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라는대단한 국가 사기 때문에 화가 난다. 우리가 간직해온 가치들이 뜯겨나갔다. 우리나라에 대한 모욕이었다. 끔찍한 - P208

농간에 의해 우리의 자기 확신이 오만함으로, 관용이 우월 의식으로, 권력이 천박함으로, 자연스러운 불안이 전면적인 두려움으로 뒤바뀌었다. 다들 화가 난다고 말한다. 다들 발끈하고 나선다.
정말이다. 사람들은 정말 화를 내고 있다. 이 사람도 화를 낸다. 그리고 나는 두려움이 무언지 안다. 지난해 나는셀 수도 없이 많은 새벽 네 시를 만났다. 새벽 네 시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시간이다.  - P209

셰익스피어는 잠을 가리켜 "상처받은마음에 바르는 약"이라고 했다. "인생의 향연 중 최고의자양분"이라고. 그리고 죽음은 궁극적인 항복이자 영원한안식, 꿈 없는 잠, 화해, 너그러운 소멸, 무엇이든 다 놓아주는 것. 어떠한 인생이었든지, 결국은 이 마지막 축복이도래한다.

잠.잠. 돈과 같이 극히 모자라야 생각하게 되는 것. 그때부터는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한다. 부족해질수록 더 많이 생각한다. 세상을 보는 프리즘이 되고, 그와 무관한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 P225

인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거야? 세상에 고통이 너무 많다. 내 고통은 거대한 태피스트리 속 작은 바늘땀 하나 정도다. 수많은 사람이 나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무너졌다고 느끼는데도 우리 안에서 자꾸만 일어나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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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꿈꾸기와 같다. 불과 2년 전쯤 깨달은 사실이다. 글쓰기는 자각몽이다. 의식에 한 발을 담근 무의식이 꿈의 자의성을 딱 적당한 만큼만 활용한다. 글쓰기가무의식에 의존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내가 볼 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글쓰기가 곧 무의식이며, 그것이 의존하는 것이 의식의 영역이다.
- P178

글쓰기가 내 삶을 구원했다. 지난해에 글쓰기는 잠자기 다음으로 최고의 일이었다. 가끔은 자는 것보다 좋았다. 글을 쓸 때 나는 제정신이며 신경이 안정된다. 나는제정신, 제정신이다. 행복해진다.  - P180

그리고 우리는 우리 마음이만들어낸 것들의 노예가 된다. 마음은 감옥이다. 글을 쓸때는 소음이 정제되고 변환되며, 자아가 탈출구를 발견한다. 그게 사랑이 아닌가 싶다. 자아가 자아로부터 탈출하는 것.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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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쁨과 슬픔을 위해 창조되었고
우리가 이것을 올바로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안전하게 세상을 살아나간다.
기쁨과 슬픔은 섬세하게 짜여있는
신성한 영혼의 옷과 같다.
모든 고통과 갈망 속에
기쁨이 비단처럼 누벼져 있다.
- P22

봄에게
To Spring

아침의 맑은 창문들을 통해 내려다보는
이슬 젖은 머리칼의 오 봄이여.
너의 천사 눈을 돌려 우리 서쪽 섬을 보아다오
벅찬 합창으로 다가오는 너를 환호하나니, 오 봄이여!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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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 논픽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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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띈 책. 까만 표지와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와 제목을 보고 오, 이건 나를 위한 책이다, 싶어 얼른 구매한 책이다. 로마 제국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고문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다 간 철학자의 시간에 대한 통찰 이야기다. 그가 2000년 전에 쓴 이 글을 몽테뉴, 데카르트, 셰익스피어까지 읽고 또 읽었다 하니 기대감도 컸다. 총 5부로 구성된 본문 내용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에 관한 것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면서 명심해야 할 태도와 처세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문장은 시간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많이 낭비할 뿐이다.”(p17)

 



삶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짧게 만들 뿐이라는 말이다.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 검색기를 돌리다 보면 딴 길로 새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유튜브가 딸려오고 잠깐 본다는 게 연거푸 보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다반사다. 스마트폰 하나에 온 세상이 연결되어 있으니 주의하고 결심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너무나 공감했던 문장이었다. 게다가 이런 말까지 했다.

 



‘곳간의 곡식이 줄면 우리는 즉시 알아차린다. 금고의 돈이 새어나가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시간은 매일 새어나가는데, 아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p19)

 



내 얘긴가 싶어 웃음이 났다. 주식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건 너무 아픈데 함부로 흘려보낸 시간은 왜 아프지 않은 걸까. 한 번 흘러간 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말이다. 정신을 번쩍 깨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또 ‘살아온 것과 시간을 보낸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고 했다. 30년 동안 처리만 하면서 보낸 사람과 30년 동안 매일 자기 것을 살았던 사람은 훗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이 문장 늘 깊이 새겨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교묘한 도둑이 있다.

그는 당신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신의 지갑을 노리지 않는다. 그가 훔치는 것은 더 귀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당신이 그 도둑을 매일 환영한다는 것이다.’

“그 도둑의 이름은 내일이다.”(p45)

 



‘내일’이 도둑이라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오히려 우리는 내일을 언젠가 맞이할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나. 오늘보다 더 내일이 나을 거라는 희망. 하지만 내일을 희망으로 여기면서도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자꾸만 미룬다. 아이러니다. 내일이 희망이라면 오늘 하루하루를 더 충실하게 보내놓고 내일의 행운을 기다려야 할 텐데. 생각 따로 행동 따로다. 생각해보면 그 내일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않을 텐데. 정말 교묘한 도둑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진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오직 현재, 오늘뿐이다.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에 관한 지혜도 좋았다. “자기 시대만 살지 않는 것.”(p57) 이미 눈치챘겠지만, 독서에 대한 통찰이다. 소크라테스와 논쟁할 수 있고 카르네아데스와 함께 의심할 수 있고 에피쿠로스와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위대한 사상가들은 아무도 바쁘다고 거절하지 않을 것이고 가장 너그러운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밤이고 낮이고 아무 때나 우리가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위대한 사상가들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의 시간과 그들의 시간까지 더해 길게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를 멈춰라, 옆을 보지 마라.

당신의 불행은 가난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옆을 보는 습관이 만든 것이다.’(p180)

 



옆을 보지 마라. 이토록 간결하고도 정확한 지적이라니.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걸까. 세네카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고 비교하는 것 때문이라고 했다. 부자라고 해서 다 행복하기만 하지 않다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물론 부자인 것이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스스로 이룬 작은 성공도 귀한 것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자기 안에서 평정을 찾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태도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만 시작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만이, 시작한 사람이다.”(p181)

 



이 문장을 보고 나는 큰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다. 시작하다 멈추기를 얼마나 많이 반복했던가. 공부하기, 책 읽기, 운동하기 등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에 옮기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되었고 몇 달이 지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왜 그렇게 빠른지. 건강 문제를 핑계로 느긋하게 지내다가 게으름이 일상이 되었다.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면 늘 그랬다. 결심하지만 매듭을 짓지 못한 계획은 숱하게 많다. 그리고 자책하고 후회한다.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그때 끝까지 해야 했는데. 하지만 세네카의 글에서 ‘자책의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힘을 자기를 미워하는 데 쓰지 마라’(p183)고 했다.

 



‘결심을 깬 것이 패배가 아니다.

다시 결심하지 않는 것이 패배다.’(P184)

 



그렇다. 늦게라도 다시 결심하고 시작하면 된다. 흘러간 시간은 아쉽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 다시 새로운 결심을 하고 앞만 보고 가기로 했는데 이 문장을 접하고 큰 용기를 얻었다. 지루하고 딴생각이 들 때마다 펼쳐봐야겠다.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사는 지혜를 깨우쳐 준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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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호 2026-09-1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모나리자 2026-09-1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임상호 님.^^

희선 2026-09-13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이 많이 담겼을 듯합니다 한국말 제목보다 영어가 크게 쓰여 있어서 그냥 넘어갈 것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아주 모를 말도 아니네요 시간은 늘 흘러가네요 아쉬워하면서도 그냥 흘려보낼 때가 많습니다 2026년도 많이 흘러갔어요

모나리자 님 남은 주말은 편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유모의 노래Nurse‘s Song-「순수의 노래」에 수록

아이들의 목소리가 녹색 풀밭에서 들리고
웃음소리가 언덕에서 들릴 때면,
나의 심장은 내 가슴속에서 쉬고
세상만사가 다 고요합니다. - P16

아기 기쁨이
Infant Joy"

나에게는 이름이 없어요-
겨우 이틀 전에 태어났거든요."
내가 너를 뭐라고 부르지?
"난 행복해요,
기쁨이 나의 이름이에요."
달콤한 기쁨이 너를 찾아오기를!
-「순수의 노래」에 수록 - P18

순수의 전조
Auguries of Innocence

모래 한 알에서 세상을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보려면,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담아라.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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