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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 논픽션 / 2026년 7월
평점 :
책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띈 책. 까만 표지와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와 제목을 보고 오, 이건 나를 위한 책이다, 싶어 얼른 구매한 책이다. 로마 제국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고문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다 간 철학자의 시간에 대한 통찰 이야기다. 그가 2000년 전에 쓴 이 글을 몽테뉴, 데카르트, 셰익스피어까지 읽고 또 읽었다 하니 기대감도 컸다. 총 5부로 구성된 본문 내용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에 관한 것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면서 명심해야 할 태도와 처세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문장은 시간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많이 낭비할 뿐이다.”(p17)
삶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짧게 만들 뿐이라는 말이다.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 검색기를 돌리다 보면 딴 길로 새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유튜브가 딸려오고 잠깐 본다는 게 연거푸 보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다반사다. 스마트폰 하나에 온 세상이 연결되어 있으니 주의하고 결심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너무나 공감했던 문장이었다. 게다가 이런 말까지 했다.
‘곳간의 곡식이 줄면 우리는 즉시 알아차린다. 금고의 돈이 새어나가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시간은 매일 새어나가는데, 아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p19)
내 얘긴가 싶어 웃음이 났다. 주식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건 너무 아픈데 함부로 흘려보낸 시간은 왜 아프지 않은 걸까. 한 번 흘러간 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말이다. 정신을 번쩍 깨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또 ‘살아온 것과 시간을 보낸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고 했다. 30년 동안 처리만 하면서 보낸 사람과 30년 동안 매일 자기 것을 살았던 사람은 훗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이 문장 늘 깊이 새겨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교묘한 도둑이 있다.
그는 당신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신의 지갑을 노리지 않는다. 그가 훔치는 것은 더 귀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당신이 그 도둑을 매일 환영한다는 것이다.’
“그 도둑의 이름은 내일이다.”(p45)
‘내일’이 도둑이라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오히려 우리는 내일을 언젠가 맞이할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나. 오늘보다 더 내일이 나을 거라는 희망. 하지만 내일을 희망으로 여기면서도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자꾸만 미룬다. 아이러니다. 내일이 희망이라면 오늘 하루하루를 더 충실하게 보내놓고 내일의 행운을 기다려야 할 텐데. 생각 따로 행동 따로다. 생각해보면 그 내일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않을 텐데. 정말 교묘한 도둑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진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오직 현재, 오늘뿐이다.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에 관한 지혜도 좋았다. “자기 시대만 살지 않는 것.”(p57) 이미 눈치챘겠지만, 독서에 대한 통찰이다. 소크라테스와 논쟁할 수 있고 카르네아데스와 함께 의심할 수 있고 에피쿠로스와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위대한 사상가들은 아무도 바쁘다고 거절하지 않을 것이고 가장 너그러운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밤이고 낮이고 아무 때나 우리가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위대한 사상가들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의 시간과 그들의 시간까지 더해 길게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를 멈춰라, 옆을 보지 마라.
당신의 불행은 가난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옆을 보는 습관이 만든 것이다.’(p180)
옆을 보지 마라. 이토록 간결하고도 정확한 지적이라니.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걸까. 세네카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고 비교하는 것 때문이라고 했다. 부자라고 해서 다 행복하기만 하지 않다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물론 부자인 것이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스스로 이룬 작은 성공도 귀한 것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자기 안에서 평정을 찾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태도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만 시작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만이, 시작한 사람이다.”(p181)
이 문장을 보고 나는 큰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다. 시작하다 멈추기를 얼마나 많이 반복했던가. 공부하기, 책 읽기, 운동하기 등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에 옮기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되었고 몇 달이 지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왜 그렇게 빠른지. 건강 문제를 핑계로 느긋하게 지내다가 게으름이 일상이 되었다.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면 늘 그랬다. 결심하지만 매듭을 짓지 못한 계획은 숱하게 많다. 그리고 자책하고 후회한다.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그때 끝까지 해야 했는데. 하지만 세네카의 글에서 ‘자책의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힘을 자기를 미워하는 데 쓰지 마라’(p183)고 했다.
‘결심을 깬 것이 패배가 아니다.
다시 결심하지 않는 것이 패배다.’(P184)
그렇다. 늦게라도 다시 결심하고 시작하면 된다. 흘러간 시간은 아쉽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 다시 새로운 결심을 하고 앞만 보고 가기로 했는데 이 문장을 접하고 큰 용기를 얻었다. 지루하고 딴생각이 들 때마다 펼쳐봐야겠다.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사는 지혜를 깨우쳐 준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