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문제가 아무리 난해한 것일지라도 그 시대를 풍미하던 교회 교리의 틀을벗어나는 사람은 그가 구교도이든 신교도이든 구별 없이 굴욕, 세금,
추방, 고문, 죽음으로 처벌받아야 했던 시대였다. 하늘은 천사와 악마가 사는 곳이며 신의 손이 영롱한 행성의 천구를 돌리는 곳이었다. 모든 자연 현상의 바탕에 물리 법칙이 있다는 생각은 그 시대 과학계에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용감하고 고독한 분투 덕분에현대 과학에 혁명의 불이 일기 시작했다.
- P124

그러나 케플러의 신은 공명정대하고 정의의 구현만을 외치는 분도의 신이 아니라 코스모스를 창조한 권능의 신이었다. 소년의 호기심은두려움보다 강하여 세상의 종말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다. 감히 신의의중을 헤아려 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위험한 생각이 처음에는 흘러간 나날의 기억같이 가냘픈 것이었지만, 어느새 케플러의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어 있었다. 한 어린 신학도의 마음속에서 꿈틀대던 오만한 갈망은 장차 틀에 박힌 중세 유럽의 사상 체계를 깨뜨리는 동력이될 터였다. - P125

고대에 한창 꽃피웠던 과학 문명은 교회의 억압 아래 1,000년 동안의 깊은 침묵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중세 후기가 되자 아랍 학자들을통해 보존되었던 고대 과학의 목소리가 희미한 메아리가 되어 유럽의교과 과정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마울브론에서 신학, 그리스 어..
라틴 어, 음악, 수학을 공부하던 케플러의 귀에도 그 메아리가 들려왔다. 그는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배우면서 완전한 형상과 코스모스의 영광을 엿보았다고 생각했다. 케플러는 그때의 심경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기하학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있었다. 기하학은 신의 뜻과 함께영원히 공존한다.…… 기하학은 천지 창조의 본보기였다.………… 기하학은 신 그 자체이다."
- P126

케플러는 명석한 사고력의 소유자이자 화려한 문체의 명료한 글을쓸 줄 아는 문장가였지만 훌륭한 교사는 아니었다. 말을 입속에서 웅얼거리는 데다가 주제를 벗어나 곁길로 빠지기 일쑤였다.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영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간간이 있었다. 그라츠에서의첫해에는 그래도 대여섯 남짓한 학생들이 수강했지만 다음 해에는 수강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케플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연상과 사색이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아우성됐기 때문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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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28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희집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디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책이라서 가지고 있지만, 자주 읽지는 않아서요.
모나리자님, 이번주 날씨가 계속 춥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1-29 21:23   좋아요 1 | URL
네, 아마 집집마다 갖고 계시겠지요.ㅎ
워낙 벽돌책이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정말 날씨가 춥네요. 감기조심 하시고 따뜻한 저녁 시간 되세요. 서니데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