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손에 든 책을 보고야 비로소 종일 나를 사로잡은 깊은 상실감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집을 잃어서도, 이웃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  - P142

그러다 어느 순간 지수의 눈이 차분하게 빛났다. 그간 고민해온 문제의 답을 얻은 얼굴이었다. 지수는 자신이 이 집 말고또 갈 데가 있음을 깨달았다. 거기 수호가 있다는 것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만날 방법이 있다는 데 작은 기쁨마저 일었다.  - P281

그러자 어디선가 방금 전 낙숫물에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이 집에 일부러 흘리고 간 단어마냥 툭툭. 안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지수의 두 뺨 위로 빗방울 같은 눈물이뚝뚝 흘러내렸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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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0-09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42쪽의 글을 읽으니 이런 생각이 떠오르네요. 좋은 이웃을, 좋은 친구를 찾지 말고 좋은 이웃이 되고 좋은 친구가 되어 주려고 해야 한다.

모나리자 2025-10-15 22: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먼저 다가가야 하겠지요. 좋은 친구도 이웃도요.
이 소설집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