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많은 이들이 달을 향해 스트릭랜드 같은 행동을 하게된다면 우리는 무질서한 세상속에 갇혀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마치 더글라스 캐네디의 소설  <빅피쳐>의 주인공 처럼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단락의 사건이 마무리 되어감을 느꼈을때 겨우 중간지점에 와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 단락의 사건속에는 무수히도 많은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기에 마치 모든 인간상을 다 본듯한 착각에 빠져 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지구상에는 수많은 삶들이 존재하듯이 수많은 인격들이 엉클어져  살아가고 그 내면의 세계란 끝없는 우주와 같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이라면, 그래서 자신의 꿈을 꼭 실현해보고 싶은 이라면  남에게 이해받거나, 동조를 얻지 말고 당당히 자신의 열정을 향해 살아보라 이야기해주는 소설 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얄팍한 제 의지는 스트릭랜드 처럼 과감한 결단력도 없고, 죽을것 같은 열정도 부족한가 봅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모진 세월을 견뎌내면 저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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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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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밀란 쿤데라님.

 

당신의 첫 작품으로 만나본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게 커다란 충격 이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4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에서 시작해 결국 쿤데라 당신이 끝내 감추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당신이 느꼈던 처절한 아픔들이 제 마음에 닿아 사비나 와 프란츠 두 사람이 간직했던 열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십여 년 전 책을 읽다가 분노로  친구들과  다른 책으로 맞교환 해왔던 동생의 마음을 알게 되 혼자 큭큭 거리며 웃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해했던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4인 그리고 4색의 이야기.

쿤데라 당신은 < 네 가지 범주의 시선>p439 이란 표현으로 분류했지만, 저는 당신의 표현처럼 '존재적 가벼움' '무거움'을 담고 있는 4인 그리고 4가지 색깔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이혼한 의사로 등장하는 토마시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람 이였습니다여자들을 사랑하지만그녀들의 삶의 무게들이 두려워 '에로틱한 우정'이라 규정짓고 연애 불문율을 만들어 선을 긋고 살아가는 사람 이였습니다. 상대방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고, 감상이 배재 된 관계만이 행복을 줄 수 있다 믿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연애를 통해 자신의 가벼움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p13 던 당신의 표현처럼 토마시는 그런 짐의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생생하고 진실해질 삶과 대면할 용기가 없는 사람 이였습니다.  

테레자는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들( 술집에서 일하며 부양 해야 하는 가족들과 엄마)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였습니다. 벗어나고 싶던 삶의 무게가 얼굴(엄마와 닮은 얼굴)가 얼굴에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고 지워버리고 싶은 열망에 빠져있는 여자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6번의 우연 속에 찾아온 토마시는 공기보다 가벼운 삶으로 이끌어줄 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테레자를 짓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들에서 벗어나자신을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토마시와 테레자 두 사람의 만남은 자석의 극성처럼 서로 맞을 수 없는 만남 이였습니다. . '짐이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p13  당신의 표현처럼 공기보다 가벼운 삶을 추구하는 토마시의 성도착증병은  테레자 에겐 감당할 수 없는 무의미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토마시 역시 회피하고 싶었던 인생의 무거움과 함께 테레자가 꾸는 생생한 꿈들은 들키고 싶지 않은 토마시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 같았습니다. 그런  테레자를 사랑하는 토마시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는 현실의 무게였기에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하지만 끝내 무거움을 외면하지 못했던 토마시는 테레자가 이끄는 공간으로 인도되며 점차 무거운 삶의 무게들( 외면하고 살았던 아들 시몽과의 만남, 경찰의 추적과 감시)을 느끼는 순간 자신의 삶이 더 가벼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의사에서 유리창 청소부로 또 기계수리공으로 전락했지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영혼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것과 다름 없어서 삶이 아무리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 조차도 무의미하다'p9 던 당신의 표현처럼 깃털처럼 가벼운 삶을 추구했던 토마시의 삶도  짓누르는 무거움 속을 거닐며  삶을 방황했던 테레자의 삶도 결국 죽음을 통해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무의미한것'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일을 통해 우리의 그림자처럼 덧없는 인생을 아픔으로, 고통으로, 슬픔으로 짓누르고 허비하고 살아야 할까란 의미로 생각해봤습니다. 또한 토마시가 추구했던 존재론적 가벼움 역시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비난할만한 가치가 있을까'p10 라 생각해보니 몇일 전 파트릭 모디아노가 위트를 빌려  '()로 부터 번쩍 나타났다가 빛을 발한다음 무()로 돌아가버린다'(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p10) 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결국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삶으로 부 터 혹은 깃털처럼 가벼운 인생의 존재들로부터 받아들일 수 있는 수많은 경험과 감정들로부터 정답은 없으며 아무도 규정지을 수 없음을 알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지거나,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아파하지 말고 살아갈 수 있도록 다독여보자 결론 내려 봤습니다.

 

 그렇지만 존재론적 가벼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쿤데라 당신이 만들어놓은 토마시의 성도착증적 형태는 읽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더라면 저는 또 어떤 이들과 어떤 책으로 당신의 책을 교환했을지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음 두 주인공인 사비나와 프란츠는 저는 '사랑'이 아닌 당신이 들려주고 싶었던 '조국' 체코의 이야기로 봤습니다. 이 이야기에 앞서 제가 알고 있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할 필요가 있어 적어봅니다. 당신은 당신의 나라 체코에서 당신이 '프라하의 봄'의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당원에 탈퇴 당하고, 당신의 책이 프라하 광장에서 불에 타버리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모든 활동이 제제 당하며 당신은 당신이 사랑했던 나라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게 되었지요. 당신이 그토록 변화를 꿈꿨던 나라에서 받았을 고통과, 아픔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을 저는 이 사바나와 프란츠를 통해 봤다고 생각합니다.

 

 사비나 그녀는 '체코'라는 나라의 상징이자 묵직함(바뀌지 않는 체제)에서 가벼움(혁명)의 변화를 열망하는 상징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어렸을 적 강제적 당 생활의 규칙성과 매일 같은 시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던 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규칙과 규율 속에 얽매여 살아가는 체코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쿤데라 당신과 꼭 닮은 '얀후안'이란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체코의 실상과, 그 속에서 변화를 꿈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은 사비나가 애써 부정하고 살던 자신의 나라에 대한 모습으로 표현 되어졌다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프란츠는 당신이 잡고 싶었던 변화의 열망 이였습니다. 사비나가 무릎을 끓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었다던 장면에서 혹은 그녀가 프란츠를 멀리 떠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당신이 변화시키지 못했던 당신의 조국 '체코'를 향한 마음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을 부정하는 나라에 대한 외면심과, 그렇다라도 끝내 사랑을 버리지 못했던 당신의 나라에 대한 갈망은  프란츠가 캄보디아 여행에서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통해 광적인 분노상태p437(욕설을 붓고 총성속에서 죽고 싶다던 )를 보였던 심리상태는  열망을 바라는 당신의 마음이며 프란츠가 죽음과 동시에 아내 마리클로드에게 용서를 빌던 모습이 바꾸지 못했던 혁명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것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쿤데라 당신이 그려놓은 4인의 색깔은 인생과 사랑 그리고 조국과 열망(변화) 내지 그리움으로 읽어봤습니다. 더불어 조국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야 하는 아픔이 이리도 애절하고, 간절할까 생각해보니 저는 아직까지 한번도 떠나보지 못했던 제 나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만약 당신과 같은 열망으로 가득 차 당신과 같이 변화를 꿈꿀 수 있다면 저는 과연 선택할 수 있을까요? 묵직함 혹은 가벼움 것 에 대해 말입니다. 탁월했던 군중의 심리표현들(토마시의 신문기고 사건으로 인해 그의 주변인물들의 조롱거림) 과 여성의 심리( 테레자의 꿈에 나타난 여성들의 심리적 표현법) 들은 읽는 동안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당신의 팬이 되기에 충분했던 시간 이였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당신의 이야기들 <농담><불멸><무의미의 축제>가 벌써 부 터 기다려집니다. 그때 다시 당신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2014.11 12일 한국의 독자가 밀란 쿤데라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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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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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나는 왜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일까? 고민에 고민을 해보아도 명료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무작정 정리해보기로 했다. 내가 본것은 무엇이고 놓치고 있는것은 무엇일까. 세상이 인정한 작품을 나는 왜 읽어내지 못하는것일까? 이런 내 기분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란 물음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내가 파트릭 모디아노를 알게된건 구독하는 신문 때문이였다. '2014년 노벨 문학상 수상'이란 글 귀를 보는 순간 강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겨났는데, '노벨상을 수상한 작품'이란 단어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2차 세계대전의 끝무렵에 태어난 파트릭 모디아노는 유대교 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다. 2차 세계대전과 우리의 아픈 역사가 서로 닮아있어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여겼다.  어려운 시절이였기에 함께 의지하며 지냈던 동생 루디의 죽음은 그의 유년기 시절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아득한 기억의 저편><도라 브루더><신원 미상 여자><작은보석><한밤의 사고><혈통>등의 작품들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자'라는 수식어가 생겨났다.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역시 과거로의 여행을 담은 작품이였다.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화자로 등장하는 '기 롤링'은 10년이라는 세월을 잃어버린 탐정이였다. 그와 함께 탐정일을 했던 '위트'라는 인물과 마지막 탐정 사무소의 일을 마무리 하며 기롤링은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자신에 대한 단서라곤 전혀 없는 불리한 조건에서 오직 사람들의 기억 속  그의 모습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매운향수냄새, 삐걱거리던 소리, 낯선 거리들에서 느껴지는 불안의 요소들을 통해 서서히 찾아가는 기억의 조각들로  자신이 위조 여권을 사용 했다는것과 프레디.게일,빌드메르의 친구들과 어둡고 위험했던 거리의 상점들로 부터 멀리 떠났었다는것, 그리고 사랑했던 드니즈에 관한 행복했던 추억들, 그리고 그 끝이 추악한 배신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독자로써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했을때 드는 허무감과 실망감 더 나아가 모호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게된다. 도대체 기 롤링은 왜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이렇게 담담하게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것 처럼 회상하는 것일까란 강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야했기 때문이였다.

 

 

 그 대답은 다시 읽어본 1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전체적 이야기가  압축되어진듯한 문구들이 눈에 띄었는데 첫번째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문장과, 두번째로 '나는 그것이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군요'라는 위트의 말, 세번째로 '과연 헐어빠진 외투를 입고 검고 뚱뚱한 서류 가방을 든 채 어둠 속으로 멀어져가는 저 피로한 늙은 남자와 왕년에 테니스 선수였던, 콘스탄티 폰 위트라는 이름의 미남 금발머리 발티크 남작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단 말인가' 멀어져가는 위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하는 기의 생각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문장은 과거를 잃어버린, 존재를 잃어버린 모습에 대한 회고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꼭 이해 받아야 할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였다. 그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도달했을때 보여지는 초연한 모습이나 첫 문장의 담담한 대사는 기 롤링이 살아내야했던 시대성의 상징으로 생각해봤다. 과거를 추적하며 만나게되는 월드브런트(피아니스트)가 혹시 모를 미행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부분이나, 친구들의 살인사건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망수르의 모습은 기 롤링의 과거로부터 소환된 또 다른 기 롤링인셈이였다. 불안의 공간을 살아야했던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추억속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자, 보호도구가 '위조 여권(가짜신분을 만들어)'을 구비해 다니는 것이뿐이였으므로. 첫 문장의 초연함, 결말의 담담함등은 그가 어찌해볼 수 없었던 시대로 부터 생겨난 무기력함이 내지, 시대로 부터 받아들인 화해였던게 아닐까?

 

 

그렇게 찾아낸 과거로부터의 기억을 마주하고 나서 위트의 문구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과거를 소환할만한 가치가 있었는가? 란 물음은  '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그들은 어느날 무(無)로 부터 반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다음 무로 돌아가버린다고 말하며, 해변가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끝내 아무도 그를 알아봐주지 않았던 해변의 한 사나이 p75) 라고 했던 위트도, 기 롤링의 친구 게이나 프레디, 드니쥐 모두가 모래 위에 반짝 찍힌 발자국에 불과하다는 표현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철학적인 요소가 듬뿍담겨 표현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무(無)로 왔다가 무(無)로 돌아가는 시간속에서 생겨나는 아픔, 분노, 슬픔등의 기억으로부터 아파하지 말고 그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것이 좋지 않을까란 대답을 생각해봤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한 당신의 말은 옳았습니다'라는 표현은 앞의 이야기와 상반된다. 도대체 왜 이런 표현했을까. 내 독서력의 부족함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것일까?

 

 

마지막 무슨 공통점이 있는가란 물음에 대한 답은 기 롤링의 다른 이름 ' 패트로 맥케부아'나 '스테른, 지미 페드로'의 관계로 설명된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로 부터 만났던  인물들에 대해 각기 다른 평가를 받고 살아간다. 어떤 이에겐 한 없이 자상한 인물로 기억될 수 있고, 때론 불같은 성격의 괴상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부유했던 어린시절에서 현재 실패한 사업가의 아들로 살아갈 수도 있으며, 지난날 가난속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사람이 현재의 부유속에서 살아가며 과거속에 수많은 기억들을 묻어두고 살고자한다. 과거에서 소환된 현재의 모습에 느껴지는 절망감, 슬픔, 좌절, 고통 등등으로 부터 기 롤링은 말했다. 지금의 모습과 과거의 기억을 애써 연결짓지 말고 살아가라는 뜻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 역시 좀 어려웠다. 생소한 어투와 '잃어버린 과거의 추적'이라는 소재가 줄 수 있는 스릴러 다운 모습도 없을 뿐더러,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의 부분을 확실히 표현해주는 구성요소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말 담담히 쓰인 소설이였다. 그럼에도 놓치 않고 읽을 수 있었던것은 " 과거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수 있는가"란 주제 때문이였던거 같다. 평소 생각지 않던 장소에서 때론 향기로, 때론 소리로 시시각각 깨어난 과거의 소환으로 부터 당당히 맞설 수 있겠는가 란 주제는 위트가 말했던거 처럼 '무로 왔다 무로 사라지는 존재' 이므로 아파할 필요 없다 는 결론을 내려보며 고전의 맛은 시간을 두고 되풀이하는데 있는데, 이 소설도 1년후 5년후 10년후 다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색깔의 맛을 전해주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책은 늘 사서 읽어야 한다고 수많은 저자들이 목놓아 가르치나 보다. 늘어가는 포스트잇 만큼이나 단단해질 독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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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창비에서 주관하는 이벤트에 참여헤서 받은 가제본을 읽은 바탕으로 기록된 리뷰 입니다. 가제본의 특성상 기록하는 페이지가 일치 하지 않을 수 있어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어릴적 공부에 눈을 띄게된건 고교시절 국사 수업 때문이였다.  고리타분했던 암기위주의 수업에서 스토리 위주의 이야기로 바꿔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국사 시간이 기다려졌고, 처음 만점이라는 성적을 받아본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다. 그때 역사는 '암기'가 아닌 '이해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내 생각과 가장 잘 맞는 분이 계시는데 바로 '유홍준' 교수님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저서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대할때면 언제나 즐겁게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역사는 문화유산과 기억할때 구체적 이미지를 갖는다"는 표현처럼, 역사속에 숨은 문화유산을 찾아 내력에 관한 재밌는 설명을 듣고 있자면 따라 나서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고 찾아나서고픈 기분에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있지만 마땅한 안내서가 없는게 안타까워 답사기를 구상하셨다는 유홍준교수님의 이번 교토 명소 편을 살펴보면 정말 알뜰한 안내서가 따로없다. 답사의 노선, 일본의 엄격한 문화재 관리로 인해 필시 체크해야하는 상황등 세세히 설명해주시기 때문이다.

 

 

1. 일본학 입문서인 이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시리즈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교토의 명소 4는 13세기 가마쿠라 시대 후기 부터 에도 시대 말기인 19세기까지에 이른다. 그러니까 가마쿠라 (1185~1333),무로마치(1334~1573), 전국시대(1573~1603), 에도시대(1603~ 1867) 까지 해당되는 셈이다. 그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4권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본만의 정원양식, 역사속에 피어난 건축의 탄생과, 선종사찰, 다도에서 꽃 피어나는 와비사비 까지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어 있고. 놓치면 아까울 교토의 현재 모습이 담겼다.

 

일본은 천황과 쇼군이 존재하는데 천황은 말 그대로 왕족을 뜻하고 쇼군은 무신의 권력중 최고를 뜻한다. 일본에서는 이 쇼군이 천황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 천황의 힘이 나약하여 왕가의 귀족으로 태어나 스님이 되는 사례가 많고 그때마다 생겨난 사찰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찰의 이야기를 시작할때면 시대의 이야기를 거치지 않을수 없다. 3대 쇼군 중 하나인 요시미쓰가 춘옥선사에게 사찰하나를 지어 참선수행의 뜻을 밝혀 세운 상국사나 요시미쓰가 아들에게 권력을 내어주고 지은 북산전, 요시미쓰가 죽고 그의 아들 요시모치가 몽창국사에게 권청하여 개산하게된 녹원사(지금의 금각사) 등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역사, 건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는것이다.  

 

 

일본의 사찰을 거닐다보면 다양한 모습을 지닌 정원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조경 용어인 정원(庭園)은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동산의 뜰이란 뜻의 정원보다는 놀고 휴식하는 장소의 원림(園林)이라 해야 맞기 때문이다. 그 옛날 조선 선비들이 둘러 앉아 술상을 받아놓고 시를 짓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 구별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일본은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인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정원(庭園)양식을 이루고 있는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자연공간안에 인공적 건물이 배치되고 나무가 심어지고 화단이 만들어져 사람이 들어가는 형식을 띄고 있어 원림(園林)이 되는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의 원림이며 우리가 흔하게 가까이서 볼수 있는곳이 우리네  '마당'이다.

 

 

그래서 답사기에 실린 여러 일본 사찰들의 이야기엔 인공미를 가미한 정원들이 자주 소개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용안사 석정인데. 선종사찰인 이곳은 물이 없는 마른 산수 정원을 띄고 있다. 낮은 흙담으로 둘러싸고,자잘한 백사를 가득 깔아놓은 다음 15개의 돌을 파란 이끼위에 얹어 놓았는데  그 공간속엔 공(空), 불변(不變), 지(止), 관(觀), 명상(冥想)으로 읽어낼 수 있는 추상미술 내지, 설치미술로 일컬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긴 툇마루에 앉아 침묵의 석정을 바라보는 답사객들의 사진을 보니 그 고요한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이처럼 표현되어지는 미술임을 알게 되었다. 이젠 누구네 집의 마당 이라도 쉬이 그냥 지나칠 수 없이 마냥 들여다보게 될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찰과 정원 이야기를 지나다보면 다도에 관한 이야기도 만나게된다. 일본의  차의 대표 서적 오카쿠라 덴신의 <차의 책>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본다도의 정신적 가치인 '와비사비'라는 개념을 알게된다. '와비사비'는 쓸쓸하다, 부족하다 는 개념으로 소개되는데 사전으로 찾아보니 '평범한 사물을 감상할때 아무리 불완전하고 초라할지라도, 거기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일본의 미의식'이라 한다. 그래서 일본의 다도를 모르면 일본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일본 고유문화인 다도를 통해 일본문화, 정신, 미학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다조(茶祖)라 칭송되는 센노 리큐의 삶과 그의 다도 문화의 정착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다회의 최고 책임자인 다두로 임명했다가 훗날 그로인해 할복을 해야했던 기구한 사연들을 만날수 있게된다. 뿐만아니라 그간 생소했던 다기에 관심이 가지고, 차 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는데 특히 고려 다완의 기품을 알고 센로 리큐가 즐겨 사용했던 고려 다완들이 무려 250점이나 되었다고 하니 고려 다완을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된다.

 

 

제 5부 남은 이야기 편에 보면 살아있는 교토의 거리와 답사단을 이끌고 거닐었던 길을 상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일본의 "시니세 문화"에 관해 전해주시는데, 오래된 점포를 말하는 시니세는 가업을 잇고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상점들의 전통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루 아침에도 상가의 모습이 변해가는 길목들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또한 유홍준교수님이 자주 찾아가신다는 고서점 헤이안도의 이야기를 읽을땐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에게 옳은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시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백제 도자기를 처음본 후 그 형태에 반해 구입했다가 우리 문화재의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국의 미술품을 모아 미술관을 세웠다는 고려 미술관 설립자 정조문님의 이야기 또한 가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쓸쓸했을 이국땅에서 우리 문화의 숨결을 찾아 간직하고픈 그 마음을 지키고, 문화재를 보존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나라에서 도와줘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든다. 그 미술관 마져 일본의 품에 안긴다면 정말 후세에 길이길이 남는 치욕의 역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본 사찰의 배경이 되는 시대성과 인물들, 일본이 가지고 있는 '와비사비'문화 속에 피어난 마른산수 정원, 지천회유식 정원의 양식 혹은 다도를 통해 '선'을 추구했던 전통방식등을 통해 멀고 어렵게 생각되었던 일본 문화와 역사를 쉽고 재밌게 배울수 있었기에 이 책이 "일본학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학자로써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한 사람으로써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해법들은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할 가치가 있기에 일본학 입문서로써의 책의 가치는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된다.

 

" 일본은 과거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을 무시한다"

 

" 과거사의 잘못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그로 인한 피해의 청산이 이루어진 다음에 신뢰를 바탕으로 친선관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건축과 미술의 정신적,사회적 가치는 이렇게 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조형의 가치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부차적이거나 주변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통념이 불식되지 않는 한 우리가 바라는 문화 융성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 내가 진짜 고민스러운 것은 100년 뒤 지정될 국보나 보물이 이 시대에 생산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 나는 건인사가 길바닥에 나앉은 절이 된 폐불회석의 광폭함을 일본인들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인식하고 있는가 의심했는데, 마찬가지로 조선왕조가 숭유억불의 폐불 정책으로 대장경을 비롯한 많은 불교 문화재를 외교적 답례품으로 일본에 주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하여 똑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시각은 공정해야 하고, 잣대는 똑같아야한다"

 

 

 

2.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숭유억불의 폐불정책으로 우리나라는 불상, 불화, 대장경, 고려 범종등 수많은 보물들을 외국사절단에 실어 보냄으로써 우리가 간직해야할 문화유산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내력을 살펴보다 보면 우리의 기구한 사연들이 들춰지는 웃지못할 일들이 있는것 같다. 특히 지은원 사찰에서 국내에서 볼 수 없는 고려 불화<관무량수경변상도><미륵하생경변상도><미륵하생경변상도><오백나한도>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건인사가 팔만대장경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들의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마음이 무척 쓰라림을 느낀다.  무엇보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 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 안타까움은 이 시대에서 끝나지 않을것 같다. 그들의 내력속에 숨어든 우리들의 사연이 통하여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 문화 유산을 지금이라도 돌려줌으로써 역사가 제자리를 찾아 가는 과정이 피어나길 손꼽아 기대해본다.

 

더욱 아쉬운점은 이런 명작들은 찾아간다고 해서 쉬이 만날 수 없으며, 그들의 보존 방식에 따라 영영 보지 못하는 보물들도 있다고 하니, 답사를 위해서는 필히 체크해보고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3. 마무리하며.

 

처음 이벤트에 당첨되었을때 걱정이 들었었다. 나의 문화유산 시리즈중 일본편을 읽지 못했는데 이 권을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기우(杞憂)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필요한건 단지 연필, 포스트잇 그리고 지우개 였으니 말이다.

 

 

 

연필로 그어가며 모르는 부분은 되풀이해서 보고, 시대배경을 적어놓고 대조하고 포스트잇으로 중요한 문구를 표시해놓으면서 읽으니 정말 재밌게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홍준 교수님이 어릴적 살아야했던 일본 가옥과 어머님에 관한 사연, 미술학을 공부하기 까지의 과정들을 통해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시대를 타고났건, 어느 장소에 놓였건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룰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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