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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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밀란 쿤데라님.

 

당신의 첫 작품으로 만나본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게 커다란 충격 이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4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에서 시작해 결국 쿤데라 당신이 끝내 감추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당신이 느꼈던 처절한 아픔들이 제 마음에 닿아 사비나 와 프란츠 두 사람이 간직했던 열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십여 년 전 책을 읽다가 분노로  친구들과  다른 책으로 맞교환 해왔던 동생의 마음을 알게 되 혼자 큭큭 거리며 웃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해했던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4인 그리고 4색의 이야기.

쿤데라 당신은 < 네 가지 범주의 시선>p439 이란 표현으로 분류했지만, 저는 당신의 표현처럼 '존재적 가벼움' '무거움'을 담고 있는 4인 그리고 4가지 색깔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이혼한 의사로 등장하는 토마시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람 이였습니다여자들을 사랑하지만그녀들의 삶의 무게들이 두려워 '에로틱한 우정'이라 규정짓고 연애 불문율을 만들어 선을 긋고 살아가는 사람 이였습니다. 상대방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고, 감상이 배재 된 관계만이 행복을 줄 수 있다 믿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연애를 통해 자신의 가벼움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p13 던 당신의 표현처럼 토마시는 그런 짐의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생생하고 진실해질 삶과 대면할 용기가 없는 사람 이였습니다.  

테레자는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들( 술집에서 일하며 부양 해야 하는 가족들과 엄마)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였습니다. 벗어나고 싶던 삶의 무게가 얼굴(엄마와 닮은 얼굴)가 얼굴에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고 지워버리고 싶은 열망에 빠져있는 여자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6번의 우연 속에 찾아온 토마시는 공기보다 가벼운 삶으로 이끌어줄 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테레자를 짓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들에서 벗어나자신을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토마시와 테레자 두 사람의 만남은 자석의 극성처럼 서로 맞을 수 없는 만남 이였습니다. . '짐이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p13  당신의 표현처럼 공기보다 가벼운 삶을 추구하는 토마시의 성도착증병은  테레자 에겐 감당할 수 없는 무의미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토마시 역시 회피하고 싶었던 인생의 무거움과 함께 테레자가 꾸는 생생한 꿈들은 들키고 싶지 않은 토마시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 같았습니다. 그런  테레자를 사랑하는 토마시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는 현실의 무게였기에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하지만 끝내 무거움을 외면하지 못했던 토마시는 테레자가 이끄는 공간으로 인도되며 점차 무거운 삶의 무게들( 외면하고 살았던 아들 시몽과의 만남, 경찰의 추적과 감시)을 느끼는 순간 자신의 삶이 더 가벼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의사에서 유리창 청소부로 또 기계수리공으로 전락했지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영혼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것과 다름 없어서 삶이 아무리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 조차도 무의미하다'p9 던 당신의 표현처럼 깃털처럼 가벼운 삶을 추구했던 토마시의 삶도  짓누르는 무거움 속을 거닐며  삶을 방황했던 테레자의 삶도 결국 죽음을 통해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무의미한것'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일을 통해 우리의 그림자처럼 덧없는 인생을 아픔으로, 고통으로, 슬픔으로 짓누르고 허비하고 살아야 할까란 의미로 생각해봤습니다. 또한 토마시가 추구했던 존재론적 가벼움 역시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비난할만한 가치가 있을까'p10 라 생각해보니 몇일 전 파트릭 모디아노가 위트를 빌려  '()로 부터 번쩍 나타났다가 빛을 발한다음 무()로 돌아가버린다'(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p10) 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결국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삶으로 부 터 혹은 깃털처럼 가벼운 인생의 존재들로부터 받아들일 수 있는 수많은 경험과 감정들로부터 정답은 없으며 아무도 규정지을 수 없음을 알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지거나,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아파하지 말고 살아갈 수 있도록 다독여보자 결론 내려 봤습니다.

 

 그렇지만 존재론적 가벼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쿤데라 당신이 만들어놓은 토마시의 성도착증적 형태는 읽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더라면 저는 또 어떤 이들과 어떤 책으로 당신의 책을 교환했을지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음 두 주인공인 사비나와 프란츠는 저는 '사랑'이 아닌 당신이 들려주고 싶었던 '조국' 체코의 이야기로 봤습니다. 이 이야기에 앞서 제가 알고 있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할 필요가 있어 적어봅니다. 당신은 당신의 나라 체코에서 당신이 '프라하의 봄'의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당원에 탈퇴 당하고, 당신의 책이 프라하 광장에서 불에 타버리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모든 활동이 제제 당하며 당신은 당신이 사랑했던 나라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게 되었지요. 당신이 그토록 변화를 꿈꿨던 나라에서 받았을 고통과, 아픔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을 저는 이 사바나와 프란츠를 통해 봤다고 생각합니다.

 

 사비나 그녀는 '체코'라는 나라의 상징이자 묵직함(바뀌지 않는 체제)에서 가벼움(혁명)의 변화를 열망하는 상징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어렸을 적 강제적 당 생활의 규칙성과 매일 같은 시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던 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규칙과 규율 속에 얽매여 살아가는 체코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쿤데라 당신과 꼭 닮은 '얀후안'이란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체코의 실상과, 그 속에서 변화를 꿈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은 사비나가 애써 부정하고 살던 자신의 나라에 대한 모습으로 표현 되어졌다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프란츠는 당신이 잡고 싶었던 변화의 열망 이였습니다. 사비나가 무릎을 끓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었다던 장면에서 혹은 그녀가 프란츠를 멀리 떠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당신이 변화시키지 못했던 당신의 조국 '체코'를 향한 마음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을 부정하는 나라에 대한 외면심과, 그렇다라도 끝내 사랑을 버리지 못했던 당신의 나라에 대한 갈망은  프란츠가 캄보디아 여행에서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통해 광적인 분노상태p437(욕설을 붓고 총성속에서 죽고 싶다던 )를 보였던 심리상태는  열망을 바라는 당신의 마음이며 프란츠가 죽음과 동시에 아내 마리클로드에게 용서를 빌던 모습이 바꾸지 못했던 혁명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것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쿤데라 당신이 그려놓은 4인의 색깔은 인생과 사랑 그리고 조국과 열망(변화) 내지 그리움으로 읽어봤습니다. 더불어 조국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야 하는 아픔이 이리도 애절하고, 간절할까 생각해보니 저는 아직까지 한번도 떠나보지 못했던 제 나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만약 당신과 같은 열망으로 가득 차 당신과 같이 변화를 꿈꿀 수 있다면 저는 과연 선택할 수 있을까요? 묵직함 혹은 가벼움 것 에 대해 말입니다. 탁월했던 군중의 심리표현들(토마시의 신문기고 사건으로 인해 그의 주변인물들의 조롱거림) 과 여성의 심리( 테레자의 꿈에 나타난 여성들의 심리적 표현법) 들은 읽는 동안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당신의 팬이 되기에 충분했던 시간 이였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당신의 이야기들 <농담><불멸><무의미의 축제>가 벌써 부 터 기다려집니다. 그때 다시 당신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2014.11 12일 한국의 독자가 밀란 쿤데라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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