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팝니다 - 가난한 여성들을 착취하는 착한 자본주의의 맨얼굴 질문의 책 3
라미아 카림 지음, 박소현 옮김, 한형식 해제 / 오월의봄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보영씨의 <사랑의 시간들>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었다. 봉사활동으로 집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멋진 집이 완성되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거라는 뿌듯한 마음이들었는데, 다음날 그 집을 방문해보니 아이들은 모두 쫓겨나고 두 부부만 살고 있더라는 것이다. 너무 황당한 나머지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만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집을 나갔던 남편이 돌아와 아이들을 모두 쫓아내는 일이 반복되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사연을 읽으며 도움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찮게도 읽게 된 <가난을 팝니다>라는 책을 통해 가난을 착취해 잇속을 차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중심에 제일 약자층인 여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현실이 무척 슬프게 다가왔다. 이 책은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소액금액을 대출해주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마이크로파이낸스의 효시격인 방그라데시의 그라민은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방그라데시어로 '그라민'은 '시골' 또는 '마을'이라는 의미인데 치타공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무하마드 유누스가 고리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자신의 돈을 소댁담보로 대출해준 것을 시작으로 1983년 그라민 은행이 법인 설립되었고 2006년 당시 2,185개의 지점이 생겨나 1만 8천여명의 직원을 두는 사업으로 급 성장하였고 회수율 99%를 자랑하며 58%의 가정이 빈곤에서 탈출했다는 보고서가 작성되었다.(보고서에 의하면 3년 동안 500여 가구가 빈곤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그 후 빈곤퇴치에 공로가 인정되어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하지만 저자 라미아 카림은 이 보고서가 거짓말 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NGO들을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추적 조사와 추가 조사를 통해 가난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폭로하였다.

 

 

방글라데시 내에서 꾸란의 율법에 따라 여성은 '수치'의 담지자가 되고 남성은 '명예와 존경'의 담지자가 되었다. 농촌사회를 구성하는 방글라데시는 친지 혹은 이웃들과 가까이 살아가는데 가족 중 누군가 가정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동을 하게되면 이웃이나 친지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올바르지 못한 행실을 한 책임을 물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부분을 악용하여 NGO들은 대출신청자를 '여성'에게 한정시킨다. 여성들에게 대출을 할 경우, 금액이 상환되지 못할시 집으로 쫓아가 망신을 주면 망신을 당한 여성들은 명예를 더럽혔다는 수치심을 얻고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집에서 쫓겨나게 되므로 대출금 상환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또한 돈을 대출받은 여성들은 여성들의 정기 모임에 강제적으로 참여해야하고, 대출 상품인 그라민 폰이나 프랑스 유제품인 다농을 구입해야하며, 반강제적으로 양계업을 해야하는 등의 억압이 팽배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대출금을 사용하는 사람은 남성들로 규제가 없는 여러 NGO단체에 가입해 돈을 여기저기서 빌려놓고 도망을 가버리는 가정들도 생겨나고 돈을 갚지못한 가정에 NGO단체들이 찾아와 돈이 될만한 물건들을 몽땅(집을 뜯어가버려 집터만 남은 집도 상당했다)가져가버리는가 하면 공개적 처벌도 서슴없이 자행하는데, 그 처벌이라는 것이 태형, 몸에 송진 붓기, 머리카락 밀기, 마을 전체에서 따돌리기, 침뱉기등 온갖 모욕과 수치스러운 일들이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그로인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마을 전체가 서로를 감시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40명이 센터 하나를 갖고 5명씩 8그룹으로 나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데 대출 상환능력이 되는지, 과소비는 없는지 동태를 살펴 보고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또 대출금의 0.5%는 집단 계좌에 넣는 의무 저축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해도 찾을 수 없는 금액이라고 한다.

 

 

 

' NGO에서 빌려온 돈을 쓴 것은 자신(남편)인데도 아내를 자신에게 모욕을 안겨준 외부인으로 만들어 여성/아내를 가정에서 분리시킨다 P160

 

 

'방글라데시의 펀딩 구조는 서로 얽힌 의존적인 사람들의 집단으로 이루워진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각각이 자신의 위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 하게 된다. 가장 높은 단계에는 원조자나 그라민 유누스 교수와 BRAC의 파즐 마베드 같은 사람과 연이 닿는 선택된 소수가 있다. 위계적이고 서로 다 알고 지내는 방글라데시의 사회구조에서 두 집단 연구자들 간의 관계는 후원-수혜 관계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의존성이 NGO 기득권층에 대한 주요 비판을 막아준다'P292

 

 

내가 가장 주목하는 점은 이 책의 저자 라미아 카림이다. 라미아 카림은 방글라데시 출신이지만 현재 오리건 대학의 인류학 박사이며 조교수로 활동 중인데 자신의 나라에서 자행되는 억압과 착취를 외면하지 않고 직접 인터뷰하며 그들의 실상을 깊이 들여다보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라미아 카림 역시 여성이었기에 방글라데시 내에서는 남성들에게 억압과 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었고 위험한 고비들도 넘겼음에도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책의 서문에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한걸로보아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어렵고 힘들었음을 짐작 할 수 있어 그녀의 용기가 정말 멋지게 다가왔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님의 저서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시작했을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취약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활동가에 관한 한 권의 책을 읽고나서부터는 여성들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었고, 또 자신의 아내를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있다. 그러니 어떤 사회적 변화는 큰 혁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책 한 권에서 밀알처럼 시작된 생각이 널리 퍼지고 퍼져 하나의 혁명으로 자리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무하마드 유누스가 받은 노벨평화상 이면에는 이런 착취와 억압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시시때때로 온갖 모욕적인 일과 폭력에 노출되어 짓밟히고 공격 당하고 있는 이 현실에 눈을 뜬 지식인들이 많이 생겨나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그들의 착취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길 바래본다. 

 

페이지 221의 표는 222페이지 아래에서 일곱번째 줄 위로 들어가야 맞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1-13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권추심이 악날하죠.인격파괴..다 자본주의적 일탈들....유독 자본주의에 가장 나쁜 사례가 대한민국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요즘..산으로 가고 싶 ㄷㄷㄷ

해피북 2016-01-13 19: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산으로 가시면 아니되어요 ㅋㅋ유레카님의 멋진 사진과 글을 계속 볼 수 있게 해주세용 네에? ㅎ 갑자기 `남쪽으로 튀어`가 생각나네요 ㅎ

살리미 2016-01-13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라민 은행의 이면에 대한 기사를 읽었었는데 이 책이 그걸 알려주고 있군요.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늘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야겠어요. 그게 시민감시단이 할 일이죠.
저자 라미아 카림처럼 그 사회의 지식인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명을 갖고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게 배운 사람들의 의무겠죠.
그런데 요즘의 과열된 공부경쟁을 뚫고서 세상에 나온 지식인들에게 과연 그걸 기대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입니다.

해피북 2016-01-13 19:30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댓글에서 유홍준 교수님이 오버랩 되었어요 ㅎ `지식인들의 역할이자 사명`이라던ㅎ 그런데 요즘은 지식을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거 같아요. 윤리적인 의식도 사라져만 가고 말이죠ㅜㅜ

2016-01-13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새동구 2016-01-13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겉만 봐서 알 수 없군요. 분별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6-01-13 20:28   좋아요 0 | URL
일치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되셨다니 무척 기뻐요 ㅎ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2016-01-13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1-15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것도 속상한데 여자란 이유로 이중의 고통속에 있는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이 너무 안타깝네요.
서로를 감시하게 하다니요, 이런 경우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을텐데...

해피북님 덕분에 책에 대해 좋은 소개를 받았네요.

해피북 2016-01-16 18:55   좋아요 0 | URL
남성중심사회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악용해서 착취와 폭력을 휘두르는게 정말 밉더라구요. 2016년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슬펐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