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롭 그레이 지음, 장은욱 외 옮김 / 코치라운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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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되었다. ‘과학이 말하는 스포츠코칭 아이디어라는 부제가 달려있고 표지에 역동적인 운동선수들의 그림을 보면 스포츠와 관련된 내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운동에 소질도 없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처음으로 유료 서평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책 출간 후 처음 있는 일이라 신기하고 기분 좋았는데 그것도 잠시뿐 장염으로 엄청 고생하면서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책값만 날렸다!) 어쨌든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추억이라 여기고, 마무리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엔 무슨 얘길 하는 건지 겉도는 느낌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졌고 무척 흥미로웠다. 다양한 운동 종목의 연습 사례를 QR코드로 유튜브 영상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점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 롭 그레이 박사는 공원에서 어린 아이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축구장, 야구장, 테니스 코트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과연 운동기술을 배우는 최선의 방법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 책에 들어있다. 스포츠와 운동학습 분야의 최신 연구들을 소개하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기본기’, ‘좋은 폼’, ‘반복훈련을 강조하는 기존의 코칭방식에서 벗어나 연습과 운동기술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읽으면서 초등학교때 우리 학교에는 탁구부가 있었는데 탁구선수들이 팔을 흔들며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서문에서 좋은 동작과 좋은 기술의 차이점을 언급하며, 역동적인 스포츠를 지루하고 단순한 기본기의 집합으로 쪼그라뜨리고 있는 스포츠계의 현실을 지적한다. ‘올바른 동작과 반복훈련에 대한 많은 코치들이 갖고 있는 그러한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며 동시에 인간이 어떻게 운동기술을 배우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디어나 이론은 저자만의 주장은 아니며 많은 종목의 코치들에게 영감을 준 방식임을 밝히고 있다.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소한 스포츠 관련 용어도 자주 나왔지만 친절한 설명이 들어있어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다. 운동선수를 지도하는 코치나 트레이너 등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겠지만 스포츠 관람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코치나 교습기가 알려주는 단 하나의 올바른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훈련을 해야 기술이 발전한다.”(p29)

 



이 말은 골프 레슨은 물론 축구, 야구, 도예를 배울 때 마저도 우리를 지배해 온 믿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롭 그레이 박사는 하나의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부상에 노출되기 쉽다고 한다. 오히려 변동성 있는 동작을 표현함으로써 반복 없는 반복을 할 때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핵심 요점이다.

 



반복훈련에 대한 사례에서는 번스타인의 대장장이가 망치를 두드리는 실험이 인상적이었다. 니콜라이 번스타인(1896~1966)은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한 구소련의 과학자라고 한다. 실험에 의하면 베테랑 대장장이는 내려칠 때마다 같은 지점을 타격하고 있지만, 매번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지는 않았다. 이 놀라운 결과를 번스타인은 반복 없는 반복(repetition without repetition)’이라고 명명했다. 이 사례에서 반복훈련을 통해 올바른 동작을 배울 수 있다고 믿어온 코치나 선수들은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몸에 세팅된 프로그램은 반복이 아니라 변동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테니스 선수 나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의 훈련과 일화 등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워낙 많은 이론들과 과학적 연구 성과들을 다루고 있어서 일일이 열거하기엔 벅차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인 나에게도 운동선수들의 똑같은 동작을 훈련하는 모습은 각인되어 있을 정도다. 콘을 놓고 드리블 연습을 하는 모습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대체로 많은 코치들이 이렇게 동작을 쪼개서 연습시키는데 이는 고립 연습을 반복시키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은 아무런 목적도 입력되는 정보도 없으며 단지 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지나가는 동작만 있을 뿐이고 가짜 민첩성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수의 정보지각과 의사결정 과정을 없애버리고, 스포츠에 흥미를 잃고 멀어지는 결과를 만든다. 이밖에도 가상현실기술은 스포츠코칭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가상현실기술은 연습에 변동성을 더하고 선수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제공하기에 안성맞춤인 수단이라고 설파한다.

 



이상으로 대략의 내용을 소개해 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스포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날렵한 움직임이 예사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스포츠 관련 종사자 즉, 선수든 코치든 배움에 있어 탐구심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된 테마다. 스포츠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모든 교육 분야에서도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스포츠계에서는 한 개인의 상태는 반영하지 않은 채 그저 의미없는 동작만 훈련하고 있지 않은지, 또 변화보다는 기계적인 반복으로 지루함을 낳게 하지 않았는지 다양한 현장에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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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6-01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보면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과 상관없이 장기간 지속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모나리자님, 오늘부터 6월입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모나리자 2023-06-04 20:39   좋아요 2 | URL
네, 종전에 고정관념처럼 같은 동작으로 훈련하는 것보다는 변동성 있는 동작이 선수들에게 부상을 줄이는 등의 더 나은 효과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부분적인 동작을 연습하는 것보다 일련의 과정을 하나로 해서 훈련하는 것이 실전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지요.
벌써 6월의 첫 주말이 지나갔네요. 시원한 날씨였네요. 오늘.
새로운 한 주도 행복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서곡 2023-06-02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부인사 드립니다 ㅎ 이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올해 상반기도 슬슬 가고 있네요 건강 잘 챙기십시오!!

모나리자 2023-06-04 20: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곡님.^^
아직은 날씨가 그리 덥지 않은 것 같아요. 오늘도 바람 많이 부는 시원한 날씨였습니다.
6월 한달 멋진 시간 보내세요. 서곡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