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전과는 뭔가 다른 게 느껴졌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어머니인 대지, 모노라(Mon-o-lah)가 내 모카신을 통해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여기서는 볼록 튀어나오거나 밀쳐올라오고, 저기서는 기우뚱하거나 움푹 들어간 그녀의 존재가 내 몸으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혈관처럼 그녀의 몸전체에 퍼져 있는 뿌리들과, 그녀 몸 깊숙이 흐르는 수맥의 생명력들도 어찌나 친절하고부드러운지 그녀의 가슴 위에서 내 몸이 통통 뛰는 것 같았다. 모두가 할머니가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 P21
산꼭대기에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하늘위로 솟구쳤고, 얼음에 덮인 나뭇가지들은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거렸다. 아침 햇살은 물결처럼 아래로 내려가면서 밤의 그림자들을 천천히 벗겨가고 있었다. 정찰을 맡은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을 날면서 날카롭게 깍깍 세 번 울었다. 아마 우리가 여 - P22
기 있다는 걸 알리는 신호였으리라. 이제 산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천천히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품으로 토해낸 미세한 수증기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해가 나무에서 죽음의 갑옷인 얼음을 서서히 벗겨감에 따라 산 전체에서 살랑거리고 소곤거리는 소리들이 되살아났다. - P23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 P25
산사람인 할아버지에게는 일종의 천적이 있었다. 게다가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할아버지는 가난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디언이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 적들을 ‘체제‘ 라고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안관이든, 주나 연방의 밀주감독관이든, 정치가이든 가릴 것 없이, 할아버지에게 그것들은 모두 ‘법‘ 이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 ‘법‘이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잘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으면서 무조건 권력만 휘두르는 괴물을 뜻했다. - P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