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플러스의 시간 - 제2중년의 시대, 빛나는 인생후반전 설계도
홍기빈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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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50플러스재단에서 첫 번째 캠퍼스의 개관 특강으로 엮어졌다. 50세 이후의 삶을 제2중년이라 명명하고, 그 나름대로 반짝임을 갖고 살아가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연을 더 많은 독자와 함께 하고자 단행본으로 만든 책이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집을 ‘공유주택’이라고 하는, 아직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데 열린 소통의 장이 되는 주택의 개념으로 보여주었다.


또 보건학 박사 배정원은 남녀의 감정적인 특성의 차이를 보여주며 성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고 거침없이 들려준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28년을 준비한 취업, 20년으로 끝나는 직장생활이 지금의 현실임을 알려주며, 자신의 가치를 창출해야 살아남는다고 한다. 가치를 창출하라니... 이 말 또한 쉽지 않고 두려운 말임에 틀림없다.


임원은 사실 2년짜리 비정규직이죠. 차 딸린, 기사 딸린 비정규직이라는 표현도 있지요. 2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겁니다.(p26~27)


예전에 비해 직장생활의 근속연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으며 그에 비해 초고속 승진은 그만큼 직장의 안정이라는 면에 있어서 불안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오십도 안 되어 조직에서 밀려나는 시대이다. 그만큼 중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수명을 늘렸으며, 늘어난 수명 또한 중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다.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불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 원장인 이승욱은 ‘개저씨는 왜 혼자가 되었나?’는 주제로 이야기 한다. ‘개저씨’에 대한 단어 자체도 웃기는데, 그 체크리스트는 더욱 더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소통의 부재와 세대간 대화의 부족과, 이해가 결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최광철, 안춘희 부부의 3개월 여정으로 유럽 5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한 스토리다. 그것도 부부가 처음 가본 해외여행이라 한다. 물론 언어도 안되는 상태로.(중학교 영어실력 정도만 되었어도 수월했을 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무모한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손짓 발짓 몸의 언어로 겨우겨우 찾아가는 여정은 짧은 강연이지만 드라마틱하다. 잘못 드는 길이 있다거나 텐트를 칠 곳이 마땅치 않아 불안해하고 있을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자신들의 집을 숙소로 내주는 프랑스인 신혼부부, 캠핑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에 자신의 외딴집 조그만 정원에 텐트를 칠 자리를 내 준 독일 아주머니. 생각지 못한 이런 도움은 럭셔리한 여행이 아닌 고생스런 모험의 여행길에서 만나는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가웠을 것이다.

그들의 여행의 계기가 참 산뜻하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공무원 9급과 7급 공채를 거쳐 행정자치부 지방재정팀장, 화천군 부군수 등 원주시 부시장을 끝으로 공직생활 37년을 마감하였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가 나오니 희망이 없고 도전할 타깃이 없어졌다는 것, 이른바 목표가 희미해졌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은퇴 이후의 사회 적응 프로그램이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 뒤에 잊혀질 무렵에 번개같이 짠! 하고 멋지게 나타나야겠다고. 참으로 기발한 착상에 무릎을 치게 된다. 이미 10년 전부터 부부가 건강을 위해 자전거로 단련시키는 중이었으니 자전거여행을 결심한 동기도 되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앞으로 나아가는 행동력이 나오는 것 같다. 목표가 확고하면 준비과정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그 외에 내가 <통섭의 식탁>으로 처음 접했던 최재천 교수. 과학자이면서 국립생태원장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식을 키워내고 난 뒤의 삶을 ‘번식후기’라고 지칭한 점이 흥미롭고 생물학을 전공한 그답다. 그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후변화, 도시화, 다문화, 고령화 이렇게 4개의 키워드로 압축한다. 국가차원의 산아정책이 성공한 예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이것은 고령화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대로 손을 쓰지 않으면 OECD에서 계산하기로 35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이 없어진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할머니가 있는 집단이 없는 집단보다 자손이 번성한단다. 어차피 인간은 고령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한다. 그러니 ‘번식후기’의 삶을 잉여의 삶으로 치부하며 위축되지 말고 즐기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즐길 것인가. 평생 배움을 놓지 말라고 한다.


마지막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지금까지 1700명 이상을 인터뷰한 베테랑 인터뷰어이자 <경향신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정년퇴직기자인 유인경의 이야기로 맺는다. 일본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의 모토인 프리미엄 에이지를 들어 말한다. 이제 우리의 삶은 과거의 이력과 석사, 박사의 학벌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좋아하고 세상에 관심이 많은지’에 달려 있다고 얘기해 준다. 강연 형식이어서 더 쉽게 쏙쏙 들어와 공감하기 좋았다.


어렸을적 수수께끼 놀이가 생각난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부른 것은?’ 정답은 ‘나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먹어서 좋다. 나이는 드는 것이 무슨 벼슬도 아니고, 외모와 건강상태가 변화되는 것을 좋아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공평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숫자의 나이만 의식하여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 늦었다고 생각되더라도 자신이 해 보고 싶었던 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 중년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이미 중년인 사람 누구라도 현재의 자신의 삶을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삶에 좀 더 나은 발걸음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 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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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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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니체를 만난 것은 언제였던가. 아마도 꽤 오래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뭐라고 말을 했는지 모른다. 백과사전만큼의 두께와 어려운 내용에 압도되어 몇 페이지 읽다가 흐지부지 덮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니체를 만나서 반가웠고,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 외롭게 살았다. 30세가 넘었어도 여자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그를 의심한 코지마는 ‘수음 상습자’ 즉 동성애자로 여기기도 했단다. 그 당시에는 범죄로 취급되었다. 친구도 온전하게 사귀지 못했다.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와의 관계도 단절이 되었다. 상대를 독점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친구의 아내와 공유하게 되는 것조차도 용인이 안 되었던 것이다.


원래 나의 상상속의 니체는 지적이며 다소 샤프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 성격적으로 완벽한,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당연히 당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홀로 남아 한탄하며 분노에 떨고, 외로움에 울부짖는, 그럼으로써 정신까지 갉아먹힌 나약한 소유자였다. 오히려 사후에 더욱 인정을 받고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까칠하고 전투력 1위로 소문난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원래 칸트 전문가이며,니체를 혐오했다고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사십 년 동안 니체를 계속 읽고 그의 모든 책을 독파했다고. 그런 그가 현대 일본사회를 비판하면서 니체의 도덕적 비판을 무기로 여과 없이 흔들어댄다. 착한 사람은 곧 약자다.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고.기존에 알고 있던 착한 사람의 기준에 맞추면 혼란이 있다. 나카지마는 세 가지 약자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사회에서 배려의 대상인 ‘공인된 약자’다. 두 번째는 나카지마가 증오하는 ‘반동적 약자’로,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약함을 착함으로 정당화하는 자다. 세 번째는 현재 일본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히키코모리 및 사토리세대와 같은 ‘신형 약자’이다. 사실 이것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고 은둔생활을 하며, 돈과 출세 같은 것에 관심도 없이 욕망을 억제하며 현실에 만족한다.


여기서 말하는 착한 사람이란 시스템에 편승하려는 사람, 강자에게 넙죽 엎드리는 사람, 자신의 안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손가락을 까딱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신체 보전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역자는 부연설명을 해 주고 있다.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니체는 ‘위험하게 살라’고 하고 나카지마는 ‘착하게 살지 마라’고 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에 비하면 사회의 최소 구성원인 개인은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알지만, 옳은 것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니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여성을 혐오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여자로부터 사랑받지도 못했고, 여자가 자신의 친구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또한 광기에 빠진 후부터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은 여동생 엘리자베트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더니, 천하의 니체도 모든 행복을 고르게 가지지는 못했다.


까칠한 독설로 유명한 니체에게도 ‘다정함’을 보여주는 면모도 있다.

내가 동정해야 할 경우에도 나는 동정심 깊은 자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동정해야 할 때는 멀리 떨어져서 동정하고 싶다. 사실 나는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얼굴을 가리고 도망가고 싶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 동정하는 자들에 대하여(p217)


'온화하고 행실이 바르며 겁 많고 약하고 선량하고 비열하며 순진'한 사람이었다는 니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가 중 가장 모순적이면서 혼동의 철학자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니체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저명한 철학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니체가 겉으로는 독설을 퍼부으며 까칠한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나약하고 자신의 나약함 그 자체를 극도로 싫어했다는 점. 완벽해 보였던 그도 약한 구석이 있다는 면을 공감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니체는 타인을 향해 강해야 한다고 그렇게 부르짖었을 것이다. '남에게 달라붙지 말고 자신의 발로 단단히 서기를' 바랐을 것이다. 우리는 밖을 향해서는 한없이 강한 척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내면까지 철저하게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의 생(生)에 감동을 했고 살아갈 이유와 용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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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 - 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은 당신을 위한 현실 심리학
가타다 다마미 지음, 전경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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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겸 베스트셀러 작가로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 우울 무기력 등 현대인을 지배하고 있는 마음의 병을 폭넓은 시각에서 냉철하게 분석해 많은 이들이 그의 저서와 칼럼에 열광하고 있다. 저서로 <철부지 사회>, <나를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 <왜 화를 멈출 수 없을까?> 등이 있다.

 

 

항우울제 남용의 폐해

항우울제는 ‘대박상품’이었다. 제약회사는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에 뛰어들어 1960년대 중반에는 약 10여 가지의 항우울제가 시장에 출시되었다. 정신약리학에 관한 국제회의나 국제학회도 꾸준히 늘었다. 그 결과, 모든 게 ‘우울증’이 되었다. 단순히 항우울제에 반응한다는 이유로 모든 병을 우울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해야 할까.(p92/93)

 

 

 

 

 

세계적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이는 약물 남용의 결과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로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항우울제 남용의 원인

아주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항우울제를 처방하지 않아도(환자의) 호소에 차분히 귀를 기울이고 고뇌에 공감하며 이해하는 것만으로 환자가 잠깐의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p107)

‘마음의 감기’라는 타이틀로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많이 알려지고 쉽게 처방받을 수 있게 된 점, 환자들도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빨리’ 모면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상황이 항우울제, 특히 SSRI의 ‘남용’과 그와 관련된 ‘우울증’의 증가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우울증을 조장하는 사회적 요인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논란’도 신형우울증의 대표적 예라고 한다. ‘너 때문이다. 책임져라’고 질타하는 태도 말이다. 그런 경우가 지금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타책 경향이 짙어진 시기는 1945년 이후이며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개인이 자유로운 민주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집단의 목적에 희생된 개인은 규범으로부터 해방을 꿈꾸게 된다. 그렇게 ‘자아실현’, ‘자기다움’을 추구하려고 부단히 힘썼지만, 종국엔 어떤 결과에 못 미치게 되자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을 향해 질책이 시작되는 것이다.

 

 

개인의 책임이 무거워진 사회

지금은 옛날보다 가족, 친지 등 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우와 비슷하게 고령화 사회도 매우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는 사회,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사회이다. 타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해결해야 하고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취직, 결혼, 건강관리 등 모두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하는 책임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혼자여서 느끼는 외로움도 무시할 수 없다. 거기서 느끼는 강박관념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헬리콥터 맘, 인공위성 맘

 

아이들도 예전에는 대가족 속에서 자랐고, 친척, 이웃 등 주변 사람들 모두가 훈육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자녀의 수도 적고, 그에 따라 부모의 관심과 기대치도 무조건적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헬리콥터 맘은 자녀의 학창시절은 물론, 입사, 결혼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신경을 쓰며 간섭을 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아이가 혼자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인공위성 맘’이 있다.(p197)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 경우, 아이를 통해서 이루려고 한다. 이는 부모 자신의 ‘자기애’가 되살아 난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애’가 없어서는 안 되며 적당히 있는 것이 ‘자존심’의 원천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녀는 결코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젊은이로 성장시켜 이 사회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해피 드러그’ 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난 우울증 치료제는 많은 우울증 환자를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을 안고 있고 테러 등 위험요소도 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이제는 더 이상 성장의 시대도 아니라고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왔어도 사회조직과 내가 잘 맞지 않으면 유용한 인재로 쓰임을 받지 못한다. 거기서 얻게 되는 것은 우울감,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사회는 우리가 원하지 않음에도 누구나 우울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고 한다. 그러니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남의 탓만 해서는 해결되는 일이 없다고. ‘다들 조금씩은 병을 앓고 있다’ 면서 괜찮다고 다독여 준다. 우리도 주변에 마음이 힘 든 사람이 있다면 따뜻하게 한 발 다가가 조그만 관심을 가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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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1
왕위베이 지음, 웨이얼차오 그림, 정세경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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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다 43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웨이얼차오의 만년필 그림과 서양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 대학 학보사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돌연 산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고 있는 왕위베이의 글이 만나 책으로 엮어진 것이다.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고 뭔가 권위적인 것이 들어있어서,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어떤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철학이라는 개념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서 이제는 꽤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플라톤부터 키케로까지 14명의 철학자의 고귀한 말씀이 담겨져 있다. 기원전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살았음에 참으로 놀라웠다. 시대는 흘러가고 사람은 새로운 사람이건만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니.


자, 그렇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 철학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자.

  

아테네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왕에게 디오게네스가 앞으로는 무엇을 할 작정이냐고 물었다. “전 세계를 정복할 거네.” 이에 디오게네스가 되물었다. “전 세계를 정복한 뒤에는 뭘 하실 겁니까?” 알렉산드로스 왕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혼자 기뻐할 테지.” 라고 답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기뻐하실 순 없습니까?”(p55)


지금이다. 그렇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지금이다. 지금 기뻐하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 흘러간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내일로 미루기에는 너무 늦다. 무언가를 성취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간인 것이다.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모든 선악과 길흉은 감각으로 존재할 뿐이며 죽음은 단지 감각의 상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p94)



에피쿠로스의 죽음에 관한 이렇게 간결하고 편안하게 정의한 문장을 본 적이 없다. 매일매일 숨 쉬고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울고 웃으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감각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막연히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걱정하는 시간에 그 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까에 마음을 쓸 일이다.


선생은 바다에서 여러 해를 보내셨는데 거기서 어떤 기적을 보셨습니까?

아무 일 없이 평안히 뭍에 오른 게 기적이 아닌가.(p125)


자고 눈 뜨고 일어나면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로 얼룩진 세상이다. 아무런 일 없는 일상, 어제와 같은 오늘,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일이다. 살아있음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던가.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고.


모든 두뇌노동 가운데 독서만큼 큰 깨우침을 주는 것이 없다. 젊은이에게는 열정을, 노인에게는 즐거움을 주며, 성공에는 빛을 더해주고, 실패에는 위로를 더해준다. 또한 독서는 밤을 새거나 여행을 갈 때, 한가하게 집에 머물 때 등 언제든 우리의 충실한 반려자가 돼준다.(p210)


이러한 키케로의 독서예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독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훌륭한 스승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잘못한 일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가 있다. 그리하여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 준다.


인생만큼 어려운 예술은 없다. 다른 예술이나 학문은 곳곳에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p26)


인생은 연습이 없는 실전이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정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고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한 일인가. 이렇게 먼저 살다간 선인들의 고귀한 말씀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뜬 마음과 게을러진 일상에 대해 조금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욕심과 이기심이 고개를 들이밀 때 아무 쪽이나 펼쳐 보며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너무나 진지하게 철학적인 것에 몰두하다 보면 삶이 좀 건조해질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된 것 같은 자부심은 들지 않을까.


한 의사의 고뇌가 깃든 그림, 글은 짧지만 마음에 울리는 여운은 잔잔하고 길게 남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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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진다 - 전후 70년, 현대 일본을 말하다
우치다 타츠루.시라이 사토시 지음, 정선태 옮김 / 우주소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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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일본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가졌던 적이 없어서 알아두는 것도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일본의 지성이라는 시라이 사토시와 우치다 다쓰루의 대담집이다. 주로 현대 일본의 국가 문제를 이야기하며 애국또는 우국의 심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대화 내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무겁고 부끄러운 주제의 이야기도 돌려 말하지 않고 과감하고 시원스럽게 꼬집는 화법이 위트와 함께 몰입하게 하는 힘인 것 같다.


 시라이 사토시는 이전에는 레닌을 연구했는데 20113월 동일본 대지진과 그 후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애국이나 우국을 말하는 내셔널리스틱한 상황을 직시하기로 한다. 우치다 다쓰루는 원래 프랑스 문학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사상보다는 문체의 리듬이나 신선한 수사에 마음을 끌리는 편인데 시라이 사토시의 화제의 책 영속패전론을 접했던 감동과 놀라움의 예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쩌면 서로 성향이 다르고 거의 한 세대 정도의 연배 차이가 있음에도 서로 잘 통하는 조화로운 대담이 놀라웠다.


 1장은 왜 지금 전후사를 다시 보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시라이 사토시가 영속패전론를 쓰게 된 계기는 동일본 대지진, 특히 원전 사고였다고 한다. 전부터 자국에 대해 대단히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빈틈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던 만큼 충격을 넘어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외교 전문가도 아니고 일본 전후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망설였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결심으로 밀어붙인 이야기다.


 이 대담 내용의 이해를 위해서는 정치철학의 세계에서 말하는 애국주의애국심으로 번역되는 말, 즉 패트리어티즘(patriotism)과 내셔널리즘(nationalism)을 정의를 확실히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전자는 자연적인 것’, 후자는 조작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간단히 말하면 패트리어티즘은 선하고, 내셔널리즘은 악하다는 것이다. ‘애국심은 불량배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유명한 경구처럼 두 번째 의미의 애국에 해당한다. 아베 총리부터 혐오 발언을 일삼는 극우 성향의 시민 활동가, 향토에는 조금도 애착이 없으면서 유치한 전쟁을 취미로 타 국민을 향한 공격성만을 드러내는 악성 내셔널리스트들이 판을 치는, 이른 바 불량배들의 애국주의가 끝을 모르고 창궐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화에서는 애국주의를 분명하게 내세우기로 했단다.


우치다: 뒤틀렸지요. 어디에서나 패전국의 내셔널리즘은 뒤틀리게 마련입니다. 원리적으로 깔끔한 내셔널리즘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패전국 국민은 좀처럼 나라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을 시작했고, 온갖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끝내 패한 나라의 모습을 긍정하는 데에 심리적 저항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셔널리즘이 성립하려면 자국이 벌인 부끄러워해야 할 범죄든 인류사에 자랑할 만한 공헌이든 똑같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가 한 모든 일을 내 일처럼받아들이는 국민만이 깔끔한 내셔널리즘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은 것만을 받아들이고 변변찮은 일에 관해서는 모른다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제대로 된 내셔널리즘이 성립하지 않습니다.(P33)

 

시라이: 그런데 아베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올림픽을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중국, 한국,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영토 문제를 몰아붙일 정치적 선택지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웃 나라가 보이콧하면 그것만으로도 모스크바올림픽의 재판(再版)이 되는 셈이니까요. 아베 정권은 영토 분쟁의 긴장을 고조시켜 지지율을 높여온 측면이 있는데, 계속 긴장감을 높이려고 시도했다가는 더 이상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지난번 아베 총리는 미국 네오콘 계열 싱크탱크로부터 허먼 칸 상을 받고 크게 기뻐했지만, 정작 유엔 총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이쯤 되면 보수 미디어는 노발대발하며 예의 미일동맹의 위기를 외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영속패전 체제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눈에 막이 씌었는지 현실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P86~87)


 현실을 꿰뚫고 바라보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읽으면서 웃기기도 하고 속이 후련해진다. 또한 뭐든지 세계 제일의 기록을 지향하는 일본인의 알 수 없었던 면이 보여서 흥미로웠다. 패전 후 대미 종속 체제 속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아시아를 향해서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이것을 시라이 사토시는 메이지 이래 제국주의 정책이 성공하고 1945년 전쟁에서 패배했음에도 살아남았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전중 세대였던 우치다의 아버지는 중국에서 오래 머물렀지만 무엇을 경험했는지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조차 너희들은 민주주의의 자식이다. 모든 전쟁 책임으로부터 결백한 너희들이 일본의 미래다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들어왔기에 훗날 전쟁 책임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깜짝 놀라곤 했다는 기억을 말한다. 가해 경험을 말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억압된 기억은 반드시 증상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전후 70년이 지나서야 절절하게 느꼈다고 한다.


 무라카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아버지의 중국 경험은 듣지 못한 채 침묵을 유언처럼 물려받았다. 중국과 관련한 껄끄러운 문제를 다루었다는 중국행 슬로보트를 언급했는데 난 처음 알았다. 아버지 세대의 침묵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문학적 주제로 잡고 왜곡되고 은폐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이러한 노력들이 있어 다행한 일이다.


 그렇다면 영속패전이란 어떤 개념일까.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패배 형태로 전쟁이 마무리 되었지만 전후 일본은 그 패배를 속인다. 이것을 시라이 사토시는 패배의 부인으로 부르는데, 왜 패전을 부인해야만 했을까. 전쟁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전후에 다시 지배적 지위에 계속 머물렀던 점을 꼽는다. 비슷한 상황이 떠오른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파들이 후에도 높은 관직을 차지하고 있었던 우리의 경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패전 사실을 가능한 한 애매모호하게 처리해야 했는데 미국이 원했기 때문이고 이것은 대미 종속 구조를 형성한 근본 원인이 된다. 전후 일본이 지켜온 국가 전략의 기본이 대미 종속을 통한 대미 자립이었지만 냉전 구조가 무너졌음에도 자립은커녕 자민당은 미국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영속패전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해석개헌으로 야욕을 드러내는 아베 정권과 그 추종자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기시 노부스케, 사토 에이사쿠, 아베 신조로 이어지는 매우 건전하지 못한 동일혈족의 권력 집중이다. 저자는 그보다는 그 혈족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언급한다. 근대 일본의 트라우마는 메이지유신으로부터 15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주제로 떠오르지도 못했고 언어로 표현되지 못했음을 언급한다. 그런 정신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현대 일본의 정치인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신랄한 지적이다.


 패전을 부인은 많은 것을 야기했다. 헌법을 소중히 여기자는 내용으로 강연을 했지만 주최 측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후원을 거부당한 사례를 들어가며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무사안일주의를 지적한다.


‘(중략) ‘윗사람의 마음을 제멋대로 헤아리는 잔챙이들이 지금 일본의 정치 기구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하급 관료들이 멋대로 이렇게 해야 위에서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죠. 자신의 생각이 아니니까 책임질 생각도 아예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윗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라는 추측에 기초한 판단이기 때문에 책임은 모조리 윗사람에게 돌립니다. 그러나 위사람은 그런 지시를 내릴 생각이 없었을 터라 당연히 책임 따위는 지지 않습니다. (중략) 오늘날 일본은 견습생 사환이 주인님의 의향을 헤아리고 그것만으로 시스템이 움직이는 구조입니다.’(P126~127)


 어느 나라든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싶다. 윗선에 잘 보이려고 미리 좋아할 만한 것을 연구하고 밀어붙이고 결국 문제가 터지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바쁘다.


우치다: (중략) 오키나와 반환 이우 43년 동안 멍하니 손가락을 입에 물고 미국에서 토끼를 풀어주기를 기다리는 일본은 한비자수주대토(守株待兎)’ 일화에 등장하는 농부와 영락없이 닮았습니다. 확실히 일본은 대미 종속의 보상으로 두 번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랬었다고 영원토록 대미 종속의 길을 걸으면 좋은 일이 계속 있으리라고 추론하는 행위는 논리적으로 오류입니다. (중략) 일본은 어느새 대미 종속 전략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고, 대미 종속이 미국으로부터 일본의 국익에 필요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술적 우회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P205~207)


 위에서 두 번의 좋은 일이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주권을 회복한 것과 1972년 오키나와 시정권(施政權)을 돌려받은 것이다. 정치가 돌아가는 현실을 꿰뚫고 있는 지성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바라본다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겠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나온 2000년 무렵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80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의 흐름은 태평양전쟁 때와 같다고 말했단다.목적도 모른 채 전쟁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이겼다며 기뻐한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전황이 나빠져 큰 어려움에 처하고 만다. 지금(2000년 무렵)이 전시 중이라면 임팔 작전 근처의 시기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1980년대 일본은 경제 전쟁이라는 형태로 미국과 치른 전쟁을 치러왔고 그 당시 미국을 박살냈다는 이야기다.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유적 통찰도 감탄스럽다.


사과란 상대에게 이쪽의 사죄 의사가 전달될지 아닐지의 문제이지, 무슨 말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언어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실제로 미안한마음이 있으면 어떤 표현을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같은 국민인 한, 죽은 자들이 저지른 죄를 떠안을 의무가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나 자신이 죽은 자들의 핏줄로 이어졌기에 죽은 자가 저지른 죄나 짊어진 빚은 나의 채무입니다.‘(P229~230)


 잘못된 역사를 사과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다보면 그것이 사실인 양 착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억압된 침묵은 언제가 터지기 마련이고 현재는 국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젊은 층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우치다의 사과에 대한 이 견해가 귀하게 느껴진다.


 우치다가 일본인의 극단적인 성격을 논하는 부분은 섬뜩했다. 이 부분 또한 진실을 왜곡한 채 세월을 보낸 억눌림이 이런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베를 지지한다는 사람들마저도 아베가 실정을 범하여 자민당 내에서 아베 끌어내리기가 시작되고 각 파벌이 모이는 모습이 뉴스에 나오면 즐겁게 방송을 본단다. 마치 게임을 보듯이. 분열성 인격 장애가 보인다는 아베를 논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후텐마 기지를 둘러싼 문제와 관련하여 오키나와현 지사의 양보를 받아내기가 무섭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든가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내각회의에서 결정한 직후에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으로 대미 종속과 대미 자립을 번갈아 들고 나오는 기이한 행동을 언급한다. 참 코미디가 따로 없다.


 자국의 감추고 싶은 비밀을 들춰내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움 받을 용기를 무릅쓰고 당당히 주장하는 이런 지성이 있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일 것이다. 정작 정권의 관계당사자에게는 거슬리겠지만. 아무튼 의외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그런 만큼 리뷰로 멋지게 담고 싶었지만 일본의 정치나 사회의 상황을 담아내는 것은 나의 한계인 듯하다. 분명한 것은 일본의 근현대사를 이만큼이나 알게 되어 뿌듯한 마음도 있다.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친절한 그들의 겉모습만이 아닌 일본인의 다른 마음속을 엿볼 수 있게 된 것도 소득이다


 그 나라의 국민성은 그 나라의 역사적 사실과 배경 속에서 형성되어 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 정부가 앞으로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들린다. 일본의 전후 근현대사를 논하는 두 지성의 냉철한 대담을 통해서 우리의 상황과 비교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여겨진다.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겪은 동북아시아 국가에서도 많이 읽힌다니 다행이고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의견*

책의 판형이 작고 본문 내지의 두께는 좀 두꺼운 편이었다.

책이 작아서 독서대에도 잘 고정이 안 되고 들떴다.

다 읽고 나서 살펴보니 몇 군데 꿰맨 부분이 뜯어져있었다.

재미있고 유익하고 만족스럽게 읽은 대담집인데

판형이 보통 책처럼 좀 넓고 종이가 약간 얇았다면

그런 점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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