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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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을 즐겁게 해주던 '삼시세끼 어촌편'이 종영을 했다. 차줌마 신드롬을 일으키며 뭇 여성들의 호감을 듬뿍 받은 차승헌씨가 프로그램 에서 소개한 음식의 종류만도  83가지에 달한다고 했다. 함께 했던 멤버들에게 그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음식이 무엇인지를 묻는 인터뷰에서 유해진씨는 '콩자반'을 손호준씨는 '제육볶음'을 꼽았다. 이유를 묻자 유해진씨는 '사전 인터뷰에서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자 추억의 반찬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걸 기억해준 차승헌씨가 너무 고마웠다는 이야기와, 손호준씨 역시 자신이 돼지 고기를 너무 먹고 싶어했는데 직접 사가지고 와서 해준 고마움'이라 표현했다. 그러고 보면 음식은 맛도 참 중요하지만 상대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책도 음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혜의 보물 창고 이자 인생의 깊은 통찰력과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것이 책이라지만, 작가의 진실한 마음이 내 마음과 맞닿을때 주책 맞은 두근거림과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게되고 몇 번씩 손때 묻혀가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야말로 인생의 길목에서 나와 함께 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동안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으며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책이 몇 권있지만 그녀에 대해 진솔하게 느낄수 있고,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라고 말하고 싶다.

 

 

서점에서 근무하는 32살 쓰치다는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직원. 어릴적 자신이 좋아했던 책을 찾는 손님에겐 자신의 추억담을 들려줄 만큼 자상하고 성실한 사람이자 일상의 낯설지 않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동안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 거기다가 특별한 정답도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늘상 그녀의 이야기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 때문에 찾아 읽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책'이라는 주제가 어울어져 더 큰 끌림을 느꼈던거 같다.

 

 

쓰치다가 근무하는 서점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연을 갖은 책들이 소개가 되었는데 죽은 손녀가 좋아했던 만화책, 자취 생활하는 아들에게 선물할 요리책, 도서 테마전에서 소개되는 책, 죽음을 앞둔 큰아버지의 책과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와 어릴적 좋아했던 책을 신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 마스다 미리가 좋아하는 책들을 살펴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루시 몽고메리의 『빨간머리 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구로 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코야마 추야의 『우주 형제』등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었고 책의 뒷페이지엔 '쓰치다의 책장'이란 글을 실어 소개된 책 목록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인상적이다.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꼽은 『먼 북소리』는 읽은적이 있는데, 여행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 좀 단조롭게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지루해 덮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을 읽고 여행을 계획하고 실제 다녀온 손미나씨는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라는 글귀에 이끌려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거기다 마스다 미리는 따분한 시간 속에서 읽고 싶은 책으로 꼽고 있어서 좀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나는 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지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바로 이런게 책을 읽는 재미이자, 다양한 책을 만나 읽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엔 더욱 재밌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서점이라는 배경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까메오. 바로 저자인 마스다 미리가 깜짝 등장하는 모습에 유쾌하게 웃어볼 수 있었는데 왜 영화에서는 까메오로 등장하는 감독들을 봤지만 만화에선 처음인지라 마치 내가 직접 그녀를 만난듯 설레이던 순간이였다.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하면 무미건조한 느낌때문에 항상 서점에서 책을 보고 만지고 구입하는걸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만화 작가로써의 인생에 관한 짤막한 소감과 직접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가 담겨있어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하루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보지 말고 ' 한번도 실패한 적 없는 내일을 위한' 도전과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보자고 빨간머리앤의 대사로 격려를 해주는 그녀의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다. 그동안 읽었던 그녀의 책중에서 가장  진솔하게 그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책과 삶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어릴적 책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 없어서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꼭 책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던 나의 생각을 다짐으로 바꿔준 책이라서 한동안은 내 곁에 꼭 두고 자주 들춰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더불어 내일의 나도
핸디터미널로 삐익~하고 찍으면 여전히 같은 순위일까.
인간의 순위를 알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나는 어느 부근일까.
그리고 나는 그 기계로 타인의 순위를 알아보고 싶은걸까 p9

애인과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간다고 해도
어차피 인생의 추억을 만들기 중 하나겠지.

고급 레스토랑이 특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되는 사람도 있다. 뭘까. 이거리는 p15

이렇게 나의 하루가 끝나간다.
언젠가는 끝날 나의 인생은
지나가는 수 많은 하루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p161

인생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인간은 책 따위는 안 읽지 않을까
아무것도 찾을 필요가 없다
알 필요가 없다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언제까지든 하지 않아도 되는것과 비슷하다.

내가 나의 집으로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은
하루 밤을 자고 다시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p164

문득 인생의 의미는 뭘까. 하는 질문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하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어떤 인생으로 완성해 갈 것인지
무슨일이 있을때 마다, 오히려 인생 쪽에서
`어떻게 할꺼야?`하고 내게 묻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 물음에 또박 또박 대답하다 보면 나의 인생이 된다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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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5-03-22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더라구요. 마스다미리 까메오 출연두요!^^

해피북 2015-03-22 23:36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ㅋ 저두 이 책이 너우 좋더라구요 ^~^

비로그인 2015-03-2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시세끼 어촌편을 저도 재미있게 봤는데
음식과 책을 비교하신 곳에서 공감이 가네요.

저도 마스다미리 책을 몇 권 있었는데, 이 책에서 마스다미리가 까메오로 나왔군요.
ㅋㅋ
책에서도 까메오가 등장..재미있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