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좌충우돌 베란다 정원 가꾸기 - 1.5평 베란다의 화려한 변신
가타기리 모토코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팟캐스트 북카페에서 재밌는 책을 알게 되었다. 베란다 텃밭을 10년 동안 가꾸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그린 만화인데 표지에서부터 그 경쾌함이 느껴진다.
싱그럽고 화사한 꽃들을 보면 분명 봄을 맞은 베란다 같고 뒤표지에 식물들이 거의 없는 걸로 봐서 겨울을 맞이한 모양인데 주인공의 슬픈 모습이 흡사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웃음이 났다.
또 베란다라는 협소한 공간이라도 잎채소들 예를들어 상추나 케일, 깻잎, 청경채등은 흡족할 정도로 키워낼 수 있지만 오이나 가지는 큰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만화에서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미니 가지와 할라피뇨>
때론 베란다 창문으로 투과한 빛이 야외에서 키워내는 식물보다 부족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창문이 없이 개방된 테라스형을 남몰래 흠모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테라스형의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채소를 따먹는 정도야 귀여운 수준이지만, 새와 벌레 그리고 벌이 무시로 찾아와 친구 하자고 하며 새똥으로 베란다를 더럽히거나 벌이 안방까지 들어와서 공포로 바들바들 떨게 만든다면 그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라서, 단박에 테라스형의 부러움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깨알같은 웃음을 줬던 장면은..
우리 신랑도 베란다에서 키운 채소는 텃밭에서 키운 채소보다 건강하지 않는 거 아니냐며 잘 먹지 않았는데 왠지 이 그림에서 크게 공감해버렸다. ( 조심하라고. 은방울꽃에 맹독이 있다는 거 알아버렸다고~~쿄쿄쿄)
아파트나 협소한 공간에서도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초록이 맘'이라고 부른다며 자신을 초록이 맘이라 소개한 저자. 요즘에는 '그린핑거'라는 표현을 쓰는거 같은데. 무튼 10년 동안 식물과 동고동락했던 모습이 3~4년 정도 베란다 텃밭을 꾸몄던 내 모습과 겹쳐 재밌게 읽게 되었다.
요즘 우리집에는 채소는 없고 애완 식물이 있다.
물론 설탕보다 300배 단맛이 난다는 스테비아나, 방울 다다기 양배추나 콜라비나 부추나 모두 채소라지만(물론 스테비아는 허브지만) 1년을 넘기며 이젠 애완식물이 되어버렸다. 모두 먹기보단 관상용으로 즐기고 있다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슬슬 집도 옮겨주고 거름도 듬뿍 넣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4년 정도만 지나면 이렇게 게을러지는것을 십년이라는 저자의 근성과 끈기와 열정이 참으로 부러워지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