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주된 의무가 보는 일이라면 그것과 비슷하면서도덜 분명한 명령도 내려지는데, 바로 보이지 않아야 할 의무이다. 보기와 보이지 않음이 결합된 레즈니코프의 등식은 포기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시인은 보기 위해 자신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사라져야 한다. 익명성 속에서 자신을 지워야한다. - P129
희부연 겨울 아침 -나뭇가지들 사이에 박힌 초록 보석 그것이 신호등이라고 멸시하지 마라.
* 이 차가운 황혼에 다리를 건너는 당신 이 빛의 벌집들을, 맨해튼의 건물들을 즐겨라.
지하철 레일들, 너 땅속에 묻힌 광석이었을 때 행복이 뭔지 알았을까, 이제 전등 불빛이 너를 비춘다.
-레즈니코프의 시- - P132
세상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시로 이어질 작업을(그 작업에서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해야 한다. 레즈니코프는 다른 대부분의 시인처럼 <공상에 잠긴 상태가 아니라, 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을 활짝 열고, 주위의 삶으로 들어가는 데 에너지를 집중한 채 도시를 걸어 다닌다. 주위의 삶으로 들어가는건 그가 거기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음의 역설이 시의 핵심에 자리하게 된다. 모든 문이 닫혀 있음을 알면서도 세계의 실재를 받아들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 시인은고독한방랑자, 군중속의 인간, 얼굴 없는 필경사이다. 시는 고독의 예술이다. - P134
다른 사람들이야 골짜기에 넘쳐흐르는 물이 되어 시체들, 뿌리 뽑힌 나무들, 모래밭 남기라지, 우리 유대인들은 풀잎마다 맺힌 이슬, 오늘 짓밟힌다 해도 내일 아침 다시 찾아오지.
레즈니코프는 이렇듯 유대인의 과거에 깊은 유대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유대인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본질적 고독을극복할 수 있으리란 망상은 결코 품지 않는다. 그는 이중으로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으로서 유배되었고 유대교로부터도 유배되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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