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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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니체를 만난 것은 언제였던가. 아마도 꽤 오래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뭐라고 말을 했는지 모른다. 백과사전만큼의 두께와 어려운 내용에 압도되어 몇 페이지 읽다가 흐지부지 덮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니체를 만나서 반가웠고,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 외롭게 살았다. 30세가 넘었어도 여자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그를 의심한 코지마는 ‘수음 상습자’ 즉 동성애자로 여기기도 했단다. 그 당시에는 범죄로 취급되었다. 친구도 온전하게 사귀지 못했다.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와의 관계도 단절이 되었다. 상대를 독점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친구의 아내와 공유하게 되는 것조차도 용인이 안 되었던 것이다.


원래 나의 상상속의 니체는 지적이며 다소 샤프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 성격적으로 완벽한,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당연히 당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홀로 남아 한탄하며 분노에 떨고, 외로움에 울부짖는, 그럼으로써 정신까지 갉아먹힌 나약한 소유자였다. 오히려 사후에 더욱 인정을 받고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까칠하고 전투력 1위로 소문난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원래 칸트 전문가이며,니체를 혐오했다고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사십 년 동안 니체를 계속 읽고 그의 모든 책을 독파했다고. 그런 그가 현대 일본사회를 비판하면서 니체의 도덕적 비판을 무기로 여과 없이 흔들어댄다. 착한 사람은 곧 약자다.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고.기존에 알고 있던 착한 사람의 기준에 맞추면 혼란이 있다. 나카지마는 세 가지 약자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사회에서 배려의 대상인 ‘공인된 약자’다. 두 번째는 나카지마가 증오하는 ‘반동적 약자’로,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약함을 착함으로 정당화하는 자다. 세 번째는 현재 일본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히키코모리 및 사토리세대와 같은 ‘신형 약자’이다. 사실 이것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고 은둔생활을 하며, 돈과 출세 같은 것에 관심도 없이 욕망을 억제하며 현실에 만족한다.


여기서 말하는 착한 사람이란 시스템에 편승하려는 사람, 강자에게 넙죽 엎드리는 사람, 자신의 안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손가락을 까딱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신체 보전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역자는 부연설명을 해 주고 있다.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니체는 ‘위험하게 살라’고 하고 나카지마는 ‘착하게 살지 마라’고 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에 비하면 사회의 최소 구성원인 개인은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알지만, 옳은 것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니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여성을 혐오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여자로부터 사랑받지도 못했고, 여자가 자신의 친구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또한 광기에 빠진 후부터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은 여동생 엘리자베트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더니, 천하의 니체도 모든 행복을 고르게 가지지는 못했다.


까칠한 독설로 유명한 니체에게도 ‘다정함’을 보여주는 면모도 있다.

내가 동정해야 할 경우에도 나는 동정심 깊은 자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동정해야 할 때는 멀리 떨어져서 동정하고 싶다. 사실 나는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얼굴을 가리고 도망가고 싶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 동정하는 자들에 대하여(p217)


'온화하고 행실이 바르며 겁 많고 약하고 선량하고 비열하며 순진'한 사람이었다는 니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가 중 가장 모순적이면서 혼동의 철학자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니체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저명한 철학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니체가 겉으로는 독설을 퍼부으며 까칠한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나약하고 자신의 나약함 그 자체를 극도로 싫어했다는 점. 완벽해 보였던 그도 약한 구석이 있다는 면을 공감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니체는 타인을 향해 강해야 한다고 그렇게 부르짖었을 것이다. '남에게 달라붙지 말고 자신의 발로 단단히 서기를' 바랐을 것이다. 우리는 밖을 향해서는 한없이 강한 척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내면까지 철저하게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의 생(生)에 감동을 했고 살아갈 이유와 용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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