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이를 진정으로 관찰한다는 것이, 작가들이 응당하는 방식대로 아이를 냉철하게 관찰하는 동시에 아이를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글이막히는 상황이를테면 인식이 막히는 상황을 겪을까? - P79
심지어 내가 한 말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수업시간에학생들이 내가 지난 수업에서 했다는 어떤 말을 전해주었을 때, 나는 애매모호한 태도로 수긍했다. † - P82
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다써버리는 특권, 필멸의 파도가 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사람 위로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릴 수있다는 데 있다. 더 이상의 시간도, 더 이상의 잠재력도없다. 모든 것을 배제하는 특권. 끝내는 특권 내가끝났음을 아는 특권. 그리고 나 없이도 시간은 계속이어질 것임을 아는 특권. - P88
그렇다면 나는 왜 계속 일기를 쓸까? ‘일기를 통해 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꼭꼭 씹어 소화하고차곡차곡 정리해, 그 시간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없게 만든다. 만일 내가 모든 시간을 과거에 대해생각하는 데 써버린다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않는다. 나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나 자신이 생각만으로시간을 멈출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생각했다니,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믿음인가. - P89
‘아이가 태어나기 전, 일기는 나로 하여금 존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일기는 말 그대로 나라는 존재를구성했다. 일기를 쓰지 않고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아닌 존재였다. 그러던 중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는 ‘내가 쓰기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나를 필요로 했다. ‘내게는 아이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이 필요했지만, 아이는그보다도 더 나를 필요로 했다. - P91
지금 나는 일기가 내가 잊은 순간의 모음집이라고, 내가 끝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어가 끝낼 수도 있는기록이라고, 말하자면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내가 잊은 몇몇 순간들, 내가 스스로 잊어도된다고 허락한 순간들, 내 뇌가 애초에 잊을 수밖에없는 순간들, 내가 기꺼이 잊고 또 쓰기를 통해 기꺼이되살려낸 순간들을 일기 속에서 발견하게 될지도모르겠다. 경험은 더 이상 경험이 아니다. 경험은 쓰기다. 나는 여전히 쓰고 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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