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노 중심의 지배체제는 다이호(大] 율령의 반포로 정점을 찍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율령은 동아시아고대국가의 기본 법령이자 ‘국왕 중심 고대국가‘ 확립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이제야 일본 열도에나라다운 나라가 생긴 셈이다. 일본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호류지 등 찬란한 불교 문화를 꽃피운 시기도 아스카 시대다. - P29

원정의 권력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바로 이 무렵 새롭게 등장한무사단이다. ‘새롭게 등장했다니, 그렇다면 이전에는 무사가 없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고대의 전사는 대부분 징발된 농민이었다.
이들을 지휘하는 귀족들도 직업적 전사 집단이 아니었다. 헤이안 시대에 와서야 ‘싸움이 직업인 무사들이 나타났다. 당시 지방에는 새로운 토지를 개간한 장원들이 생겨났는데, 장원의 영주들이 스스로를지키기 위해 조직한 무사단이 시작이었다.  - P35

60년 가까이 지속된 남북조의 분열기를 끝낸 것은 아시카가 다카우지의 손자 요시미쓰였다. 그는 남조와 북조를 통합했을 뿐 아니라견당사 이후 수백 년간 중단되었던 중국과의 공식 무역을 재개하면서 막부의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 덕분에 무로마치 막부는 요시미쓰 - P39

대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지금도 관광객이 몰리는 교토 금각사가지어지고 전통 가면극인 노와다도가 발달한 것도 요시미쓰의 치세였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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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기행은 우리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의 청동검과 독널무덤, 쓰루하시의 백제문, 군함도의 무너져 내린 건물들에서 때로는 우정으로 때로는 증오로 이어진 일본 속 우리 역사를 느껴볼 수 있다. 이건 역사책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를 통해 우리와 일본의 과거를 알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 P7

조몬 시대, 그러니까 일본 신석기시대의 특징은 ‘엄청 빠른 토기,
너무 늦은 농경‘으로 요약할 수 있다. 놀라지 마시라. 1960년대 처음발견된 조몬 토기는 무려 ‘세계 최초의 토기‘로 인정받았단다 (2012년중국에서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1만 년 가까이지속된 조몬 시대 내내 본격적인 농경의 흔적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거 참 이상하다. ‘신석기 혁명농업 혁명‘ 아닌가? 토기 또한 농사로 생산한 곡식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이고, 맞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그런 것은 아니다. 조인들은 농사 대신 수렵과 채취로 살아갔다. - P23

하여간 그렇게 1만 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기원전 300년 무렵, 거23

짓말처럼 갑자기 농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것도 대규모 관개시설까지 갖춘 벼농사가. 뿐만 아니라 각종 청동기며 철기까지 다양한 도구들이 쏟아지듯 나타났다. 더불어 토기의 스타일도 확 바뀌었다(야요이] 시대란 새로운 토기가 처음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딴 것이다). 놀라자빠질 일이 아닐 수 없다. - P25

새로운 물건과 기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실제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다만 하늘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건너간 점이 다를 뿐. 이른바 ‘도래인‘들이 볍씨와 농사 기술, 도구들까지 싸들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도래한 것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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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잠깐 설명했듯이 이렇게 쓰면 ‘나‘와 ‘경우‘, ‘중‘
국‘과 ‘경우‘, ‘그‘와 ‘경우‘가 동격이 된다. 굳이 경우를 써야겠다면 ‘내 경우에는‘, ‘중국의 경우는‘, ‘그 경우에‘(‘그•가 지시대명사일 경우)라고 쓰면 될 일이다. 아니면 ‘나는‘, ‘중국은‘, ‘그는‘(‘그‘가 인칭 대명사일 경우)이라고 쓰든가. - P82

‘에 의한‘과‘으로 인한‘도 다양한 표현이 들어설 자리를 꿰차고 앉아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꼰대 같은 표현들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분법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채 늘 똑같은 말만 되뇌는 존재를 꼰대라고 한다면 말이다.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습관처럼 반복해서 쓰는 일은 피해야겠다. - P85

그런가 하면‘에는‘은 이 같은 격 조사에 보조사‘는을붙여 부사를 만드는 조사다. 사전에는 "앞말이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조사. 격조사 ‘에‘에 보조사 ‘는‘이 결합한 말이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예문으로 ‘사랑에는 국경도없다‘가 나와 있다.
- P88

이렇문법적으로만 보면 ‘에‘와‘에는‘은 모두 조사다. 굳이나누자면 하나는 격 조사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조사라는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문장에 쓰인 걸 보면 의미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P88

용언의 어간에 붙는 건 어미고, 체언에 붙는 건조사했다. 조사 중에서 방향이나 경로를 나타내는 조사는 문장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다 문장의 몸이랄 수 있는 체언이 어디를 향하는지 결정하는 터라 잘 가려 써야한다. - P91

여기저기 지하수로 젖어 있는 회색 암벽들
여기저기 지하수에 젖어 있는 회색 암벽들

한편 암벽은 ‘지하수에 젖는 것이지 지하수로‘ 젖는 건아니니 ‘여기저기 지하수로 젖어 있는 회색 암벽들‘이란표현은 어색하다. 여기서도 ‘지하수로‘라고 쓰려면 뭔가움직임이 따라야 한다. 가령 ‘지하수로 스며드는 오염 물질처럼.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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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말하면 ‘가장‘이라는 부사로 수식할 수 있는•대상은 하나뿐이다. 최고를 뜻하니 둘이 될 수 없는 건당•연하잖은가. 하지만 워낙 자주 쓰다 보니 ‘가장‘이 여럿을수식하는 표현이 이젠 입에도 익고 눈에도 익어 버렸다.
문제는 뒷부분이다. ‘친한 친구들 중 한 명‘이라는 표현을굳이 써야 할까? 내 친구가 정확히 몇 명이며 그들과 얼마나 친한지 알리기 위해 문장을 쓴 게 아닌 다음에야! - P76

흔히 주격 조사 하면 ‘은, 는, 이, 가‘를 꼽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가만이 주격 조사고 ‘은, 는‘은 보조사다. 사전에서는 ‘이, 가‘에 대해 ‘어떤 상태나 상황에 놓인 대상, 또는 상태나 상황을 겪거나 일정한 동작을 하는 주체를 나타내는격 조사. 문법적으로는 앞말이 서술어와 호응하는 주어임을 나타낸다‘라고 설명했고, ‘은, 는‘은 ‘문장 속에서 어떤대상이 화제임을 나타내는 보조사‘라고 풀어 놓았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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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이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린다. ‘대해‘나 ‘대한‘은 물론 다음에 다루게 될
"들 중 하나‘, ‘들 중 한 사람‘, ‘-에 인해‘, ‘-으로 인한같은 표현들이 주로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들에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대한‘이 특히 그렇다 - P69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쓰는 대표적인 표현이 ‘들중한 사람‘ 혹은 ‘들 중 하나‘, ‘들 가운데 하나‘이다. 영어 표현에서 빌려 온 듯한데, 우리말 표현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면야 영어 아니라 외계어에서 빌려 온들 무슨상관이겠는가. 다만 어색한데도 습관처럼 쓴다면 그건 교정교열자로서 상관하지 않을 수 없다. - P75

‘들 중 한 사람‘이나 ‘들 중 하나‘를 쓰지 않으면 표현이 정확해지지 않는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문장을 쓸 때늘 지고 다니던 짐 하나를 덜 수 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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