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니코프는 본질적으로 이름 붙이기의 시인이다. 그는시를 언어에 담긴 것이라기보다 언어 이전에 발생하여 언어가발견되는 순간에 결실을 맺는 무언가라고 여긴다. 그리고 말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고자 애쓰다 보니 자연 그대로의, 깐깐한, 거의 뻣뻣하기까지 한 스타일이 탄생한다. 레즈니코프의작품을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바로 겸허함 - 언어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일 것이다.
내가 말해 온 어리석음 때문에 두렵다. 나는 침묵의 다이어트를 하고, 조용함으로 - P145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레즈니코프에게 삶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시를 쓰는데 바친 오랜 세월 동안(스물네 살인 1918년 첫 시집을 출간한후 1976년 초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시집을 냈다)충격적일 만큼 철저히 외면받았다. 대부분의 책이 한정된 부수로 출판되었고(그중 다수를 자비로 냈다) 생계 문제로 압박감과 싸워야 했다.
먹고살 돈을 버는 일을 온종일했더니 피곤했다. 나의 일은 또 하루를 잃었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천천히 시작했더니, 천천히 힘이 생겨났다. 당연히 밀물은 하루 두 번 들어온다. - P146
레즈니코프는 무명작가의 삶을 살았을지언정 작품에 분노의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분노하기엔 너무도 긍지가높았고,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는지 신경쓰기엔 창작하기에 바빴다. 사람들은 조용히 말하는 이에겐 늦게 귀 기울인다. 하지만 레즈니코프는 사람들이 결국 자신의말을 듣게 될 것임을 알았다.
찬미의 노래Te Deum
나 승리 때문에 노래하지 않네. 가진 거라곤 흔한 햇살 산들바람 봄의 아낌없는 선물뿐, - P147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최선을 다해 해낸 하루의 일 때문에, 연단 위의 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식탁을 위해.
1974년, 1976년, 1978년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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