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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문장 수업 - 좋은 문장을 만드는 핵심 코드 177
이병갑 지음 / 학민사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을 쓴 저자는 30년간 신문사에서 교열 작업에만 매달려 온 베테랑 교열 전문가다. 평소 업무 중에 발견한 비문, 악문 등을 17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번역 수업의 스터디 교재인 데다 글쓰기에 도움 될 만한 내용이 많아서 소장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어는 어미가 발달한 언어라서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국어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저자의 저서로는 『중국역사사전』, 공저서로 『올바른 기사문장론』 등 다수 있다. 아울러 이 책 내용 중 절반가량은 『올바른 기사문장론』에 실려있는 내용이고,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도록 분량을 추가하여 재구성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1. 단어, 구 절의 나열 2, 문장 성분의 호응 3. 문장의 연결 4. 조사의 특성 5. 연결어미의 쓰임 6. 수식 구조 7. 부사어의 쓰임 8. 시제, 상, 부정 표현 9. 단어, 문장 성분의 생략 10. 겹말, 중복, 군더더기 11. 의미적인 것들 12. 기타 이렇게 총 12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소제목의 내용에서는 하나의 문장을 제시하며 왜 어색한지 또는 왜 비문이 되는지 예를 들며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나아가 ‘더 알아보기’ 코너를 두어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게 하였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해 보겠다.
같은 조사끼리…
그 식당은 맛도 있고 값이 싸다.
냉장고에 사과며 배가 잔뜩 들어 있다.
1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임도 보고 뽕도 딴다’라는 관용 표현을 언급하며 설명한다. 이것을 ‘임도 보고 뽕을 딴다’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번 제시문처럼 ‘맛도 있고 값도 싸다’ 식으로 ‘…도 …도’ 형 문장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또 2번 문장도 ‘…며 …며’ 형 문장에 비해 덜 선호된다고 한다. ‘냉장고에 사과며 배며 먹을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애초에 다른 것은 없고 사과와 배만 들어 있다면 ‘며’ 대신 ‘와’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만들어 주면 된다.
->냉장고에 사과와 배가 잔뜩 들어 있다.
->냉장고에 사과, 배 등이 잔뜩 들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고작 조사 하나에 따라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알았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국어는 연결어미가 특히 발달한 언어라고 한다. 어떤 연결어미를 쓰느냐에 따라 문장의 호응을 이루기도 하고 비문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연결어미를 다루는 예시를 하나 소개해 보겠다.
앞뒤 절의 주어를 같게 하는 ‘-려다’, ‘-려고’
제시문: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사람들이 만류했다.
위의 소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연결어미 ‘-(하)려다’는 앞뒤 절의 주어가 같을 때 쓴다. ‘철수가 울려다 영희가 웃었다’라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앞뒤 절의 주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려고’도 마찬가지여서 ‘철수가 물을 먹으려고 영희가 도와주었다’ 식의 표현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
->1.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려는데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다. (주어를 달리한 경우)
->2.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주변 사람들이 만류해서 못했다. (주어를 같게 한 경우)
위 바꾼 문장을 보면 1번은 앞뒤 절의 주어가 달라도 되는 연결어미 ‘-ㄴ데’를 사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번처럼 뒤 절의 서술어가 앞 절의 주어와 호응이 되도록 고치는 것이다.
번역 수업에서는 국어 공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번역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전은 어미 사전일 정도로 중요하단다. 한국어는 연결어미가 발달한 언어라는 것을 방증해 주는 듯하다. 사실 우리는 모국어로 한국어를 말하고 글을 써왔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어떤 문장이 올바른지 어색한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체계적으로 정리된 방대한 분량의 책을 대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읽어보니 기우였다. 과연 베테랑 교열 전문가답게 다양한 제시문을 들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술술 읽힌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